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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너를 한순간도 잊을 수가 없는 사람이 되었어. * 운식이 여기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애는 어디 있을까. 요즘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바로 지금 그 애는 혼자일까, 혹은 누군가와 함께 있을까. 어느 날 잠에서 깬 은혜는 그 애가 세상을 떠났다는 걸 느끼게 될까. 혹은 그 애는 이미 세상을 떠났을까. |
| 폴 윤이라는 작가는 처음 들어봤는데 리뷰가 좋아서 궁금증이 생겨서 구매해보았다. 작가의 이력이 특이한데, 이주민 가정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작품에도 이주민의 삶이 잘 반영된 것 같다고 느껴졌다. 미국, 일본 등 다양한 나라와 시대를 배경으로 한 단편집 속에서 인생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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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죽거나 떠난다. 죽은 사람은 나무를 살리고 떠난 사람은 아이를 살린다. 떠나지 못하는 사람과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니듯, 길을 잃은 사람과 길을 만들어 주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것 같다. 몸이 옮겨졌어도 혼은 거기에 남은 사람과, 숨어 있는 듯 보여도 크게 음악을 틀고 돼지를, 염소를 돌보는 사람도. _ “당신 역시 조금은 길 잃은 사람”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 물속을 한없이 떠가는 것 같은 불확실함 속에서도 우리가 가끔씩은 서로에게 집이 되어 주고, 타인을 위해 이토록 성실하게 길을 만들어 줌으로써 허무에 저항할 수 있다는 것“ ”그건 어떤 의지나 결단이 필요한 일이 아니라 짐승이 새끼를 돌보듯 그저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우리의 본능이라는 것” #옮긴이의말 에서 _ “웨스트빌, 모이라, 포트코빙턴, 봄베이.” “만주. 러시아. 이곳. 그리고 조선.” _ 위는[벌집과 꿀] 의 #보선 , 아래는 #역참에서 에 나열된 지명이다. #서경식 의 #디아스포라기행 을 소개하는 말에는 “런던, 광주, 카셀, 브뤼셀, 오스나브뤼크, 잘츠부르크, 파리에서 뿌리 없는 자들의 흔적을 만나다.” 하고 쓰여 있다. 한 지역의 이름만 들어도 드는 여러 감정이 있다. 거리를 시간으로 가늠해 보고 역사를 떠올리기도 한다. 이웃한 지역의 이름들을 열거하면 머릿속으로 길을 내 보기도 한다. 그렇게 먼 시간과 공간 속에 있는 꽃과 벌, 아이와 죽은 사람들에게 연결된다. 역사가 아닌 통사 속에 사는 듯하다. 폴 윤이 세계를 인지하는 방식, 그가 보는 세상의 풍경은 아마도 이렇게 다층적이며 복잡하지 않을까. 그 통사 속에서 “오랫동안 비를 맞지 못한 채 자라는 보리”를 보고 “꽃의 내부와 마찬가지로 닿을 수 없는” “겹겹의 삶”을 느낀다. 인물들의 불안한 심리를 정교하게 묘사할수록 자연의 아름다움에서 슬픔이 드러난다. #코마로프 의 주연과 #달의골짜기 의 은혜는 죽음을 예감한 순간에 오히려 편안해 보인다. 아렌트의 #우리망명자들 에서 ”누군가 죽으면 그 사람은 이제 어깨의 짐을 모두 내려놓았구나“ 했다는 말이 생각난다. “되었어야 했던 사람”이 되지 못하고 “함께했어야 했던 사람”과 함께하지 못하는 건 ‘벌’일까. 옮긴이의 말에서처럼 “그저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우리 본능”을 따라 “짐승이 새끼를 돌보듯” 내 바깥의 생명과 그 삶을 받아들일 뿐이다. 언젠가 “들어가 번성할 자신들만의 나무”를 찾을 때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