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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아프고 더럽고 무섭고 끔찍한 이야기들은 입에 올리기 꺼려하고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자신에겐 그런 일이 닥치지 않기를 바라면서, 신나거나 통쾌하거나 따뜻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현실은 비록 그렇지 못하더라도 책과 영화를 통해 그런 세상에 살기를 꿈꾼다. 범죄자를 피하고, 부랑자들을 피하고, 질병에 걸린 사람들을 피한다. 현실은 변하는 것 없고 상상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으면서 그저 자신의 고귀한 영혼은 행복한 상상 속에 머물고 싶어 한다. 좋은 책을 읽고, 좋은 영화를 보고, 좋은 말을 하지만 내면에는 악함과 더러움이 가득하다. 단지 외면하고 가리고 있을 뿐.
이 책은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살한 사람들의 유서에는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여러가지 감정의 단면들이 나타나 있다. 때론 원망으로 가득하고, 때론 투정으로 가득하다. 왜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았냐고 소리치고, 자신의 나약한 모습에 절망한다. 자살이라는 커다란 결정을 하게 된 숭고한 목적은 없다. 그들의 마지막 말들은 우리 안의 갖가지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뿐이다. 자살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궁금해서 집어든 책이지만 그 속에서 내 치부를 들여다보는 것은 고통이었다. 고상한 척, 깨끗한 척하는 위선 속에 나에게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거나 제 감정에 못 이겨 스스로를 상처내고 있음을 솔직히 인정해야 했다. 김형경의 "사람 풍경"이란 책이 떠오른다. 마음속의 모든 다양한 풍경을 바라보고 인정하고 보살펴야 한다는... 그래야 진정으로 나와 사람들과 세상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세상이 사랑으로 가득하면 더 이상 자살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참 많이 가슴 아픈 책이다. [인상깊은구절] 유서를 읽는다는 것은 그 사람들이 걸어가는 마지막 길의 한 부분을 동행한다는 의미이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 누군가에게 남겨진 말들을 조심스럽게 엿보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 시간,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더 이상 완벽한 형태를 갖춘 채 전달되지 않는다. 치밀한 생각이나 상세한 서술도 없다. 다만 마지막 말 한마디가 내뱉어질 뿐이다. 대부분 황급히 휘갈겨 쓴 그 편지들...-19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