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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님 시집에 수록되어 있는 시들은 학창시절에도 그 이후에도 접했던 기억이 있다. 각각의 시에 담겨있는 의미를 온전하게 이해한다 하기는 부족함이 있음을 안다. 하지만, 대표시인으로 교과서등을 통해 접해 본 횟수에 비례한다 해야 하나? 여튼 낯익고 익숙함이 공감그릇에 한아름 채워진다. 우연히 발견한 이 책~ 유명한 시인이셨기에 작품집 출간되기 시작한 것도 오래된것은 당연하겠지만, 수십 년 전의 출간 년도가 인쇄되어 있는 이 책과 마주한 순간 전혀 다른 느낌의 새로운 작품집이란 생각을 채웠다. 「1948년 초판 발행 / 1978년 중판 발행 / ₩1,500」 와우... 얼마나 오래 전에 출간된 책인지... 가늠하기도 어려웠다.
두어 가지의 색다른 점이랄까? 시야에 들어온다. 하나는, 본문 구성이 세로쓰기인 점이다. 펼쳐보면 오른편에서 시작해서 상하로 한 행 한 행 왼쪽 끝에서 마무리 된다. 다른 하나는, 한자어로 표현된 단어 사용이 빈번하다는 점이다. 어렸을 때 발행되던 신문이나 책등을 보시던 부모님을 곁에서 본 적이 있다.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한자(한글)로 표현되었지 않았나? 이 책에는 한글표현 없이 한자로 표현한 단어들이 각각의 작품(시)마다 여러개씩 확인할 수 있었기에 새로운 느낌이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이용해 과거로 돌아가서 저자가 생존하셨을 그 당시를 몰래 엿보며 공감하는 느낌이랄까? 여튼, 그랬다. 겉표지는 화려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데다 최근의 그것과 확연하게 달라서 어떤 면으로 보면 촌스럽기까지 하다. 본문에도 화려한 채도가 담긴 글씨체의 자태도 확인 불가이고, 또한 글자 크기도 심하게 작아 시야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 느낌과 마주해야 하는 불편함, 어색함, 촌스러움을 인정해야 하지 않나? 그럼에도 이런 모든 느낌이 그리 싫지 않은 이유는 어떤 모양일까? 윤동주님의 전작품이 담겨 있는 시집임에도 이렇게 얇고 가벼운 외관의 고풍스런 자태를 드러낼 수 있음이 매력이며 호감이었다. 어색함이 아닌 오히려 호감과 호기심까지 덧붙여지고 채워지고 떨쳐버릴 수 없음을 결국 인정하는 (내 스스로도 낯설게만 느껴지는) 또 다른 나와 마주하며 넋놓고 바라보고 있는 듯 싶다. 단점이라고 굳이 꼽아본다면 위에 표현한 이즈음의 책들과 다른 모습으로 인해 책에 집중하기 조금 어색한 느낌일 수 있달까? 뭐 큰 단점이라 말할것 까지는 없을 듯 다만 이즈음의 책들 보다 읽는 속도나 이해 속도가 느려질 수 있기에 한번에 읽고 끝냄이 아니라 가능하면 여러번 펼쳐서 꼼꼼히 눈인사 하며 사랑스럽게 읽고 애정을 담으며 마주해주고 싶은 그런 책이라는 것이다. 늦더라도 여러번 읽고 싶은 책이랄까? 음력 새해를 시작하며 오래전 출간된 책에 담겨 있는 활자를 마주하고 보니 묘한 매력과 오묘한 마력이 끌어당기는 듯 내 시야를 꼬옥 붙잡는 책이 아닐까 싶었다. 세월에 묻혀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나이들어서 인걸까? 예전 책들에 대한 공감이 자연스레 채워지는 걸 보니 말이다. 아 마무리 전에 새겨지는 생각이 있다. 「이 책을 가로쓰기로 베껴쓰기를 해보는 거야. 천천히라도 스트레스받지 않는 범위에서 말야.」 이제 정말 생각의 꼬리를 달고 끝맺음을 하련다. 계속 붙들고 있다가 단점이라는 마법의 힘이 나를 공격해 다시는 이 책을 펼쳐보기 싫어하도록 집어삼켜 버려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면 안되니까.... 다음엔 어떤 느낌이 내게 다가와 생각자라기에 사용되는 유용한 영양분이 될지.... 아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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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름을 좋아하는 우리...... 햇살처럼 살고 싶은 우리..... 윤동주님의 서시처럼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또한 바라는 우리......' 내가 갖고 있는 이 윤동주 시집의 뒷 표지 여백에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이 시집을 나는 고등학교 졸업식날, 내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특별히 졸업식장에도 왔던 어느 후배에게서 선물로 받았다. 뒷표지에 적힌 건 그 후배의 축하의 말. 그 전으로도 후로도 별로 가깝지 않은 사이인 후배였다. 그러니 선물로 시집을 받기까지 했어도, 그녀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을 만큼 특히 졸업식 이후로는 서로 거의 왕래가 없었다.
이 시집을 거의 들쳐보지 않았던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적혀 있는 이름도 낯설지만, 얼굴도 생각나지 않는 누군가에게서 받은 책이라니. 가끔 책장에 있는 책들을 뽑아보다가 놀라는 일이 생기는 건, 어서 나를 기억해 내라고 하는 듯한, 생소한 누군가의 이름이 적혀 있는 책들이 있기 때문이다. 책 선물도 역시 별로 가깝지 않은 사람에게는 좋지 않은 선물일 수도 있겠다.
윤동주의 시들을 읽다보면, 정말 이 사람은 '정결'한 사람이었겠다는 느낌을 받는다. 뻔할 뻔자인 표현에, 뻔할 뻔자인 말들인 것 같은데도, 역시 '시갖고 장난치는' 요즘 시인들에게선 볼 수 없는 힘있는 무언가가 있다. 가령 그의 <참회록>.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내 얼굴이 남어 있는 것은/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이다지도 욕될가'......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슬픈 사람의 뒷모양이/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이런 시는 아무나 쓰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인상깊은구절] 또 다른 고향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었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서 곱게 풍화 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 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pp. 3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