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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슬픔이라고 해야 할까. 가슴 속으로 수채화 같은 맑은 기운이 들어와 끝내 눈물 한 방울 톡, 떨어뜨린다. 우리나라가 급격하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생긴 문제를 맑은 슬픔을 통해 되돌아보게 한다. 그러고는 우리 엄마, 독거노인이 되어 혼자 살아가고 있는 우리 엄마를 떠올리게 한다. 가끔 엄마한테 찾아가도 손 한번 잡아드리지 못했는데 당장 엄마한테 달려가 손 한번 잡아드리고, 당신의 말씀을 듣고 싶게 한다. 어린 날 세상의 전부였던 그때처럼 당신이 내게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느끼게 하고 싶다. 주인공은 28명의 독거노인을 돌보는 순이 아줌마다. 순이 아줌마는 수레를 끌며 달동네 독거노인 들을 만나러 다닌다. 순이 아줌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손과 발이 되어드린다. 눈이 오거나 비가 와도 날마다 찾아간다. 힘든 일을 도와드리거나 필요한 것을 사다 드리기도 하고, 병원에 함께 가기도 한다. 무엇보다 말동무가 돼 드린다. 할머니 할아버지 들은 대부분 좁은 방에서 혼자 지내기 때문에 순이 아줌마가 오면 이야기꽃이 핀다. 웃음꽃이 피어난다. 젊었을 때 과일 장수를 한 김복희 할머니, 배를 탔던 이만수 할아버지, 강아지를 키우는 최복실 할머니, 장기를 좋아하는 박정남 할아버지, 늘 손자 자랑을 하는 강춘자 할머니네를 거쳐 달동네 꼭대기로 간다. 달동네 꼭대기 집에는 박명자 할머니가 살고 계신다. 할머니는 나이도 많고 몸도 불편하여 바로 앞 골목에도 나가기 힘들다. 그래서 늘 방에만 지낸다. 할머니가 방에서 두 손 모으고 잠자는 장면은 하늘에서 보는 것처럼 그렸는데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세월의 힘에 짜부라들 만큼 짜부라든 할머니의 작은 몸과 마음을 그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할머니는 순이 아줌마를 보고 일어나 앉는다. 할머니는 아줌마 손을 꼬옥 잡아 준다. 순이 아줌마는 할머니가 꼭 엄마 같다. 어린 시절 밖에서 놀다 들어오면 꽁꽁 언 손을 녹여주던 엄마의 손처럼 할머니 손도 따뜻하다. “벌써 가려고? 좀 더 있다 가지.” 할머니는 순이 아줌마가 딸 같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귤 몇 개를 주머니에 넣어 줍니다. “또 올게요.” 돌아서는 순이 아줌마의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순이 아줌마는 날마다 28명 할머니 할아버지들한테 전화를 걸어 안무를 묻는다. 가끔 전화를 안 받으면 걱정이 된다. 그런데 오늘 박명자 할머니가 전화를 안 받는다. 순이 아줌마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순이 아줌마는 한 쪽 신발이 벗겨지도록, 그리고 강아지가 미처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다급하게 할머니 집으로 달려간다. 그러고는 할머니 집에 도착하여 소리쳐 부른다. 그런데 대답이 없다. 할머니가 없다. 그러고는 까만 달동네에 눈이 펑펑 쏟아지는 펼친 화면이다. 텍스트 없이 파란 하늘과 하늘을 가득 채운 함박눈, 그리고 까만 달동네 그림은 깊고 맑은 슬픔을 자아낸다. 이제 순이 아줌마가 돌봐야 할 할머니 할아버지는 27명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