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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어떤 외로움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어떤 외로움도 존재하지 않는다. " 내용보기
사랑하는 사람이, 비록 그가 나와 닿지 않는 서로 다른 장소에 있더라도 나와 같은 시간에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면 우리에겐 어떤 외로움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106쪽      애인을 찾아 모스크바에 간 발터벤야민의 일기 중. 사랑은 외로움을 덜어내기 위한 몸짓이 아니라,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서 외로움을 함께 공유하기 위한 힘겨운 몸짓이라는 것.    지금
"우리에게는 어떤 외로움도 존재하지 않는다. " 내용보기
사랑하는 사람이, 비록 그가 나와 닿지 않는 서로 다른 장소에 있더라도 나와 같은 시간에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면 우리에겐 어떤 외로움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106쪽

 

 

 애인을 찾아 모스크바에 간 발터벤야민의 일기 중. 사랑은 외로움을 덜어내기 위한 몸짓이 아니라,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서 외로움을 함께 공유하기 위한 힘겨운 몸짓이라는 것.

 

 지금은 몰락한 추운 나라. 그 곳에 애인을 만나러 간 벤야민의 일기를 모은 책이다. 낯선 풍광과 함께 여자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망설이는 한 남자의 마음은 연서의 형식을 띠지 못한다. 어쩔 수 없는 먹물이었던게지. 벤야민의 동그란 안경 너머의 눈동자에 들어온 것은 무엇이었을까. 자신이 그토록 찬미했던 사회주의의 이면과 건조하고 차가운 풍경들과 사랑하는 여자가 동시에 그의 망막에 맺혔으리라.

 

 사랑하는 이의 존재를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외롭지 않을 수 있다고 적은 벤야민은, 누구보다 외롭게 세상을 떠나야 했다. 외롭다고 생각하는 것은 타인의 시선일까. 그는 죽기 전 외롭지 않았을까.

 

 벤야민의 문화론과 철학서를 읽다가 집어들게 된 한 철학자의 내면과 사생활, 여행에 관한 이야기. 김남시의 탁월한 번역이, 마음에 든다. 그는 벤야민의 모스크바 여행을 지금-여기에 효과적으로 재현시켰다.

2*****h 2009.04.24.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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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곰과 붉은 여우의 러브스토리
"회색 곰과 붉은 여우의 러브스토리" 내용보기
1927년에 발표된 [모스크바 일기]는 발터 벤야민 사후 4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출간될 수 있었다. 벤야민이 1926년 12월 6일부터 1927년 1월 말까지 두 달 동안 모스크바에 머물면서 얻은 경험을 기록한 일기집으로, 당시 소비에트 연방의 정치, 경제, 문화예술, 종교 등 여러 방면의 경험과 스탈린 통치 하의 모스크바 분위기를 들려 준다.   벤야민의 모스크바행은 크게 세 가지 동
"회색 곰과 붉은 여우의 러브스토리" 내용보기
1927년에 발표된 [모스크바 일기]는 발터 벤야민 사후 4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출간될 수 있었다. 벤야민이 1926년 12월 6일부터 1927년 1월 말까지 두 달 동안 모스크바에 머물면서 얻은 경험을 기록한 일기집으로, 당시 소비에트 연방의 정치, 경제, 문화예술, 종교 등 여러 방면의 경험과 스탈린 통치 하의 모스크바 분위기를 들려 준다.

 

벤야민의 모스크바행은 크게 세 가지 동기가 있었다. 먼저 1924년 5월 이탈리아 카푸리에서 만난 연극 배우이자 감독인 아샤 라시스(1891-1979)를 만나기 위해서다. 다음은 독일 공산당 당적에 가입하는 문제를 결정하기 위해 급변하는 러시아의 정세를 살피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여행비용을 제공하는 신문사에 기고글 <모스크바>를 작성하기 위해서다. 

 


일기의 내용은 크게 사적인 연애사와 공적인 문화 관찰기로 구분할 수 있다. 발터 벤야민과 아샤 라시스의 관계는 소설만 보던 대학 새내기가 운동권 여선배에게 푹 빠진 격이다. 아샤 라시스는 요조숙녀가 아니라 자유분방한 삶을 사는 급진적 혁명가였다. 당시 독일감독 라이시의 연인이었고 9살난 딸이 있었다. 또한 요양소에 입원하는 등 건강이 안 좋은 상태였다. 요양소의 방과 벤야민이 머물던 호텔방을 무대로 전개되는 벤야민과 라시스의 드라마는 낭만과 열정이 아니라 단지 일방적인 기다림과 선물공세 그리고 비꼬는 언쟁으로 점철되었다.

 

참고로 발터 벤야민의 연애사를 들춰보자. 벤야민의 여인으로 첫아내 도라 캘너(Dora kellner), 율라 콘(Jula Cohn), 아샤 라시스(Asja Lacis) 세 명을 들 수 있다. 특히 라시스는 1928년도 대표작 [일방통행로]의 헌사의 주인공이었고, 아내 도라와 이혼하게 된 결정적 이유였다.

 

정신문화적 측면에서 벤야민은 그가 접한 연극공연과 건축예술, 도시풍속과 러시아 종교, 음식과 의상 등 여러 방면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려준다. 러시아 문학에 대한 기대를 잔뜩 품고서 모스크바로 향했지만, 혁명의 구호로 전락한 문화예술은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z***a 2010.10.02. 신고 공감 2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민낯의 벤야민..
"민낯의 벤야민.." 내용보기
그녀는 결국 11시가 되기 전에 돌아갔다.. 난 곧바로 침대에 누웠다.. 짧기는 했지만 나의 밤이 충족되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비록 그가 나와 닿지 못하는 장소에 있더라도 나와 같은 시간에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면 우리에겐 어떤 외로움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외로움이란 감정은 근본적으로 그렇게 반향적인 현상인 것 같다.. 그 감정은 우리가 아는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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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결국 11시가 되기 전에 돌아갔다.. 난 곧바로 침대에 누웠다.. 짧기는 했지만 나의 밤이 충족되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비록 그가 나와 닿지 못하는 장소에 있더라도 나와 같은 시간에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면 우리에겐 어떤 외로움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외로움이란 감정은 근본적으로 그렇게 반향적인 현상인 것 같다.. 그 감정은 우리가 아는 사람이, 대개의 경우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 없이도 다른 이들과 즐기고 있을 때에만 우리에게 되비쳐지는 감정이다.. 삶에 있어 아예 혼자라고 느끼는 사람일지라도 그가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여인을, 그가 알지도 못하는 어떤 여인을 생각할 때, 또는 자신이 아닌 다른 동료들과 함께 있는 다른 누군가를 생각할 때뿐이다..

-12월 24일, <모스크바 일기> 중에서


러 시아의 상황에 대한 메모.. 라이히와의 대화 도중 난 지금 러시아의 상황이 얼마나 모순에 빠져 있는지 이야기했다.. 외부적으로 러시아 정부는 제국주의 국가들과 무역 협정을 맺기 위해 평화를 정착시키려 한다.. 내부적으로는 무엇보다 전투적 공산주의를 저지하고 계급적 평화를 관철시키며 시민들의 삶을 가능한 한 탈정치화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파이어니어 연맹과 콤소몰에서 젊은이들은 ‘혁명적으로’ 키워지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그 젊은이들에게 혁명적인 것이 경험이 아닌 구호로 다가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혁명 과정의 역동성을 국가적 삶 속에서는 꺼놓으려는 시도이다.. 그들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간에 사람들은 복고(復古)에 돌입했지만 그들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한 채 마치 건전지에 전력을 저장하듯 젊은이들에게 혁명적 에너지를 저장시키려 한다.. 그게 잘 되지 않는다..

-12월 30일, <모스크바 일기> 중에서


< 모스크바 일기>.. 아주 약간의 실망.... 책 자체로 흠결이 있다고 할 수는 없으나, 기대치가 높았기에, 점수가 야박해졌다.. <모스크바 일기>는 말 그대로, 일기다.. 여행기로 읽어선 안 된다는 말.. 이 명민한 지식인은, 시종 투덜대고(정인과 오랜 시간을 보내지 못해서, 그녀와 싸워서, 그가 익히지 못한 러시아어에 짜증이 나서 등등), 시시콜콜 고해바친다.. 벤야민의 팬들과 그를 연구하는 이들에겐 있는 그대로의 벤야민의 모습을 대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귀한 자료이겠으나, 생전의 그였다면 절대 이대로는 출간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적인 삶을 산 이들의, 비애쯤 될까, 이것은.... 그것은, 책 말미에 부록으로 실린 ‘모스크바’라는 짧은 제목의 글을 보면 확연하다.. 이 짧은 글은, 벤야민 스스로 의식하고 쓴 여행기이고, 그래서, 일기의 그 날것의 느낌들이 세심하게 재배치되고 재구성되어 있다.. 메모와 기록은, 그래서, 얼마나 다른 것인지....


*"짧기는 했지만 나의 밤이 충족되었"다고 만족하는 벤야민을 보면서, 사실 좀 '귀엽다'고 느꼈다.. 그래, 뭐 이런 맨얼굴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n***b 2011.03.1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