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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책들의 문화사 ㅡ 일본제국의 출판자본, 식민지 조선의 시장과 만나다. 라는 제목이 주는 이끔이 있었다. '불량한 것'이러는 말이 주는 스릴과 묘한 도발에 대한 궁금함이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이 책은 일본에서 일본문학을 연구하는 한국인 학자의 연구를 다루고 있다. 식민지 조선과 일본이 연결된 시대이고 제국주의의 지배로 인해 식민지 조선이 받는 영향에 대해 공부하고 가르치면서도 실제로는 그 상호작용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했다. 일본과 식민지 조선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게 익숙했었음을 다시한번 깨달았다고나 할까. 또한, 한국인 학자가 일본문학을, 일본 현지에서 공부하면 어떤 시각을 가지게 될까, 접하게 된 다양한 자료를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해석할지도 궁금했다. 마치 지도를 돌려 서있는 곳을 바꿔 바라보는 것처럼 일본 안에서 식민지 조선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해석 ㅡ 타인의 눈으로 해석된 자국의 문화에 대한 관점을 접할 때의 신선함ㅡ을 기대하게 하는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프롤레타리아, 도서관, 불령선인, 검열, 자본, 식민지, 번역, 전쟁이라는 8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일본의 근대 출판 자본과 출판 문화를 아주 자세하게 들여다보면서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식민지 조선에 영향을 주었는가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독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방식을 취했던 신문들의 상업저널리즘의 움직임과 식민지 도서관의 열람 현황 등의 자료를 통해 조선인의 학구열(?)과 수험공부의 장이 되었다는 측면이나 도서관에 소장되지 못한 불온한 책들은 헌책방이나 야시장을 통해 유통되었다는 내용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소위 부스러기 책들을 찾아다니는 일본의 도서관원 이야기를 통해 식민지 조선에서 조선인들의 이야기와 지식에 대한 욕구와 불운한 식민의 시대를 살아내야 했던 당시 조선사람들의 실제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식민지 시대 사람들의 충족되지 않는 교육과 지식에 대한 욕구를 야시장과 헌책방을 통해 풀어내는 모습도 생동감 있게 다가왔다. 또한 프롤레타리아, 불령선인 등의 단어를 정의하고 이를 박열 등이 어떤 방식으로 비틀어 활용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묘하게 즐거움을 줬다. 저항신문의 대표로 알려진 동아일보가 검열과 발행중지, 식자층의 부족에서 오는 독자난 등으로 인한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 본토의 기업광고를 획보하고자 경쟁하였고, 이들이 주도한 한글보급운동의 일환에는 식자율 향상을 통한 독자확보의 목적도 있었다는 점을 지적한 점도 흥미롭다. 번역편에서 다룬 모국어가 일본어일 것을 강요받는 시대에 태어나고 살아간 사람들이 일본어와 한글에 대해 갖는 생각은 현재의 우리와는 다른 것이었을 것이고 산업의 측면에서 일본어와 조선어 사용이 가져오는 상업적 수요와 관련한 고민들, 창작자 입장에서의 효율과 영향이라는 측면의 고민 또한 단순히 친일문학 등으로 단순화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문화적, 정치적 의미를 가진다는 점도 생각해 볼 주제로 다가왔다. 식민시대를 가르치다보면 식민 시대의 억압과 수탈상과 이에 대항해 조선인들이 저항과 억압의 역사를 살아냈다는 점을 부각시키느라 상대적으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개인으로서의 성취욕과 사회적 생존의 사실적 필요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를 주기 어려운 면이 있다. 당시 사람들의 삶을 친일과 독립운동이라는 두 가지 모습으로만 단순화 시키게 되는 경우가 많고, 때문에 그 시대와 사람들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데 그러한 문제를 풀수 있는 아주 작은 단초로 삼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일제 식민 시대를 일본에서 조선을 역으로 건너다 보는 듯한 시선과 출판과 도서, 소설 등을 매개로 자세히 들여다보며 그 의미를 해석해 간다는 점에서 역사와 문학, 출판을 연결시켜 식민시대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생생하게 바라볼 수 있는 자료들을 제공해 준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지식과 상상력이 빈곤한 독자에게는 납작했던 역사에 공기를 불어넣어서 올록볼록 입체로 부풀어 오르게 하는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