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치글방 서포터즈 3기로서 도서협찬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코틀랜드 계몽사상가인 데이비드 흄은 ‘자아를 그저 환상’이라고 했다. 미국 철학자 대니얼 데닛 역시 ‘자아를 허구’라고 했다. 뇌과학서인 본서에서는 유독 두드러진 비판인데 대니얼 데닛은 “뇌에서 자아를 찾겠다는 것은 범주 오류이다”라고까지 했다고 한다. 우리의 자아 곧 정체성은 과연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 것일까? 본서는 뇌의 각 기능이 정지될 때 인간이 겪는 오류를 실제 사례로 예시하며 인간의 자아, 다시 말해 정체성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저작이다.
자아에 대한 본서의 의문은 결국 뇌의 국소병변이 자아의 완전한 상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깨우침도 남기기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인간의 자아,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는 무엇인지를 헤아려 보게 한다. 저자는 정체성을 개인 정체성과 사회 정체성으로 나누어 말하는데, 개인 정체성이 자아(나)와 다른 자아들(타인들)과 구분하는 방식이라면 사회 정체성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과 개인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가리킨다고 한다. 저자가 저작으로 완성하기까지 정체성의 문제를 심각히 여긴 것은 그의 출신과 경력이 작용했다고 보인다. 저자는 파키스탄 이민자 출신으로 영국에 이민하여 정착하는 과정에서 외모와 언어 등에서 차이를 처음 자각했고 그 차이를 줄이고자 개인적인 노력을 이어온 사람이다. 게다가 저자가 전공한 신경과는 영국 전체 200명 정도의 소수 백인들이 장악했던 영역으로 이에 변수처럼 침투하게 된 저자가 인정받는 의사가 되기까지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기도 한다. 이런 저자의 전적이 정체성이라는 문제, 개인 정체성과 사회 정체성에 대한 천착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고 저자 역시 이에 대해 피력하고 있다.
본서에서는 ‘데이비드’라는 바닥핵 뇌졸중으로 병적인 무관심 상태가 되어 자신의 생계와 주위와의 소통에 전혀 개의치 않게 된 인물과, ‘마이클’이라는 관자엽(측두엽)이 쪼그라들어 단어를 잊어버리고 인식하지 못하는 의미지식 결핍자가 등장하며, ‘트리시’라는 해마와 마루엽(두정엽) 그리고 신경전달 체계에 이상이 생겨 기억을 잃어가는 알츠하이머 환자, ‘와히드’라는 뒤통수엽(후두엽)에서 마루엽과 관자엽으로 전달되는 뇌 신경 체계의 교란으로 환영을 보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리고 ‘윈스턴’이라는 오른쪽 마루엽에 뇌졸중이 생겨 왼쪽 무시라는 왼쪽에 있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 등장하고, ‘수’라는 이마관자엽 치매에 걸려 자제력을 잃고 막무가내로 말하고 행동하는 인물과, ‘애나’라는 왼쪽 마루엽 바깥에 거미막낭이 자라 오른쪽을 인식도 못하고 오른쪽 반신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사람도 등장한다. 대부분 약물로 증상을 완화하지만 이들 가운데는 치료를 이루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짧게 인용한 예들에서도 상당한 문제라고 인식하겠지만 본서에서 읽고 보면 문제가 상당함을 느낄 수 있고 실제 임상의 입장에서도 그랬겠지만 당사자들의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이와 같은 증상들로 개인 정체성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 정체성이 함몰되면 사회적인 사망 다시 말해 인간관계와 사회 조직에서의 사망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이 예시 이외에도 사회에서 넘치고 있을 것이다. 개인의 선택으로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삶을 선택하는 경우, 사회적인 사망이라기보다는 사회로부터의 탈출이랄 수 있겠으나 자기 의지와는 반대로 강제적으로 이런 사회적 사망을 겪는 이들 그리고 이제까지의 자신과 다른 자신을 감당해야 하는 당사자들의 괴로움을 돌아볼 때 우리에게 정체성이란 무엇인지 자아란 무엇인지 하는 의문을 가지게도 한다.
뇌에서 자아를 찾을 수 없다는 선언과는 다르게 뇌의 기능장애가 인지와 행동에 장애를 준다면 우리는 어느 선까지의 장애에서 자신을 기존의 자신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행동하고 판단하고 느끼는 바가 모두 달라진다면 그때도 ‘바라보는 내가 진짜 나’라며 ‘나는 변하지 않았다’, ‘이것이 나다’라고 쉽사리 말할 수 있을까?
저자의 말처럼, ‘지각, 주의, 일화기억과 의미기억, 동기 부여, 행동 제어와 신체 도식 같은 기본적인 인지 기능들도 모두 우리 정체성에 기여하며’ ‘성격 형질과 감정 반응도 자아 정의에 중요’하지만 앞서 예를 든 인물들의 사례와 같이 ‘아주 기본적인 인지 기능들도 우리가 누구인지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본서는 우리가 순간순간 느끼고 인식하며 살아가듯 우리의 자아를 정의하는 요소들은 결코 형이상학적인 세계에서만 찾을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본서는 나란 누구인가, 나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무엇인가를 돌아본 적 있는 분들이라면 상당한 끌림과 깨우침을 안겨줄 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아웃사이더 #마수드후사인 #과학책 #신경과학 #뇌질환 #뇌과학 #과학책추천 #뇌과학책추천 #도서협찬 @kachibooks |
|
병적인 무관심 상태에 이른 데이비드 의미 기억을 잃어버려 단어를 기억하지 못하는 마이클 일화 기억을 잃고, 방금 만난 사람도 기억하지 못하고 착각하는 트리시 밤마다 착시에 시달리는 와히드 주의력에 장애를 갖게 되어 오른쪽의 것만 인식할 수 있게 된 윈스턴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해 남들은 무시하고 멋대로 행동하고 말하는 수 그리고, 자신의 팔다리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능력을 잃어버린 애나
뇌신경과학에 관한 책을 읽을 때면 어쩔 수 없이 올리버 색스를 떠올리고, 비교할 수밖에 없다. 올리버 색스를 최고의 뇌신경학자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는 이 분야에서 글쓰기의 전형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편의 글에, 한 권의 책에 환자에 대한 증례와 환자의 삶과 자신의 생각, 그리고 과학적 분석 등을 편안하면서 통찰력 있게 담곤 했다. 그는 한 명의 환자 개개인에 집중했고 많은 독자들이 그의 시각에 공감했다. 그래서 많은 책들을 ‘제2의 올리버 색스’와 같은 수식어를 달고 홍보하곤 한다. 그러나 ‘제2의’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경우 대체로 그렇듯이 올리버 색스에는 모자란, 무엇이 있었다.
그런데 드디어 올리버 색스 못지않은 뇌신경과학 책을 찾았다. 한 명의 환자를 만나고, 그의 삶의 행적을 세심히 듣고 추적하면서 공감하고, 과학적 분석을 통해 환자의 행동과 문제의 원인을 밝히면서 치료하고자 하는 신경학 의사이자 뇌신경학자. 거기에 역사와 세상에 대한 폭넓고 깊은 관심, 그리고 그것들을 환자와 질환과 연결하는 통찰력. 그리고 모든 글을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
여기서 하나의 주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원서의 제목 <Our Brains, Our Selves> 대신 “아웃사이더”라고 우리말 제목을 조금 달리 달고 나왔는데, 바로 이것이 이 책의 주제와 관련이 있다.
뇌신경질환은 정체성과 관련이 있는데, 정체성은 개인적 정체성과 사회적 정체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 정체성과 사회적 정체성은 서로 별개의 것이 아니라, 개인적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오는 뇌신경질환은 사회적 정체성의 위기까지 이어진다. 바로 이 사회적 정체성의 위기가 바로 환자를 ‘외부인’, 즉 ‘아웃사이더’로 만들고, 사회로부터 고립시킬 수 있다는 인식이 바로 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특히 여기의 환자 여럿이 다른 사회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이, 혹은 그 후손이라는 점에서 이중 삼중으로 외부인(아웃사이더)에 관한 문제의식은 뚜렷하다.
이런 뇌신경과학, 뇌신경질환 환자에 대한 인식은 저자의 정체성과도 관련이 있다. 올리버 색스처럼 옥스퍼드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의사가 된 것은 마수드 후사인도 마찬가지지만, 백인이었던 올리버 색스와는 달리 마수드 후사인은 유색인종에 속한다. 동파키스탄(지금의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와서 늘 외부인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경험해왔다. 그런 까닭으로 그는 뇌신경질환 환자들을 바라보는 관점도 바로 그런 시각이 묻어 있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 바로 개인적 정체성이자 바로 사회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며, 이를 이해하는 것이 사회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보는 것이다.
마수드 후세인은 지금은 옥스퍼드대학의 교수이면서, 저명한 과학저널 <Brain>의 편집장일 정도로 이 분야에서 분명하게 성공한 이가 되었지만, 이런 아웃사이더라는 인식은 자신은 물론 자신이 다루는 환자에게도 깊이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맨 앞서 얘기한 대로 7명의 신경학적 장애를 가진 환자를 다루고 있다. 이들에 대해 마수드 후세인은 어떤 이는 약물로 치료하거나 증세를 약화시킬 수 있었지만, 어떤 이는 치료할 수 없었다. 증세를 약화시키는 경우도, 근본적인 치료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이긴 하다. 사실 그래서 무력감이 들 수밖에 없다. 어떤 원인이 그런 증세를 가져오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 없는 것이니 말이다. 현재의 뇌신경과학, 뇌과학의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 그토록 뛰어난 많은 이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음에도 이렇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분야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원인을 아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를테면 착시에 시달리는 와히드가 ‘광증’이 아닌가 걱정하면 정신병원에 끌려가 사회와 가족과 떨어져 고립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데, 그것이 뇌의 어떤 문제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는 것, 그리고 약물로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면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팔다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애나의 경우에도 다른 사람의 오해에 시달리며 사회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원인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근본적인 치료 방법을 만들어내지 못한 뇌신경과학자들을 무시하고, 비아냥거릴 수만은 없다.
|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신경과 의사 마수드 후사인의 저작 《아웃사이더》는 원제 'Our Brains, Our Selves'에서 암시하듯 뇌와 자아의 본질적 관계를 분석한다. 그러나 번역된 제복이 시사하는 바처럼, 이 책은 신경과학 서적을 넘어 '배제당하는 존재'들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담고 있다. 후 사인이 제시하는 '아웃사이더'는 두 개의 층위로 구성된다. 첫째는 그 자신이 경험한 이민자로서의 사회적 배제이고, 둘째는 뇌질환으로 인해 기존의 자아를 상실하며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환자들의 경험이다. 이 두 경험은 서로 다른 원인에서 비롯되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의 정체성과 소속감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수렴한다. 후사인의 혁신적 기여는 자아를 단일한 실체가 아닌 다양한 인지 기능들의 협력체로 이해한다는 점이다. 지각, 주의, 기억, 동기, 행동 제어, 신체 도식 등의 기본적 인지 기능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우리가 경험하는 '나'를 만 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내 안에는 내가 너무도 많아"라는 일상적 표현이 실제로 뇌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후사인은 이러한 다면적 자아가 진공상태에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의 상호작용, 특히 소속 집단과의 관계 속에서 구성된다고 주장한다. 개인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진화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는 개체주 의적 자아관을 넘어 관계적, 사회적 자아관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후사인이 제시하는 아웃사이더 개념의 강점은 그것이 특정 집단의 경험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그가 소개하는 와히드, 애나, 윈스턴과 같은 환자들의 경험은 20세기 영국이라는 특수한 시공간적 맥락에서 일어났지만, 그 본질은 인간 사회 어디서나 발견될 수 있는 현상이다. 특히 애나가 모국어인 폴란드어로 전화 통화를 했다는 이유로 혐오 발언과 물리적 폭행을 당한 사건은 외국인 혐오가 영국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이는 우리 사회의 '이지메' 문화나 집단 따돌림 현상과도 연결된다.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하고, 외집단에 속한 이들을 배척하려는 인간의 본능적 경향은 어느 사회에서나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다. 그러나 후사인의 분석이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보편성을 인정하면서도 각각의 아웃사이더 경험이 갖는 특수성을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뇌질환으로 인한 배제와 사회적 편견으로 인한 배제는 원인과 양상이 다르며, 따라서 해결 방안도 달라야 한다. 전자의 경우 의학적 치료와 함께 사회적 이해와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면, 후자의 경우 구조적 차별 해소와 문화적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후사인의 작업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그가 엄밀한 뇌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인문학적 성찰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뇌의 각 영역과 기능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면서, 동시에 그것이 인간 존재와 사회에 갖는 의미를 깊이 있게 이야기 한다. 이러한 접근은 과학과 인문학이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뇌과학의 발전이 인간에 대한 이해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 수 있지만, 그것이 인간을 물질적 존재로 환원시켜서는 안된다. 오히려 뇌과학적 지식은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신비로움을 더욱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후사인이 제시하는 사례들은 뇌의 작은 손상이 인간의 전체적 존재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보여 준다. 이는 인간이 얼마나 정교하고 섬세한 존재인지, 그리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적 경험들이 얼마나 복잡한 뇌과학적 과정을 통해 가능한지를 깨닫게 한다. 동시에 이러한 취약성이야말로 인간다움의 핵심이며, 서로에 대한 돌봄과 연대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근 거라고 할 수 있다. |
|
오래전부터 철학과 과학은 자아를 설명하기 위해 애써 왔다. 오늘날, '데카르트의 이원론'처럼 모든 물질을 정신(자아)과 물질(뇌)을 서로 다른 것으로 구분하는 관점은 힘을 잃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뇌의 신경 작용만으로 인간의 정체성을 설명하려는 시도 또한 쉽게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은, 정말 자아가 뇌의 신경 작용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그 사실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자아에 어떤 특별함이 있다고 믿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꺼림칙함은 우리가 다시 자아를 들여다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 이 책은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여러 환자의 사례를 분석하면서 뇌 일부분의 손상이나 위축, 혹은 외부 요인에 의한 변화가 사람의 행동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준다. 특정 뇌 영역이 망가지자, 사람들은 감각이 무뎌지거나, 기억을 잃고, 심지어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성격이 바뀌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환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악화로 이어지기도 하고, 혹은 더 나아가 사회적 정체성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이를 읽으며 결국 자아는 뇌 속의 작은 균열 하나에도 흔들리는, 연약하고 유동적인 존재임을 다시금 체감하게 되었다. 이런 복잡한 이야기는 읽다 보면 보통 피로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이 책의 특징이 있는데, 그건 바로 저자의 서술 방식이다.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마치 상담 일지를 옮겨 적은 듯한 대화체의 활용이나 일상적인 비유를 통해 복잡한 개념을 쉽게 풀어내었다. 덕분에 신경과학 지식이 없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책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자아'라는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저자의 배려가 엿보이는 구간이었다.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나는 이제까지 자아를 '불변의 무언가', 내지는 '신경 작용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복잡한 것'으로 여겨왔던 것 같다. 나조차도 자아라는 개념에 무의식적으로 특별함을 부여하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그 믿음이 뇌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자아는 결코 신비로운 무언가가 아니라, 충분히 신경 과학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물리적인 것이었다(전부는 아닐지라도, 적지 않은 부분을 말이다). 썩 만족스러운 결론은 아니었지만, 사람으로 살아가는 이상, 한 번쯤은 진지하게 고찰해 봐야 할 부분이었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웃사이더 #마수드후사인 #과학책 #신경과학 #뇌질환 #뇌과학 #과학책추천 #뇌과학책추천 #도서협찬
|
|
📚<아웃사이더> - 정체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 책 소개 우리는 종종 몸이 아픈 사람보다 마음이나 인지에 이상이 생긴 사람을 더 두려워한다. 익숙했던 사람이 낯설게 변하는 것, 즉 자아의 변화는 단순한 병의 문제가 아니다. 뇌질환은 사람을 완전히 다른 존재처럼 바꿔놓을 수 있다. 이 책은 자아와 정체성이 뇌 기능에 얼마나 의존적인지, 그 뇌가 변했을 때 삶과 관계, 소속감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환자들의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7명의 환자가 겪은 뇌 손상과 그로 인해 일어난 인지·행동의 변화는 의학적 정보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억을 잃고 타인을 의심하게 되거나, 손발의 위치를 인지하지 못해 일상을 망가뜨리는 사람들, 혹은 환시 때문에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사례 등은 인간의 ‘나다움’ 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자아란 견고한 게 아니라, 끊임없이 사회와 감각과 기억으로 재구성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곱씹게 한다. 💬서평 💡나를 ‘나’ 라고 여기는 기준 기억은 정체성의 핵심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기억이 온전히 보존되어 있어도, 자아가 유지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등장하는 한 환자는 자신이 남편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고 믿는다. 사실은 기억 장애 때문에 남편을 알아보지 못한 것일 뿐이다. 자아의 인식은 단순한 정보 보관이 아니라, 그 정보를 현재의 맥락에 맞게 재해석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또 다른 환자는 자신의 손과 발 위치를 인식하지 못하면서 평범한 일상 동작이 무너진다. 뇌가 우리 몸의 상태를 추적하고 조율하지 못하면, 나라는 사람은 행동 하나조차 책임질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나는 나의 몸, 기억, 감각, 주변과의 관계 등으로 구성된 복잡한 종합체이고, 그중 어느 하나만 어긋나도 자아의 감각은 쉽게 흔들린다. 뇌는 단지 장기가 아니라, ‘나’ 를 가능하게 하는 무대다. 💡사회적 자아와 배제의 두려움 많은 환자들이 고통받은 건 단지 인지 장애 자체 때문이 아니었다. 질환이 그들을 사회에서 밀어낸 순간부터 더 큰 고통이 시작된다. 어떤 환자는 환시로 인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끊기고, 자신이 ‘기피 대상’ 이 되었다는 자각에 괴로워한다. 그는 더 이상 이전의 자리를 유지할 수 없다. 인간은 누구나 집단에 속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그런데 뇌가 오작동하면서 규범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게 되면, 집단은 그 사람을 아웃사이더로 밀어낸다. 고립은 질환의 결과이자 동시에 원인이기도 하다. 정체성이란 것은 사회 속 역할, 기대, 소통으로 이루어진다. 뇌가 무너지면, 정체성도 무너지고, 정체성이 무너지면 사회적 자리도 위태로워진다. 이 악순환은 결국 정체성의 상당 부분이 타자와의 관계 속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정체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자아를 견고하고 고유한 것으로 상정한다. 하지만 환자들의 사례는 그 자아가 뇌 기능에 따라 얼마나 유동적인지를 보여준다. 뇌의 특정 부위에 손상이 생기자, 같은 사람이 완전히 다른 행동을 보인다.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거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부적절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의 뇌가 그렇게 반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문제는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저 사람은 이상해졌어” 라고 단순화해 버리면, 우리는 자아의 복잡성을 놓치게 된다. 오히려 자아란 뇌의 다양한 기능들이 일정하게 작동할 때만 유지되는 섬세한 균형 위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조차도 상황이 달라지면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아는 흐르는 개념이다. 💡경계선에 선 이들, 그리고 우리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들이 ‘남’ 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사고, 병, 노화로 인해 그 경계선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뇌 기능 저하를 겪는다. 자아는 나만의 것이지만, 동시에 환경과 사회적 피드백을 통해 강화된다. 그런 점에서 경계선에 선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은 나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하다. 뇌의 구조와 기능은 과학의 영역이지만, 그로 인해 바뀌는 삶과 관계는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자아는 뇌의 작동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존재이며, 그 자아를 우리가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는 결국 타인과의 관계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경계선에 선 이들을 대하는 태도는 우리 모두가 어떤 존재로 살고 싶은지를 보여준다. |
|
주변에 귀신을 보는 사람이 한두 명씩은 있지 않나? 이는 기가 허해서 그렇다거나 특별한 영적 능력이 있어서 그렇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뇌 기능에 이상이 생겨서 그럴 수도 있다. 50대 후반의 운전기사 와히드 씨는 귀신을 본다며 신경과 의사를 찾았다. 이 의사는 바로 '아웃사이더'의 저자 마수드 후사인이다. 의사는 여러 문진을 통해 그가 파킨슨병을 앓고 있음을 예감했다. 파킨슨병 환자는 움직임이 느리고, 몸이 경직되어 있으며, 몸을 떤다. 걸을 때 팔을 흔들지 않으며, 균형 감각을 잃고,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의사는 와히드의 뇌 영상을 찍기로 했다. 또한 도파민 뉴런을 살펴보는 영상도 촬영했다. 도파민 뉴런이 감소하는 뇌 질환이 바로 파킨슨병과 레비 소체 치매이다. 이 두 질환에서는 환시, 주의 산만, 인지 장애, 그림을 제대로 따라 그리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의사는 와히드가 레비 소체 치매임을 밝혀냈다. 그래서 의사는 리바스티그민을 처방했다. 이 약물은 뇌의 아세틸콜린 농도를 높인다. 이 화학 물질의 농도를 높이면 뉴런 사이의 소통이 개선되고, 감각적 지각도 개선될 수 있다. 정상적인 사람들도 흔히 사소한 환각을 겪는다. 뒤에 누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울리지도 않은 전화벨 소리가 들리기도 하며, 주머니 속에 있지도 않은 휴대전화 진동이 느껴지기도 한다. 감각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왜 무엇인가를 지각하는 것일까? 우리는 보고 듣는 것을 그저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주변 세계를 능동적으로 재구성한다. 그래서 앞으로 들려올 소리나 정보를 미리 예측한다. 시각적 처리 과정이 떨어지면 시야에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 사전 기대가 생기고, 그 결과 환영을 보게 된다. 와히드는 약물을 처방받고 증상이 개선되었다. 책에서는 다양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7명의 사례를 다룬다. 본인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예전의 그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남이 볼 때는 정신병자 같지만, 그것은 뇌 기능의 이상으로 생긴 현상이었다. 갑자기 만사가 귀찮아진 사람은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혈관성 치매에 걸려서였다. 왼쪽에 있는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은 무례한 것이 아니라 뇌의 오른쪽 마루 겉질이 손상되어서였다. 갑자기 할 말을 다 하는 성격이 된 사람은 이제야 착한 아이 굴레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이마 관자엽 치매 때문이었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는 문제들은 뇌 기능 문제였기 때문에, 적절한 약물을 처방받고 호전된 사람들도 있다. 이 책은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와 비슷하다. 실제 환자와 있었던 일을 쓴 과학 에세이이다. 작가는 스토리로 독자를 끌어들인 뒤, 뇌 과학 정보와 자아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제시한다. 환자에 대한 따뜻한 관심 덕분에 정신병원에 들어갔을 사람들의 신경학적 원인을 밝혀내 적합한 치료를 해주는 훌륭한 사람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의 분량 대비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나는 까치 출판사의 팬이다. 까치는 전문 서적이 많고, 본문 글밥도 많다. 하지만 이 책은 기존 까치 책보다 글밥이 3분의 2 수준도 안 된다. 그런데 책값은 비슷하다. 그런 점으로 보아 대중을 겨냥한 책 같다. 책의 난이도는 어렵지 않다. 이 책으로 뇌와 자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
|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언뜻 외모, 개성, 언어와 행동, 말투, 성격, 성향 등 여러가지가 떠오르지만, 이러한 개인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국가, 가족, 직업 등 다양한 사회적 요소도 나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 중의 하나이다. 이렇게 다양한 요인들이 종합적으로 모여 '나'라는 정체성을 결정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들 모두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고 그 중심엔 우리 뇌라는 중요 기관이 있다. 그럼 뇌의 어딘가에 이상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이번에 읽은 책은 이를 소재로 한 '아웃사이더'란 책이다. 이번 책은 신경질환으로 갑자기 성격이나 성향이 바뀐 사람들을 소재로, 뇌의 각 영역과 기능이 인간의 생각과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옥스포드 대학 인지신경과학 교수이자 임상 신경과 의사인 저자는 직접 만난 7명의 환자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것들이 무엇인지 고찰한다. 책속에는 병적인 무관심에 빠지거나, 단어의 의미를 잃어버리며 점점 소외되어 가는 사람, 알츠하이머를 겪는 사람, 한쪽 뇌에 경미한 뇌졸증을 겪은 후 왼쪽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 사람 등 흔히 볼 수 없는 다양한 사람의 사례가 나온다. 저자는 이러한 환자들의 원인을 추적하여 그에 맞는 처방을 제시하고 예후를 관찰하는데,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그 과정을 좇아가며 원인을 함께 유추하고, 저자의 처방으로 환자가 개선되는 것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등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뇌가 인간관계 및 사회적 정체성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뇌의 작은 변화가 사회적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자칫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의학과 임상을 소재로 하면서도, 전문지식이나 어려운 용어는 최대한 배제한 체 마치 수필이나 소설처럼 쉽게 씌여진 점도 장점이다. 추가로 동일한 사물에 대해 정상인에게 보이는 시각과 환자의 시각을 비교하거나, 질환이 발생한 환자의 뇌와 정상인의 뇌를 비교한 그림 등을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각 환자가 겪고 있는 신경질환에 관해 복잡한 서술 대신 간단한 그림으로 직관적으로 바로 이해할 수 있게 한 점도 돋보였다. 그동안 블록체인과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분산 지능에 관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제프 호킨스의 '천개의 뇌'등에서도 상세히 설명된 바 있는데, 인간의 의식이나 성격 등 정체성이 종합적인 뇌의 결과에 기인하기 보다는 신피질 내에 15 만개에 걸쳐 퍼져있는 피질 기둥처럼, 여러 독립적이고 병렬적인 사고의 단위들이 서로 상호작용하여 전체적인 인식과 판단을 만들어낸다는 이론이었다. 이는 다시 Edge AI, AIoT 등 기존의 중앙집중형 AI와 달리 컴퓨팅 자원을 나누어, 혹은 병렬 연산을 통해 인공지능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향하곤 했다. 바텀-업 관점에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설득력 있게 받아들인 이론이었는데, 이번 책을 읽고 생각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책에는 뇌의 특정 부분에 이상이 생겨 기존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된 여러 명의 사례를 보여주는데, 이는 아주 국부적인 영역이라도 변화가 생기면 한 사람 고유의 정체성이 바뀜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역설적으로 앞에서 소개한 분산지능과는 대비되는 결과로, 현재 논의되는 앞으로 인공지능이 인간과 같아질까? 란 물음에 새로운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책을 다 읽고 보니 'Our Brains, Our Selves'란 원제가 눈에 들어왔다. 뇌과학, 신경과학, 임상 뿐만 아니라 인간과 기계, 인공지능에 관해서도 다양한 생각 거리를 던져주는, 그러면서도 이 어려운 소재들을 쉽고 재미있게 절묘하게 풀어낸 책이다. 강력 추천한다. #아웃사이더 #마수드후사인 #이한음 #까치 #정체성 #뇌과학 #신경과학 #인지신경과학 #임상신경학 #알츠하이머 #기억장애 #무관심 #파킨슨 #뇌질환 #분산지능 #중앙집중지능 #크리스토프코흐 #통합정보이론 #IIT #인공지능 #피질 #사회적정체성 #관계 |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당신의 뇌가 망가지면 당신도 사라진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신경학자 마수드 후사인은 뇌과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아웃사이더>에서 인간의 정체성이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합니다. 뇌질환으로 인해 급작스럽게 삶이 무너진 일곱 명의 환자들을 통해 우리의 자아가 얼마나 취약하고 변화 가능한 존재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 환자들은 사회 속에서 역할을 가지고 살아가던 '인사이더'였지만, 뇌 손상은 순식간에 이들을 '아웃사이더'로 만들어버립니다. 동파키스탄(현 방글라데시) 출신인 저자는 영국에서 이민자로 생활하면서 아웃사이더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피부색과 출신 때문에 겪은 차별의 경험이 그로 하여금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더욱 깊은 공감을 갖게 했고, 책 전반에 걸쳐 따뜻한 휴머니즘으로 녹아들어 있습니다. 첫 번째 환자 데이비드의 이야기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의욕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바닥핵 뇌졸중 이후 그는 병적인 무관심 상태에 빠졌습니다. 집안일을 하지도, 친구들과의 만남은 물론이고 자신의 건강조차 신경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데이비드의 경우 뇌의 도파민 수용체를 자극하는 약물 치료로 회복될 수 있었지만, 이 과정에서 그가 얼마나 빠르게 사회적 관계망에서 소외되었는지는 충격적입니다. 두 번째 환자 마이클은 의미 치매 증상을 보이며 점차 단어들을 잃어갔습니다. 농담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던 유머러스한 성격의 그가 열쇠나 의자 같은 일상적인 물건의 용도까지 잊게 되었습니다. 뇌 손상이 의미와 감각을 지우면서 그는 언어적 유희의 세계에서 추방당합니다. 마이클의 사례는 우리가 언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타인과 소통한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언어는 소통의 도구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고 분류하는 근본적인 틀입니다. 언어를 잃어가면서 동시에 사회적 관계에서도 멀어지는 과정은 인간이 얼마나 언어적 존재인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냅니다. 알츠하이머병으로 기억 상실의 복잡한 양상을 보여주는 트리시. 잘못된 기억을 바탕으로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증상도 보였습니다. 기억이 무너지면 인간관계도 무너지며 자아도 서서히 해체됩니다. 다행히 트리시가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사회적 관계가 개선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질병으로 인한 사회적 소외가 질병 자체보다는 질병에 대한 태도와 더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문화적 편견이 질병 치료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와히드의 사례도 독특합니다. 파키스탄 출신 버스 운전사인 그는 밤마다 두건을 쓴 귀신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환영 증상 자체도 괴로웠지만 더 큰 문제는 주변 사람들의 기피, 배제 반응이었습니다. 와히드의 경우는 뇌의 아세틸콜린 농도를 높이는 약물로 치료가 가능했지만 그가 겪은 사회적 고립은 의학적 치료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였습니다. 우리나라도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편견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와히드의 사례는 의학적 치료만큼이나 사회적 이해와 수용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왼쪽에서 오는 정보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게 된 윈스턴, 온화하고 배려심 깊던 성격에서 자제력을 잃고 사람들에게 거침없이 악담을 퍼부으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수, 갑자기 자신의 오른쪽 팔다리를 인식하지 못하게 된 애나의 사례까지 뇌 기능 손상의 결과는 무시무시했습니다. 이처럼 일곱 환자들은 서로 다른 인지 과정의 손상으로 인해 자아의 한 조각을 잃었고, 그 결과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신경 퇴행 질환이든 외상성 뇌 손상이든 간에 이들이 겪은 질환들은 결국 자아를 잃게 만들었습니다. <아웃사이더>는 우리의 정체성이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는 점을 짚어줍니다. 자아는 뇌의 다양한 기능들이 조화롭게 작동할 때 만들어지는 일종의 환상에 가깝다고 합니다. 기억, 언어, 감정, 주의력, 충동 조절 등 각각의 기능이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우리가 '나'라고 인식하는 일관된 정체성이 유지됩니다. 특히 정체성의 사회적 측면을 강조합니다. 우리의 자아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유지된다고 말입니다. 뇌질환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은 곧 사회적 관계에서 소외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일곱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얼마나 쉽게 소외되는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많은 환자들이 질병 자체보다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더 큰 고통을 겪었습니다. 우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아웃사이더>는 보여줍니다. 우리는 타인의 인정과 수용을 통해 자아를 확인하고 유지합니다. 사회적 소외는 질병만큼이나 개인의 정체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자아, 정체성의 비밀을 밝힌 뇌과학 책 <아웃사이더>. 결국 연결의 중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뇌의 다양한 부위들이 연결되어 작동할 때 정상적인 인지 기능이 나타나고, 사회적 관계가 연결되어 있을 때 건강한 정체성이 유지된다는 것을요. 일곱 명의 환자들은 모두 어떤 형태로든 연결이 끊어진 상태였습니다. 뇌의 신경 연결이 끊어지기도 했고, 사회적 관계가 끊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와 사회적 지지를 통해 다시 연결될 수 있었을 때 그들은 자신의 삶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된 존재입니다. 뇌의 신경세포들이 연결되어 있고, 사회의 구성원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연결들을 소중히 여기고 보호하는 것이 건강한 개인과 사회를 만드는 핵심입니다. #아웃사이더 #마수드후사인 #까치글방 #뇌과학 #정체성 #자아 #뇌질병 #인디캣
|
|
'자아'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서로 다른 얘기를 하지만 결국 자아라는 것을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는 없다. 결국 나다움으로 귀결되긴 한다. 개인적인 나다움과 사회적인 나다움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나다움이라는 것마저 명확하지는 않다. 인간은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이다. 결국 나다움은 뇌 세포와 시냅스가 만들어낸 복잡하게 얽힌 화학작용의 결과일까? 이성의 창발정도로 생각해도 될까? 그렇다면 뇌로 인해 갑자기 바뀌어 버린 사람들의 자아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 책은 그런 물음에 대답하고 하는 듯하다. 까치글방의 지원으로 즐겁게 읽어볼 수 있었다. 하루아침에 사람이 변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신경 질환은 그렇게 만들 수 있다. 특히 뇌신경이라면 말이다. 치매로 사람이 바뀌는 건 가장 흔한 일이다. 거기에 사고로 인한 뇌손상이 있을 수 있고 종양이나 물혹으로 뇌의 특정 부위가 압박을 받아 그럴 수도 있다. 뇌 환경의 변화로 사람의 인격이 바뀌어 버린다는 사실을 보면 우리의 자아가 그렇게까지 고매하고 근본적인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뇌 질환으로는 여러 형태가 있다. 단순히 세부적인 단어를 기억하지 못한다든지 기억을 잃어갈 수도 있다. 지금 보이는 것과 과거의 기억이 합쳐져 환영이 보이기도 하고 한쪽 시야의 정보를 완전히 무시하게 되기도 한다. 성격이 과격하게 바뀌고 신체 컨트롤을 잃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치매는 단순히 기억을 잃어가는 병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증상이 다양했고 병명 또한 그랬다. 뇌의 어느 부분이 퇴화되기 시작함에 따라 기억력을 잃을 수도 있지만 기억은 멀쩡한데 그것을 서로 합치는 일을 못할 수도 있다. 때론 신체 제어를 어렵게도 하지만 전혀 상관없게 할 수도 있다. 뇌 질환은 어떻게 보면 인간 자아의 한 조각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그것의 결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된다. 조각들이 모여 하나를 이뤘을 뿐인데 한 조각 들어냈다고 완전 다른 모습이 되어 버린다는 건 이해하게 어렵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 자아라는 건 아슬아슬한 균형 위에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과학적인 얘기는 아닐 것이다. 책은 처음부터 이방인이었던 자신을 얘기하면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뇌질환을 앓으면 사회적으로 배제되기 시작한다. 스스로 사회로부터 멀어지는 '아웃사이더'가 되는 것을 택한다. 하지만 그들 역시 사회의 구성원이었고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지내던 사람이었다. 사회적 자아는 어쩌면 주위 사람들의 지지로 유지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호소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뇌 질환으로 사회와 격리를 시작한 이들에게 치유를 통한 복귀와 자아의 회귀등을 얘기한다. 자신을 잃어가는 것은 정말 잃어가는 것일까 변해가는 것일까 잠깐 생각을 해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