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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문학상 작품중에 나에게 심금을 울린 책한권을 들고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잃어버렸던 마흔넷의 나이를 찾게해준 소중한 한권의 책 " 비밀정원"에는 동심의 이야기가 켜켜히 쌓여있었다. 주인공인 이요의 시선으로 바라본 노관에서의 어머니와 율이삼촌의 남모를 애틋한 이야기가 자물쇠처럼 꽉 잠겨져 있어서 선뜻 열리지 않은 듯 했다. 마치 내 인생의 어긋난 첫사랑처럼 ... 오버랩되어 스무해가 훌쩍 넘도록 먼지가 수북히 쌓여 말하지도 뚜껑이 열리지 않은채로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스무살 가슴앓이의 첫사랑이 항아리속에 담겨져 굳게 봉인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강릉의 종가집 노관의 살아온 역사가 침묵이 미덕이었던 것 처럼, 내 친정엄마가 " 첫사랑은 가슴에 푹 묻어야된데이... 스물한살, 스무살의 푸릇한 시절에 회사거래처였던 " 나만의 그대" 가 되어주었던 사람, 집안의 장손에 장남이며, 8살이나 연상이었던 그와의 짧은 사랑은 집안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이별을 선택해야 했던 쓰라린 아픔이 생각났다. 한용운님의 시구절처럼 "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도 가슴에 고이 접어 눈물을 삼켜야 했던 짧은 사랑이 스치는 눈물의 날들이었다. 주인공 이요의 어머니와 율이 삼촌의 못다한 사랑은 아직도 먹먹한 그리움이 되어 지천을 헤메이는 듯 하다. 율이 삼촌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 사랑시"로 표현해서 흔적을 남겼던것을 보며 이토록 아름다운 사랑시를 본적이 없다고 하는 율이삼촌의 친구 손상기 교수는 온전한 율이삼촌의 편이었다. 친구의 속마음까지 헤아리는 참 괜찮은 사람이었고 같은 시대 1970년대 1980년대의 어두운 자화상에 빛이 되어준 친구였다. 율이삼촌은 어머니와 같이 용기를 내어 남은 인생을 같이 살아가고픈 마음에 말했던 구구절절한 한마디가 내 머릿속에 입력이 된것 같다. " 당신의 문 밖에 나를 너무 오래 세워 두지 마시오..." 이 한마디는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을 이루지 못한 젊은 연인들에게 하는 마지막 절규인것 같다. 내 인생을 불을 켜준 하나의 소설을 만났다. " 비밀정원"은 마흔이 훌쩍넘은 내 여린 감수성을 심장째로 흔들기 시작했다. 내가 만약 율이삼촌과 이요의 어머니였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모든것을 정리하고 오직 "사랑"만을 찾아가는 지고지순한 민들레꽃같은 사랑을 했을까? 아니면 이요 어머니처럼 용기가 없어서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이고 노관에서의 생활에 만족하며 안타깝지만 쓰라린 사랑을 접으며 가슴속 아픈 통증을 느끼며 살아갔을까? 하는 2가지 생각을 해본다. 한번뿐인 인생 ... 내가 가장 뜨겁게 사랑하는 그대를 만났다면 앞 뒤 돌아보지 않고 사랑만을 생각하며 같이 손잡고 새로운 인생을 개척했을 것이다. 남들의 눈치나 수근거림은 한차례 바람처럼 지나가버린다. 내 인생이 가장 빛나고 소중하니까 내 사랑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고 싶다. 2019년의 21세기에서 20세기의 끄트머리로 타임머신을 타고 숨가쁘게 달려온 1970년대, 1980년대를 재조명해보는 민족의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빛바랜 소설이지만 독자들에게는 빛나는 소설이었다. 추억의 노래중에 김성호 라는 가수가 불렀던 " 회상"이라는 노래가사가 생각나는 그림같은 풍경화 한폭에 인생의 "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담은 그림한점을 감상하는 것 같았다. " 바람이 몹시 불던 날이었지. 그녀는 조그만 손을 흔들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너의 눈을 보았지. 으흠... 하지만 잡을 수는 없었지 지금은 후회를 하고 있지만 멀어져가는 뒷모습보면서 두려움도 느꼈지.으흠 이제는 혼자라고 느낄때 보고 싶은 마음 한이 없지만 찢어진 사진 한장 남지 않았네..." 이별을 노래하는 아주 오래된 노래가 입안에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별에 관한 노래는 많지만 비밀정원 소설의 주인공처럼 가슴시린 이별을 하는 이야기에서는 이 노래가 마음을 울리기 시작했다. 율이 삼촌과 팔순이 넘은 명주의원 노의사의 대화가 잔잔한 울림을 주기 시작했다. 가슴아픈 사랑에 대한 깊은 충고이자 인생경험속에 우러나온 깊이있는 대화가 알알히 가슴속에 박히는 듯 했다. " 세상의 말들이란 차창의 풍경처럼 빠르게 지나가네. 재빨리 지나가고 또 가버리면 그걸로 그만이지. 남의 눈에 인생의 기준을 두지는 말게. 마음에 해를 품었거든 해를 따르고 마음에 달을 품었거든 달을 따르게. 시간이 기다려주질 않아 . 사랑도 해처럼 진다네 자네도 충분히 아니 지나치게 기다렸어. " 이렇게 말을 한 노의사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고 더이상 사랑앞에서는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강력하게 충고했다. 늙고 나이든 노의사가 노관에 마지막 왕진을 와서 율이삼촌에게 과감한 용기있는 말들을 쏟아내놓고 총총히 떠났다. 우리 인생에 사랑이라는 이름앞에 용기있고 결단력있는 선택을 할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될까? 사랑에도 색깔이 있어서 빨주노초파남보 .... 레인보우 색깔로 변해서 사람을 힘들게 하고 아파하고 있다. 결혼이라는 인연을 맺어서 19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온 올해 반백살인 내 남편은 가슴저릿한 첫사랑에 실패하고 나서 사랑이라는 약속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때는 모든것이 서툴고 어렸고 사랑의 대처방법이 미숙한 풋내기 사랑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랑에 아파하고 이별에 익숙하지 않는 연인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 비밀정원 " 소설이다. 하이얀 백지위에 자신이 스케치를 하고 자신의 연인들과 같이 색색깔로 색칠을 덧입히고 그림을 완성해가는 봄풍경을 그려낸 소설같다. 현란하고 화려하지 않고 수수한 우리집 시골집 어머니가 끓여진 가마솥밥에 부글부글 된장찌게가 익어가는 풍경까지 표현의 의인화기법으로 " 겨울바람이 뒷산의 대숲을 탬버린처럼 흔들고 지나갔다. "는 절묘한 표현까지 서슴없이 꺼내놓은 작가의 표현력에 감탄할 뿐이다. 먼지가 폴폴 나는 서랍속에 세월에 묵혀서 툭툭 털어내면 갓 스무해를 넘긴 우리 친정엄마의 미니스커트 입은 사진이 슬며시 추억을 흔든다. 가장 빛나던 시절, 1970년대 공장의 여공으로 산업의 일꾼이 되었던 나의 친정어머니의 기억까지도 오버랩되어 한권의 소설은 기억이자 공간이자 역사가 되어 2019년의 봄 ... 나를 깨운다. 억척스런 부산아지매로 살아온 칠순이 훌쩍 넘은 엄마의 역사가 , 엄마의 젊은 시절의 이별 나의 스무살시절의 첫사랑의 쓰라림까지 .. 지금 내 딸의 중학교 2학년 소녀의 여물지 않는 선생님에 대한 짝사랑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사랑의 모든 기억들을 . 툭툭 건드리는 기억들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소설이 " 비밀정원" 이었다.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의 꽃말은 목련이다. 목련꽃같이 화려하게 피었다가 소리없이 지고마는 슬픈 꽃같은 소설 후두둑 꽃들이 바람이 날려 떨어지듯 우리의 지나간 인생의 수많은 이별들도 스쳐지나갔지만 지나간 것들은 다 슬프지만은 않다. 고운 꽃잎들처럼 향기로움과 꽃피운 청춘들의 추억을 남기고 갔기 때문이다. "비밀정원은 이별을 노래하는 "사랑시" 이기도 하고 애달프고 서글픈 우리 시대의 많은 청춘들을 토닥여주는 위로와 힐링의 대서사시 가 아닌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