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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명 정도의 수필가들의 짧은 수필들을 모아서 수필가이자 문학 평론가인 한상렬님의 수필 평설이 곁들여져 있다. 대개, 책들을 보면 크게 두 가지다. 내용은 허접하기 짝이 없는데 표지나 제목이 그럴 듯한 '낚시' 책. '낚시'가 주제라는 게 아니라 잘못 걸려들었다는, 속어의 그 '낚시'말이다. 요즘 이런 책들이 너무 많다. 특히 여건상 온라인 서점에서 도서 구매를 하는 편이라, 책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잡듯 들여다보고 구입하지 못해서 이런 낚시에 잘 걸려든다. 20권 정도 책을 샀다가 거짓말 안 보태고 15권은 반품하거나 누구 줘버리거나 되팔거나...그냥 한 번 읽어 주는 것만도 대단한 선심이 되는 책들이 요즘, 너무 많다. 또 다른 책은, 그 반대로 내용은 괜찮은데 표지나 편집, 구성이 허접한 책이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표지나 본문을 한 번 눈으로 훑으면 절대로 사고 싶지 않다. 폰트도 올드하고 출판 형식을 가장 기본으로만 맞춘, 이를테면 자비 출판이나, 자비 대행 출판 쪽에서 낸 것 같은? 이 책 역시 온라인에서 구매해서 종이질이나 편집의 상세한 속내를 모르고 구입했다. 거듭 말하지만 폰트, 편집 상태는 허접하다기보다는 너무 성의없는 그저, 기본, 기본. 편집, 디자인, 종이질, 폰트...뭐 이런 것들이 왜 중요하냐면, 책의 내용과 메시지에 향기를 입혀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니 딱히 메시지는 없다. 그래서 더 편집과 레이아웃같은 시각적 공력이 필요하다. '글'을 다루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것도 아주 좋은 글. 모두 연세 지긋한 수필의 노장들 같다. 웬만한 소설가, 수필가, 시인들의 이름을 꿰고 있지만 김애자, 송연희, 최민자 님 외에는 낯선 편이다. 그건 '연세'에 그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 나하고 세대가 달라서 접점이 약한... 연배있는 수필가 님-내 추측이지만-들의 글이라 연륜이 있다. 확실히 깊이가 있다. 그런데 너무 깊다. 읽다 보면 공감보다는 좀 서글퍼진다. 내용도 '늙음'에 대해, 화살같은 '시간'에 대한 고찰과 상념이 많다. 전부 다 그런 건 아니지만...대체로 글이 천천히 읽힌다. 그래서 졸릴 때도 있다. 그런데 좋은 글임은 확실하다. 좋은 마음, 좋은 생각, 좋은 의도를 갖고 나온 책이다. 한상렬 님의 평설에서도 글쓰기와 연관해 배울 점이 많다. 단어들이 좀 한문투라 갑갑증은 있었다. 연배가 있으시니 어쩔 수 없는 부분 같지만... 폰트는 인간적으로 너무 크다. 중학교 국어 교과서 보는 것 같다. 좋은 글의 향내를 음미할 수 있는 편집의 부분이 너무나도 아쉬운 책이다. 수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읽기를 권한다. 수필은 스토리 중심인 소설과 달라서 '연륜'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정말 많다. 수필은 삶의 단편을 그대로 기록하는 장르니까 말이다. 이 책은 2편도 있다. 2편에서는 편집 상태가 좀 나아졌나, 우려되지만 그래도 글이 좋아 2편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되팔지 않고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