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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오래전 만났던 또 하나의 문화의 여성학 시리즈 도서들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가 막연하게 느껴왔던 생각들을 또 하나의 문화는 새로운 시각으로 논리정연하게 알려주었다. 덕분에 내 머리속이 제대로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결혼 전 관심사는 새로쓰는 사랑, 결혼, 성 이야기였다. 이제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 지내다 보니 서서히 주된 관심사가 여성, 주부, 아이들 쪽으로 기울게 된다.
여성으로 태어난 것은 내 자유의지가 아니더라도 주부라는 직업을 택하게 된것은 결국 나의 결정이었다. 이 땅에서 주부라는 이름으로 살게된지 벌써 8년차, 어느새 세월이... 여성학 공부를 제대로 하지는 않지만 때때로 여성학 관련 책자들을 찾아 읽어보기도 하고, 종종 여성을 주제로 한 에세이, 소설, 영화 등에 한 번이라도 더 눈길을 보내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여성으로, 그리고 이제는 주부로 살아가고 있는 나의 정체성을 찾아보려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이번에 읽은 <주부, 그="" 막힘과="" 트임="">은 주부라는 직업을 가진 이 땅의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이 책의 전편에 흐르는 주제는 주부의 자율성 확립과 그를 통한 가정과 일터의 변화, 더 나아가서 사회라는 영역 총체를 바꾸려는 것이다. 먼저 '현모양처'를 여성의 궁극적 목표로 제시하는 이 사회에 대하여, '주부로서의 삶은 행복한가'라는 진부하지만 지나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이 책에서는 좌담, 논설, 주부의 목소리, 시,현장연구, 서평, 창작 촌극, 자기 역사를 써 보기등의 다양한 테마를 통해 결국 '아니다'라는 대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현모양처이며 내 생활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내 모습에서 별 불만과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을 오히려 다행이라며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에 많이 공감하게 되었다. 책 속에서 우리의 과제는 주부들이 속깊이 감추어 둔 에너지를 큰 힘으로 모으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실마리는 추상적인 이념이 아니라 주부가 날마다 꾸려내는 살림의 테두리 안에서 찾아 내자고 한다. 주부 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한 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참, 이 땅의 주부들이여, 화이팅!!! [인상깊은구절] 우리의 과제는 주부들이 속깊이 감추어 둔 에너지를 큰 힘으로 모아가는 데 있다. 그리고 그 실마리는 추상적인 이념이 아니라 주부가 날마다 꾸려 내는 살림의 테두리 안에서 찾아 낼 수 있다. 주부는 살림의 주체자로서 스스로 설 수 있으며, 가족을 그리고 이웃을 바로 세울 수 있으며, 인류를 건강하게 지켜낼 수 있느 힘을 가지고 있다. 주부들이 자신 속에 있는 힘을 깨닫게 될 때, 변혁의 물길을 주도하는 대열에서 다른 여성들과 손을 잡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일 것이다.주부,> |
| 또 하나의 문화 시리즈는 내게 여성으로서의 자각과 인식을 하게 해준 책이다. 그 덕에 지금 여대생인 나는 여학생회에 몸담고 있다. 여성 문제 , 이것을 인식하게 되기까지 책이 바로 선생님이었다고 해야할까. 이 책을 통하여 올바른 평등 부부의 상을 그리기도 하며 내가 주부가 된다면, 내가 아이를 가진다면, 가끔씩 상상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평등한 , 민주주의 적인, 이상적인 가정을 이룰 수 있을까 고민하게금 한다. 끝없는 집안 일, 시댁과의 갈등, 자녀 양육 ... 결혼한 여성에게 주어지는 많은 임무들.. 결혼과 동시에 지레 포기하는게 아니라 올바른 가족의 상을 항상 그리면서 살아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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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글'에서 또하나의 문화 동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먼저 '현모양처'를 여성의 궁극적 목표로 제시하는 이 사회에 대하여, '주부로서의 삶은 행복한가'라는 진부한 그러나 지나쳐 버릴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아니다'라는 대답을 들은 우리는 두 번째로 '취업은 과연 탈출구가 될 수 있는가'를 물었다. 그리고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이 사회는 여성에게 과연 어떤 사회인가? 우리는 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가? 우리는 여기서 여성들의 하나됨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임을 깨닫게 되었다.'
위의 말은 이 책의 내용을 아주 잘 요약한 것이다. 또문 동인지의 포맷을 따라, '좌담' '논설' '현장연구' 등과 함께, 다른 동인지에서는 '적응과 성장'이라는 제목으로 묶였을 글들이 '주부의 목소리'란 제목으로 묶여 있는데, 모두 '주부는 행복한가' '주부로 행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나는 어떻게 주부 생활을 하고 있는가'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중산층 이상 계층의 여성들을 목표로 한다, 등 그 계급성에 대한 비판을 또하나의 문화가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면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웬지 또문 동인지를 읽고 나면, '그래도 우리(동인들)는 다들 잘 살고 있네'라며 과시하는 걸 본듯한 찜찜함이 남을 때가 있다. 이 책도 마찬가지... [인상깊은구절] 남성은 공적 영역에, 여성은 가정 영역에 보다 가까운 존재로 인지된 것은 그 역사가 깊다. 그러나 여성이 공적 영역에서 체계적으로 배제되고 일터와 가정이 엄격히 분리되는 것은 자본주의적 산업화 이후이다. 경제활동이 생계유지 생산수준에 머물렀던 농경사회에서 가정주부는 엄한 이데올로기적 규제는 받았지만 '진짜 일'을 남성과 함께 해왔다. 그들의 노동은 사회적 인정을 받았으며 스스로도 그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집안일은 과거 농부의 아내가 가족의 생계유지에 필수적이었던 것과 같은 정도의 유용성을 주장할 수 없게 되었다. 오늘날 가정주부의 일과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생산'과의 관계는 간접적이며 가정주부의 위치가 약해진 것은 바로 이런 생산과의 관계 변화와 관련된다. 다시 말해서 자본주의 사회내 남자들의 노동자화 과정은 여자들의 가정주부화 과정과 함께 일어났다는 것이다. 즉 남자들을 숙련시키고 장기간 일터에 묶어두는 노동자화 과정은 여자들을 가정에 묶어두는 과정과 동시에 일어났으며, 이로써 노동력을 가장 값싸게 재생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p. 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