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유명 역사가인 요하임 페스트의 Der Untergang(몰락) 은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어 나오면서 '히틀러 최후의 14일' 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사전에 이 작품이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그 고증성과 작품성때문에 큰 호응을 얻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책의 출판과 거의 동시에 구입해서 읽었다. 과연 그 명성이 헛되지 않는 듯하다. 번역도 참 잘되어 있어 읽기가 매우 편함은 치지 않더라도 14일 전부터 매일매일의 사건을 마치 현장 그대로 전하려고 작가는 최대한 노력하고 았다. 책 후반분에 작가는 책 중간중간 주석을 달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너무 방대한 자료들을 참고하고 정리했으며 섞여있기에 주석을 다는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라고 말이다. 이렇게 많은 준비가 뒤따랐으니 작품또한 좋은 이유인것 같다. 내용또한 흥미 진진했는데 그 동안 단편적이고 짧게 서술되어 있는 부분을 이렇게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가하는 점에서 다시한번 놀랐다. 특히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 인간들의 원초적인 행동이 적날하게 드러나있다. 밖에서는 베를린 공방전이 치열한 가운데 지휘벙커에서는 난데없는 술파티가 열리고 다른 곳에서는 군인들이 환락의 도가니에 빠져든다. 어차피 죽을 상황인데 마지막까지 쾌락을 누리고 가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여기서 히틀러는 '희망' 이라는 것을 끝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한 늙은 사람에 불과하다. 끊임없이 희망을 찾으려하고 마지막 확인을 통해서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자살한다. 그래도 모든이들이 탈출을 권유하고 피하자고 하자 떠나고 싶은 사람은 떠나도 좋다고 하며 마지막까지 총통지휘소를 탈출하지 않고 여기를 지키다 죽겠다는 의지를 다질때, 악인이지만 지휘자다운 면보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부하들 중 상당수는 떠나도 좋다는 허가가 내리기 무섭게 베를린을 탈출한다. 이 얼마나 냉혹한 인간상이란 말인가. 괴벨스의 부이인 마그나 괴벨스가 4명의 어린아이들을 청산가리로 죽인뒤에 다시나와 카드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묘사할때, 이 책의 엽기적이야기는 그 절정에 다다른다. 그들의 죽음또한 정말 엽기적이다. 총통은 죽고 나자 사람들은 밖에서 싸우는 병사들의 안위보다 망해버린 나라의 후계자가 되고자 몇시간 동안의 권력다툼도 벌어진다. 히틀러의 유언으로 차기 총리로 지명된 되니츠제독 보다 연합군에서 히틀러의 사망소식을 '공식적으로' 듣는다. 권력다툼을 위해 자기편에게는 총통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다.!!! 밖에서 무의미하게 희생되는 시민들, 끝가지 그 희생을 강요하는 지도부.. 이는 빨리 베를린을 점령하고 싶은 생각에 병사들을 무자비하게 밀어넣는 소련군 역시 마찮가지이다. 이런 사태로 소련군은 베를린 공방전에만 무려 30만명이 넘는 전사자가 발생했다. 참으로 여러가지를 느끼게해주는 책이었다. 참고로 사례를 소개하면 유명한 베를린 국회의사당 공방전에서 소련국기를 게양한 이는 사전에 먼저있었다. 하지만 이는 '공식적'인 것이 아닌 관계로 다른이에게 영애가 돌아간다. 또, 독일 사령부에 먼저 진입한 사람도 역시 '공식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에 그 공이 인정되지 않고 다른 '공식적인 이'가 '소련의 영웅'이라는 칭호를 받는다. 그런데 책 마지막 부분에서 작가가 책을 발표하고 실제 사람들이 보내온 반응에 따르면 그 유명한 베를린 국회의사당 공방전이 허구라는 사실을 알려온 예가 있다. 즉, 소련측에서는 갖은 고투끝에 베를린을 점령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위해 그 유명한 베를린 국회의사당 공방전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실제 아직 생존해있는 베를린 국회의사당 경비병은 격력한 전투없이 수비대가 항복하여 국회의사당을 넘겨줬다고 주장한다!!! 진실은 무었인가?! 이는 아주 작은 예의 불과할 것이다. 또 요하임 페스트 역시 이러한 점들을 참고하며 책을 만들었다. 사람들에 대한 것, 역사적 진실, 망국직전의 국가모습, 등등 생각할 점들이 너무나 많았던 작품인듯하다. 독어만 능통하다면 요하임 페스트의 작품을 모두 읽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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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가는 전쟁의 마지막 며칠 동안 일어난 일에는, 패배를 더욱 키워 파국으로 바꾸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절망의 에너지가 작동하고 있었다. 히틀러는 벌써 1930녀대 초에 다가오는 전쟁의 환상 속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만일 우리가 이기지 못한다면 “우리가 몰락하면서 세계의 절반을 우리와 함께 몰락으로 끌고 가리라.” 이제 그는 그 예언을 현실로 만들 순간에 이르렀다. –p54
히틀러는 폴란드 전선에서 이미, 항복 의사를 가진 바르샤바에 포격을 고집하였고 탐욕스런 눈길로 쌍안경을 들여다보며 파괴의 모습에 흥분하였다. 나중에는 파리를 파괴할 생각을 하였고,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일종의 열광에 사로잡혀서 폭탄과 로켓포로 맨하튼의 고층빌딩들을 공격하면 나타날 파괴적인 장면들을 그려보았다. –p190
헷갈리지 않고 가능하면 열정적 비감과 두려움과 묵시록의 모습을 지닌 오페라 방식으로 말이다. 어쨌든 그것은 기억할 만한 퇴장 방식이었다. 그가 평생 갈망해온 명성은 단순히 정치가의 그것은 아니었다. 자율적인 복지국가의 지배자나 위대한 사령관이라는 명성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러한 역할에 만족하기에는 그의 내면에 다른 것들 말고도 너무 많은 바그너적 요소, 너무 많은 몰락에의 의지가 있었다. 그는 청소년 시절에 린츠 오페라 하우스의 입석 자리에서 바그너의 <리엔치>를 보았다. 리엔치는 중세 말기 로마의 민중 운동 지도자이자, 스스로 호민관이라 자처했던 인물로 세상의 몰이해로 인해 몰락하게 되자 마지막에 죽음과 자기 파괴를 선택하였다. “그 순간에 시작되었다!”라고 히틀러는 수십 년이 지난 다음에도 행복하게 고백한 적이 있었다. –p191
20세기 가장 드라마틱한 생을 살다간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장본인이지만, 패색이 짙어지자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이 책은 그가 자살하기 전 14일간 자행했던 파괴의 기록을 담고 있다.
그는 정치인이라기 보다는 파괴자였다. 항복 의사를 밝힌 도시에도 폭격을 내리부었고, 도시가 몰락하는 모습에 몹시 흥분을 느꼈다고 한다. 히틀러는 바그너의 오페라를 좋아했는데, 바그너 오페라의 결말은 늘 파괴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좋은 소재, 눈길을 끄는 사진들이 많이 등장하긴 하지만 책 구성엔 불만스럽다. 저자도 '뒤죽박죽' 증언 때문에 주석을 달지 않는다는 언급을 했지만 번역도 전체적으로 매끄럽지 않다. 가령 이런 것들.
"헷갈리지 않고 가능하면 열정적 비감과 두려움과 묵시록의 모습을 지닌 오페라 방식으로 ".
헷갈리지 않고 가능하다는 게 무슨 뜻인지... 어순도 '헷갈리지 않고'가 '가능하면' 앞에 오는 것이 맞는지...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던져보는 질문이 있다. 전쟁이건, 죽음이건, 프로젝트의 납기건, 라면 먹을 때 마지막 남은 단무지 한조각이건 극한으로 내몰리는 순간, 바로 그 최후의 순간에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라는 것이다.
평소에 아무리 좋은 얼굴을 하고 있더라도, 갈등 상황에 봉착하면 급변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한결같은 침착함과 이성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내 모습은 어디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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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독일에서 화제의 베스트 셀러였으며 영화로도 제작되어 독일에서 흥행에 성공했다는 것은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 저자가 유명한 역사가이자 저술자라는 것도) 단지 이 책을 사게 된 계기는 스탈린의 지시를 받고 소련 비밀 경찰 요원들로 구성된 작가 집단이 4년간 저술한 '히틀러 북'이라는 책을 읽고 히틀러라는 인물에 호기심이 발동 하여 충동적으로 구매하게 된 것이다. 특히 히틀러 북은 '히틀러 최후의 14일'에도 나오는 수년을 히틀러와 함께한 전속 부관 2명을 심문 하여 쓴 책이라 역사적 신빙성의 기초는 있으나, 독재자 스탈린의 입맛에 쓰여진 것이라 한계가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였다.
이 책은 승자의 수장에게 보고하기 위해 쓰여진 히틀러 북의 한계를 보완 해주리라는 나의 기대를 저버렸지만 책 자체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2권의 책중 하나를 고르라 한다면 히틀러 북을 추천하고 싶으며 적어도 나에게는 히틀러 북이 보다 인상 깊었다. 그 이유는 역사적 생생함이 히틀러 북에 보다 많이 묻어 나있기 때문인데 사실 이 책 내용의 절반은 역사적 성찰에 관한 내용이어서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다만 이 역사적 성찰에 대한 내용에 독자인 내가 쉽사리 동의 하지 못해서 이 책이 만족스럽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이외에 책 내용이 얼마 되지 않는 점도 불만 스럽다.
도이치 민족의 역사와 문화의 결과물로써 히틀러를 보는 시각은 동의하고 그러한 전체적인 역사적 성찰은 필요 하다고 생각하지만 바그너 오페라와 같은 자기 몰락 의지로 자신들의 몰락을 역사상 가장 기억에 남는 신화적인 장엄한 모습으로 남기기를 원했다는 식의 주장은 쉽사리 동의 하기 힘들다.
이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부분중 인상 깊은 부분은 히틀러가 그 어떤 문명적인 이념도 갖지 않았었다는 것이다. 세계를 지배한 세력은 그 차이가 있지만 아무리 약한 것일지라도 평화나 발전, 자유등과 같은 인류를 위한 어떤 약속을 내놓았다. 심지어 히틀러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스탈린 마저도 말뿐인 미래의 약속으로 자신을 치장 하였다. 타 민족을 정복하려는 욕망과 욕심, 명예욕등은 이런 방식으로 짐을 덜어 주고 드물지 않게 역사에서 사면을 얻었으나 히틀러는 그런 이념적 은폐는 포기하였고 오직 파괴, 정복, 인종 절멸만이 있을뿐이었다 심지어 그는 수많은 연설과 대화에서 '세계 권력이냐, 몰락이냐'하는 양자 택일의 문제라고 말하곤 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파란만장한 삶을 산 사람을 꼽으라 한다면 세계를 적으로 만들고 정복하려 한 사나이 히틀러를 꼽을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무명 청년에서 독일의 총통으로, 그리고 유럽의 지배자가 된 사나이의 몰락의 마지막 2주를 잘 묘사하고 있으며 그의 마지막 모습이 궁금한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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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이 끝이 났음을, 생의 마지막 순간이 눈앞에 보임을 깨달았을 때 사람은 어떤 행동을 보일 수 있을까. 분명 죽음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약하디 약하게 만드는 최고의 무기임에 틀림없다. 이는 하나의 법칙과도 같아서 악인이라 할지라도 그 틀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다. 하지만 몇몇 이들에게 불명예는 죽음보다도 더 강렬한 힘을 지닌 것으로 느껴진다. 그렇기에 그들은 스스로 죽음을 택함으로써 다른 이들로부터 자신의 삶에 관여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다. 히틀러의 죽음에 대해서는 추측이 많았다. 전쟁 이후에도 가명을 사용하고 분장을 한 상태로 평온히 살았다는 이야기에서부터 가장 유력시되는 자살했다는 이야기까지... 히틀러에게 있어서 게르만 민족은 절대시되는 존재였기에, 그가 민족을 버리고 자신을 파멸로 몰고 갔다는 사실은 많은 독일인들에게 믿기지 않는 것이었다. 차라리 그들은 자신들의 총통이 소련군과의 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했다고 믿는 편이 더 쉬웠을 수도 있다. 이 책은 자신이 절대시하던 민족마저도 등진 채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했던 히틀러의 마지막 14일을 그리고 있다. 이미 전쟁은 끝이 보이고 있었다. 기본적인 무기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열악한 현실, 독일군은 잘 훈련된 군대이기보다는 마지막 발악을 위해 급조된 집단이었기에 그들의 사기는 떨어질 만큼 떨어진 상태였다는 점에서 패전은 예견된 것이었다. 하지만 지하 벙커에서 측근들에 의존해 있는 히틀러에게 소련군의 참전 소식은 그저 아득한 것이었다. 그의 삶은 위기의 연속이었고, 그의 집권 역시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는 순간 찾아온 것이었기에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희망을 놓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에게 위기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본 듯했다. 하지만 그것은 일종의 기만이었다. 그의 소식통들은 정확하지 못했으며 무엇보다도 그들의 총통을 향한 믿음은 그리 강렬하지 못했다. 그들은 달콤한 말로 히틀러에게는 승리를 확신시키면서도 한 편으로는 패전 이후를 상상했다. 일종의 양다리 걸치기 전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들의 비열한 태도는 절대 권력을 향한 한 인간의 처절함이었다. 연합군이 이기면 연합군 편에, 나치가 이기면 나치 편에 서서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유지하고자 했던 그들에게는 무엇이 옳고 또 무엇이 그른지에 대한 기본적인 물음이 불가능했다. 존재하지도 않는 희망들이 히틀러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그 순간에도 권력을 잡고자 하는 이들은 침묵을 위시한 다툼에 여념이 없었다. 그랬기에 절대 권력을 영원히 소유할 것만 같았던 히틀러는 철저히 혼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외로움의 순간을 잠재운 것은 잔인함이었다. 다른 이들의 손길은 철저히 거부한 체 독일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곳이길 바랬던 한 인간 히틀러는 타인 아닌 자신의 힘으로 스스로 이룩한 모든 것을 무너뜨리려 들었다. 적에게 그가 보여주고픈 것은 오로지 멸망, 철저히 무너진 모습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패배를 희석시키기 위한 일종의 노력이었는지도 모른다. 승리한 이들에게 폐허만을 안겨줌으로써 그들의 영광을 무참히 짓밟고자 하는... 나치에 충성하던 모든 이들은 한 순간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돌변했다. 베를린에 있던 모든 이들은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포로였고, 죽음을 기다리는 여린 생명이었다. 그 프로젝트의 끝은 자신의 생명을 향한 총구였다. 제 2차 세계대전은 분명 인류 최대의 비극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히틀러의 삶이 어떻게 마침표를 찍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이, 너무도 덤덤하게 적어나간 14일의 기록이 가치 있는 이유이다. 하지만 앞이 안 보이는 뿌연 절벽을 향해 치닫던 그 순간에도 어김없이 발휘되던 권력욕과, 타인의 아픔에는 전혀 공감하지 못한 체 이 세상 모든 것과 자신을 동일시하던 한 인간의 잔인함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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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히틀러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히틀러에 관한 별다른 정보 없이,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고 단순히 대중매체가 보여주는 모습만을 떠올린다면 대부분이 그를 지독한 악마 또는 무자비한 살인광 정도로 기억하지 않을까?
히틀러가 상기시키는 그 어떤 이미지라도 모두 파괴와 광기로 범벅되어 있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수백만에 달하는 유대인을 학살하고, 전 세계의 땅을 찢어놓은 전쟁의 주범인데다가 그 비정한 눈빛까지. 깔끔하게 정돈된 머리 모양이나 콧수염으로 가리고 있지만 목에 핏대를 세우고 책상을 두드려가며 대중들을 현혹하는 웅변술을 떠올려본다면 누구나 그를 악마로 생각할 수밖에 없겠다. 그런데 과연, 히틀러라는 인물에게서는 도저히 인간적인 면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완전한 악마였을까?
《히틀러 최후의 14일》은 히틀러와 제3제국이 파멸하기까지 마지막 14일을 담고 있다. 이 책은 히틀러가 품었던 원대한 포부, 그의 충성스러운 부하들, 승리를 거듭하는 역전의 용사들, 열광적인 지지를 보낸 국민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 책에서는 히틀러의 거대한 망상, 기회주의적인 부하들, 거듭된 패배로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던 유령병사들, 잿더미가 된 베를린을 거처 없이 떠도는 국민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공기가 가득 찬 풍선을 쥔 손을 놓으면 서서히 바람이 빠지다가 끝내 미친 듯이 요동치다가 땅으로 추락하는 것과 같이, 히틀러와 제3제국은 과격하게 부풀어 올랐다가 서서히 파국을 맞이했으며 급기야 처절하게 몰락하였다. 저자 요하임 페스트는 덤덤하고 객관적으로 이 처절한 몰락을 이야기하고 있다.
‘악마’ 히틀러를 대표하는 깔끔한 머리모양과 콧수염은 헝클어지고, 잘 정돈된 제복은 먹다 흘린 음식물로 더러워졌다. 큰 강당을 가득 채운 군중을 휘어잡던 그의 웅변술은 온데간데없이, 햇빛은 고사하고 소련의 폭격 소리만 가득한 지하벙커에서는 그 누구도 히틀러가 하는 말 따위는 귀담아 듣지 않는다. 이제 히틀러는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지하벙커를 정신 나간 노인처럼, 벽에 기대지 않고는 도저히 발도 떼지 못하며 이리저리 헤매는 병약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전 세상을 호령하겠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전 세계를 상대로 무모한 싸움을 벌인 광기어린 히틀러는 분명히 ‘악마’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가 품은 거대한 망상은 몰락이라는 선물만을 안겨주고 광기어린 모습을 빼앗아갔다. 그 처절한 몰락의 끝에 주저앉아 있던 힘없는 노인은 우리가 기억하는 ‘악마’의 모습이 아닌, 그저 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역사란 언제나 승리자에 의해 기억되고 기록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확한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승리자에 의한 역사와 더불어 패배자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요하임 페스트는 균형 잡힌 시각을 통해 히틀러와 제3제국의 마지막 몰락을 그리면서 우리에게 패배자 독일의 목소리 하나를 제공하고 있다. |
| 매우 흥미로운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는 그들의 역사를 과거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당시 그들에게 그 순간들은 시시각각 현실이자 현실이 되어가는 미래였었다. 죽음이 머리 위로 다가오는 그 공포와 두려움의 시간에 독일의 최고 지휘부에는 무슨 일들이 있었을 것인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데, 이 책은 예상보다 더욱 흥미진진한 에피소드 들로 가득차 있다. 한 집단의 최고 엘리트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그들이 위기에 직면했을때, 인간정신의 최고봉에 달한 사람들이 나타나는 상황을 생생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이다. 패망해가는 집단의 일거수 일투족의 생생한 기록이 이렇게 남아있었던 적은 일찌기 한번도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은 히틀러의 죽음에 관한 기록이기도 하지만 인간이란 존재가 가지는 한계와 특성에 관한 기록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