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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나른한 날이었다.
컴퓨터 앞에서 일은 제대로 되지 않고, 기분은 바닥으로만 꺼져 내려간 하루였다.
봄볕은 미친 듯이 얼굴로 내리쬐고 있었고 바람 한 점 없는 날이었지만 그 봄볕이 너무 좋아서 밖으로 뛰쳐나가고만 싶은... 그런 날이었다.
그 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노래가 바로 이들, 줄리아 하트의 노래 <미스 초콜렛>이있다. 그 달콤쌉싸름한 멜로디에 반해 그들의 싱글 앨범을 구입했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 <후아유>에 수록된 <유성우>라는 노래 역시 그 봄볕처럼 달콤하면서도 나른한 바로 그런 노래였다.
그런 이유에서였을까?
이들의 정규앨범 발매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구입해버린 이번 앨범 <영원의 단면>
봄볕같은 그들이 바라본 영원의 단면은 어떤 빛깔일지, 어떤 모양일지 궁금했다.
그들의 아기자기한 사인이 북클릿 앞면에 자리잡은 시디를 받고 나서 곧바로 음악을 듣기가 망설여졌다.
항상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사면 꼭 그 음반은 별로라는 나름의 징크스 때문이었을까?
아니만 이젠 더이상 봄이 길지 않은 계절 탓이었을까?
그래도 잠시의 고민 끝에 듣게 된 그들의 음악은... 내게 봄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하늘색과 황토색이 조화를 이룬 음반 재킷과 그 앞에서 악보를 보고 있는 한 소녀, 붉게 핀 세 송이의 꽃이 봄의 이미지를 단적으로 포착해내고 있었다.
한 장을 넘기니 바로 새까만 시계 이미지가 나타났고 고급스럽게 코팅된 북클릿에는 봄의 다양한 이미지가 그려져 있었다.
시계와 구름 낀 파란 하늘, 대도시의 횡단보도, 색색깔의 풍선, 말의 이미지, 소녀까지 모두 봄바람을 조금씩 품고 있는 따뜻한 풍경들이었다.
그리고 첫 곡인 <안아줘>. 개인적으로는 타이틀곡인 <영원의 단면>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꼈던 곡이었다. 왜 나를 다시 안아주지 않느냐는 투덜거림 섞인 후렴구가 인상적이었고, 따뜻한 가사와 그만큼 따뜻한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이었다.
타이틀곡인 <영원의 단면> 역시 포근하고 따뜻한 정바비의 목소리와 함께 듣는 내내 경쾌한 기분을 유지할 수 있는 피크닉 곡으로 제격이었다.
아주 발랄하고 달큼한 <2110>이나 특별한 가삿말의 <가장 최근의 꿈>, 한 줄의 가사만이 주구장창 나열되어 묘한 울림을 주느느 <여름과 꿈과 밤의 모든 매력>, 동화 같은 가사와 동요 같은 멜로디의 깔끔한 조합이 즐거웠던 <눈사람들이 떠나고 나면> 역시 즐거운 곡들이었다.
한 편의 일기와도 같은 <배드민턴>과 과거를 반추해보는 <88년의 여름>, 나들이가고 싶다는 느낌을 절로 불러일으킨 <회전목마의 밤>, 너무도 서정적이었던 <빗방울보>와 예쁜 펜글씨가 떠올랐던 <너의 손글씨>도 좋은 노래들이었다,
전체적으로 밝고 맑은 기운이 넘쳐나는 앨범곡들 중에서 단연 돋보였던 <마지막 담배> 그들이 소녀 취향의 모던록 그룹만은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는 못된 가사 역시 20대의 후반을 겪고 있는 내 자신에게 잘 들어맞는 곡이었다.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본 것 같이 깔끔한 구성과 아기자기한 노랫말들로 중무장한 채 다가선 <줄리아 하트>의 새 앨범. 이미 봄은 저멀리 가고 있지만 잊고 있었던 봄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주춤하는 모던락의 기운을 돋구는 앨범이기도 했다.
이들이 좀 더 대중적이 되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노래를 통해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봄볕처럼 따사로운 음악.
난 오늘 기분 좋은 음반 하나를 들었고, 봄볕과도 같은 그들의 따뜻함에 취했다.
[인상깊은구절] 못된 생각, 못된 입맞춤. 널 처음 본 미친 그날부터 한없이 달콤해져만 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