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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와 관련된 책은 많지만 이 책은 우리나라 유일의 오페라 전문 지휘자로 오페라 현장에서 직접 제작에 관여한 지휘자가 쓴 책이고, 또 다른 오페라 서적과는 달리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오페라 작품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오페라와 병렬적으로 서술함으로써 오페라 작품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책은 모두 10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고 한 챕터에 한 작품씩만을 다루고 있다. 359쪽에 달하는 두께의 책에서 달랑 10개의 작품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작품 수가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그만큼 한 작품에 대해서 깊이 있게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알기 쉽지 않은 내용까지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책의 제목이 <히스토페라>라고 되어 있으니 당연히 역사와 오페라를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으나, 지휘자가 쓴 책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역사적인 사실에 대해 역사가가 쓴 책만큼이나 자세하고 심도 있는 내용이 서술되어 있다. 그리고 내용상으로도 오페라보다는 역사에 더 많은 비중이 두어져 있는데, 그래서 역사를 앞에 놓고 오페라를 뒤에 놓는 작명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오페라는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 베르디의 <두 사람의 포스카리>와 < 돈 카를로>, 도니제티의 <루크레치아 보르자>와 <안나 볼레나>, 무소륵스키의 <보리스 고두노프>, 조르다노의 <안드레아 세니에>, 푸치니의 <토스카>와 <나비부인>, 존 아담스의 <닉슨 인 차이나>의 10개 작품이다. 각 챕터는 먼저 오페라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매우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두 번째 챕터인 <바다의 공화국 베네치아와 베르디의 '두 사람의 포스카리'>'에서는 베네치아라는 도시 국가가 생겨난 유래부터 시작하여 베네치아의 지리적 특성과 발전 과정, 그리고 정치적 변천과 연관된 도제들, 특히 포스카리 가문에 대한 역사적 사실들이 매우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어 본격적인 역사서를 방불케 한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적 사실의 바탕 위에서 이 오페라의 창작 과정과 내용을 서술하며 역사적 사실이 오페라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또 역시적 사실과 배치되는 내용이 있다면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또한 작품의 초연과 당시의 반응, 그 결과 이 오페라가 현재까지 어떤 평가를 받으며 무대에 올려지고 있는지까지를 세세하게 진술하고 있다. 각 챕터의 마지막에는 양진모 지휘자가 추천하는 음반과 영상, 그리고 추천 이유까지 제시되어 있으며 QR코드를 통해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오페라 영상까지도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글의 내용과 연관된 삽화였다. 근현대 작품과 관련된 챕터에서는 사진 자료도 물론 사용하고 있으나 삽화의 절대다수는 당대, 또는 후대의 화가들이 그린 그림 위주로 되어 있어 그를 통해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며 이를 통해 당대에 이 작품, 또는 역사적 사실이 미친 영향과 당대의 평가를 추측해 볼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미술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알지 모르는 작품이 훨씬 많았으나 간혹 나오는 알고 있는 작품에 더 흥미가 느껴진 것은 어절 수 없는 일이었는데, 미술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챕터 2의 <바다의 공화국 베네치아와 베르디의 '두 사람의 포스카리'>와 챕터 4 <피로 물든 영국 튜더 왕조와 도니제티의 '안나 볼레나'>, 챕터 5의 <대서양을 뒤흔든 스페인의 무적함대와 베르디의 '돈 카를로'>, 챕터 6의 <러시아의 차르 시대와 무소륵스키의 '보리스 고두노프'>, 챕터 7 <국민 주권의 태동 프랑스 대혁명과 조르다노의 '안드레아 세니에'>, 그리고 마지막 챕터인 <치열했던 냉전 시대와 아담스의 '닉슨 인 차이나'> 등을 특히 재미있게 읽었다. 역사와 미술, 그리고 음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두루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
| <히스토페라>는 오페라를 통해 읽는 세계사 인문서다. 풍부한 지휘 이력을 갖고 있는 양진모 작가는 음악·문학·무대가 융합된 오페라 작품들을 선별해, 그 작품이 탄생한 시대의 정치·사회적 배경과 작곡가의 삶을 조화롭게 풀고 있다. 특히 지휘 경험에서 우러난 통찰이 작품 해석에 깊이를 주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