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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 종이책
정원의 책 - 고에서 톨킨까지, 26편의 문학이 그린 세상의 정원들, 황주영 지음
"정원의 책 - 고에서 톨킨까지, 26편의 문학이 그린 세상의 정원들, 황주영 지음" 내용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정원이라는 단어 앞에서 잠시 멈춰 선다. 울타리 안에 심어진 꽃들과 나무들, 정갈하게 다듬어진 길과 분수대가 떠오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정원은 인간이 꿈꾸는 이상향의 축소판이자 우리 내면의 풍경을 투영하는 거울 같은 존재인 것 같다. 문학 속 정원들을 돌아보면, 그곳에는 언제
"정원의 책 - 고에서 톨킨까지, 26편의 문학이 그린 세상의 정원들, 황주영 지음" 내용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정원이라는 단어 앞에서 잠시 멈춰 선다. 울타리 안에 심어진 꽃들과 나무들, 정갈하게 다듬어진 길과 분수대가 떠오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정원은 인간이 꿈꾸는 이상향의 축소판이자 우리 내면의 풍경을 투영하는 거울 같은 존재인 것 같다. 문학 속 정원들을 돌아보면, 그곳에는 언제나 인간의 가장 깊숙한 감정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에덴동산에서 시작된 인류 최초의 정원 이야기부터 김초엽의 미래적 온실에 이르기까지, 정원은 시대를 관통하며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들을 품어왔다. 안전하고 아름다운 공간에 대한 갈망, 상실한 것들에 대한 그리움, 미래에 대한 희망과 불안이 모두 그곳에 스며들어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정원의 치유적 힘이다. 전쟁에서 돌아온 상처받은 영혼들이 흙을 만지고 씨앗을 심으며 서서히 회복되었다는 이야기들은 정원이 취미 공간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메리가 비밀의 정원에서 자신의 마음도 함께 가꾸어나간 것처럼, 정원은 우리의 내면과 놀랍도록 닮아있다. 상처받은 정원과 상처받은 마음 사이의 유사성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방치된 정원에서 자라나는 잡초들과 가지치기되지 않아 엉킨 나뭇가지들은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과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을 닮았다. 그리고 그 정원을 천천히 다시 가꾸어나가는 과정은 우리가 자신을 돌보고 회복시켜나가는 과정이다. 디킨스의 미스 해비의 정원처럼, 시간이 멈춘 공간은 언제나 불길하다. 썩어가는 웨딩케이크처럼 부패해가는 정원은 고착된 상처, 흘러가지 못하는 시간, 치유되지 않는 마음일 것이다. 반면 계절에 따라 변화하고, 새로운 생명이 자라나는 정원은 희망의 메타포가 된다. 우리는 정원을 통해 변화의 가능성을,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을 믿게 된다.정원은 또한 사랑을 담는 그릇이기도 하다. 연인들이 만나는 장소로서의 정원은 로맨스의 전형적인 배경이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정원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며, 그 사람이 떠난 후에도 그 기억을 간직하는 성소가 된다. 특히 인상 깊은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의 정원에 대한 묘사들이다. 더 이상 붉은 장미가 피지 않고 검은 나무만 남은 정원, 하지만 여전히 그 사람의 웃음을 간직하고 있는 나무들. 이런 이미지들은 슬픔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상실의 아픔 속에서도 사랑했던 기억만큼은 영원히 보존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마음이 정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형상화된다. 가을 정원의 투명하고 눈부신 아름다움이 더욱 애틋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곧 지나가버릴 것을 알기때문에 더욱 소중하고,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간절하다. 정원은 사랑의 덧없 음과 영원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모순적 공간이다.하지만 정원이 언제나 순수하고 아름다운 공간만은 아니다. 베르사유 정원처럼 정원은 때로 권력의 과시 수단이 되기도 하고, 통제와 지배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루이 14세가 직접 정원 산책 경로를 정하고 안내서까지 집필했다는 사실은 정원이 얼마나 정치적인 공간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원에는 윤리적 문제들도 내재되어 있다. 노예의 노동으로 만들어진 정원, 이웃을 괴롭히기 위해 독성 식물을 기르는 정원, 타인의 고통 위에 세워진 안락한 정원들. 이런 정원들 앞에서 우리는 아름다움과 윤리성 사이의 복잡한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아우슈비츠 사택의 정원은 가장 극단적인 예시다. 담장 너머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를 들으며 장미를 가꾸는 일의 끔 찍함. 이런 정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마도 우리에게는 아직 이런 정원을 설명할 적절한 언어가 없는 것 같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정원 역시 인간의 모든 면을 반영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선함과 악함, 아름다움과 추함이 모두 그곳에 스며들 수 있다.

기후 위기의 시대에 정원은 새로운 의미다. 길가메시가 신성한 삼나무 숲을 파괴했을 때 받은 저주가 그의 후손들에게 이어졌다는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의 오만과 자연 파괴가 가져올 결과를 예언한 최초의 환경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받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땅에 돌려주는 정원사의 마음, 엉망이 된 지구 곳곳에 씨앗을 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희망을 전한다. 이들은 떠나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는다. 작은 공간에서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세상을 치유해나간다. 김초엽의 온실은 특히 감동적이다. 지구 끝의 작은 온실에서 식물을 돌보는 사람들은 거대한 재앙 앞에서 도 생명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의 노력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희망의 씨앗은 남겨둘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정 사의 마음이 아닐까.


정원은 삶 자체의 은유다. 볼테르의 캉디드가 모든 고난을 겪고 난 후 "하지만 우리의 정원을 가꾸어야 합니다"라고 말했을 때, 그것은 체념이 아니라 적극적인 삶의 태도에 대한 선언이었다. 이상적인 세상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권력이나 돈으로 살 수도 없다. 다만 정원을 가꾸듯 하루하루 차근차근 만들어가야 한다. 정원을 가꾼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믿음이다. 오늘 심은 씨앗이 내일 꽃을 피울 것이라는 믿음, 지금의 노력이 언젠가는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그 믿음은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도 우리를 지탱해주는 힘이 된다. 정원은 또한 시간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제공한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정원의 시간은 느리고 점진적이다. 계절의 리듬을 따라 자라고 시들고 다시 자라나는 식물들을 보며, 우리는 자연의 시간과 동조하게 된다. 즉시적인 결과를 요구하는 세상에서 정원은 기다림의 가치를, 과정의 중요성을 가르쳐준다.

길가메시부터 김초엽까지, 인류 문학사를 관통하는 정원의 이야기들을 되돌아보니 하나의 공통점이 보인다. 그것은 희망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모든 것이 파괴된 후에도, 여전히 씨앗을 심고 정원을 가꾸려는 의지. 이것이 바로 인간다움의 핵심이 아닐까. 정원은 우리에게 희망의 문법을 가르쳐준다. 작은 것에서 시작해서 천천히 키워나가는 법,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는 법, 혼자가 아니라 함께 만들 어가는 법.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의 노력이 내일의 아름다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 법. 세상이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미래가 어두워 보일 때, 우리에게는 여전히 정원이 있다. 작은 화분에서부터 시작해서 베란다 정원을, 옥상 정원을, 마을 정원을 만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그 작은 정원들이 모여서 언젠가는 지구 전체를 다시 에덴동산으로 만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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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사락 p****r 2025.07.04.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문학을 통해 정원을, 정원을 통해 인간을 읽다
"문학을 통해 정원을, 정원을 통해 인간을 읽다" 내용보기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정원이 있는 집'하면누구나 꿈꾸는 드림 하우스의 모습일 것이다.초록빛 나무와 식물,아름다운 빛깔의 꽃이 피어있는 정원,그 풍경이 한눈에 들여다보이는 널찍한 집은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부의 상징처럼 느껴지기도 하고너른 공간을 할애해 식물이나 꽃 등을삶에 가까이 다가오게 만드는 정원은누구에
"문학을 통해 정원을, 정원을 통해 인간을 읽다" 내용보기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정원이 있는 집'하면
누구나 꿈꾸는 드림 하우스의 모습일 것이다.
초록빛 나무와 식물,
아름다운 빛깔의 꽃이 피어있는 정원,
그 풍경이 한눈에 들여다보이는 널찍한 집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부의 상징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너른 공간을 할애해 식물이나 꽃 등을
삶에 가까이 다가오게 만드는 정원은
누구에게나 리프레시 되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최근 들어 식물 집사라는 말이 꽤 유행이다.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스스로를 '집사'로 칭하는 것에서 비롯된 말로,
나무나 꽃, 화분 등의 '반려 식물'을 가꾸는 이들이
스스로를 식물 집사라 칭한 것이다.

식물을 재배하거나 가꾸는 가드닝은
그 노동의 강도나 번잡스러움을 떠나
마음 한편에 치유와 재미, 추억 등
다양한 감정을 안겨준다.
그 감동과 재미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짐작하지 못할 터.

여기 정원을 사랑하는 작가들이 있다.
괴테에서 톨킨, 그리고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김초엽에 이르기까지
때로는 배경으로, 혹은 주인공으로
작품에 정원을 등장시킨 26편을 하나로 모아
그 안에 담긴 정원의 의미를 쫓아가며
문학에서 정원을, 정원에서 인간을 읽고자 한
독서 에세이 《정원의 책》이다.

정원과 글쓰기는 얼핏 보면
전혀 관련이 없는 소재인 것 같지만
이 두 세계를 연결하는 작업은
'가든 라이팅(garden writing)'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많은 작가들이 해온 일이라고 한다.

식물 재배법이나 기술적인 글은 물론,
정원의 역사나 이론서, 정원 가꾸기에 대한 에세이나
최초의 낙원인 정원이 묘사된 성경과 코란처럼
다양한 종류의 글이 한가득하다.

이 책을 쓴 작가 황주영은 '조금 과장하면
이 세상에 정원과 관련되지 않은 분야는
거의 없는 것 같다'라고 말하며
인류의 역사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원의 의미를
예술, 그중에서도 문학 안에서 찾고자 이 책을 썼다.

정원에 대한 정의는 물론,
작품의 배경, 혹은 주인공으로 등장한
여러 작품들 속 정원을 탐구하며
우리는 왜 정원을 가꾸는가,
혹은 가꾸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실었다.

치유와 사랑, 욕망과 생태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분류한 26개 작품을 읽으며
단순히 꽃과 나무를 모아 심고 가꾸는 것 이상의
'정원을 통해 인간 읽기'라는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확장해나갈 수 있었는데,

시공과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들을
정원이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봄으로써
이미 읽어보거나 알고 있는 작품을
새로운 시선으로 재접근해 새롭게
다시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
아직 접해보지 않은 작품에 대해서는
새로운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펼쳐보고 싶게 만드는 좋은 자극이 되었다.

정원이 서사의 중심이 되거나
강력한 은유가 되는 작품들을 보며,
마치 좋아하는 '최애' 중심으로
드라마나 영화 같은 극에 몰입하듯
'정원 덕질러'의 주관적 시선이 주는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식물을 돌보는 데는 손이 많이 간다.
물을 주고 햇빛이나 바람을 신경 쓰는 것 외에도
어떤 때에는 가지를 쳐주거나
잘 올라온 싹을 솎아줘야 충분히 자라듯
시간을 들여 살피고 돌봐야 하는 가드닝처럼
얼핏 대단한 의미를 가진 것 같지 않은
정원 배경이 담긴 작품 안에서도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가치나 의미가 무엇인지
되새겨볼 수 있었다.

각 장에서는 문학작품에 투영된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욕망을 세분화한다.

1장 〈치유의 정원〉에서는
영화로도 만들어진 적이 있는
'비밀의 화원'처럼 인간을 자라고 회복시키는
정원의 가치를 담은 작품이 소개되었고

2장 〈사랑의 정원〉을 통해서는
좁은 의미의 성애부터
기억에 대한 그림을 포괄하는
'사랑'을 담은 정원을 소개한다.

완전하고 안온한 세계를 의미하기도,
닿으려 해도 다다를 수 없는 연인을
동시에 은유하는 무대로서의 정원이나
애니메이션으로 그 스토리가 익숙한
'캔디 캔디'에 이르기까지 묵직한 스토리부터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이야기까지
흥미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3장 〈욕망의 정원〉에서는 좀 더 치열하고
또 역동적인 인간사가 투영되었다.
실제 관광지로서도 그 엄청난 규모감과
화려함으로 압도되는 베르사유 정원에 담긴
루이 14세의 공간 통제 욕망을 읽기도,
유혹과 타락의 무대가 된 닫힌 정원과
피와 비명으로 지어진 아우슈비츠 사택의 정원까지
상상의 이야기 속에 펼쳐진 정원의 의미를 넘어
실제 우리의 역사 속 정원을 볼 수 있었다.

마지막 4장 〈생태의 정원〉에서는
기후 위기로 위험에 처한 현대의 인류에게
강력한 울림을 주는 정원이 등장한다.

받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땅에 돌려주는
정원사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작품,
아직은 먼 미래의 배경이지만
엉망이 된 지구 모퉁이마다 씨앗을 심어
미래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유일한 국내 작가 작품인 '지구 끝의 온실'까지

문학과 정원이라는 세계를 관통하며
그 안에 담긴 희로애락의 감정은 물론
이를 캐어내 정성스레 가꾼 작가의
'가드닝' 솜씨를 엿볼 수 있었다.

한 권의 책을 읽었음에도
스물여섯 편의 책을 다 읽은 듯
무척이나 길고도 다양한 호흡이었다.

책의 중간마다 들어간 정원 삽화와
각기 다른 매력으로 표현해 낸
정원을 담은 문장들을 통해서
역시, 하며 감탄하게 되는 작가들의 문장력은 물론
푸릇한 정원에 대한 애정, 갈증을
자극했다는 점에서 참 싱그러운 독서였다.

정원을 소재로 삼은 작품을
그저 모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땅에 가장 소중하고 좋은 것을 두고 지키는 일'
이라는 정원의 의미를 더 확대해
단순히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
그 이상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2*****u 2025.07.13.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문학이 그린 세상의 정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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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책황주영 지음, 한겨례출판<정원의 책>은 괴테에서 톨킨까지, 26편의 문학이 그린 세상의 정원들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을 보기 전에 문학 작품들에 정원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했었나?하는 의문이 우선 들었다. 정원이 학문적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구나 싶어서 신기하고 낯선 느낌과 함께 책을 펼쳤다. 나 같은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았는지 프롤로그에 저자가 정원을 공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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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책

황주영 지음, 한겨례출판


<정원의 책>은 괴테에서 톨킨까지, 26편의 문학이 그린 세상의 정원들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을 보기 전에 문학 작품들에 정원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했었나?하는 의문이 우선 들었다. 정원이 학문적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구나 싶어서 신기하고 낯선 느낌과 함께 책을 펼쳤다. 나 같은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았는지 프롤로그에 저자가 정원을 공부하기 시작했을 무렵에 많은 것을 설명하고 증명해야 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세상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무심결에 실례를 범하게 되는 일이 왕왕 있다. 그런 무안한 상황을 최대한 줄이고 싶어서 많이 읽고 많이 보고 많이 들으려고 하는 것도 있는데...인풋이 늘어나면 그만큼 또 궁금한 게 많아져서 어디까지 질문해도 괜찮은건지 고민하게 되는 고민의 굴레를 아시는지요...(ㅋㅋㅋㅋ큐ㅠㅠ큐큐ㅠㅠㅠㅠㅠ) 그래서 혼자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게 제일 안전하다고 느껴서 책을 탐닉하고 사랑하는 것 같아.


정원과 글쓰기라는 두 세계를 연결하는 작업은 이미 많은 작가들이 해온 일이고 이를 '가든 라이팅garden writing'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저자는 그중에서 문학 작품 속 정원을 가장 많이 또 오래 들여다보았다. 문학 작품속 수 많은 정원들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지를 알아보고 또 알리고 싶었다고. 이 책은 우리는 왜 정원을 가꾸는가? 혹은 가꾸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스물여섯 편의 글은 치유, 사랑, 욕망, 생태라는 네 주제로 나뉜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소비되는 시대에도 정원과 문학처럼 시간과 관심을 기울여 살펴야 하는 것이 여전히 있음을 기억해주길.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이 책의 글감이 된 작품들이 더 알고 싶어지길, 함께 읽고 싶어질 바란다.

<정원의 책> 프롤로그 중에서

(작가님 성공하셨습니다...이 책에 소개된 대부분의 작품이 아직 접해보지 못한 작품들이라 읽고 싶어진 책이 또 잔뜩 생겨버렸습니...ㄷ...)



개인적으로 '정원'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작가는 헤세와 카렐 차페크.


비문학만 주구장창 읽어대서 잊고 있었는데...나는 고전문학을 읽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독서광이 된 케이스.

고전문학 그 자체를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거기에 붙은 해설을 읽는 것을 더 좋아라하는 것 같기도. 오랜 시간동안 살아남은 작품은 분명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그만큼 다른 사람들의 감상평도 많아서 찾아보는 것을 즐깁니다. 생각지도 못한 포인트의 감상이 많아서 흥미롭습니다. (번외로 영화보고 나면 영화 해석 찾아보는 거 짱 좋아함ㅋㅋㅋㅋㅋ) 그래서 <정원의 책>은 딱 제 취향에 가까운 책이었달까요.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정원을 주제로 저자의 다양한 감상을 엿볼 수 있다.

따뜻하면서도 학문적인 글을 제일 푹 빠져서 읽게 되는데(이성과 감성. 1타 2피.) <정원의 책>이 딱 그런 결이라 정말 폭 빠져서 읽었다. <정원의 책>을 읽은 이후로 갑자기 너무 문학이 읽고 싶어져서 독서에 문학 비중을 늘려나가는 중. 촉촉한 책에 버석버석한 감상평을 다는 독자라 갑자기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지구를 우리의 정원이라 여기고 소중히 가꾸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과 아 읽고 싶은 책 또 왕창 늘어서 진심 큰일인데...하는 감상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 하니포터 10기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k*****5 2025.07.0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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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의미를 알려주는 책들...
"정원의 의미를 알려주는 책들..." 내용보기
#정원의책 #황주영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0기 #서평단 #서평 #책추천정원의 책. 황주영 지음. 한겨레출판. 2025.정원과 독서, 무척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이 둘은 그 단어만 들어도 살며시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참 좋다. 누구의 강요 없이도 자연스레 마음과 몸이 향하게 되는, 그런 단어들이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둘이 우리에게 주는 공통점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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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책 #황주영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0기 #서평단 #서평 #책추천

정원의 책. 황주영 지음. 한겨레출판. 2025.

정원과 독서, 무척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이 둘은 그 단어만 들어도 살며시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참 좋다. 누구의 강요 없이도 자연스레 마음과 몸이 향하게 되는, 그런 단어들이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둘이 우리에게 주는 공통점이 있고, 그 공통점이 이 책에 각 책터로 묶여있다. 치유, 사랑, 욕망, 생태. 정원의 책을 통해 배우고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가치와 태도들인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을 통해 이 가치들이 어떤 작품과 어떤 장면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하나씩 다시 확인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에 대한 관심과 흥미까지 덧붙여 주고 있기도 했다. 지금은 아쉬운대로 방 안에서 작은 화분들을 바라보며 이 책을 읽었지만, 다음에는 더 넓은 정원 안에서 이 책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아마 분명, 지금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해보지 않아도 익히 당연하게 짐작할 수 있다. 정원은 너무나 그런 곳이니까.

메리에게 비밀의 정원을 들여다보고, 죽은 풀과 잡초를 제거하고, 새싹을 심으며 돌보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돌보는 일이었다.(...) 메리가 정말로 회생시키려 한 것은 정원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을 것이다.(30쪽)

자기 자신과 정원 둘 모두를 회생시키려 수 있는 것.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정원인 것이다. 그러니 정원에서는 가장 중요한 생명, 즉 삶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상처받고 아프고, 그래서 사그러지는 듯한 생의 기운을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가 정원이고, 그런 정원을 가꾸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의 마음을 가꾸며 회복시키는 것과 같은 것이다. 다른 생명을 통해 자신의 생을 보살피고 돌보는 것. 나도 모르는 사이, 그렇게 마음이 치유되는 것이 가능해지는 정원의 독서인 것이다.

그는 이제 아름다운 정원도, 폴리아도 없는 현실로 돌아왔다. 얄궂게도 그날은 사랑의 계절인 5월의 첫날이었고, 그는 혼자다. 이는 키테라섬과 그곳의 영원한 봄의 정원 또한 좋으나 어디에도 없는 장소인 유토피아임을 말해준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 그 좋은 장소를 꿈꾸고 누리기 위해 폴리필로의 낙원을 떠올리게 하는 정원을 만들었을 것이다. 우리는 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니, 꿈처럼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계속 꿈을 좇으니까.(104쪽)

그러니까 말이다. 유토피아, 어디에도 없는 곳, 그래서 더욱 동경하고 갈망하게 되는 공간, 바로 그 꿈과 같은 공간. 분명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곳을 좋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지점이 있는 것이다. 그런 공간으로서의 정원, 그 정원을 통해 꿈꾸는 아름다움이 있는 것이다. 그런 마음이 곧 사랑일 것이다. 그런 마음을 가득 안고 또 다시 정원을 찾아 이곳저곳을 다니게 되는 것이겠지. 어쩌면 그런 마음의 여정이 곧 삶인지 않을까. 그런 마음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만해지는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사실 이런 '작은 집'은 이런 목적으로, 유혹을 위해 설계되었고, 정원 또한 외 공간이지만 나무와 강 등으로 여러 겹으로 둘러싸여 있어 연인들을 아늑하게 지켜주는 닫힌 공간이다. '작은 집'의 정원은 사랑의 정원, 유혹의 무대다.(165쪽)

밖이면서 안이고, 열려있으면서 닫혀있는 공간으로서의 정원. 그래서 한편으로는 무척 내밀하고 고혹적인 공간, 그래서 사람의 가장 일차원적인 욕망의 발현이 이루어지도록 만들어내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사랑이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이고 소중한 감정이고 그런 감정이 또 다른 욕망과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갈망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 그러니 끊임없이 이런 유혹의 과정 안에 사람은 놓이게 되는 것이고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곳이 정원이 되는 것이다.

정원이 이토록 다양하게 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아마도 정원은 정원으로서 그저 있는 그대로 존재하고 있을 뿐이이지만, 인간이 이 모든 것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을 뿐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는 것이 정원의 또 다른 매력이고, 그런 정원이 그래서 여전히 인간의 삶과 함께 공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말대로,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없어 직접 쓰는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 책을 다 읽고나서 느껴졌다. 어디서 이런 <정원의 책>을 볼 수 있을까 싶다. 그러니, 저자의 이 책이 갖는 의미 또한 분명하겠구나, 싶다. 괜히 이 책을 만난 내가 더 뿌듯해지는 듯하다.

덧-
각 부분에 담겨 있는 정원의 그림들이 좋았다. 각 부분의 내용에 대한 잠시 쉬며 정리해볼 수 있는 여유도 함께 주는 것 같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이달의 사락 n*****0 2025.07.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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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그린 세상의 정원들 [정원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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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하니포터10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정원의 책/ 황주영 지음/ 한겨레출판[정원의 책]을 읽고 있는 데 비가 쏟아졌다. 무더위를 뚫고 쏟아붓는 단비였다. 그저 야외에서 활동하기가 불편하고 꺼려졌던 나에게도 고마운 비였다. 땅 위로 스며들기 시작하는 물, 그 자그마했던 흔적이 어느새 사라지고 짙은 흙 내음이 올라온다. 그 안에는 땅속 생명들이 내뱉는, 얕은 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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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하니포터10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정원의 책/ 황주영 지음/ 한겨레출판

[정원의 책]을 읽고 있는 데 비가 쏟아졌다. 무더위를 뚫고 쏟아붓는 단비였다. 그저 야외에서 활동하기가 불편하고 꺼려졌던 나에게도 고마운 비였다. 땅 위로 스며들기 시작하는 물, 그 자그마했던 흔적이 어느새 사라지고 짙은 흙 내음이 올라온다. 그 안에는 땅속 생명들이 내뱉는, 얕은 안도의 한숨이 섞여있다. 기후 위기의 오늘날, 정원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사유할 수 있었다. 문학 작품 속 정원을 걸어 다니며 황주영 작가의 다정한 설명을 들으니 여운이 짙게 남는다.

황주영 작가는 26편의 문학이 그린 세상의 정원을 4가지 주제로 엮어냈다. 치유, 사랑, 욕망, 생태. 문학 속 인물들이 정원에서 찾고자 했고, 표현하고자 했던 무언가를 좇아가는 여정이 펼쳐졌다. 섬세한 안내로 여러 시대 여러 나라 정원을 거닐었다. 다채로운 정원의 모습과 의미에 새삼 놀랐다. 



정원은 인간의 돌봄이 전제되는 공간이다. 자연 그대로가 아닌 의도하는 바가 있다는 의미도 된다. 그래서 누구에게는 치유의, 사랑의, 욕망의, 생태의 정원이 될 수 있었다. 정원은 단순히 문학 작품의 배경에 그치지 않고 주제를 뚜렷하게 해주었다. 정원으로 문학을, 이야기를, 사람을 읽어나가는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정원에 관한 문학작품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비밀의 정원>이다. 반갑게도 '치유의 정원'에 있었다. "사랑을 모르는 소녀와 자기가 곧 죽을 거라고 믿는 아픈 소년", 메리와 콜린이 비밀의 정원을 통해 각자의 문제를 극복하고, 성장한다. 작가는 서로를 치유하며 살리는 희망의 연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문학작품 소개 사이사이에 멋진 그림이 있다. 작품을 고려해 선정된 그림이라 오래 시선이 머문다.

유명한 센트럴파크를 설계하고 조성한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의 영국 여행기 <미국 농부의 영국 도보여행과 이야기>, 조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도 '치유의 정원'을 그리고 있다. 특히 세계 최초로 시민들의 힘을 모아 조성한 공원인 센트럴파크 이야기는 가슴을 울린다. '우리의 공원'이라 당당히 소개하는 시민의 으쓱하는 자부심도 백분 이해가 된다. 




'사랑의 정원'에서는 프란체스코 콜론나의 <힙네로토마키아 폴리필리>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 폴리필로는 꿈에서 폴리아와 진정한 사랑을 이룬다. 하지만 입맞춤 순간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아름다운 정원도, 폴리아도 없는 현실로 돌아온 폴리필로, 혼자다. 하지만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니, 

꿈처럼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계속 꿈을 좇으니까.



'욕망의 정원' 중 도미니크 비방 드농의 <내일은 없다>를 읽어보고 싶어졌다. 보통의 리베르탱 문학과는 다르게 리베르틴이 공간을, 상황을 주도한다. T부인이 즐기는 유희의 무대는 욕망의 정원이었다. 

'생태의 정원'에서는 테오도어 슈토름의 <레겐트루데>가 인상적이었다. 농촌 처녀 마렌은 자신이 원하는 결혼을 하기 위해 힘겨운 여행을 떠나 기어이 잠든 비 공주, 레겐트루데를 깨운다. 영웅적인 서사지만, 황주영 작가는 마렌의 캐릭터에 더 주목한다. 순결할지언정 순종적이지는 않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이를 성취해나가는 진취적인 모습에 감복한다. 이야기의 흐름을 이끄는 이가 모두 여성인 이 작품이 19세기 독일의 남성 작가 작품이라니 놀랍기 그지없다. 

문학 속 정원을 읽어내는 작업으로 우리 인간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어 흥미진진했다. 아름다운 정원의 묘사를 읽고 치유, 행복, 위안, 그리움, 사랑, 욕망 등 우리의 마음이 투영된 정원을 상상해 본다. [정원의 책]이 우리에게 보여준 정원이 지금 우리 곁 곳곳에 존재할 것만 같다.

#정원의책, #황주영, #한겨레출판, #하시, #하니포터, #하니포터10기, #문학, #치유, #사랑, #욕망, #생태
d******u 2025.07.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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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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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책'은 책과 그 책 안의 정원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냈다. 어느 책에 대해 줄이고 줄여 건조하게 소개하다가도, 그 안에 정원이 존재하기만 한다면 갑자기 참견하길 좋아하는 이웃처럼 돌변해 땅은 몇 평에 뭐를 어디에 심었고 비료는 뭘 주고 물은 며칠에 한번씩 주는지 캐내기 시작한다. 이를테면, 여러분 이 작품을 아시나요? 이 작품은 이런 인물이 나오는 저런 내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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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책'은 책과 그 책 안의 정원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냈다. 어느 책에 대해 줄이고 줄여 건조하게 소개하다가도, 그 안에 정원이 존재하기만 한다면 갑자기 참견하길 좋아하는 이웃처럼 돌변해 땅은 몇 평에 뭐를 어디에 심었고 비료는 뭘 주고 물은 며칠에 한번씩 주는지 캐내기 시작한다. 이를테면, 여러분 이 작품을 아시나요? 이 작품은 이런 인물이 나오는 저런 내용인데, 그것보다는 거기에 나오는 아무개라는 인물네 집에 정원이 있습니다. 하고 갑자기 관찰자의 시선을 화면의 중앙에서 바깥으로 옮겨오거나 그 밖으로 유도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읽다보면 정원에 관심이 많고 아주 많이 좋아하는 사람-오타쿠-구나 싶어진다.
책에서는 총 26가지의 정원에 대해 소개하는데, 비슷한 형식이 짧게 반복되다보니 전혀 생소하게 느껴지는 책에 대해서는 [힙네로토마키아 폴리필리(98)] 읽다가 갑자기 눈 앞이 아득해지면서 머리속이 공해지는 체험을 할 때도 있었다. 지금도 저 제목을 다시 쓰느라 세번은 확인했는데, 정말 처음 들어보는 제목이다. 그렇다고 해서 [부바르와 페퀴셰(33)], [레겐트루데(211)] 같은 작품들도 생소하긴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이런 작품들은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지고 관심이 가는 면이 있다. 하지만 '힙.폴'은...

괴테에서 톨킨으로 이어지는 문학과 정원의 이야기라는 소개에 처음엔 접하게 되는 작품들이 너무 심각하거나 뒷배경이 크게 다가오지 않을까 염려했었다. 책의 초반부에 나오는 [부바르와 페퀴셰-19세기 리틀 포레스트] 를 만나고 나니 부담감이 줄어들고 웃음이 나왔다. 읽으면서 귀농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중장년층의 '자연인'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떠오르고, 얼마 전 읽었던 '사이보그 가족의 밭농사/황승희'라는 책도 떠올랐다. 전원생활이 참 좋아보이는데 사실 그 모든 좋아보이는 모습에는 비용과 배움, 노동력이 든다.
환상 위에 엉터리로 심어놓은 그들의 정원은 매번 엉망으로 망쳐지고 만다. "모든 것에 실패하고 인생에 대해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않게 된 이들이 다시 필경을 시작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39)"나는데, 이들의 도전을 웃으며 지켜보다 문득 사람은 왜 낯선 환경에 도전하는 것으로 성취를 이루려하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많은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힘과 명성을 얻기 위해 길을 떠나는 것처럼, 성공과 이상향은 외부 세계로 향한다. 마치 '길가메시가 불멸의 명성을 얻고자 신들의 영역인 삼나무 산으로 모험을 떠나듯이(200)' 세상이 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라는 조언을 해주는(혹은 종용을 하는) 것만 같다.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 사람들 중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성취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도시/귀농 생활에 시달린 이들은 다시 자신이 떠나왔던 고향으로 돌아간다. 이는 이야기에서 주인공 되기와 현실에서 낯선 환경에 대한 적응과 극복이 얼마나 어려운지 나타낸다. 더불어 이 '회귀'는 모든 '떠남'이 성공/주인공을 만드는 수단이 아님을 보여준다. [나무를 심는 사람-도토리 100개를 매일 심는 마음(204)]처럼 자신의 자리에서 꾸준한 성실함으로 이야기와 삶의 주인공이 되는 인물도 있다.
또한 '회귀'는 도시와 전원 둘 중 어느 한 곳에서의 삶이 절대적으로 더 낫지 않음을 보여준다. 가져보지 못한 장점이 있는 새로운 환경보다 안정과 만족을 주는 것은 익숙함이 큰 것일까. 정서와 성향과 같은 내면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은 특히 어린시절 겪어왔던 환경과 체험이 그 사람의 토대가 되어 이를 변화시키려면 큰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그러니 우리가 독서를 하는 이유 중 하나도 적은 품을 들여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떠남'의 한 갈래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재밌게 살펴 본 정원 중 하나는 [캔디 캔디-스위트 캔디, 근대의 향기(112)]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하는 만화를 떠올리며 추억에 잠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저자에게 큰 감탄을 했는데 그저 북실한 머리를 한 소녀가 괴롭힘 당하면서 울다가 안운다고 노래하는 인상만 남아있었던 '캔디 캔디'의 전반부 복잡다단한 줄거리를 아주 짧고 간결하게 설명해놓은 덕분이다. 덕분에 이 만화의 배경과 내용을 새로 알게 되었다. '울지 않는' 새로운 여성상의 제시라는 의미와 함께 끝부분에 살짝 언급되는 또다른 강한 여성상 오스칼 덕분에 뒤에 나오는 [베르사유 정원을 보여주는 법-왕의 산책을 따라가기(170)]도 관심있게 읽었다. 
아쉽게도 [베르사유의 장미]와 오스칼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지는 않지만 이 안내서가 저자가 아는 한에서는 "조원가나 정원을 방문한 이의 기록이 아니라 정원의 주인인 왕이 작성한 정원 안내서로는 유일무이하다(173)"는 점이 흥미로웠다. 다만 왕의 흥미로 만들어진 안내서란 특수성은 있어도, 보편성과 활용성의 측면에서는 그리 세심한 배려심이 없이 제작되었기 때문에 유용하지 않다는 점도 재밌다.
앞선 두 작품은 익숙함을 바탕으로 관심이 갔다면, [레겐트루데-일어나세요, 비 공주님(211)]은 낯선 내용이어서 궁금했다. 나름 이런저런 책들을 많이 접해보았던 것 같은데 '비 공주'라는 동화는 처음 보았다. 종종 절판 도서를 구하거나 헌책방을 다녀와 어린시절 보았던 책들에 대한 향수가 어린 글들을 만난 적 있는데, '비 공주'의 이야기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책이 넘치게 쌓인 오래된 헌책방을 지나게 되면 한번씩 둘러보게 될 것 같다.

책에서 "정원은 자아의 확장이요, 내면의 반영(42)"이라는 말을 보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식물과 관련된 책들을 반기며 살펴보고 있지만 사실 내 집에는 살아있는 식물이 하나도 없다. 식물을 돌보는데에 전혀 재주가 없어 아까운 생명을 없애느니 아예 들이지 않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가지지 못한 탓에 더욱 식물과 관련된 책들을 반기게 된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스스로의 정원을 돌보기 포기한 사람의 자아와 내면은 게으르고 메마른 것 이상의 황폐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만든 문장이었다. 하지만 정말 더는 살아있는 식물을 죽이고 싶지는 않아 이렇게 식물을 담은 책을 하나씩 책장에 올려두고 나만의 정원으로 삼는다. 책을 읽는 사람에게는 정원을, 정원을 가꾸는 사람에게는 책을 꿈꾸게 만드는 책이었다. 

 
이달의 사락 m******j 2025.07.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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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가꾼다'는 의미에 대한 인문학적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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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기안84가 한혜진의 하루를 따라다녀보는 유투브 컨텐츠를 보았다. 먹기 위해서(농사)가 아니라 예쁜 꽃을 보기 위해(가드닝) 모종을 심는 한혜진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기안84를 보았다. 나 역시 로즈마리와 고추씨로 가드닝(!)을 시작했던 사람으로 그와 다르지 않았다. 예로부터 정원을 가꾸는 위인들은 많았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흙을 만지고 씨앗을 심었을까? 그런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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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기안84가 한혜진의 하루를 따라다녀보는 유투브 컨텐츠를 보았다. 먹기 위해서(농사)가 아니라 예쁜 꽃을 보기 위해(가드닝) 모종을 심는 한혜진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기안84를 보았다. 나 역시 로즈마리와 고추씨로 가드닝(!)을 시작했던 사람으로 그와 다르지 않았다. 예로부터 정원을 가꾸는 위인들은 많았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흙을 만지고 씨앗을 심었을까? 그런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펼쳐본다. 베르사유궁전처럼 유명한 정원도 이 책에 나오지만 볼테르, 버넷, 플로베르, 디킨스, 루소, 괴테, 키냐르, 톨킨 등의 유명한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그린 정원들을 치유, 사랑, 욕망, 생태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묶었다. 이렇게 묶은 이는 도서관 인문강좌를 편하게 줌으로 신청해서 들을 수 있던 코로나 시절, 신청시작하자마자 빠르게 마감되는 인기강사(!) 황주영씨였던 터라 반가웠다. 그 때 베르사유, 알함브라 등 궁전에 딸려있는 정원들을 비교하는 강의도 흥미로웠고 소설 속에 등장한 정원을 영화 영상으로 보면서 이야기해주시는 강의도 즐거웠던 기억으고 남아있다. 그때 강사님이 정원이라는 주제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자신의 관심사를 향해 뻗어나가는 가지를 가지고 있는 나무처럼 느껴졌다. 역시 사람은 좋아하는 대상을 닮아가는 구나. “문학에서 미술사로, 또 조경사로 전공은 달라졌어도 하는 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연구 주제를 좁히면서 정원의 세계를 더욱 깊게 들여다보게 되었다.”(p.6) 3가지의 전공을 가진 저자의 학문적 고생(!)은 독자에겐 복이다. 정원 하나를 보더라도 다양한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고 고심한 결과일 이 책을 나같은 독자는 그저 쉽게 주워먹으면 되니 말이다. 

  이 책을 펴자마자 나는 프롤로그 다음으로 톨킨과 장 지오노, 김초엽작가가 나오는 4장 생태의 정원을 먼저 읽었다. 그 다음으로 재밌어 보이는 욕망이라는 키워드의 3장을, 뒤이어 플로베르와 디킨스가 나오는 1장 치유의 정원을 읽었다. 2장 사랑의 정원을 가장 기대하지 않았기에 끝으로 읽었으나 누군가 나에게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어디냐고 물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죽음으로도 죽지 않는 사랑: 크리스티앙 보뱅, 《그리움의 정원에서》’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 에피소드는 저자가 불문학과를 전공했기에 쓰일 수 있었지 싶다. 사랑과 죽음이라는 프랑스어 발음이 비슷하다는 것을 저자가 알아서일까, 죽음이 빼앗을 수 없는 사랑에 대한 뉘앙스는 시처럼 다가왔다. 
 
“인적 없는 정원에서처럼 침묵을 듣는다. 겨울 정원을 거닐 듯 조심스럽게 페이지를 넘기고, 구절을 옮겨 적는다. 시가 아님에도 시를 읽고 난 듯 주변 공기가 맑고 시려진다.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감각을 이끄는 그런 정원을 거니는 상상을 해본다. 눈이 되고, 라일락이 되고, 태양이 된 지슬렌이 있는 정원. 눈물 아래 웃음이 있는 정원. 서리가 얇게 드리워져, 걸음마다 바스락거리며 발자국을 검게 남기는 정원. ”고독과 빛과 고요로 감싸인 도피네의 작은 처소“같은 정원. 지슬렌이라는 이름이 하얀 입김으로 사라지는 겨울 정원. 그리움 속에서 시들기도 하고, ”그 안에서 켜켜이 쌓이는 삶을 깨닫는“정원. 결국에는 사랑이 노래가 되어 흘러나오는 정원. 그 정원의 이름은 그리움이다. (pp.110-111)
직접적인 정원 묘사는 없지만 지슬렌을 향한 그리움으로 작은 정원을 가꾸어가는 보뱅의 문장이 겨울정원처럼 아름답다. 마지막 문장, ‘그리움 속에서 시들어가고 그 안에서 켜켜이 쌓이는 삶을 깨닫는 정원’. 내가 정원이라는 공간에서 읽고 싶은 문장은 이런 것이다. 이 부분이 111페이지에 쓰여있다는 것마저 좋았다. 마치 나무 세 그루가 서있는 그리움 가득한 정원이 그려졌다. 키케로가 말한 “서재에 정원이 있다면 모든 것을 가진 것이다”라는 문장을 이처럼 잘 설명할 수 있는 작품이지 않았을까, 하며. 

순서대로 읽지 않아 정원을 가꾸는 ‘돌봄’이라는 키워드가 이 글에 담기지 못해서 안타깝다. 정원을 가꾼다는 것은 돌봄 이상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음을 다양한 인문학 작품을 통해 표현하는 책이다. 가드닝이라는 것이 작가들에게는 글을 쓰는 과정과도 같고 나같은 일반인 독자에게는 인생을 가꾸어나가는 것과 같이 읽힌다. 서울 근교에 전원주택을 지을 예정인 사람이 읽어도 좋겠지만 자신을 위해 꽃 한 송이 살 줄 아는 사람이 읽으면 더 좋겠다. 다양한 예술가들의 정원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정원이라는 카테고리로 만들어낸 자신만의 공간을 책으로 펴낸 황주영저자님의 정원에 들어올 수 있는 초대장 같은 책이다.  
#정원의책#황주영#하니포터#하니포터10기#한겨레출판사

f****j 2025.07.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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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아름다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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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서사시부터 현대의 SF 소설까지, 다양한 문학작품 속 정원을 주제로 엮은 인문 에세이이다. 작가는 정원을 단지 아름다운 풍경이나 배경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사유, 시대의 욕망이 투영된 공간으로 바라본다. ‘치유’, ‘사랑’, ‘욕망’, ‘생태’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26편의 작품을 다루며, 각기 다른 정원이 담고 있는 의미를 섬세하게 풀어낸다.읽는 동안 익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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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서사시부터 현대의 SF 소설까지, 다양한 문학작품 속 정원을 주제로 엮은 인문 에세이이다. 작가는 정원을 단지 아름다운 풍경이나 배경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사유, 시대의 욕망이 투영된 공간으로 바라본다. ‘치유’, ‘사랑’, ‘욕망’, ‘생태’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26편의 작품을 다루며, 각기 다른 정원이 담고 있는 의미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읽는 동안 익숙했던 작품들이 낯설게 느껴지고, 반대로 낯선 작품이 익숙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문학 속의 정원을 따라가다 보니, 혼자 조용히 산책하고 독서하며 시간을 보냈던 공원 등 정원과 관련된 나의 경험들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이토록 다양한 작품에서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정원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시대와 장르를 넘어 인간의 본질과 이어진다는 점이 새삼 경이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나만의 정원을 상상하게 됐는데, 원래도 고요한 자연의 공간을 사랑하던 나로서는 아주 행복한 시간이었다.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뿐 아니라, 일상 속 작은 사유의 공간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도 소소한 위로와 안정을 가져다줄 책인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s*****1 2025.07.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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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과 문학의 다정한 콜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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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넘치는 에세이이다. 문학 전공자가 미술사와 조경학까지 공부하면 어떤 시선과 취향으로 삶을 일구는지 알게 된다. 남다른 깊이와 안목으로 고른 책과 정원 이야기가 다정하게 흐른다.정원과 관련된 책, 하면 <비밀의 화원> 정도만 떠올리던 내가 이 책을 통해 수많은 정원 책을 알게 되었고 읽고 싶은 책 리스트를 작성하게 되었다. 치유의 정원, 사랑의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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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넘치는 에세이이다. 문학 전공자가 미술사와 조경학까지 공부하면 어떤 시선과 취향으로 삶을 일구는지 알게 된다. 남다른 깊이와 안목으로 고른 책과 정원 이야기가 다정하게 흐른다.

정원과 관련된 책, 하면 <비밀의 화원> 정도만 떠올리던 내가 이 책을 통해 수많은 정원 책을 알게 되었고 읽고 싶은 책 리스트를 작성하게 되었다. 치유의 정원, 사랑의 정원, 욕망의 정원, 생태의 정원으로 구분해서 썼지만 어떤 정원이든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드니 저자가 심사숙고해 고른 26편의 책을 찬찬히 읽어보고 싶다.

볼테르부터 김초엽까지, 시대와 국경과 쓰기 영역마저 초월한 책 속 정원 이야기에 심취해 읽다 보니 오스틴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려 했다. 세 시간 비행을 지루하지 않게 도와준 정원과 책에 관한 에세이가 고맙다. 정원도 책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라 '아, 이렇게도 에세이를 쓸 수 있구나!' 감탄했다.

키케로의 말대로 "서재에 정원이 있다면 모든 것을 가진 것"이니 나는 이 책 한권으로 서재와 정원을 모두 누렸다. 저자의 말대로 모든 것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시대에 느리게 천천히 변해가는 정원과 책이라 더 좋은 것 같다.

플로베르의 유작으로 1881년 작인 <푸바르와 페퀴셰>를 먼저 읽고 싶다. 한국 가면 바로 찾아봐야지. 두 남자가 겁도 없이 덜컥 시골살이와 정원 일을 시작했다가 몽땅 실패하고 다시 필경사의 직업으로 돌아간다는 줄거리가 나는 어째 실패가 아니라 수많은 도전 중 하나인 것처럼 보인다. 필경하다가 언제든 다시 정원에 뛰어들 것 같다는 저자의 의견에 동감!

장미 향기 아찔한 <캔디 캔디>도 읽고 싶고, 10년 전 폭염 탓에 베르사유 여행은 힘들었지만 <베르사유 정원을 보여주는 법>은 읽고 싶다. 획일적으로 단장한 베르사유 정원은 내 취향과는 거리 있지만 책으로 만나면 또 다를지도. 최단 거리로 가도 8킬로미터가 넘는다는 베르사유 정원이라니!

인류 최초의 문학 작품이라는 <길가메시 서사시>를 삼나무 벌목으로 인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쇠락으로 보는 저자의 안목에 감탄한다. <지구 끝의 온실>은 요즘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핫한(?) 소설인데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김초엽이 전하는 다정과 온기가 그립네.

정원과 독서를 콜라보해서 자료를 찾고 글을 쓰고 책 중간중간 정원 관련 명화까지 실어서 꽤 충실하고 근사한 책이다. 읽을거리 볼거리 생각할거리가 가득하다.

샌프란시스코 여행 둘째날, 웨이모를 불러서 오라클파크까지 이동했다. 자율주행 시스템도 놀라운데 무인이라니! 세상이 너무도 빠르게 변해서 가만 생각하면 무섭기까지 하다. 학창 시절 배웠던 인간 소외, 인간성 상실이 더이상 책 속 겁주는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이러다가는 정원 가꾸기와 책읽기마저 AI에게 내주고 인간은 그저 생존하는 것으로 가치를 증명하지는 않을런지 걱정되고 두렵다. 힘들고 거친 일은 Al가 가져가고 정원이나 독서, 명상과 캠핑 등 여가를 즐기는 일은 인간 고유 영역으로 남겨두면 좋겠는데, 이러다간 일도 여가도 AI에게 다 뺏기는 거 아닌지. . .
뺏기기 전에 누리자. 지금 할 수 있을 때 더 즐기고 행복하자. 그것만이 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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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 2025.07.1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서재와 정원의 만남, 정원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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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한겨례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서재에 정원이 있다면 모든 것을 가진 것이다." - 키케로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한 정원 테라스에서 책을 읽는 장면을 상상한다. 살랑살랑 바람이 책장을 넘겨줄 것 같은 시간들. 그곳이 클로드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이라면. 정원과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상상해보지 않았을까. 행복하
"서재와 정원의 만남, 정원의 책" 내용보기
* 본 서평은 한겨례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서재에 정원이 있다면 모든 것을 가진 것이다." 

- 키케로 -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한 정원 테라스에서 책을 읽는 장면을 상상한다. 

살랑살랑 바람이 책장을 넘겨줄 것 같은 시간들. 그곳이 클로드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이라면. 정원과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상상해보지 않았을까. 행복하고 또 낭만적인 상상이다. 정원과 서재의 만남을 기록한 황주영 작가의 <정원의 책>은 정원, 책 좋아하는 것들로 애정을 담아 가득 가득 눌러 담았다. 프롤로그에는 가든 라이팅(Garden Writing)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정원이라는 공간과 글쓰기가 조화를 이루어내며 황주영 작가가 준비한 한아름의 꽃다발(anthology)을 선물 받을 준비가 되었는가. 


<정원의 책>은 26편의 문학이 그린 정원들이 치유, 사랑, 욕망, 생태의 4가지 주제에 맞게 자리 잡았다. 

1장 치유 편에서는 전쟁의 영혼들이 흙을 만지고 씨앗을 심으며 몸과 마음을 회복시켰다는 이야기를 기초로 한다. 양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전쟁을 치른 군인들이 정원을 가꾸기만 했는데도 치유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꽃과 식물이 주는 위로는 그 어떤 의술만큼이나 강력한 힘이 있었다. 정원은 자아의 확장이나 내면의 반영이기도 했다. 인류 최초의 정원이었던 에덴 동산을 떠올린다.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이 먹지 말라고 했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과실을 먹으면서 죄와 타락이 시작되었다."최초의 인류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게 추방된 뒤 인류는 모든 것이 충족되었던 완벽한 에덴동산을 그리워하게 되었고, 이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이상적인 장소를 만들려 정원을 가꾸게 되었다(241쪽)"고 한다. 2장 사랑 편에서는 정원이라는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사랑의 그릇이자 상실의 아픔, 이별, 그리움이 담긴 곳임을 밝힌다. 농염한 사랑을 나누기에 은밀한 공간으로서의 정원 맨 끝의 '작은 집'의 정체에 대해 세세하게 그린다. 



사람이란 원래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주변 사람들 속에서 자기 가치를 세우기를 좋아하고 

자기가 여행하면서 본 것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법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볼테르 소설 중에서 



3장 욕망 편에서는 프랑스 루이 14세의 베르사유 정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정원이 원래 유한계층의 상징 자본으로 정원사, 즉 노예의 노동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현장 독서(책에 묘사된 그 장소에서 읽는 독서)를 위해 프랑스 베르사유 정원에 방문한 황주영 작가의 시도는 한번쯤 해보고 싶은 경험을 미리 소개해준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루이 14세가 직접 쓴 <베르사유 정원을 보여주는 법>이라는 50여쪽의 문서를 들고 문서에 나온 대로 정원을 산책해보려 했으나 실제 장소와 다른 부분도 있고, 너무나 광범위한 정원에 느긋한 산책은 쉽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막상, 프랑스 루이 14세는 베르사유 정원을 걷지 않고 시종들이 끄는 바퀴 달린 의자에 앉아 산책을 했다고 전한다.


악의 정원에 관한 글. 소설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 등장하는 정원이 주는 악의 평범성을 다룬 글이 <정원의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다가왔다. 더욱이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이동진 영화 평론가의 설명과 함께 긴 시간 음미했던 터라 악의 평범성이 무엇인지 와 닿았다. 아우슈비츠 소장 루돌프 히스와 그의 아내 헤트비히의 지극 정성을 다했던 정원 가꾸기가 떠오른다. 소름끼치는 소리와 시꺼면 굴뚝의 연기만 보이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벽. 바로 맞닿은 곳에 아름답게 자리잡은 정원. 아내 헤트비히가 막내 아이를 안고 달리아, 장미, 패랭이 꽃을 보여주며 꽃 이름을 읊조리던 장면들이 소름끼치게 잔인하다. 인간의 극악무도함이 정원의 보리수, 포도나무, 달리아, 장미, 패랭이 꽃들과 대비되어 악의 평범성을 그린다.  


마지막으로 기후 위기 시대의 생태 이야기도 빼 놓을 수 없다. 몇 백년만의 폭염, 기근, 뉴스를 보지 않고도 체감할 수 있는 기후 위기 시대에 정원의 이야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김초엽의 소설 <지구 끝의 온실>로 마무리 짓는다. 책 속에는 정원과 관련된 다양한 책들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우리의 정원을 가꾸어야 한다"고 말한 <캉디드>, 인류 최초의 환경 파괴 <길가메시 서사시>, 자신의 모든 것을 허락한 <나무를 심은 사람>, <반지의 제왕>의 "서두르지 말라"는 좌우명을 지닌 나무수염, <다시 찾은 브라이즈 헤드>, <내일은 없다>, <괴테의 친화력>, <잃어버린 장미 정원>들이 등장한다. 특별히, 장과 장 사이에는 클로드 모네의 <앙티브의 정원사의 집>과 같은 명화들도 숨어 있다. 정원의 아름다운 꽃과 이름 모를 식물, 벌과 나비를 찾듯이 <정원의 책> 곳곳을 산책하다보면 선물처럼 만날 수 있는 행복의 순간이다. 무더운 여름, 잠이 오지 않을 때 괴테에서 톨킨까지 26편의 문학이 그린 세상의 정원 속으로 아름다운 여정을 떠나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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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사락 w*********e 2025.07.1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