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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렸다가 1만원에 샀는데 재미있어서 650페이지를 하루만에 다 읽었네요. 의화단의 난이 끝난 직후인 1899년 중국을 방문한 영국 출신의 여류 작가의 여행기입니다. 저자인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1831년생으로 평생 전세계 곳곳의 오지를 여행하였고 조선과 일본도 방문하였습니다. 그녀가 살던 시대는 한창 제국주의 침략 앞에서 아프리카와 아시아가 문호를 개방하면서 이전이라면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곳도 가 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축복받은 환경에서 축복받은 시대에 태어난 셈인데 50년만 일찍 태어났어도 오지 탐방은 고사하고 여성이 속박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여행하며 글을 쓴다는 것은 어림도 없었겠지요.
그렇다고 해도 그녀의 노력과 끈기, 체력은 실로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중국을 방문했을 때 그녀는 68살의 노파였습니다. 이사벨라 비숍은 15개월 동안 중국에 체류하였고 마지막 6개월 동안 상하이에서 출발하여 양쯔강을 따라 우한과 충칭, 청두를 거쳐 티베트 동부지역까지 여행하면서 기록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걸 엮은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차나 비행기도 없던 시절에 물이 새는 낡은 정크선을 타고 강을 따라 북상하면서 가마와 도보로 도시와 마을을 방문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주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양귀(洋鬼)"라 부르며 적대적인 주민들에 의해 몇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합니다. 요즘의 국내 여행 작가들과 달리, 당시 서구의 여행 작가들은 단순히 내가 어디 어디를 다녀왔고 여기가 구경하기 좋더라는 식의 체험담에 머물지 않고, 굉장히 박식한 현지 지식을 갖추고 그 나라의 역사, 문화, 의식, 종교, 관습, 지리 등 세세한 것까지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특히 선교사들일수록 이런 경향이 있었는데 상대에 대해 최대한 많은 것을 알아야 그만큼 전도 활동이 용이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기독교가 신대륙과 아시아, 아프리카에 매우 빠르게 전파되고 현지 문화에 흡수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죠. 먼저 방문한 사람들이 남긴 기록은 뒤에 방문한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으며 그들의 지식은 꾸준히 누적되었습니다. 또한 서구인들은 자신들에게 그동안 미지였던 세계에 대해 굉장한 호기심을 드러내었습니다. 단순히 서구의 제국주의가 경제적 군사적 침탈에만 목적이 있었다면 수많은 민간인들이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오지 탐방에 나서지 않았겠지요. 반대로 아시아와 아프리카인들은 그런 호기심이 없었습니다. 설령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일 뿐 대중적인 관심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서구는 아시아, 아프리카로 간 반면,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서구로 가지 않은, 또한 그것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꾸준히 계속된 가장 큰 이유는 다름아닌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여행 과정에서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섬세하고 생생하게 묘사하며, 중간중간에는 저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들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아름다운 도시 풍경과 장엄한 성곽, 낡고 지저분한 거리, 돈 몇푼에 몇시간이고 흥정하는 중국인 상인들, 좁은 정크선에서 생활하는 수많은 사람들. 읽다보면 마치 당시로 돌아가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또한 중국 관료들에 대해 보편적인 인식과 달리 이들 대부분은 매우 근면하고 책임감이 강하지만 국가가 이들에게 주는 봉급은 최소한의 생계조차 지탱할 수 없어 횡령과 부패로 내몰리는 현실,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바라본 중국 여성에 대한 억압, 글자와 경전 해석에만 매달릴 뿐 실생활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전통적인 교육 시스템 등 당시 중국이 가지고 있던 부조리함과 모순에 대해 그녀 나름의 관점에서 비판합니다. 사료를 통해 보는 역사서와는 또다른 재미를 줍니다. 재미있는 것은 동시기 서구인들이 남긴 여행기를 보면 현지인들의 후진성과 미개함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면서도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 공통점이라는 사실입니다. 고작 수개월에서 1년 남짓한 시간으로 그들이 도대체 얼마나 알았겠느냐, 라고 해도 막연한 우월감과 편견을 드러내기보다는 가급적 그들에게 다가가고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은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이웃이면서도 여전히 멀게만 느껴지는 중국. 이 책은 격동의 시대를 앞두고 봉건과 변화가 믹스되어 있었던 백년 전 근대 중국의 모습을 아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는 점에서 일독을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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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너비의 땅 그리고 다채로운 소수민족. 역사를 조작해가면서까지 하나됨을 강조하는 중국 정부의 노력이 눈물겨워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국가의 잠재성을 부인하는 이는 아무도 없으며, 머지 않아 세계의 패권을 움켜쥘 국가로 많은 이들은 중국을 언급한다. 허나 100년만 거슬러 올라가도 이야기는 달라진다. 당시 아시아 대륙은 잠들어 있었다. 산업혁명의 격동을 겪으며 성장한 서구 세력은 제 생산품을 판매할 시장을 찾아 움직인 끝에 아시아 대륙에까지 진출하였다. 한때 패자의 위치에 섰던 중국은 세계사의 변화 흐름을 읽어내는 데에 무능함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의 모든 국가들이 변화에 적응하는 데에 실패했으니 중국만의 잘못은 아니나 ‘혹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19세기가 끝나가던 무렵, 한 영국 여성이 무너져가던 중국을 방문했다. 자신이 속한 세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란 어려울 때가 많은데 타자였던 그녀는 어느 한 편에 경도되지 않은 시선으로 이 거대한 나라를 바라보았다. 물론 그녀라고 하여 한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위대한 자연환경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 국가의 지저분함과 코를 찌르는 악취에 대해 개화를 경험치 못함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평을 아끼지 않았다. 좀처럼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여행을 방해하기까지 한 중국인들의 처지에 대해서도 그녀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중국인들이 보여준 적대감이나 경계심은 백인 사회에 느닷없이 아시아인이나 아프리카 인이 등장했을 때 자신들이 느끼는 감정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을 터인데, 역지사지를 깨달을 기회가 그들에겐 주어지지 않았기에… 많은 서양인들이 현재까지도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혀 있듯 발전된 문명 국가 소속이라는 그녀의 출신성분(?) 역시 때때로 그녀를 뒤흔들었다. 영국의 투자 시장으로서 중국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그녀로서는 시시때때로 이를 저울질 하는 걸 잊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다음과 같은 평을 내렸다. 비록 중국 사회가 부패했으나, 영국과 청나라 간에 오간 조약의 유효성을 위해서라도 청나라는 유지되어야 한다고… 본인은 잘 몰랐겠으나, 아니 당시의 모든 서구 세력들은 알지 못했겠지만 이 얼마나 제국주의적인 발상이란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기록은 훌륭했다. 부패한 관료제와 아편에 찌든 사람들 뒤편에 중국의 힘이 숨어 있었다. 긍정할 수밖에 없는 특유의 낙천주의와 근면성실함을 그녀는 중국이 무너지지 않는 원동력이라 평했다. 특히 오랜 시간이 흘러 다소 희미해진 감이 없진 않으나 100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버티어 준 그녀의 사진들은 역사, 문화적인 가치가 커 보였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했다곤 하나 아직 시간을 거스르는 능력까진 발견치 못한 우리이기에… 그녀에 대한 소개 부분을 보니 이미 24세 때 미국과 캐나다 각지를 여행했으며 적지 않은 여행 기록을 남겼음을 알 수 있었다. 1883년에는 <일본의 망가지지 않은 길들>을, 1897년에는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을 출간했다고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 자신이 느끼지 못한 아시아 사회의 미묘한 변화의 중심에 그녀는 항상 서 있었다. 비록 순수한 여행이 목적이었을 수도 있으나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아시아 대륙을 오가며 그녀가 경험한 바가 유럽 사회에 아시아에 대한 동경을 일으키는 텍스트로 활용되었고, 더 나아가 불결하고 미개한 이 대륙을 개화시켜야만 한다는 사명감으로 적지 않은 이들을 이끌었을 것이란 생각을 하니 기분이 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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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벨라 버드 비숍이라는 한 영국 여성의 기행문으로서 백년 전 (1894) 중국 사회를 잘 이해 할 수 있는 길잡이 책이다.
저자는 조각배와 중국인 선원들을 구해 중국의 양자강 일대를 6개월 동안 직접 탐사하고, 그 주변 일대의 마을에 머물며 중국의 사회, 경제,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분석했다.
영국 왕립 지리학회 회원으로서 전문적인 지리 지식을 동원 한 것 뿐만 아니라 낯설은 중국의 문물을 외국인의 감성으로 따뜻하게 묘사한 글이다.
반외세, 반기독교라는 중국인의 배타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서양귀신'으로 몰려 생명의 위협을 당한 적도 있었다.!) 지적 호기심과 탐험심을 잃지 않으며 중국 대륙을 여행한 저자의 용기와 의지가 무척 인상깊은 책이다. 그 오랜 기간의 여정 동안에 '카레' 한 가지 음식만을 줄기차게 먹고,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중국의 여러 희귀한 풍물을 빠짐없이 필름에 담아 전해준 '부지런함'에 경탄 할 뿐이다.
중국역사 연구 자료의 1차 사료로서 손색이 없는 기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상깊은구절] -(아편 중독)치료의 희망을 갖고 수용소로 들어간 사람은 그들의 표현대로 "늑대가 오장을 파먹는 것 같고, 할 수만 있다면 극심한 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살가죽을 벗겨내고 싶을" 만큼의 통증을 겪는다고 한다. (pp.585 ) -중국의 보수적인 오리엔탈리즘 속으로 이미 서양의 효모가 들어갔다.(p.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