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카메라와 함께 한 이후로 종종 사진을 찍으러 다니곤 한다.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사진 대부분이 풍경 사진이다. 서울에 위치하고 있는 몇몇 대학들을 돌아다녀 봤고 상암 월드컵 경기장, 서대문 형무소 등 카메라로 인해 이전 같았으면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많은 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하지만 서울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는 고궁들만큼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곳도 드문 듯하다. 겹겹이 에워싼 고층 건물들, 차들이 내뿜는 숨쉬기 곤란할 정도의 매연, 고궁은 이 모든 것들로부터 단절되어 있다. 단지 문 하나만 통과해 들어갔을 뿐인데 말이다. 나는 그와 같은 한적함을 사랑했다. 비싸지 않은 입장료와 적당히 많은 사람들, 어느 각도에서 셔터를 눌러도 하나 하나가 저절로 작품이 되어버리는... 그것은 우리나라의 궁들이 가진 멋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나는 건축이나 사진, 역사 관련 학문 등을 전공한 사람이 아닌지라 사진을 찍다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모든 건물이 똑같아 보이곤 한다. 부끄럽지만 사실이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모든 궁을 방문했었고, 모든 곳에서 카메라 셔터를 눌렀지만 그때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라는 생각에 시달렸었다. 이 책을 미리 읽었더라도 그랬을까? 사진을 찍기 위해선 단지 셔터를 누르는 것 이상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난 알지 못했다. 그저 시간이 생기면 모든 것을 훌훌 털어 버리고 무작정 궁으로 향했었던 나는 어쩌면 그저 사진을 찍는데 중독이 되어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글보다는 큼직큼직한 사진들이 시원스레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도 지난 날 몇 번 방문했던 곳이라고 반가움을 절로 느끼게 된다. 화려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하여 초라한 것도 아닌, 모든 궁들은 있는 듯 없는 듯 또 하나의 자연이었다. 월대와 층계석, 담장의 무늬 등 얼핏 보면 똑같은 듯 해 보이던 것들도 이렇게 사진으로 확인하니 어느 것 하나 같은 것이 없음에 감탄하게 된다. 밖에서만 바라볼 수 있었기에 자세히 볼 수 없었던 근정전 천장 중앙의 무늬들의 화려함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이러한 화려함은, 단아해 보이는 경복궁 강녕전 내부의 모습하며, 고급스러운 맛을 풍기는 창덕궁 사랑채 내부의 모습 등과 어울리지 않을 듯 하면서도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한 컷에 좀처럼 잡을 수 없었던 종묘의 정전과 영년전의 웅대함이 나를 깨웠다. 지난 늦가을 찬란한 단풍과 함께 나를 맞이해주었던 후원의 화려함도 여전해 보였다. 그렇게 나는 지난 날 내가 찍었던 사진들과 그 곳에서의 추억들을 이 책과 함께 다시 꺼내보았다. 나무로 만들어진 건물들이기에 숱한 화재로 소실되고 그 때마다 재건축 되어야만 했던 궁들은 우리 역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대변해준다. 왜 그리도 외침이 많았으며, 그 때마다 궁은 불에 탔던 것인지... 이미 오래 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조선'이라는 나라를 생각하니 조지훈 님의 '봉황수'라는 시가 절로 떠오른다. 숱하게 행해진 복원공사들이 궁들의 거대함을 되찾는데 일조했을진 모르지만 사람 사는 냄새까지 불어넣진 못한,... 어쩌면 이는 시대가 낳은 뛰어넘을 수 없는 간극이리라. 하지만 그 어떤 수난도 지난 식민 역사만 하겠는가. 왕이 거처하던 곳이 동물원이 되었던 지난 역사의 아픔은 그리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 궁의 곳곳이 일인들에 의하여 변형된 체로 여전히 남아있다. 그나마 변형된 상태로라도 남아있는 것은 운이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이 책의 사진 속에서만 볼 수 있는 몇몇 건물들은 그렇게 시간과 함께 너무도 멀리, 우리로부터 멀어져간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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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에 포스팅 한적 있는 한옥의 조형이라는 책을 쓴 신영훈씨가 쓴 책이다.
http://blog.naver.com/ffuckboy/220232668213
한옥뿐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까지 배운 좋은 책, 한옥의 조형_뻑보이(ffuckboy)
얼마전 얘기한 좋은책 시리즈, 대원사의 빛깔있는 책들. 그 중 이번에 본 책은 한옥의 조형이라는 책이다. 사실 책이 너무 얇아 한옥의 많...
blog.naver.com ![]()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 등 우리 궁궐에 종묘까지 포함하여 구석구석 사진과 함께 해설을 하였다.
일전에 홍순민 교수가 쓴 우리궁궐이야기를 극찬한 적이 있는데, 그 책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엄청난 사진과 함께 글이 곁들여진 구조다. 그 책은 그 책대로, 이 책은 이 책대로 쓰임새가 다르다. 각 궁궐 별로, 궁궐 곳곳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찍은 후 그것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담아 두었다. 그 중 인상적이었던 부분 몇가지를 발췌, 공유한다. 사진이 꼭 필요해서 일부는 사진을 첨부했다. 위 사진의 해설은 아래와 같다. --------------------------- 경복궁의 조선 건축이 아닌 건물 불교를 배척하던 왕조의 정궁인 경복궁에 불국사 석단, 금산사 미륵전, 법주사 팔상전을 모방한 이상한 시멘트 건물을 1960년대에 새로 지었다. 이는 조선의 문화기반을 뒤흔들어놓는 행패이며 문화 존중의 심성과 역사성에 위배된다. 이 일대는 세자가 머물던 동궁이 있던 이웃으로 안존한 분위기가 짙었던 곳이다. 경복궁에서 가장 천연스러움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지금 이 건물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사용하고 있다. 더러 옥외에서 백성들의 삶을 알리는 전시를 열기도 한다. 이도 궁정의 법도에 어긋나는 일이므로 온당하지 못하다. 국립민속박물관을 새로 지어 나가게 하고 이 건물은 헐어내어야 제격에 맞는 처사가 된다. --------------------------- 무슨 말을 덧붙일 수 있을까? 구 정권의 무식함에 황당함을 금할 수 없다. 얼마전 삼청동을 지나며 이 건물을 다시 보았다. 너무나 흉물 스러운 국적 불명의 동남아 스러운 건물이 궁궐안에 떡하니, 그것도 가장 크게 자리잡아 주변을 망치고 있다. 이 일을 한 주체가 외세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라는 점이 더욱 창피스럽다.
--------------------------- 화계와 꽃담과 상량정 동산을 올려다보면 화계와 그 위의 아름다운 꽃담과 상량정 일부가 한꺼번에 보인다. 꽃이 만발한 봄날의 아름다움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이런 광경을 보고 살면 어떤 심성이 되는 것일까. 이만이나 하니 왕족이라는 긍지를 지닐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대한민국이 이 긍지와 단절되지 않고 광복 이후 대를 이었다면 오늘날 우리는 어떤 문화의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을까. --------------------------- 이런 아름다운 광경속에서도 왕족과 대신들은 서로 죽고 죽이는 피로 얼룩진 패륜적인 행위를 많이 저질렀으나, 그래도 마지막 문장이 맘에 남는다. 대한민국이 이 긍지와 단절되지 않고 광복 이후 대를 이었다면 오늘날 우리는 어떤 문화의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을까. --------------------------- 대한제국 이후 1907년, 침략자들의 간교한 술책에 따라 박물관, 식물원, 동물원을 설치하면서 창경원으로 격하되고 마침내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궁내 전각들은 수없이 헐려나갔다. 또한 빈 터전에 벚나무를 심고 벚꽃이 만발하는 시기에는 야간공개를 하는 등 완전한 놀이공간으로 만들고 말았다. 1980년쯤부터 동물원과 놀이시설을 철거하면서 옛 모습을 찾는 노력이 시작되어 창경궁으로 회복시키는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벌써 명정문과 홍화문 일곽의 행각이 옛 모습을 되찾았고, 편전인 문정전 일곽도 중건되면서 제 모습을 찾게 되었다. 그 덕분에 우리가 바라보는 바와 같이 창경궁 중심곽의 장관을 이루게 되었다. 그러나 조선 임금님들이 농사철이 되었을 때 모범을 보이기 위해 쟁기질을 하던 권농장은 이미 춘당지라는 연못이 되어 회복할 수 없게 되었고, 동물 우리를 짓기 위해 헐어낸 보루각도 아직 빈 자리로 남아 있어서 앞으로 회복해야 할 일이 아득하다. ---------------------------
--------------------------- 통명전의 내부 속이 텅 비고 방도 없고, 마루도 우물마루가 조잡스럽다. 1900년대의 변형이다. 원래는 지금도 고주가 남아 있는 그 동편이 구들 들인 동온돌이고, 이쪽의 고주 서편에는 서온돌이 있었다. 대조전 등의 왕비 침전과 같은 구조였음을 알 수 있다.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비하시키면서 남의 나라 문화유산을 이렇게 만든 야만인들이 아직도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일이 가증스럽다. 반출 문화재를 다시 찾아오듯 그들이 변형시킨 이런 건물을 되돌려주는 일이 옳을 것이라면 세계 문화인들에게 널리 알려볼 필요는 없는지 모르겠다. --------------------------- 이 책은 그대로 우리 궁궐 곳곳에 관한 해설서였으며, 우리 현재를 돌아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소소히 정리해 놓은 작가의 수필이었다. 작가의 생각과 그 마음에 많이 동감했고 느끼는 점이 많았다. 이 분이 1935년 생이시니 나이가 많으시다. 내가 돈이 많으면 내 한옥을 짓는데 자문이라도 구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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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은 검소함과 절제,근검절약을 국가적 기치로 내세우던 나라였다. 그래서 왕이 살던 궁궐도 중국의 자금성이나 유럽의 궁처럼 화려하고 사치스럽지 않고 단아하고 은은하다.그러나 그 건물 하나하나에 담긴 멋과 깊은 의미는 두고 두고 되씹어 볼수록 그 운치와 향기가 있다. 책을 사 놓고 바빠서 보지 못하던 중 휴일에 오랜만에 시간이 나서 한 장 한 장 넘겨 보게 되었다.그러자 그 은은하고 단아한 운치와 맑은 풍경,유교와 우리 특유의 도교 사상이 배어 있는 건물들의 배치에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진다. 사람을 위압하기보다는,마음을 편안하고 차분하게 해 주는 우리의 궁궐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느낌이다. 두껍긴 하지만,집에 놓아 두고 몇 십 년 동안 두고 두고 보면 미소지을 책 한 권이 생겼다. |
| 서울에는 궁이 많다.셩복궁외에도 창덕궁,덕수궁,지금은 없어졌지만 경운궁,등등...경복궁는 조선시대를 거슬러 가장 강력한 왕권이 암시했던 궁전이다. 지금이야 서울 시민들의 공원으로 이용되고 있는 궁이지만. 그 시대에는 부역과 노역에 시달린 보이지 않는 민중의 노고로 지어진 궁이기도하다.한편으로 그런 절대왕권의 착취한 흔적일 수도 있는 궁전인것이다. 권력자들은 백성의 노고는 몰렀다. 흥선대원군도 예외는 아니다. 창덕궁이나 덕수궁은 경복궁보다는 인간미를 풍긴다.아마도 정궁이 아니어서 그런가? 저자는 궁전의 설계을 설명하면서 궁전건물마다 전각의 의미에 이르기까지 유교주의적인 왕권의 뜻과 상징을 풀이한다. 궁전이란 그만큼 정치상황을 담고 잇지만 한편으로 동시에 왕의 삶이 이루어지는 사생활의 장소 이기도 하다 .궁녀와 후궁들의 거처는 밀폐되고 초라하다. 이 책은근정전이나 왕의 침전을 거쳐 비원에 이르기까지 조선 시대의 건축 문화를 설명다. 왕한사람을 위한 궁이 지금은 시민들을 위한 개방된 공간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