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 was the one who changed, it wasn't fashion. I was the one who was in fashion.
명품의 가치를 이해하려고 드는 남자는 절대 된장남이 될 수 없다.
나를 향한 말일 수도 있고, 불철주야 재테크와 결혼자금 마련에 힘쓰는 수많은 대한민국의 샐러리'맨'을 향한 말일 수도 있다.
아무튼 2006년 한국을 휩쓴 코드였던 '된장'은 이제 '명품'을 좋아하는, 추구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일반 명사로서, 인터넷으로 등장한 신조어 답게 순식간에 의미도 변질되어버린 듯 하다.
나랑은 거리가 먼 된장과 스타일리쉬, 그런데 나는 왜 샤넬을 읽게 되었을까?

원래 내가 사려고한 샤넬 전기는 9500원짜리였다. 하지만, 그건 어린이용 위인전기; 하지만 이런걸 읽을수야... 샤넬을 여왕님에게 입히고 싶어하는 선배를 위한 책이다. 물론 주기 전에 내가 읽어봐야지.
독일 사람이 쓴 샤넬의 전기. 난 샤넬이 사람 이름이라는 인식을 이제서야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디오르나 입생로랑 같은 것도 사람 이름이라니; 난 된장남의 자격을 애초부터 지니고 있지 않았나보다.
샤넬의 삶은 참 놀랍다. 너무나도. 불우하고 외로운 프랑스 지방 가정에서 태어난 그녀가 어떻게 '제국'이라고 이름 붙여진 하나의 세기를 만들 수 있었을까?

1) 이쁘다. 2) 뛰어난 감각, 3) 남자를 잘 만났다.
겉으로만 보면 이렇다고 할 수 있지만, 1)의 경우는 그녀의 전성기인 19세기 말~20세기 초에는 아시다시피 풍만한 여체가 각광 받던 시절, 그녀는 현대의 미에 걸맞는 몸매였다. 아니 지금과 같은 S라인 세기는 그녀가 만든 것일까? 2)의 경우는 샤넬 하나 지니지 않은 나같은 남자가 말할 수 있는 게 아닌듯. 3)의 경우, 맞는 말이다. 어쨌든..
복잡다난하고 읽기도 힘든 이름을 가진 유럽의 귀족, 셀러브리티, 왕족들의 홍수 속에서 내가 코코 샤넬이라는 위대한 여성이 아닌 위대한 인물로부터 받아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인상은 그녀의 말이다. 말.
페미니스트도 아니면서, 보수적인 여성관을 가지지도 않은 그녀를 뭐라고 해야할까? 여자는 남자들이 만들어낸 이데올로그와 취향의 '옷걸이'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한 그녀. 남색가들이 만든 여성복을 입는 여자들을 이해할 수 없다던 그녀. 샤넬의 복제품을 환영했던 그녀, 100프랑짜리 샤넬이 있다는 것을 어쩜 그리도 기뻐할까?
그 도약의 발판이 되어준 일생의 사랑 '보이' 카펠과의 드라마틱한 만남과 사랑, 그리고 이별. 끊임없는 도전과 고독과 외로움, 사랑, 창조, 열정.
그녀의 화려한 콜렉션만큼 치장된 성장기와 인간관계지만, 할머니가 되어서도 뜨거운 영원한 마드모아젤이라니!!!
감탄사로 끝나는 문장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듯, 격양된 상태에서 쓴 듯한 작가의 의도대로인지 읽는 내내, 샤넬의 '나의 귀염둥이, 이제 죽음이군'이라는 문장을 읽을 때까지 폭풍이 몰아치는 듯 했다. 그만큼 그녀의 인생이 폭풍과 같지 않았을까?

A woman is closest to being naked when she is well dressed. 잘 차려 입었을 때의 여자는 아무것도 입지 않는 상태와 가깝다.
A fashion that does not reach the streets is not a fashion. 거리를 활보하지 않는 패션은 패션이 아니다.
위키에서 뽑아낸 그의 어록 중 짧은 것 두 개. 패션과 스타일처럼 울림이 좋은 단어를 지니지 못한 나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만 같은 말이다.
머릿말과 문장의 서두에, 샤넬은 그녀의 인생을 끊임없이 분칠 해왔다라고 씌여져있지만, 결국 작가도 샤넬이라는 위대한 인간의 마력 앞에서는 자유로울 수가 없었나 보다.
정말이지 오래간 만에 짧은 시간 안에, 한방에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이로써 나도 샤넬을 알게 되었을까?
.....................샤넬을 단 하나도 지니지 않고, 앞으로도 사지도 않을 거면서 샤넬의 전기나 읽는 남자가 어찌 '코코'를 이해하리오. 샤넬을 알고 싶다면 책이 아니라 샤넬을 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