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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하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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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탕은, 내게는 여탕이 아니었다. 은밀하고 구린내나는 신화이자 뿌옇게 김 서린 설래임과 수줍음이 감도는 환상의 공간이었다. - 지금 이 문장에 담긴 마음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거의 모든 남자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으리라. -   여탕의 모습이 미지의 베일을 벗고 낯을 붉히며 낱낱, 꼼꼼, 쫑쫑 내게 다가왔다. 첫 사진을 보자마자 목이 메었다. 지방질로 표면이 거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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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탕은, 내게는 여탕이 아니었다. 은밀하고 구린내나는 신화이자 뿌옇게 김 서린 설래임과 수줍음이 감도는 환상의 공간이었다. - 지금 이 문장에 담긴 마음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거의 모든 남자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으리라. -   여탕의 모습이 미지의 베일을 벗고 낯을 붉히며 낱낱, 꼼꼼, 쫑쫑 내게 다가왔다. 첫 사진을 보자마자 목이 메었다. 지방질로 표면이 거칠게 일그러진 여인의 배와 음부가 콱 눈을 찌른다.   당연히 저 사진은 내 할머니의 몸이다. 중풍으로 생의 15년을 부처님의 자세로 살아내시다 떠나신 할머니의 음부를, 나는 몸을 씻기다 본 적이 있다. 내 나이 열한 살, 내가 여탕에 들어갈 수 있었다면 할머니의 두부같이 허여멀건한 몸을 따끈한 물에 푸욱 불려서 벅찬 땀을 흘리며 때를 벗겨드렸을 것이다. 그러지 못하고 나는 가마솥에 끓인 물을 날라다 방안에서 어설프게 수건으로만 닦아내드렸다. 할머니는 목욕을 할 때마다 소녀처럼 좋아하셨지만 자주 해드릴 수는 없었다. 햇볕을 쬐지 못하는 할머니의 몸에서는 신기하게도 새하얀 때가 나왔다. 어린 내게 그것은 순수로 느껴졌다. 내 힘이 할머니의 어깨를 껴안아 일으켜세울 수 있을 만큼 튼실해진 육학년 때 할머니는 몸을 벗어나 돌아가셨다. 돌아가신 그 곳을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만은 그 곳이 어디인지 알고 있다고 어릴 때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 생각을 잃어버렸다. 귀중한 비밀을 새가 물고 날아가버렸다. 아마 다시는 찾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할머니의 팔과 다리는 너무나 가늘었다. 대신 할머니의 몸은 이상하게도 부풀어 있었다. 만져보면 거죽이 그대로 늘어져 잡혔지만 그 내부에는 말랑거리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포근하고 토실거리는 그 무엇인가가 나이를 먹고 나서야 쌓여가는 지방이라는 걸 알았다. 내 배에 쌓여가는 역겨운 지방질이 할머니 배의 지방처럼 순수하고 욕심없이 쌓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내가 씹어대는 짐승들의 고기들이 내 몸에 조금씩 남는다. 그 느낌이 싫지는 않지만 어느새 내가 그들의 성격까지도 점점 닮아가는 게 아닌가 두려워진다.
n******s 2005.06.22.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단면들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단면들" 내용보기
여자 목용탕 사진 에세이집으로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나 책을 읽다보면(보다보면) 에로틱한 생각이 전혀 안나는 책.... 작가는 이 사진들을 찍기 위해 날마다 목욕탕에서 벌거벗은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고 사람들을 익혀서 이웃집 삶의 단상들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고 있다. 어릴 적 할머니를 따라 가본 여자 목욕탕의 기억은 우리 할머니의 쪼글쪼글한 배의 이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단면들" 내용보기
여자 목용탕 사진 에세이집으로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나 책을 읽다보면(보다보면) 에로틱한 생각이 전혀 안나는 책.... 작가는 이 사진들을 찍기 위해 날마다 목욕탕에서 벌거벗은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고 사람들을 익혀서 이웃집 삶의 단상들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고 있다. 어릴 적 할머니를 따라 가본 여자 목욕탕의 기억은 우리 할머니의 쪼글쪼글한 배의 이미지외에 아무것도 없다. 박하야의 사진은 이러한 나의 여자 목욕탕에 대한 기억을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사람들의 삷의 단면들로 대체하여 남자 목욕탕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 무엇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YES마니아 : 골드 s****h 2000.05.0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