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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데이아는 범상한 여인이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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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표를 예매했다고 친구에게 말했더니 연극에서 원작과 다른 결말을 보여줘 불만스러워하는 관객들이 많다는 소식을 들려주었다. 그래서 이왕 연극을 보기로 한 김에 에우리피데스의 원작을 제대로 읽어보자고 마음먹게 되었다. 우선 놀라게 된 것은 작가인 에우리피데스가 기원전 400년대, 소크라테스와 동시대의 사람이라는 것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패한 아테네가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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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표를 예매했다고 친구에게 말했더니 연극에서 원작과 다른 결말을 보여줘 불만스러워하는 관객들이 많다는 소식을 들려주었다. 그래서 이왕 연극을 보기로 한 김에 에우리피데스의 원작을 제대로 읽어보자고 마음먹게 되었다. 우선 놀라게 된 것은 작가인 에우리피데스가 기원전 400년대, 소크라테스와 동시대의 사람이라는 것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패한 아테네가 패인을 젊은이들을 타락시킨 소피스트의 잘못으로 몰고, 소크라테스는 사형에 에우리피데스는 추방형(또는 자진망명?)에 처했다는 사실을 보면 에우리피데스가 당시 아테네 사람들에게 진보적 인사로 낙인찍혔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메데이아는 페미니스트가 쓴 작품이라해도 무방할 정도로 아주 현대적인 면모가 있다.

 

   이아손과 사랑에 빠져 그의 과업을 도와주고 조국 콜키스를 등진 메데이아는 군사를 이끌고 추적하는 동생까지 죽이고 이아손을 따라 그의 고향인 그리스 이올코스로 이주했다. 그러나 이아손의 숙부인 펠리아스가 약속과 달리 왕위를 물려주지 않자 펠리아스까지 살해하고 이아손과 함께 코린토스로 도주하게 된다. 에우리피데스는 바로 이곳 코린토스를 무대로  이아손이 메데이아를 배신하고 코린토스의 공주와 결혼하여 왕족이 되려하는데 분노한 메데이아의 탄식과 이어지는 광포한 복수를 그리고 있다. 이아손은 왜 이렇게 능력있으며 아들들까지 낳아준 아내를 버려 비극을 자초했을까? 

 

   메데이아가 콜키스의 왕녀이지만 그리스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미개한 국가 출신, 이를테면 다문화여성이다. 또한 남자의 입장에서도 마법을 사용하며 살인까지 감행할 수 있는 강렬한 여인보다 젊고 아름다우며 순진무구하여 자기 뜻대로 조종할 수 있는 여자가 좋을터이다. 그럼에도 이아손은 뻔뻔스럽게 자신이 공주를 선택하는 이유는 침대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과 아들들의 출세를 위한 것이니 메데이아가 받아들여야한다고 설득하기 까지 한다. 그말이 진실이라면 콜키스에서 메데이아에게 그랬던 것처럼 코린토스에서도 공주를 이용하겠다는 뜻이며 메데이아가 침대의 문제로 질투하는 여자에 불과하다고 판단한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이쯤되고 보니 코린토스의 여인들조차 메데이아의 분노와 복수는 당연하다고 합창한다.

 

   이아손을 죽이면 간단하겠으나 그랬다면 메데이아의 신화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메데이아는 이아손이 죽는 것 보다 더 큰 고통을 지니고 살아가도록 아들들까지 희생해서 공주와 왕을 죽이고, 이아손이 코린토스 사람들에게 보복당하도록 하는 화려한 드라마를 시작한다. 메데이아의 복수에서 코린토스의 여인들이 차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어미가 어린 아들을 살해하는 대목이다.  "남자들은 전쟁에서 싸우는 동안 우리는 집에서 안전하게 산다고 말하지만 남자들은 바보에요. 아이 한 번 낳느니 차라리 세 번 전쟁터에 나가는 편이 낫겠어요.(38쪽)" 메데이아는 집에서 아이를 낳으며 안전하게 살기보다 차라리 전쟁터에서 싸우기를 바라는 여인인데 이아손은 그녀를 잘못 건드렸다. 이로써 이아손은 파멸의 길로 들어서고 메데이아는 소시민적 가부장적 도덕을 벗어나면서 영웅 또는 신적인 차원으로 도약한다.

 

   다행히도 다른 버전의 메데이아 신화에 의하면 자식이 자그마치 14명에 이른다고 한다. 메데이아에겐 아직도 남은 자식이 있으며, 그녀의 마법은 죽은 자식도 살릴 방도가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메데이아의 후일담 중에는 그녀가 테세우스의 아버지인 아이게우스와 결혼하여 아테네의 왕비가 된다거나 고향인 콜키스로 돌아가 스스로 왕이 되고 그녀의 아들로 대를 이어간다는 신나는 내용도 있다. "오 나의 조국, 나의 고향 땅아! 내 신세가 망명자가 되어 의지할 곳 없이 힘든 세월을 살아가야 하는 꼴이 되지 말았으면! 그런 날을 맞느니 차라리 죽고 싶구나. 조국을 잃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이 어디 있으리요.(65쪽)"라고 외친 메데이아의 원한이 풀렸을까? 이 메데이아의 절규에는 조국에서 추방당한 에우리피데스의 한숨까지 섞여있는 듯하다. 이제 연극이 메데이아의 결말을 어떻게 맺을지 보러갈 준비가 끝났다.

 

 

 


y***d 2017.03.22. 신고 공감 4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