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루야마 겐지 작풍세계는 여자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이 말 한 마디가 나를 그에게 이끌었다. 도대체 어떤 작가인지 궁금도 했거니와 괜스레 오기가 생겨서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몇 가지 정리한 필요성을 느낀다. 다카쿠라 켄을 주연으로 설정해놓고 씌어진 ‘납장미’는 영화계에 대한 또 다른 도전의 의도가 담겨 있었다. 영화에서 감독이 의도하는 모든 것들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는 배우, 또 그 배우를 보고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는 관객 등, 이 모든 것을 세밀한 언어를 이용하여 극복하겠다는 의도 말이다. 그리고 정말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납장미’ 속에서 실현되었다. 작가의 풍부한 묘사력은 배우가 표현할 수 있는 표정을 바탕으로 아주 사실적으로 그려내서 영상을 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배우의 모든 것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작가의 역량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작가의 모든 의도에 제대로 부합된 책이란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내겐 그 의도가 조금은 탐탁치 않았다. 작가의 과도한 묘사력은 사건의 긴박감을 상당히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했다. 예를 들어, 쫓기는 상황을 연출할 땐 필사적으로 달리는 것만 생각해야 하며 뒤쫓아 오는 사람을 피하는 것은 생각이 아니라 본능 같은 움직임이어야 더 생생할 것 같은데, 이 소설 속에선 달리면서 끊임없이 이 생각 저 생각을 하고 있다. 나는 그 생각들을 읽기보단 달린 후에 어떤 상황이 발생되었는지 그게 궁금할 따름인데, 이런 나를 너무나도 옥죄는 묘사 묘사들.... 때론 그 긴박감이 계속되지 않아 책을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기도 했었다.(물론 익숙해지니까 나름대로 견딜만했다.) 주연 배우가 버젓이 있기에 인물 중심으로 나가야 함이 당연했겠지만, 이 작품은 스토리상 속도감이 조금은 더 앞섰어야 했다. 스토리가 그렇지 않은가!!! 그리고 현존하는 주연 배우의 등장은 나의 무한한 상상력 세계를 차단하는데 한 몫 했다. 어떤 장소에서선 누굴 만나건 주인공의 얼굴은 너무나 또렷하게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나머지 등장인물들은 그의 강력한 실체에 가려서 도대체가 상상되지 않으니 난감했었다. 마치 종이 인형들 같았다고나 할까? 이건 물론 내 문제겠지만 말이다. 이상 몇 가지 날 괴롭힌 문제가 있긴 했지만,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은 읽어볼만 하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남성적 묘사는 때론 인내력을 요하지만 그 생생한 사실성에 여운은 더 오래 남는다.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며 비교하는 변천사는 누구든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을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그대로 보여줘서 쟁쟁하게 기억된다. 게다가 책 속에서 만나는 다카쿠라 켄의 모습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
| 마루야마 겐지 아저씨 소설의 주인공은 늘 고독하다. 평범을 거부하며 세상과 동떨어진 삶을 원하는 작가 자신의 모습과 같이. 이번 소설은 일본의 유명한 영화배우를 주인공의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즉 그를 주연으로 한 시나리오를 쓴 것과 비슷하게. '다카쿠라 켄'이라는 배우로 영화 철도원에 나온 아저씨라는데, 철도원 소설은 읽었어도 영화는 단지 예고편만 본지라 그 얼굴이 가물가물하지만, 이 책의 맨 처음에 실려 있는 다카쿠라 켄의 모습을 보니 생각이 날듯도 한 얼굴이다. 일본에서 국민배우로 추앙받는, 우리로 따지만 아마 안성기 아저씨 쯤 될 그런 배우인가 보다. 어쨌든, 영화 배우를 주인공의 이미지로 잡아 소설을 썼다는 것이 좀 독특한 설정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 소설이 그의 다른 작품들과 크게 다르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켄이라는 배우의 영화를 많이 본 사람들이 소설을 읽으면 영화 속의 그의 이미지와 중첩시켜 여러모로 즐거운 감상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지난 번 소설 '무지개~'와 어딘지 비슷한 설정이 보인다. 두 주인공 모두 야쿠자 출신이고, 누군가에게 쫒기는 신세이며, 그래서 해안가의 한적한 곳에서 남들과 떨어져 혼자 살고, 고독한 킬러의 외면 속에는 따스한 정을 품고 있는 사내들인 점 등등. 그러나 마루야마 겐지 아저씨의 필력은 '그 나물에 그밥'이 될법도 한 이야기들을 전혀 다른 식으로 술술 풀어낸다. 그리고 역시,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덧붙임. 납장미: rose of lead. 납총알이 쇠로 된 종에 맞아 납이 녹아서 마치 장미 문양처럼 되어 버린 것. 덧붙임2. 책표지 색깔이 정말 '예술'이다. 이렇게 예쁜 색깔의 표지는 처음이다. 정확한 용어는 모르겠는데, 하드커버를 앞뒤로 덮고 있는 커버 종이를 벗겨 내면 정말 예쁜 연보라빛이 나온다. 요즘은 정말 책디자인에도 아주 공을 많이 들이는 것 같다 |
| 시적인 문체로 유명한 고고의 작가 마루야마 겐지.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와 물의 가족 두 편만을 읽었을 뿐이지만, 시적인 문체라는 점에서는 완전히 공감했었다. 사실 마루야마 겐지의 최신작인 납장미가 나왔다고 했을 때, 살짝 망설였던 것은 그 시적 문체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본래 시보다는 산문을 좋아하니까. 약간의 우려를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한 채로 납장미의 첫장을 펼쳐들었을 때, 4시간만에 끝 페이지를 덮는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마루야마 겐지의 남성적인 문체는 심리묘사를 하는데도 전혀 지루하거나 이해하기 힘들거나 하지 않았다. 더구나 70이 내일 모레인 할아버지의 숨가쁜 딸네미 지키기는 비장한 주인공과 작가의 자세와는 달리, 내겐 웃음이 터져나오는 뜻밖의 재미도 선사해주었다. 영화 소설이라고 하더니, 진짜 머리속에 스크린이 하나 펼쳐지고 거기에 한 편의 영화가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술술 읽히는 맛이 있어 좋았다. 게다가 주인공인 겐조 할아버지는 어찌나 마음이 팥죽끓듯 이랬다저랬다 하는지, 왕년의 야쿠자 두목도 참, 별거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주인공 캐릭터에 더욱 정감이 간다. 만원이 조금 넘는 책 값이 부담이긴 했지만, 다 읽고 나서는 책 값은 생각나지 않을만큼 괜찮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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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들이 선생으로 여기며 존경해마지않는다는 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작품을 처음 만났다. 그런데 왜 하필 이 책을 골랐을까 싶을 정도로 선생의 작품 세계를 충분히 감상하기에는 참으로 인내심이 많이 필요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을 먼저 접했더라면 생각이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납장미>를 읽은 후 나의 상태는 기력이 모두 빠져나간 느낌이다. 정말 대단하다고 느끼는 것은 500페이지가 넘는 장편 소설이 별다른 사건도 없고 주인공이 느끼는 감상으로만 이어지고 있는데도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있는 야쿠자의 마음 속 갈등에 대한 표현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주옥같은 시어로 묘사된 서정적인 문장에 감탄해 마지않으며 존경의 예를 올리지만 솔직히 재미는 없다.
주인공은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의 야쿠자다. 15년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후 고향으로 돌아가는데 그곳에 청년 킬러가 찾아온다. 가을까지 얼마 남지 않은 여름동안 유보된 삶, 몰랐던 딸의 존재, 그녀를 성녀로 여기며 사이비 종교를 연상시키는 마을사람들의 행태, 딸을 지키고 싶은 아버지의 부정,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전개되는 킬러와의 한판 승부 등 이야기의 전개는 긴장감과 박진감이 넘치는 액션물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느낌은 극도로 정적이라는 아이러니가 묘한 감각을 전해주는 이색적인 소설이다. 마치 소리 없이 스릴러 액션 영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문학계에서는 마루야마 겐지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비견된다고들 하는데 전반적으로 흐르는 고독한 인간 군상이나 확고하고 고집스러운 세계관, 판타지적 요소, 이미지에 강한 감각적인 문장 등은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겠으나 내가 느끼는 그들의 커다란 차이는 ‘소리’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은 읽는 내내 다양한 배경음악이 들리는 듯한데 반해 마루야마 겐지의 작품은 긴박하기 그지없는 액션 씬에서 조차 정적이 흐른다. 대신 향기가 있다. 아름다운 회귀도의 푸른 바다와 들판에 부는 바람의 싱그러움, 진홍빛 장미의 진하고 그윽한 향이 처연하도록 가슴을 파고든다.
색다른 것은 작가가 이 작품을 구상할 때 영화 '철도원'의 주연배우인 다카쿠라 켄을 미리 주인공으로 삼고 쓴 소설이라는 점이다. 책을 읽으며 장면들을 머리에서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것을 즐기는 나로서는 쉽게 주인공을 떠올리게 해주어 인물을 그리는 수고를 덜어 좋았고, 보통은 영화화되었을 때 주인공의 이미지가 생각 같지 않아 불만인 경우가 많았는데 일본의 명배우 다카쿠라 켄은 선과 악의 갈등,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고뇌하는 전직 야쿠자 노인의 모습으로 적격이라고 생각된다. 어떤 기자의 평에서 서양영화로 만든다면 주인공 겐조의 역할에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추천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같은 의견이다. 악을 악으로 해결하는 투쟁의 길, 지난 인생을 되돌아보며 회한에 젖는 폭력단 두목이 맞는 쓸쓸한 말년의 삶, 거친 행동 뒤에 자리 잡은 인간적인 따뜻한 마음. 완독하기까지 인내심이 무진장 필요하긴 했어도 깊이 있는 작품을 통해 인생이라는 파도를 헤쳐 나갈 각오를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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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15년간의 수형생활을 마치고 고향 회귀도?로 회귀한다. 야꾸자두목이었을 때 30년이나 어린 부인은 절벽에서 떨어져 죽고 어머니는 2년전에 사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