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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성
- 사랑하는 사람의 부활을 위한 머나먼 여정, 중국판 반지의 제왕.
중국에서는 장르문학을 신개념 문학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신개념 문학의 선두주자로 떠오른 23세의 청년 궈징밍이 쓴 환성(幻城)이란 소설. 중국소설하면 삼국지와 무협지만 떠올리던 나로서는 이 책의 정체에 대해 읽기 전에 은근 고민했던 것이 사실이다. 푸르스름한 표지에 툭 툭 하얀 눈이 묻어있고, 마치 장검에 먹을 묻혀 지른 듯한 한자제목이 위압감을 더하고 있었다. 아래 띠지는 혼란함을 가중시킨다.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로맨스가 아니고 무협처럼 전개되지만 판타지가 아닌, 12억 중국 대륙 최고의 베스트셀러!” 만만치 않다. 이제 정체를 알 수 없는 대륙의 베스트셀러를 조사해보기로 한다. 두둥.
시공을 알 수 없는 곳, 빙족의 나라 환성제국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때부터 나는 반지의 제왕의 신세계에 들어가듯 막연한 상상의 나라로 정신을 몰입해야 했다. 다행히 번역이 잘된 건지, 작가의 필력이 뛰어난 건지 간결한 문체와 복잡하지 않은 이름(이거 중요하다)으로 인해 쉽게 그림이 착착 떠오른다. 차가운 빙족의 나라는 라이벌 화족의 침공에 힘들게 항전하고 있다. 마법사들의 싸움. 빙족의 왕자인 캐슬(주인공)과 아이코스(동생)는 화족의 막강한 불공격을 피해 인간세계로 도망친다. 인간세계에서 자신의 장기를 살려 얼음조각을 만들어 팔며--; 동생 아이코스를 보살피며 유랑하는 주인공 캐슬왕자! 빙족이 결국 화족의 침략을 물리치고 평화를 되찾은 후 환성제국은 여자 마법사 이락을 인간세계에 보내 두 왕자를 본국으로 소환한다. 캐슬과 이락은 서로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지고...
여기까지가 25페이지다. 정말 빠르고 쉽게 전개된다. 처음의 난감함은 사라지고 어느새 이야기에 몸을 맡겨 환성제국을 여행하는 눈동자는 그곳의 냉기마냥 시원하기 그지없다. 줄거리를 다 요약하자면 너무 방대하고 스포일러도 너무 많다. 다만 이락은 봉인되고 캐슬의 새 여자 남상도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그 주범은 바로 캐슬이 애지중지 키운 동생 아이코스, 아이코스는 어느새 무서운 마법의 힘을 갖춘 채 캐슬의 왕위를 노리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캐슬을 자유롭게 해 주고 싶은 동생 아이코스의 숨은 뜻. 그러나 캐슬은 아이코스를 죽이고 나서야 그 사실을 환몽으로 깨닫고 슬픔의 세월을 보낸다. 여기까지가 1장 환상의 성. 이제 본론인 2장 눈의 나라. 캐슬은 제국의 가장 고독한 왕이 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캐슬은 죽은 사람을 부활시키는 약초 은련이 있다는 환설산으로 원정대를 조직하여(반지 원정대^^) 길을 나서게 된다. 그곳에는 마법의 신, 그 이상인 연제와 동방호법, 서방호법, 남방호법, 북방호법이란 사대천왕스러운 마법사들이 살고 있다. 어쨌거나 캐슬과 그의 충실하고 개성만빵인 원정대원들의 머나먼 여정이 시작된다. 이렇게 시작된 원정은 300페이지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3장 벚꽃제의가 남은 60여 페이지를 다양한 스포일러를 담은 채 장엄하게 마무리된다.
개성적인 캐릭터, 구태의연하지 않은 전개, 잘 짜여진 추리와 반전.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할만한 매력이 작품의 중반까지 쉬지 않고 이어진다. 그리고 은련을 손에 쥔 캐슬에게 다시 시작되는 새로운 운명(3장)은 이제까지의 스토리를 다시 한번 복습하면서 작품의 주제를 읽는 이에게 각인시킨다. 캐슬의 노력으로 부활한 사랑하는 이들의 입에서는 벚꽃같이 붉고 뜨거운 대사가 터져나온다. 대사 속에 녹은 주제는 주인공 캐슬의 고독을 보듬어 안고도 남을 만큼 ‘운명적으로’ 아름답다. 그리고 그것은 동시에 각 캐릭터들의 캐릭터를 상징한다. 소설의 꽃은 대사이다. 이렇게 쓰는 작가는 나쁠 수가 없다. 그것이 이 대륙의 소년(작가후기를 보면 고3때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쿨럭)을 지지하는 이유이다. 환성. 아름다운 상상력의 작품이다.
일본에서는 천재 소녀작가들이 양산되고 있고, 중국에서는 대담하리만치 거침없는 필치의 이런 괴물이 등장했다. 한국은 귀여니의 인터넷소설 열풍을 제외하면 새로운 소설의 경향이나 젊은 작가들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이제 어떤 작가가 우리식 ‘신개념 문학’을 주도할 것인가. 현재는 답이 없다. 인터넷과 모바일, 핸드폰과 매스미디어에 점령된 우리의 문학제국은 결코 젊은 황태자가 앉을 자리가 없다. 스스로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상상력을 존경할 필요가 있다.
[인상깊은구절] 거대한 산설조 한 마리가 허공을 가로로 그으며 날아갔다. 내가 고개를 들자 그것은 쟁쟁한 울음소리를 퍼뜨리며 더 높은 창공으로 솟구쳤다. 형, 부디 자유롭게 날아오르길...... * * * * * 캐슬님에게 말하고 싶지만 더 이상 목소리가 나오지 않네요. 나는 그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 남으셔야 해요. 이 세상에는 아직 당신과의 재회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당신 안에 그의 모든 기억이 살아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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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로운 귀쌍님이 빌려준 환성.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손에서 놓기 어려운 책.
13억 중국 대륙에서 3년 연속 최고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중국 신세대 문학의 대표 '신개념문학' 2년 연속 대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굳이 장르를 따져보자면 판타지 무협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앗, 마법이지... 이것도 무협이라고 볼 수 있나.. 느흐흐..ㅠ.ㅜ;
빙족의 나라 환설제국의 왕인 '캐슬'과 그 주변인들에게 얽혀 돌아가는 이야기. 다양한 사물과 마법에 대한 묘사 글에서는 상상력을 총동원하게 된다.
해리포터가 어린이 소설이기 때문에 깜찍한 마법 주문들이 많이 등장한다면 환성에서는 아름답고 경이로울 것 같은 마법들이 등장한다. 영화로 만들어지면 분명 매우매우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
중학교 때 재밌게 읽었던 이우혁님의 '퇴마록' 과 비슷하지만 중국 소설이라 그런지 뭔가 좀 더 장대한 느낌이 든다. 퇴마록도 국내편부터 말세편까지 쭉 읽을 정도로 좋아했었는데..
그러고 보니 내 사촌동생도 책까지 낸 인기 판타지 소설 작가인데 아직 그 녀석 책도 못 읽어 봤다. 책 제목도 몰라. 쿄쿄 미안. 생각난 김에 사촌동생 책도 좀 읽어봐야겠다..
추적추적 비오고 감기까지 걸린 심심한 주말을 즐겁게 보낼 수 있게 해준 귀쌍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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