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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하게 은둔해 볼까?!_051 (명랑한 은둔자)
"명랑하게 은둔해 볼까?!_051 (명랑한 은둔자)" 내용보기
캐럴라인 냅은 지적이고 유려한 회고록 성격의 에세이를 쓴 작가로, 2002년 마흔둘이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냅은 살면서 몇몇 끔찍한 중독에 빠진 경험이 있는데, 삶의 불가사의한 두려움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을 땐 술로, 그런 자기 자신을 호되게 통제하고 싶을 땐 음식을 거부했다. 그는 이런 자신의 깊은 내면 이야기를 솔직하게, 우아하게, 또렷하게 고백해 세상을 놀라
"명랑하게 은둔해 볼까?!_051 (명랑한 은둔자)" 내용보기

   캐럴라인 냅은 지적이고 유려한 회고록 성격의 에세이를 쓴 작가로, 2002년 마흔둘이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냅은 살면서 몇몇 끔찍한 중독에 빠진 경험이 있는데, 삶의 불가사의한 두려움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을 땐 술로, 그런 자기 자신을 호되게 통제하고 싶을 땐 음식을 거부했다. 그는 이런 자신의 깊은 내면 이야기를 솔직하게, 우아하게, 또렷하게 고백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출처 : 예스24 책소개

( http://www.yes24.com/Product/Goods/92357625?OzSrank=1 )

 

친구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인데, ‘명랑'과 '은둔자라는 다소 모순된 단어의 조합, 그래서 마음에 드는 제목과 달리 책 속의 글들은 그리 명랑하지만은 않았기 때문인지, 솔직히 처음에는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 조금 고생을 했다.

 

   저녁 약속이 일주일 뒤로 다가온다. 마음 한구석에선 가고 싶으면서도, 나는 빠져나갈 계획을 짠다. p.15

 

그럼에도 끝까지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그녀에게서 나의 모습을 엿보았기 때문이다. 외롭지만 혼자 있고 싶고, 혼자가 좋다 하면서도 사람들의 모습을 부러운 듯 바라보는 그런 모순된 나의 일면 말이다.

   

# 명랑한 은둔자

그녀의 글은 '고독고립의 의미와 그 경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준다.

 

   고독과 고립의 경계선은 무척 가늘고 모호하며, 우리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이기에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다. p.18

 

   고독은 차분하고 고요하지만, 고립은 무섭다. 고독은 우리가 만족스럽게 쬐는 것이지만, 고립은 우리가 하릴없이 빠져 있는 것이다. p.19

 

   내 경우, 가장 중요한 과제는 고독과 고립의 경계선을 잘 유지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 둘은 종이 한 장 차이다. p.48

 

누구에게나 주변에서 한발 떨어져나와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순간이 필요할테지만 그렇다고 나만의 영역에 자신을 가둔 채 주변과는 벽을 세우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 다만 이렇게 문장으로는 명쾌하게 단언할 수 있다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항상 그 경계에서 어려움을 느낀다. 게다가 저마다 그 기준이 다르니 어떨때는 작은 충돌이 생기기도 한다.

지금에야 서로 다르니 어쩔 수 없지..하며 넘어갈 수 있는 상황도 한창 예민한 사춘기 시절에는 유연히 넘기지 못했다는 생각도 든다.

 

캐롤라인 냅의 글을 읽어도 여전히 고독과 고립의 경계는 모호하며, 저마다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만 여실히 확인할 뿐이다. 내 기준에 비하면 그녀의 고독의 경계선은 조금 더 고립쪽에 위치하고 있다.

 

   나는 원래 숫기 없는 성격이다. 타인과의 소통을 늘 부담스럽게 느껴왔고, 앞으로도 아마 어느 정도는 계속 그럴 것이다. 따라서 나는 혼자 있는 걸 늘 대단히 편하게 여겼지만, 그러면서도 그 상태를 만끽할 줄은 잘 몰랐다. 혼자 방에 앉아 있으면서도 초조해지지 않는 것, 연애의 틀 밖에서도 안락과 위로와 인정을 얻을 수 있다고 느끼는 것, 내가 가진 자원만으로도 ? 나라는 사람, 내가 하는 선택만으로도 ? 고독의 어두운 복도를 끝까지 걸어서 밝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 것, 이런 것은 잘하지 못했다. p.50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녀가 틀린 것은 아니겠지. 게다가 나는 그녀가 말하는 명랑한 은둔자(Merry Recluse)라는 표현이 무척 마음에 든다.

 

   나는 명랑한 은둔자야.

   이 말을 다시 들어보라. 산뜻하고 멋지게 들리지 않는가? p.41

 

   행복하게 혼자라고? 은둔하는데 명랑하다고? 그런 모순이 어딨어! 그건 불가능해! 안타깝게도, 이런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p.41

 


   

# 엄마와 딸

   가끔 당신이 어머니와 통화할 때 어머니가 했던 말을 또 하거나, 잔소리하거나, 하나 마나 한 말을 하는 바람에 비명을 지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는 때가 있지 않은가 

   어머니에게 전화하거나 찾아뵈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솔직히 그러고 싶지 않을 때, 그래서 유독 엄마에게만 느껴지는 죄책감을 느끼는 때가 있지 않은가 

   가끔 어머니 집의 현관을 들어서는 순간 퇴행하여, 몇 초 만에 골내고 뚱하고 부루퉁한 사춘기 아이로 돌아가는 때가 있지 않은가 

   나는 그런 일들이 그립다. p.146

 

뜨끔한 마음으로, 그리고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안도(?)하는 마음으로 글을 읽다가 마지막 문장에 멈칫했다. 저자의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글을 이전에 읽은터라 마음이 무거워졌다.

 

   다른 여자들이 자기 어머니를 헐뜯는 걸 수시로 듣게 되는데 - “, 내가 우리 엄마 때문에 미치겠어!” - 그러면 나는 좀 울적해진다.

   내가 어머니 때문에 미칠 뻔한 적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랬던 순간을 생각할 때 유난히 어머니가 그립다. 짐작하기로 나는 그 얽히고설킨 관계, 많은 모녀가 겪는 그 관계가 그리운 모양이다. p.147

 

   지금은 물론, 어머니가 커튼이나 키친타월 가격이나 약속을 어긴 수리공에 대해서 투덜거리는 것을 들을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내놓겠다. 어머니의 목소리를 5분만 들을 수 있다면 그걸로 좋다. p.148

 

엄마의 목소리를, 내가 전에는 그렇게나 싫어했던 주제라 할지라도, 들을 수 있다면 그걸로 좋다는 그 말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언젠가 나도 같은 생각을 할 때가 있겠지..이런 가정만으로도 눈가가 뜨끈해진다.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보려하면, 내가 채 말을 꺼내기도 전에 "우린 별일 없다"하시는 엄마, 부모님의 '별일 없다'가 종종 자식 걱정 시키기 싫은 마음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지.

 

# 사랑하는 이의 부재

   상실은 우리에게 슬금슬금 다가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지금까지 여덟 달 동안 아버지가 여전히 곁에 계시다는 생각을 암암리에 품고 지냈던 것 같다..(중략)..하지만 사실 아버지는 없다. p.127

 

   그동안 내가 살면서 혼란스럽거나 우울하거나 막막했을 때 어머니에게 전화했던 일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밤중에 듣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깊고 한결같던 이해가 떠올랐다. 내가 어머니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알게 되었다. p.133

 

누군가의 부재를 받아들이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머리로는 이제 더 이상 그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을, 말 한마디 건낼 수도 따뜻한 손을 잡고 한껏 안아줄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마음은 여전히 그를 찾는다.

 

   어떤 꿈에서는 어머니가 내게 전화를 걸고, 그래서 나는 어머니가 아직 돌아가시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다. 어머니는 긴 여행을 떠나 있는 것뿐이다. p.152

 

나 역시 아직껏 부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2018년 여름이었으니, 이제 그를 떠나보낸 후 세 번째 여름을 맞이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는 그 자리에 있다. 어느날엔가는 혼잣말처럼 그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여전히 내게 남아 있는 대화창을 들여가보다가 대화를 이어가고 싶은 충동이 일기도 한다.

 

저자의 글을 읽다가 문득 이병률 작가의 글이 떠올랐다. 아는 분과의 황망한 이별에 그저 잠시 연락이 어렵다는 표현을 썼던, 그 글을 읽으며 또 얼마나 울컥했던지.

 

   당신은 우리와 이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전화가 고장난 것이다. 잠시 연락이 어려운 것이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중에서

 

   그리고 내가 그리운 것은 아마도 그것이다. 그 관계의 그 깊이, 그 관계가 끌어냈던 그 강한 감정들이다. p.149

 

나 역시 우리가 나눈 시간이, 대화가, 나를 안온하게 해줬던 그 순간들이, 아니 그저 당신같이 좋은 사람이 내 친구라는 그 하나로 마음 충만했던 그 감정을 그리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아니다. 그런 감정 이전에 나는 그저 당신이 그립다.

 

캐롤라인 냅의 글은 시니컬하지만 동시에 유머가 느껴진다. 마냥 소심한데 또 어떤 글에서는 사이다 같은 이야기를 쏟아내 묘한 중독성이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쉽게 나가지 않았던 진도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속도가 붙었던 듯 하다. 아쉬운 것은 그녀가 이미 42세(2002)에 세상을 떠나 더 이상 그녀의 글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명랑한 은둔자는 그의 유고 에세이집으로, 캐럴라인 냅이라는 작가의 삶 전반을 빼곡히 담고 있는 초상과 같은 책이다. 캐럴라인 냅은 삶의 미스터리가 크든 작든 그 모두를 예민하게 살피고, 무엇보다 거기서 자기 이해를 갈망했던 작가다. 그는 명랑한 은둔자에서 혼자 살고 혼자 일했고, 가족과 친구와 개와 소중한 관계를 맺으며 자기 앞의 고독을 외면하지 않았던 삶을 이야기한다. 또한 알코올과 거식증에 중독되었으나 그로부터 힘겹게 빠져나왔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옥죄었던 심리적 굴레를 벗어나 자유와 해방감을 경험한 한 인간의 깨달음을 들려준다.

*출처 : 예스24 책소개

( http://www.yes24.com/Product/Goods/92357625?OzSrank=1 )

 


 

*기억에 남는 문장

우정은 아주 어려울 수도 있고 아주 덧없을 수도 있다. 영혼의 짝을 찾아내고 그 사람에게 헌신하는 데는 ? 관계를 성장시키고, 어려운 시기를 견디고, 필연적인 실망을 극복하는 데는- 시간 면에서나 감정 자원 면에서나 적잖은 투자가 든다. p.70

 

편지 써! 전화할게! 놀러 와야 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고, 이런 말이 진심일 때도 많지만, 시간이 흐르고 바쁜 일상에 잠식되면 우리는 편지를 쓰지 않고, 전화를 걸지 않고, 방문을 계획하지 않는다. p.70

 

친구 관계에 작별을 고할 때를 아는 것은 계속 이어갈 때를 아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p.71

 

우리가 그저 사랑받기만은 ? 한없이 한없이 사랑받기만을 ? 원한다는 건 사실 내적으로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혼자서도 충분히 귀한 존재라고 느끼지 못한다는 것, 그 느낌을 바깥의 다른 사람으로부터 ? 아마 지나치게 많은 양을 ? 얻어야 하는 상태라는 것을 뜻할 때가 많다. p.80

 

내가 어릴 때 이런 어른이 되리라고 예상했던 모습과(아이뿐 아니라 파트너와도 깊고 성공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 지금의 실제 모습은 (그보다 좀 더 수동적이고 자기방어적인 사람) 갈수록 어긋나고 있다. 물론 미래에 변하고 성장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지만, 그래도 내가 확실히 아는 사실이 있다. 내가 그동안 사람들과 유대감을 맺는 법보다 안전한 거리를 두는 법을 더 많이 익혔따는 것, 상호 의존을 키우는 법보다 독립성을 견디는 법을 더 많이 익혔따는 것, 솔직히 말해서 누군가와 관계 맺는 데에 따르는 두려움을 직면하는 법보다 꾹꾹 누르는 법을 더 많이 익혔다는 것이다. p.85

 

결혼이나 가족처럼 제도화된 관계는 사회의 지지를 받지만, 우정에는 규칙이랄 게 없고 성공과 살패를 가르는 뚜렷한 기준도 없다..(중략)..우정은 때로 아주 실질적이고 긴요한 것이지만, 여러 관계들 중에서 가장 일시적인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어느 정도의 마모는 자연스럽고 예측 가능한 일이다. 사람들은 변하고, 각자 자기 갈 길을 간다. p.96

 

여러모로 서로 낯선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친절과 열의를 쏟아내는 광경이 말문이 막히도록 감동적이었다. 그것은 인간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고, 단순한 즐거움의 중요성을 새삼 알려주고, 내가 더없이 편안한 곳에 소속되어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경험이었다. 좋은 이웃이란 이런 게 아닐까. p.115

 

어릴 때 어느 봄날에 내 방에 앉아서 창밖에서 살랑거리는 나뭇잎들을 보며 당시에는 너무 어려서 이름 붙이지 못했던 어떤 기분을 느꼈던 일이 지금도 기억난다. 그것은 세상에 참여하지 못하는 기분이었던 것 같다. 세상은 저 창밖에서 나 없이 분주히 돌아가고 있는데 나는 거기 참여할 능력이 없거나 의지가 없다고 여겨지는 기분이었다. p.184

 

진단 결과를 들었을 때 처음 또렷하게 떠오른 생각 중 하나는 이것이었다. 만약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내가 아버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보여드리지 못한다면, 나는 남은 평생 죄책감을 느낄 거야. p.122

 

타인에 대한 화가 자기 자신에 대한 화를, 자신에 대한 불편함을 반영할 때가 많다는 말은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p.150

 

요즘 나는 좋은 날일 때도 있고, 나쁜 날일 때도 있고, 그저 그런 날일 때도 있다. 그리고 아마도 최고의 날은 어떤 날인지 생각조차 해보지 않는 날일 것이다. p.175

 

우리가 가게에서 외로움을 살 수 있다면, 일요일의 외로움은 커다란 상자에 담겨 있을 테고 그 위에 이런 딱지가 붙어 있을 것이다.

취급 주의 ? 초강력’. p.184

 

중독은 우리를 보호해줄지 몰라도 성장을 저지한다. 사람을 한층 더 성숙시키는 인생의 여러 두려운 경험들을 우리가 온전히 겪지 못하도록 막는다. 중독을 포기하면, 그래서 그런 힘든 순간들을 온전히 겪기 시작하면, 우리는 자신이 갖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근육들을 구부리게 된다. 자라게 된다. p.224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간직하고 어떤 방식으로 간직하는가 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그들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사람들이 외적인 측면과 내적인 측면에서 자기 삶을 어떻게 조직하는가를 보여주는 작은 증거다. 누군가를 더 잘 이해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가 쌓아둔 물건들을 살펴보라. p.256

 

그냥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까? 그냥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여자가 되면 안 되는 걸까? 나는 평생 이런 질문들과 씨름해왔는데, 그날 저녁에 문득 그 답은 너무나 단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괜찮다. pp.289-290

 
YES마니아 : 로얄 w*****y 2021.07.25. 신고 공감 13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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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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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라인의 냅의 <욕구들>을 읽고 난 뒤 나를 강타한 감정은 안타까움과 상실감이었다. 살아계셨으면 리베카 솔닛 이상의 훌륭한 에세이스트이자 좋은 인생 선배로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었을 거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다른 독서 계획이 잡혀 있었지만 무산하고 <명랑한 은둔자>를 허겁지겁 섭취했다. 느낌상 <명랑한 은둔자>를 읽지 않고 쓴 <욕구들> 리뷰는 똑바로 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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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럴라인의 냅의 욕구들을 읽고 난 뒤 나를 강타한 감정은 안타까움과 상실감이었다. 살아계셨으면 리베카 솔닛 이상의 훌륭한 에세이스트이자 좋은 인생 선배로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었을 거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다른 독서 계획이 잡혀 있었지만 무산하고 명랑한 은둔자를 허겁지겁 섭취했다. 느낌상 명랑한 은둔자를 읽지 않고 쓴 욕구들리뷰는 똑바로 서지 못할 것 같았다. <명랑한 은둔자를 번역한 김명남의 시작글은 욕구들을 읽는 내내 울컥했던 감정들을 되살리고 터뜨렸다. 내 성격 결함과 장애에도 그래도 사람 구실하고 살았던 게 책에서 만난 사람들의 영향력 덕분인 듯하다. ‘소중한 감정은 비슷하게 느끼는 구나, 우리는 이렇게 연결되어 있구나.’

 

 <욕구들은 이십대와 사십대를 지나오며 혼자 캐묻다가 덮곤 했던 복잡하고 모호한 고민들과 종잡을 수 없는 사념들을 있는 그대로 감싸 안아 눈물겨웠다. 왜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터놓지 못했던 걸까.. 설명과 해명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았을까.. 아마 당시에는 내 마음과 감정을 정확한 언어로 끄집어낼 용기도 그럴 만한 지식도 경험도 갖추지 못했을 터다. 그런 힘겨운 시간을 별 어려움 없이 이해받는 느낌에 이십 년 늦게 당도한 책과 작가 앞에 한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왜 이리 예민하고.. 슬프고 우울한지.. 강박을 느끼고 주변을 통제하려고 드는지.. 이렇게 사람이 피곤하고 잘 지칠까.. 자책하며 자기 환멸과 혐오에 시달렸던 시간들이 빠르게 되감겼다.

 

 친절하게 한 권으로 단장했지만 냅이 명랑한 은둔자를 작성하는데 쏟은 에너지와 시간은 어마어마할 터이다. 차곡차곡 쌓인 글이 시간의 궤도를 뚫고 막을 찢고 불편했던 나와 타인에 대한 감정들을 다독이며 위로한다. 사실과 현실 감각으로 엮어낸 이야기들이 나의 일부를 담고 있을 때, 때론 그냥 나 자체일 때 인간적으로 거의 숭앙하게 된다. 냅의 성격과 고민과 상처가 나와 비슷하기도 하지만 그는 철저히 엘리트 출신에 엘리트였다. 그런 차이에 전혀 이물감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지적 허기와 갈망으로 자신의 공허와 결핍을 채우려 했던 사람들은 다른 관점에서 그에게 깊이 매혹되지 않을까 싶다. 한사람의 인생에 얽히고설킨 엄청난 초록 레이더 선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자유와 해방은 거의 모든 사회적 약자들의 영원한 숙제라는 데 생각이 미친다.

 

 비교하면 더 아픈 사람들이 있겠으나 우리 모두는 이해받아야 마땅한 가련한 존재들인 듯하다. 자신의 출신과 성장 환경과 관계와 배움의 배후를 파고드는 일은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이다. 냅의 강조처럼 어렵고 강렬해 피하고 싶은 것일수록 중요한 앎과 성장의 건널목 역할을 하니 두려워도 건너야 한다. 살아 봐야 비로소 보이는 진실들이, 공감과 연민들이 있으니 살자고 이끄니.

 

 <명랑한 은둔자를 읽으며 연년생에 쌍둥이 맏이인 나에 대해, 비혼이자 생식을 포기한 나의 선택에 대해, 개와 조카를 돌보는 특별한 경험에 대해, 실재하는 현상이지만 아직 언어화되지 못한 고통들에 대해.. 무엇보다 수줍음 많은 성격과 완벽주의 기질을 세월과 경험 속에 누그러뜨리며 나름의 대안과 균형을 찾아가는 모습에 힘을 얻게 된다. <욕구들리뷰에 이어 명랑한 은둔자도 책의 매력을 십분 살리지 못한 것 같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냥 좋음 상태, 이대로 두기로 한다. 내게 필요했고 또 필요할 말을 건네는 그를 만나 기쁜 것으로 됐다.

s********d 2021.08.21. 신고 공감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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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의 사태 안에서도 나름의 명징함으로 버틴 흔적들... 명랑한 은둔자
"중독의 사태 안에서도 나름의 명징함으로 버틴 흔적들... 명랑한 은둔자" 내용보기
“... 나는 주말 약속을 거의 잡지 않는다. 최소한 사람을 만나는 약속은 잡지 않는다. 내가 금요일 밤에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 찾는 레시피는 《뉴욕 타임스》 십자말풀이와 <호머사이드> 새 에피소드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개와 숲을 산책하는 일 위주로 돌아간다. 인간 동행이 함께할 때도 있지만 늘 그렇진 않다. 내가 인간 혐오자라서 그런 건 아니다. 나는 작지만 세심하게 키
"중독의 사태 안에서도 나름의 명징함으로 버틴 흔적들... 명랑한 은둔자" 내용보기

  “... 나는 주말 약속을 거의 잡지 않는다. 최소한 사람을 만나는 약속은 잡지 않는다. 내가 금요일 밤에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 찾는 레시피는 《뉴욕 타임스》 십자말풀이와 <호머사이드> 새 에피소드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개와 숲을 산책하는 일 위주로 돌아간다. 인간 동행이 함께할 때도 있지만 늘 그렇진 않다. 내가 인간 혐오자라서 그런 건 아니다. 나는 작지만 세심하게 키워온 사교 생활을 즐기고 있다. 한 줌의 소중한 친구들이 있고, 사랑하는 언니가 있다. 그들의 존재와 지지는 내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pp.43~44, <명랑한 은둔자> 중)


  책에는 다섯 개의 챕터가 있는데 그중 첫 번째 챕터인 ’홀로‘에는 세 편의 글이 들어 있다. <혼자 있는 시간>과 <수줍음의 옹호>, <명랑한 은둔자>가 그것들인데 내밀하고 진솔하여 진심으로 읽힌다. 고충의 토로인지 허물없는 고백인지 따져볼 겨를이 없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은 없던, 한번쯤은 미루어 짐작하였지만, 실제로 내가 가닿지는 못하였던 문 너머의 풍경이 충분히 확인될만한 글들이었다.


  “... 나는 내 난장판을 다스리는 자이고, 내 텔레비전 리모컨의 왕이고, 주요한 일이건 엉뚱한 일이건 내 생활의 모든 세부 사항을 손수 쓰는 작가다... 홀로 있는 상태는 개성의 온상이고, 나는 홀로 있는 상태가 그렇게 변덕을 맘껏 발산하도록 해준다는 점이 좋다.” (p.47, <명랑한 은둔자> 중)


  책의 서두에 나오는 옮긴이의 말에는 ’냅은 2002년 4월에 폐암 진단을 받았고, 5월에 결혼했고, 6월에 죽었다.‘라는 사실이 적시되어 있다. 냅은 마흔 두 살의 나이에 죽었고 그 직전에야 결혼한 것이다. 책에는 작가가 주로 삼십 대에 쓴 글들이 실려 있는데, 당시에 작가는 혼자였고 그 혼자임을 즐기기보다는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받아들이는 쪽에 가까웠다. 그것을 찬양하기보다는 객관적인 사실로 거기에 액자처럼 못으로 박아 놓는 쪽에 가까웠다.  


  “부모님 은혜의 시기란 당신이 부모에게 복종하지 않아도 될만큼은 나이가 들었지만 아직 부모를 걱정할 만큼은 나이가 들지 않은 시기, 그 짧은 기간을 뜻한다... 그 은혜의 시기는 보통 상당히 짧다. 대부분은 최대 10년에서 15년이고 어떤 경우는 그보다 짧다... 이전까지는 늘 부모가 당신을 걱정했고, 당신은 그 걱정을 똑같이 되돌려주는 데 익숙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당신이 아니라―어른이 아닌가? 그 역할이 뒤바뀐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일 수 있고, 그럴 가망을 떠올리기만 해도 이전까지 믿어온 모든 가정이 무너진다...” (pp.119~120, <부모의 죽음을 생각해본다는 것> 중)


  책의 중간 영역에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다수 실려 있다. 쌍둥이이라는 자신의 태생을 진득하니 바라보고,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일년 후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서, 그 죽음을 애도하는 일의 시작과 끝을 어떻게든 기록하는 글들이다. 정신분석학자였던 아버지와 화가였던 어머니를 향한 애도는 감정적이지 않고, 그리고 지금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의사로 일하는 쌍둥이 언니와의 관계는 일반적인 자매애의 범주 안에서 변주되지는 않는다. 


  “어떤 중독이든, 어느 시점이 되면 당신이 감정을 통제하기 위해서 행동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행동이 당신을 통제하게 된다. 나는 그 선을 그해 여름 넘었던 것 같다. 내가 굶어서 없애려고 했던 것들이―외로움, 불확실성, 분노―점차 덜 중요해지고 굶기 그 자체가 중요해졌다...” (p.162, <음식이 적이 될 때> 중)


  사실 작가의 삶에서 가족만큼이나 끈질긴 유대(?)를 보인 것은 섭식 장애와 알코올 중독이었다. 작가는 굶음으로써 스스로를 통제하려고 했고, 알코올을 통해 스스로를 자유롭게 만들려고도 했다. 중독의 상태에서 연애를 하거나 연애를 그만두었고, 중독의 상태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작가가 알코올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어머니가 죽은 다음 해의 일이다. 작가는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이라는 책을 썼다.


  “... 각자 선택했던 중독의 대상이 없는 채로 고통스러운 순간을 반복하여 겪다 보면, 결국에는 감정의 근육이 길러진다. 우리가 술을 마셔서―혹은 굶어서, 먹어서, 도박을 해서, 살을 찌워서―감정을 몰아낼 때, 우리는 그 감정을 이해할 기회를 스스로 박탈하는 셈이다. 자신의 두려움과 자기 의심과 분노를 이해해볼 기회를, 마음속에 묻혀 있는 감정의 지뢰들과 제대로 한번 싸워볼 기회를. 중독은 우리를 보호해줄지 몰라도 성장을 저지한다. 사람을 한층 더 성숙시키는 인생의 여러 두려운 경험들을 우리가 온전히 겪지 못하도록 막는다. 중독을 포기하면, 그래서 그런 힘든 순간들을 온전히 겪기 시작하면, 우리는 자신이 갖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근육들을 구부리게 된다. 자라게 된다.” (p.224, <마취제 없는 삶> 중)


  책에서 치밀하게 다뤄지고 있는, 작가가 가지고 있는 기질들은 그 기질들을 바깥으로 드러내는 것을 막아서는 기질들이라고 할 수 있다. 캐럴라인 냅은 그런 기질을 가진 인간이 그런 기질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그런 기질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그것을 기록하는 일을 해냈다. 감정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일상의 저주라고 부를만한 중독의 사태 안에서도 나름의 명징함으로 버틴 흔적이 보인다.



캐럴라인 냅 Caroline Knapp / 김명남 역 / 바다출판사 / 343쪽 / 2020 (2004)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20.12.06. 신고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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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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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빌려서 앞 부분만 읽었는데도 너무 내 마음 같아 바로 구매해서 소장했다.다 읽고 나면 제목이 얼마나 이 책의 내용을 잘 함축하고 있는지 느껴질 것이다.나도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고 스스로 잘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고독과 고립을 잘 구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고독을 계속 즐기다 보면 고립 속으로 빠져 들기가 쉽다.어떻게 이 차이를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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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빌려서 앞 부분만 읽었는데도 너무 내 마음 같아 바로 구매해서 소장했다.
다 읽고 나면 제목이 얼마나 이 책의 내용을 잘 함축하고 있는지 느껴질 것이다.
나도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고 스스로 잘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고독과 고립을 잘 구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독을 계속 즐기다 보면 고립 속으로 빠져 들기가 쉽다.
어떻게 이 차이를 그렇게 명확하기 파악할 수 있었을까.
저자도 혼자 있는 시간을 극한으로 까지 즐기던 사람이라 가능했을 것이다.
좋은 책을 발견해서 좋았지만 저자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너무 아쉬웠다.
그가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얼마나 좋은 글들을 많이 써냈을까.
m***1 2021.07.07.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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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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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월임에도 불구하고 겨울 같은 날씨를 핑계삼아 외투 두벌을 주문했다. 값나가 보이는 핸드메이드 재질의 롱코트와 내장솜이 빵빵하게 들어있지 않은 숏패딩. 아우터가 걸려있는 행거엔 이미 코트 두벌과 패딩 두벌이 있는데도 말이다. 지인과 좋지 않은 만남 후에 생크림이 가득 샌드된 와플을 세 개나 주문해서 친구의 집으로 향했다. 와플은 다 먹지 못하고 버려졌다.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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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월임에도 불구하고 겨울 같은 날씨를 핑계삼아 외투 두벌을 주문했다. 값나가 보이는 핸드메이드 재질의 롱코트와 내장솜이 빵빵하게 들어있지 않은 숏패딩. 아우터가 걸려있는 행거엔 이미 코트 두벌과 패딩 두벌이 있는데도 말이다. 지인과 좋지 않은 만남 후에 생크림이 가득 샌드된 와플을 세 개나 주문해서 친구의 집으로 향했다. 와플은 다 먹지 못하고 버려졌다. 스트레스 받았냐며 안 하던 행동을 한다는 말에 자연스레 캐럴라인이 떠올랐다.
거식증으로 표현된 그의 욕구는 어릴 때 채워지지 못한 어머니와의 관계에 있었다. 보란듯이 어머니 앞에서 굶고 고통받았다. 쇼핑과 당중독으로 표출되는 나의 욕구는 신체에서 온다. 정상체중을 훌쩍 넘는 몸무게는 어린시절부터 놀림의 대상이였고 모르는 어른들이 운동을 해야겠다며 말을 걸어왔다.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라는 충고는 내게 충고가 아니였다. 그저 정상과는 멀어보이는 내 모습이 그들의 눈에 거슬리기 때문이다. 내 건강을 걱정하고 챙기는 것은 나이고. 남들의 시선과 충고에 시작한 식이와 운동은 체중감량과 동시에 자괴감을 생성했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해서 살을 빼야하는가. 애초에 말랐더라면 이런 고생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런 유전자를 물려준 엄마와 아빠를 탓하고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관리하지못한 자신을 탓했다. 이성과의 관계가 나빠지면 자연스레 내 살찐 모습 때문이라 생각했고 살을 빼지 못했기에 더 나은 이성을 만나지 못할거라 생각했으며 나를 온전히 사랑해주는 이들을 의심했다. 다이어트를 하는 만큼 소비했으며 해소되지 못한 스트레스는 당중독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요요가 왔다. 캐럴라인은 이를 욕망의 대상을 문제가 아닌 해결책으로 여기는 착각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체중과 먹는 일을 통제할 수 있으면 평화로워질 것이고, 내 기준에 딱 맞는 남자가 나를 사랑하게 할 수 있으면 평화로워질 것이고, 세련되고 성숙하고 침착하게 보일 수 있다면 그런 사람이 될 거라는 착각. 이런 옷을 입고 이런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이정도면 괜찮다는 자신감 속에 겉모습을 제외하면이라는 조건이 달리는데 캐럴라인의 글을 읽으면서 스스로 내 몸을 부정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개인인 나도 내 몸을 부정하고 지워내는데 사회 전체는 어떨까. 남성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가 여성의 욕구를 무시하고 지워내는 동안 페미니즘이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도 우리는 여전히 여성의 몸을 무시하고 있다.


-여성의 몸은 페미니즘이 가장 덜 건드린 미개척지 중 하나일 수도 있고 어쩌면 최후의 미개척지 중 하나인지도 모른다. 여자의 욕구, 그리고 자유와 권리 의식과 기쁨을 품고 자기 욕구를 마음껏 채울 수 있는 여자의 능력은 진보의 표지인 동시에 진보에 대한 은유다. 우리는 얼마나 허기져 있는가? 얼마나 채워져 있는가? 얼마나 갈등하고 있는가? 집으로 향하는 동안 나는 이런 생각도 했다. 자신의 몸으로 방금 새로운 생명을 낳았고 이제 그 생명을 먹이고 어를 준비를 하고 있는 나의 쌍둥이 언니에 관해, 모든 여자들과 그들의 몸에 관해, 우리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몸을 축복이나 선물이 아니라 적이자 수치의 장소로 여기고 있는지에 관해, 우리 중 너무나 많은 이들이 문득 자신의 엉덩이와 허벅지와 가슴을 느끼고 볼 때마다 느끼게 되는 절망과 질색하는 마음에 관해, 그 몸들이 과소평과되고 망각되고 무시되고 가장 잔인한 멸시의 원천이 되고 마는 경악스러운 가능성의 강도에 관해.
l****5 2022.01.03. 신고 공감 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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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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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라인 냅 저, 김명남 님께서 번역한 명랑한 은둔자 리뷰입니다. 스스로를 고독하게 만드는 상태가 편안한 사람으로서 공감이 많이 가는 책이었습니다. '그를 만나본 적 없는 사람마저도 그를 그리워하게 된다,', '우리는 만난 적 없지만 오래 이어온 듯한 우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라는 추천의 말들에 깊게 공감한다. 만약 이 저자가 현재까지 우리와 함께 살아갔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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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라인 냅 저, 김명남 님께서 번역한 명랑한 은둔자 리뷰입니다.

스스로를 고독하게 만드는 상태가 편안한 사람으로서 공감이 많이 가는 책이었습니다. '그를 만나본 적 없는 사람마저도 그를 그리워하게 된다,', '우리는 만난 적 없지만 오래 이어온 듯한 우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라는 추천의 말들에 깊게 공감한다.

만약 이 저자가 현재까지 우리와 함께 살아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실현 불가능한 상상을 해보며, 외로움이 사무치는 날에 캐롤라인 냅이 우리에게 남기고 간 문장들을 다시 한번 쓰다듬어보게 된다.

s*******7 2020.12.29.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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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라인 냅 : 명랑한 은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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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명랑한 은둔자가 세상에 없다니그런 생각이 들면 아쉽기만 합니다 오래 살아서 더 많은 글을 남겼으면 좋았을텐데요*호프자런에 이어서 아주 유쾌한 글을 읽었다나의 일면과 또 누군가의 모습이 자주 겹쳐져서 읽는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집 밖은 너무 피곤해*내가 누리는 이런 수준의 고독이 즐거운 것은 사실이다. 사치와 안도감이 있다는 것도, 엄청난 자유가 있다는 것도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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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명랑한 은둔자가 세상에 없다니

그런 생각이 들면 아쉽기만 합니다 

오래 살아서 더 많은 글을 남겼으면 좋았을텐데요


*

호프자런에 이어서 아주 유쾌한 글을 읽었다

나의 일면과 또 누군가의 모습이 자주 겹쳐져서 읽는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집 밖은 너무 피곤해


*

내가 누리는 이런 수준의 고독이 즐거운 것은 사실이다. 사치와 안도감이 있다는 것도, 엄청난 자유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친구가 잠시 벗어난 시간과 혼자 있는 시간을, 쉴 시간과 빈 시간을, 고독과 고립을 헷갈리고 있다는 것도 안다. 마치 내가 일하지 않는 동안은 만면에 미소를 띠고 집 안을 어슬렁거리며, 빵을 굽고, 끝도 없이 거품 목욕을 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친구는 이 시간에서 끝없는 평온과 고요만을 보았다. 나로 말하면, 이 시간에서 그보다 좀 더 걱정스러운 것, 그보다 분명 더 어려운 것을 본다. 내가 이렇게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는 것은 그 시간을 늘 혹은 틀림없이 즐기기 때문이 아니다. 내게 그런 시간이 필요한 것 같기 때문이다. 



YES마니아 : 로얄 t****j 2020.11.01.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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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m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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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를 읽으며 정말 나와 비슷한- 일부분이 조금 다른-나를 만난 것 같았다. 특정 기분과 태도 뒤, 복잡한 미로 속에 숨어있던 생각과 감정들이 냅의 글을 읽으며 엉킨 실타래가 풀리며 명백해졌다. ‘맞아! 그 생각, 그 감정이었어!’ 하며 읽고 밑줄친 문장이 많았다. 나도 몰라주는 나를 냅은 글쓰기를 통해 마주했구나. 책을 다 읽고 밑줄 그은 부분만 다시 읽으며 형광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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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를 읽으며 정말 나와 비슷한- 일부분이 조금 다른-나를 만난 것 같았다. 특정 기분과 태도 뒤, 복잡한 미로 속에 숨어있던 생각과 감정들이 냅의 글을 읽으며 엉킨 실타래가 풀리며 명백해졌다. ‘맞아! 그 생각, 그 감정이었어!’ 하며 읽고 밑줄친 문장이 많았다. 나도 몰라주는 나를 냅은 글쓰기를 통해 마주했구나. 책을 다 읽고 밑줄 그은 부분만 다시 읽으며 형광펜으로 하이라이트까지 하며 순간 이런 생각을 했다. 앞으로의 삶을 살며 고통스럽고 두렵고 화가 나고 불안하고 외롭고 슬픈 순간이 찾아올 때, 이 책을 펼쳐 보겠구나. 냅의 글의 결말들처럼 위트있게 웃거나 또는 그 모든 부정적인 것 안에도 삶의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
단순하지 않고 복잡한 것,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 양가적인 감정이 동시에 드는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것, 삶은 복잡하고 다층적이라는 것,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못난(못생긴) 부분들은 못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 내 탓이 아닌 다른 영향일 수 있다는 것 등등을 이렇게 글로 읽어 누구의 공감보다도 더 큰 위로가 되었다.
?
지금보다 나이 먹은 내가 다시 이 책을 봤을 때 발견할 것들이 기다려진다. ‘혼자’와 ‘외로움’은 내가 타고난 건가봐, 라고 생각하던 내게 비밀친구가 생긴 것 같다. 그럴 만한 이유도 없이, 공허함이 찾아올 때, 또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상실감이 덮쳐올 때 이 비밀친구를 찾을 것이다. 5,60대가 된 그녀의 글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김명남 번역가님처럼 나도 이 책을 자주 다시 읽고, 아직 읽지 않는 그녀의 책들을 다 찾아 봐야겠다. 기쁜 마음으로.



k****r 2020.09.28.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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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라인 냅 : 욕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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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량한 은둔자를 재밌게 읽었는데 이번 책은 어쩐지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책에 쏟아지는 찬사가 계속해서 이어져 오고 있는 걸 보면 역시 나의 문제겠지요- * 그치만 작가의 힘이 느껴지는 글들이 많이 있다. * 여자들은 언제나 명령들을 시험할 수 있고, 실제로 시험하고 있다. 성인이 되었고, 교육을 받았으며, 변화한 세계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그 명령들을 집어 들어 밝은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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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량한 은둔자를 재밌게 읽었는데 이번 책은 어쩐지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책에 쏟아지는 찬사가 계속해서 이어져 오고 있는 걸 보면 역시 나의 문제겠지요-

*
그치만 작가의 힘이 느껴지는 글들이 많이 있다.

*
여자들은 언제나 명령들을 시험할 수 있고, 실제로 시험하고 있다. 성인이 되었고, 교육을 받았으며, 변화한 세계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그 명령들을 집어 들어 밝은 빛에 비춰보고, 성차별적이며 자신을 제한하는 것이라 비판하고, 저 옆으로 던져버린다. 리사도 그런 이들 중 하나로, 여자들도 남자들과 모든 면에서 똑같은 권리를 지니고 있다고 확고히 믿고 있다. 그리고 다른 많은 여자들처럼 리사 역시 그 믿음에 도닳하기까지 힘겨운 길을, 분노에 찬 길을 거쳐왔다. 외모로 평가당할 때 혹은 남자가 생각해주는 척하며 얕잡아볼 때, 똑같은 일을 하고도 더 적은 보수를 받을 때, 감히 자기 의견을 말했다는 이유로 '성질 나쁜 여자' 취급을 받을 때 여자들이 느끼는 분노를 느꼈고, 자신의 역량과 지적인 유능함을 증명하기 위해 유별나게 열심히 일했으며, 분노에 찬 한 단계 한 단계를 밟으며 덜 수용적이 되고, 덜 보살피는 사람이 되며, 더 권리를 자각하고, 자신의 마음과 갈망에 더 깊이 헌신할 줄 알게 되었다. 

YES마니아 : 로얄 t****j 2021.06.18.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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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에서 자유로와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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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고 날씬하고 게다가 지적이고 싶은 욕구가 있다. 며칠 전 드라마 <미스티>를 정주행하면서 앵커 고혜란의 역을 한 김남주의 모습이 딱 현대에 어울리는 여성- 욕구와 욕망 모든 것을 다 아우르는- 캐릭터란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여성들이 가장 추구하려자 하는 욕구는 아마도 날씬하고자 하는, 이뻐지고자 하는 욕망이 아닐까한다. 다이어트가 열풍이고 살이 찐 사람들을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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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고 날씬하고 게다가 지적이고 싶은 욕구가 있다. 며칠 전 드라마 <미스티>를 정주행하면서 앵커 고혜란의 역을 한 김남주의 모습이 딱 현대에 어울리는 여성- 욕구와 욕망 모든 것을 다 아우르는- 캐릭터란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여성들이 가장 추구하려자 하는 욕구는 아마도 날씬하고자 하는, 이뻐지고자 하는 욕망이 아닐까한다. 다이어트가 열풍이고 살이 찐 사람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에는 혐오감마저 느껴진다. 유명연예인들이 펼쳐친 다이어트 비법과 살빼는 방법과 다이어트 식품들은 과열양상을 띨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매일 아침 저울에 올라설 때 키로수의 변화가 하루의 기분을 좌우하고 큰 엉덩이와 나온 배를 감추기 위해 무진장 노력하는 하루를 보면 외모에 나름의 스트레스를 받고 사는 것 같다.

 

『욕구들』의 책을 읽다보니 이상하게 밥이 먹히질 않았다. 캐럴라인 냅 저자는 오랫동안 거식증을 알았고 20년 가까이 알콜의존증에 시달렸다. 그래서일까. 먹는 것에 대한 거부반응과 살이 찐 사람들에 대한 공포에 가까운 혐오가 한없이 불편하게 여겨졌다. 게다가 페미니즘과 여성성에 대한 거부감으로 스스로를 옥죄는 느낌이 안타까우면서도 공감대 형성이 잘 되지 않았다. 사회적 영향과 문화적 간극을 결국에는 극복하지 못한 채 책을 덮어야만 했다. 성적인 욕구와 페미니즘과의 관계, 사회적 시선에서의 여성성이 가지는 성적인 집착들이 다소 공감하기가 어려운지라 마지막까지 읽어내진 못했다. 42살의 젊은 나이에 폐암으로 사망한 저자의 예민함과 날카로움, 생을 관통하였던 의존과 강박증에서 벗어날 방법을 결국은 찾지 못하였던 걸까. 한 가지 흥미로웠던 건 음식을 거부하는 걸 무척 객관화하고 싶어하고 즐긴다는 사실이었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자신의 몸을 보며 희열을 느낄 때, 정녕 스스로의 관습과 강요되고 학습된 억압된 것들을 풀어내는 자유를 작가는 무척이나 사랑했던 것 같다. 늘 지금보다 멋진 삶을 꿈꾸고 이쁘고 날씬하고 지적인 여성이 되고 싶지만,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며 사는 삶은 생각해 본적이 없기에 저자와 나와의 거리가 멀 수밖에 없었던 책이라는 거.  

 

 

욕구는 세계에 참여하고자 하는, 삶에서 풍요의 감각과 가능성을 느끼고자 하는, 쾌락을 경험하고자 하는 더욱 싶은 수위의 소망에 관한 것이다.-p18 

자유는 권력과 같지 않다-p77

 '무엇을 먹을 것인가?‘라는 구체적 질문은 더욱 커다랗고 벅찬 질문들-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누구와 자고,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원할 것인가?-을 대신하는 것이었다. -p94

하나의 불안(체중)을 여러 불안(남자, 가족, 일, 허기 자체)을 맡아주는 장소로 삼고, 극도로 야위고 수척해지는 것을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피해가는 일종의 지름길이자 우회로로 삼으며, 너무나 다양하고 광범위한 모든 허기들을 한데 모아 그 핵심을, 처리해야 할 한 가지 욕구를, 단 하나의 욕구를 추려내는 전략이었다.

정확히 그것이 굶기가 이뤄내는 일이며, 무엇이 되었든 강박이 이뤄내는 일이다. -p99 

영혼보다는 몸에 관해 걱정하는 것이 더 쉽고, 문화가 여자들에게 제시하는 좁은 정체성의 틈새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것이 처음부터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쉬우며, 사회적으로 승인된 욕망의 제단에서 예배하는 것이 모든 열정의 표현과 모든 욕구의 만족까지 고려해 자신만의 제단을 건설하는 것보다 쉽다. 다시 말해서, 음식과 쇼핑과 외모 같은 것에 엄청나게 골몰하는 것은 허기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일-이라기보다는 허기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키려는 어마어마한 노력이다.-p109 

더 날씬해지고, 더 예뻐지고, 옷을 더 잘 입고자 하는, 그러니까 다른 존재가 되려는 이 충동은 무엇일까?-p109 

그것은 안정을 심히 뒤흔드는 일이자 정체성의 끈을 서서히 풀어버리는 일이었다. 정박지에 매어둔 어두운 바다로 둥둥 흘러가고 있는 걸 지켜보는 것 같달까. -p270

 

YES마니아 : 로얄 k********2 2021.08.27.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