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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많이 듣고, 그의 책도 늘 껍데기만 많이 봐왔다. 그러다가 이제는 읽어봐야지하고 그의 책을 다 뒤져보았다. 너무 전문적인 것은 나중으로 돌리고 관심을 잡아 끄는 것, 이 책 윤광준 에세이를 골랐다. 그의 가감없는 진솔한 이야기가 들어있을거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기대에서 벗어나지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심하게 부러운 면이 있더라는 것이다. 남들은 취미로 즐기는 일들을 업으로 삼는 일이 많은데다 그걸 넘어서서 이제 여러권의 책까지 내고있으니 완전 팔방미인아닌가! 우리네들은 그렇게되면 모든 게 수준 미달이되고마는게 인지상정인데 뭐든지 끝까지 가보고 자신의 인생을 명품으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을 갖은 사람으로 보여진다. 그런 모든 것들을 친구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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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윤광준의 글은 하나의 '브랜드 상품'이 되가는 것 같다. 1. 나만의 삶, 개성 2. 예술과 자유, 문화에 대한 열정 3. 깔끔한 글맛 4. 부끄러울 수 도 있는 개인적인 얘기를 스스럼없이 밝히는 용기 혹은 자신감. 그래도 나도 저자의 책이 나오면 왠만하면 찾아 읽게 되는 것 같다. 네 가지 모두 내가 공감하고 싶고, 또 나 또한 그와 같은 삶을 살기를 동경하는 마음이 있기에 말이다. 이번 책은 자신이 살면서 함께 했던 물건들, 사람, 여행지 등등을 하나하나 인생의 친구로 적어낸 책이다. 앞부분에는 그의 책 '생활명품 산책'과 유사한 컨셉인데 그가 한 가지 일에 몰두하거나 한 가지 물건에 필이 꽂히면 정말 인정사정 볼것없이 일단 '저지르고 보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그런 호기심에 의한 행동이란 대개 십대를 넘어서면 사그라드는게 일반적인 정서인데 이 아저씨는 나이가 불혹을 훨씬 넘기신 것 같은데 여전히 왕성한 호기심 천국의 세계를 산다는 면에서 한 편으로 부럽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 좀 정신이 없겠다, 혹은 에너지가 넘친다는 기분이 든다. 다만 에너지가 그렇게 넘치는 대신 안으로 파고든 에너지의 결과물, 내면의 성찰에 의한 인생의 내공이 그리 강하게 느껴지지 않게 된다는 것이 어쩔 수 없는 문제라면 문제랄까. 외공위주의 무술이 바로 이런 걸까? 물론 외공과 내공이 서로 상보를 하는것이라고는 하지만 말이다. 후반부로 가면서 조금씩 글은 힘이 딸려간다는 의심이 들고 책 전체를 놓고 볼때 전반부와 후반부의 색깔이나 글의 톤이 상당히 달라지고 있는 듯 하다. 후반부에서는 그가 갔다온 여행지와 인생사에 대한 얘기가 좀더 많이 나오는데 뭔가 서걱거리는 듯 하기도 하고, 약간 삐그덕거리는 느낌이 든다고나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소설류의 글을 쓰는 사람중에 이정도의 자기 스타일이 잡힌 글을 만나게 되는 일도 드문 것. 전반적으로 볼때 기분좋게 볼 만한 책인 것 같긴 하다. |
| 글을 쓴다는 건, 삶을 되짚어본다는 것이지요. 어떤 작가든, 어떤 글이든, 작가의 삶이 묻어 있지 않은 글은 없습니다. 아무리 전지적 작가 시점이니, 뭐니 하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 해도, 고스란히 묻어있는 향내를 감출 수는 없는 법이죠. 물론 그 향은 읽는 이에 따라 달라지지만... 살아가면서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간접 경험이 백 배나 천 배쯤 많을 거예요. 주변에서 주워듣는 얘기들, 책에서 느끼는 감정들... 이번 글은 그런 면에서 아주 편안히 다가왔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경험들을 한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비슷한 경험이란, 작가가 경험했던 실체와는 확연히 다르지만요. 글을 읽으며, 작가의 위치에 제 자신을 넣어봤습니다. 자전거는 핸들에 두 손이 닿아있어야 탈 수 있고, 등산은 동네 뒷산 오르기 정도, 카메라는 어릴 때, 집에 가보처럼 모셔두었던 것을 본 것과, 최근 장만한 디카에, 운전이라곤 앞으로 가는 것 밖에 못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핫셀블라드란 카메라도 사진으로나마 보았고, 제주의 풍광도 다시 눈앞에 나타나고...히말라야와 미국의 사막 어딘가에서 바람을 맞고 있는 제 모습도 그려졌습니다. 덕분에 읽는 동안 가슴이 따뜻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친구로 묘사한 작가의 시선과 감성도 부러웠고요. 사람으로 인생의 친구를 끝맺음도 아름답게 다가왔습니다. 사람에게 상처받는 게 제일 크지만, 그래도 결국엔 사람 밖에 없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습니다. 이 글들은 제게 거품 가득한, 부드럽고 따뜻한 카푸치노로 남았습니다. 본문 시작 전, 커다란 은행나무... 봄과 여름과 가을, 그리고 아직 살아보지 않은 겨울... 그래선가요? 겨울나무만 반대편의 모습이네요. |
| 이처럼 다양한 취미와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책 읽는 내내 하게 된다. 원래의 전공인 사진에다 오디오 전문가, MTB 산악자전거, 자동차 스피드광, 카메라, 에스프레소까지 그의 관심분야는 끝이 없다. 혼자서 일하는 작업실을 마음에 들 때까지 찾고 옮기고를 반복하는 책 글머리의 글을 읽고 그에게, 그의 삶에 흠뻑 빠져들었다. '수유+너머 연구공간'과는 또다른 작업실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글로나마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도 이렇게 멋진 작업실을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길 만큼. 더구나 사진전문가답게 매혹적으로 찍은 본문 중간중간에 쓰인 사진들은 그의 여행과 삶의 모습을 문자로만이 아니라 그림으로도 함께 느끼게 함으로써 더 눈에 선하다. 그의 작업실 풍경은 물론 몽고의 대자연,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 그의 여자친구, 에베레스트 등등 다양하다. 그의 작업실 이름을 궁궐의 동산, 정원을 뜻하는 비원(秘苑)을 뜻하는 줄로 알다 그게 사실은 B1, 지하1층을 이르는 말이라는 걸 알고는 그의 위트와 재치에 감탄에 더해 나도 써먹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윤광준의 삶은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면서 사는, 꿈꾸듯 자유로운 삶을 보는 것 같아 더 반갑다. 아내가 있는 남자의 여자친구와, 아내의 남자친구를 두고 질투와 이해를 넘나드는 모습을 보면서는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책 말미의 '세상의 모든 정원'에 나오는 대구 성서공단의 한 기업은 회사 내부에 정말 멋진 정원을 꾸민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다. 기업이 덩치가 너무 커 오히려 멋진 공동체를 만들기 어려운 국가를 대신해 만들 수 있다는 전범을 보는 것 같아 기쁘다. 조금은 럭셔리한 책의 내용에 맞게 책의 본문 지질도 멋진 사진에 맞게 고급이다. 다만, 표지 색깔은 띠지를 벗기고 나니 조금 허전하고, 또 때묻기 쉬워 조금 아쉬웠다. 윤광준의 이전의 책들, '생활명품 산책', '소리의 황홀'도 보고 싶지만 너무 전문적인 내용인데다 절판이라 아쉽다. 그나마 그의 책을 뒤늦게나마 볼 수 있는 기회가 천만다행이라 행복하다. 누가 에세이를 잡문이라 했는가? 이 책은 아주 멋진 매니아 교양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