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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되 소설이 아닌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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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짚고 넘어갈 부분은 책 상태. 딱히 책이 튼실하지 못하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하려는게 아니다. 올해나온 책인데도 마치 10년 전에 나온, 고서점에서 발견될 법한 책 디자인. 컴퓨터 조판방식임에도 마치 활자본 인쇄같은 글씨체. 1000페이지에 육박하는 두께까지. 정말 요즘 출판경향을 깡그리 무시하는 출판사의 강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덕분에 10년만의 개정판으로 새로
"소설이되 소설이 아닌 책" 내용보기
우선 짚고 넘어갈 부분은 책 상태. 딱히 책이 튼실하지 못하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하려는게 아니다. 올해나온 책인데도 마치 10년 전에 나온, 고서점에서 발견될 법한 책 디자인. 컴퓨터 조판방식임에도 마치 활자본 인쇄같은 글씨체. 1000페이지에 육박하는 두께까지. 정말 요즘 출판경향을 깡그리 무시하는 출판사의 강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덕분에 10년만의 개정판으로 새로이 훌륭한 책을 되살리고자 한 출판사의 뜻은 아마 절반정도 날아가 버리지 않았나 싶다. 도통 이 책에 대해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이 책을 살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버렸으니까. 만약,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정도로만 이 책을 꾸몄어도 로마인 이야기를 앞지르는 인기를 얻었을텐데, 편집의 몰상식으로 양서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봉쇄한 것이 단지 안타까울 뿐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이야기를 왜 하는고 하니, 이 책을 설명하고 추천하는데 '로마인 이야기'와 견주는 것 이상의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로마인 이야기가 재미있는 책으로 꼽히는 이유는 아마도 과거 역사에 대한 지적 욕구를 채워주면서도 작가 나름의 시각이 녹아들어 있고, 소설로써의 흥미성도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진순신의 '청일전쟁'은 시오노 나나미의 소설들보다 월등하다. 특히 무엇보다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를 이야기 하고 있듯, 진순신은 '조선'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의 폭군을 옹호하듯, 진순신은 조선말기의 위정자들을 옹호한다. 시오노 나나미가 주변 정세가 로마의 붕괴에 미친 영향을 서술하듯, 진순신은 임오군란 - 갑신정변 - 동학농민전쟁 - 청일전쟁으로 이어지는 조선근세사를 서술한다. 그 흐름에서 진순신은 가급적 담담하게 그렇지만 소설이 가지는 장점을 놓치지 않고 시대를 조망한다. 그런 점에서 '로마인 이야기'가 소설이되 소설이 아닌 것 처럼, 청일전쟁도 '소설이되 소설이 아닌 책'이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조선근세사에 관한 책은 조국을 잃은 비분강개에 매몰된 책이거나 식민사관에 근거한 역사책이 대부분이다. 그런 현실에서 마치 남의 이야기인양, 그러면서도 '로마인 이야기'와 달리 마냥 팔짱끼고 즐길 수 만은 없는 우리 이야기를 복잡미묘한 감정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이야기가 재미있다면, 장담하건대 청일전쟁이 몇 배는 더 큰 재미를 줄 것이다. 특히 시오노 나나미의 삐딱한 로마찬양이 맘에 안드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인상깊은구절]
세상에서 사람이 귀하다 함은 인륜이 있기 때문이다. 군신, 부자는 인륜의 가장 큰 자다. 임금이 어질고 신하가 충실하고 곧으며 어버이가 사랑하고 자식이 효도한 후에야 국가는 무강지역으로 뻗어가는 것이다. 우리 성상은 인효 자애하시고 신명 성예하시므로 현량하고 방정한 신하가 있어 그 총명을 익찬한다면 요순의 조화와 문경의 정치를 가히 바랄 수 있을 것이다....(중략)... 학정이 날로 자라고 원성은 그치지 않으며, 군신 부자 상하의 분은 무너지고 말았다. 소위 공경이하 방백, 수령들은 국가의 위난을 생각지 않고, 오직 비기 윤산에만 간절하여 전선의 문을 돈벌이로 볼 뿐이며 응시의 장은 매매저자와 같다..(중략).. 백성은 국가의 근본이다. 근본이 쇄삭하면 국가는 반드시 없어지는 것이다. 보국안민의 책을 생각지 아니하고 다만 제 몸만을 생각하여, 국록만 없애는 것이 어찌 정당한 일이겠는가? 우리들은 비록 재야의 유민이나, 군토(君土)를 먹고 군의를 입고 사는 자다. 어찌 차마 국가의 멸망을 좌시할 수 있겠는가. 팔역이 동심(同心)하고 억조(億兆)가 순의(詢議)하여 이에 의기(義旗)를 들어 보국안민으로써 사생의 맹서를 한다. 금일의 광경에 놀라지 말고 승평성화(昇平聖化)로 함께 들어가 살아보기를 바란다. 갑오 정월 호남창의소 전봉준 등. - 1894년 2월 8일 동학농민전쟁 전 동학측에서 발(發)한 격문 '창의문'
YES마니아 : 로얄 t*****s 2005.08.08.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