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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과 대립의 시대다. 나와 다른 의견, 나와 다른 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무시하는 것을 넘어 편을 갈라 싸우며, 혐오의 감정마저 품고 사는 시대가 되었다. 타협과 절충은 찾아보기 힘들고, 강경한 주장이 앞선다. 절충안을 찾고자 하면, 공격과 비난이 난무한다. 나와 다른 의견은 들어보기 이전에 '용납 불가'부터 내세운다. 상대에 대한 존중은 사라지고, 상대에 대한 배척이 앞선다.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동체의 지속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대화와 타협이 실현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경험은 점점 드물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나와 전혀 다른 상대를 간편하게 '배제'할 수는 없다.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상대의 의견을 망상이라 치부하고 그러한 의견을 배척하는 행위는 그 차제로 폭력일 수 있으며, 끊임없는 갈등만 양산하기 때문이다. <공감의 반경>은 위와 같은 문제 상황을 이론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대한 기초적 해결안을 제시하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 저자는 공감에 감정적으로 깊이 공감하는 정서적 공감과 타인의 입장을 이성적으로 헤아리는 이성적 공감이 있음을 언급한다. 정서적 공감은 구체적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타인에게 쉽게 감정이입이 되는 공감으로, 내집단에 대한 강한 동질의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 반면, 이성적 공감은 의식적 노력없이 불가능하며, 외집단에 대한 이성적 이해로 나아갈 수 있다. 정서적 공감이 강렬한 느낌으로 공감의 깊이를 더한다면, 인지적 공감은 이성적 노력으로 공감의 반경을 넓히는 과정이다. 저자는 최근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이 심화된 이유를 내집단에 대한 정서적 공감의 극대화에서 찾는다. 알고리즘에 갇힌 현대인들은 확증편향과 에코쳄버로 인해 내집단 동질감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집단에 치우친 정서적 공감은 외집단에 대한 혐오와 비인간화를 불러온다. 그러므로 갈등과 혐오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타인의 입장을 이성적으로 헤아리는 인지적 공감, 내집단만이 아닌 외집단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그리고 인지적 공감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알고리즘에서 벗어난 독서 및 교육과 이기적인 개인을 처벌할 수 잇는 이타적 처벌도 필요함을 언급한다. 다양한 독서, 타인을 존중하는 교육, 이기적 행위에 대한 처벌 이를 통해 나와 다른 처지와 입장의 사람들에게 공감하는 공감의 반경을 넓힐 수 있음을 주장한다. 그리고 이는 인류 문명의 지속과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임을 역설한다. 정서적 공감을 통해 내집단 간 깊이 공감하는 '느낌의 공동체'가 아니라, 타인에 향한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더 넓은 세계와 교감하는 '사고의 공동체'로 나아갈 것을 제안한다. 갈등과 대립의 첨예화를 완화하는 기본 스텝에 대해 찬찬히 고민하며 정리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