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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는 ‘화성華城’이 있다. 수원사람들의 화성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은 각별하다. 그러나 자부심도 현실 앞에서는 맥을 못춘다. 수원의 도로들은 화성으로 인해 심각하게 왜곡(矮曲)돼 있다. 수원에 길게 뻗은 도로는 없다. 화성의 성문을 통과하려면 한참 돌고돌아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외국관광객들조차 짜증이다. 바야흐로 수원의 교통체증이 세계인의 상식이 된 셈이다.
비단 수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의 국토는 70% 이상이 산과 구릉으로 덮여있다. 편평한 평야 대신 울퉁불퉁한 구릉들이 서로의 팔을 부여잡고 절대 놓치지 않으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 일직선 도로를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의 자연환경을 못마땅해 했다. 불만은 지형과 경관 속에 담긴 역사적, 정서적 특성을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심광현 교수가 펴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심 교수는 우리나라의 구불구불한 지형을 오히려 고맙게 여긴다. 다소 엉뚱하게 들릴 수 있는 그의 주장은 그러나 상당한 근거와 타당성이 있다. 심 교수는 우리나라의 구불구불한 지형을 ‘프랙탈’이라는 개념으로 환치시킨다. 그리고 그 프랙탈이야 말로 우리민족의 역동성과 창의성, 나아가 ‘흥’의 정서를 배태시킨 전통문화의 기반이라고 역설한다.
심광현의 『흥한민국』(현실문화연구)을 읽어보면 저절로 무릎을 치게 된다. 때로 난해하고 복잡한 주장들이 등장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쉽게 와 닿는 내용도 많이 있다. 특히 우리의 전통정서는 ‘한’이 아니라 ‘흥’이라는 주장은 공감할 만하다. 그렇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 자신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살아왔다. 이제야말로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우리 전통문화를 새롭게 재발견, 재해석해야 할 때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이 녹록치 않다. 신자유주의의 발호, 일본의 신군국주의 망령, 중국의 팽창주의가 꿈틀대고 있는 현실이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그 출발은 우리의 정체성, 특히 전통문화 속에 스며 있는 민족 정체성의 자각을 통해 세계사의 흐름을 리드하려는 시도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서편제>가 한국영화 최초로 관객 100만을 돌파하고,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우리 전통에 대한 재발견을 시도한지 어언 10년이다. 이제 한 발 더 나아가야 할 때다. 도처에서 가능성도 확인된다. 월드컵 4강의 신기원을 이루었다. ‘붉은악마’의 용솟음치는 기상과 ‘엇박자응원’은 프랙탈의 표상이다. 세계 최대, 최고의 IT강국의 위상을 확보했고, 동북아시아인들을 ‘한류(韓流)’로 포옹했다.
그런 힘이 대체 어디서 나오는가. 새삼스러운 게 결코 아니다. 그게 바로 우리민족의 저력이다. 그 원동력이 바로 ‘흥’이다. 프랙탈한 자연경관을 통해 배태된 우리 고유의 민족정기에 다름 아니다.
심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간다. 두어 발쯤 나아간 김지하에게 완급조절을 정중히 당부하기도 한다. 그의 학문적 진지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그가 진지하게 제안한다. 이제 ‘한’을 ‘흥’으로 대체하는 것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흥의 미학’을 인류의 보편적 과학인 ‘프랙탈생태미학’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그게 바로 헬레나 노르베리가 말한 ‘오래된 미래’를 사는 길이라고.
나의>서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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