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혼의물질적인밤 #이장욱 #문학과지성사 #문지에크리 #문학과지성사50주년50권읽기 #산문집 #도서추천 #책블로그 #북블로그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시인, 소설가, 비평가 그리고 여행자 당신의 하루오, 우리의 이장욱 이장욱에게 글쓰기란 과거의 행위나 미래의 결과가 아닌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독자들에게 이름이 각인된 이후 늘 쓰는 사람으로서 존재해왔던 그가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때는 언제일까. 시인도 소설가도 아닌, 하루하루 끼니를 해결하는 일에만 궁리하면 되는 그 순간은 바로 낯선 곳에서 여행자임을 자청하던 때가 아닐까. 그해 겨울, 기숙사 룸메이트 안드레이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나 중부 러시아의 추바시로 떠났던 기차 안에서의 풍경은 그로부터 10년 후 2004년의 일기로 남았고, 다시 겨울, 글을 쓰기 위해 떠난 부다페스트에서 본 야경은 2023년의 일기가 되었다. 단지 겨울과 겨울을 건너왔을 뿐인데 순식간에 지나버린 30여 년의 시간이 어리둥절하게 느껴진다는 그는 한 권의 책을 마친다는 것이 “하나의 죽음”을 겪는 일과도 같다며 지난 시간을 소회한다. 이 책은 1994년을 추억하는 2004년의 '일기'로 시작해서, 2004년을 추억하는 2023년의 '일기'로 끝나고 있다. 1994년부터 2023년에 이르는 30여 년의 시간을 한 권의 책으로 담고 있다. 1장은 2004년과 2007년에 씌어진 것으로 러시아의 겨울이 배경이 되고 있다. 2장의 메모들은 후반부의 몇몇 꼭지를 제외하면 대부분 2005년에서 2015년 사이에 쓴 것으로, 기억의 파편들이 담겨 있다. 그 기억의 단상을 전부다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3장에는 시와 소설이 아닌 종류의 글이 담겨있고, 4장에는 부다페스트의 풍경이 담겨있다. 🏷️ 자정의 창밖은 밤이지만 환하고 환하면서도 희미한, 그런 세계다. 밤이라고도 낮이라고도 할 수 없고, 빛이라고도 어둠이라고도 할 수 없으며, 비가 내린다고도 내리지 않는다고도 할 수 없는 시간. 이것은 아마도 '밤'과 낮'이라는 언어 바깥에 있는 세계일 것이다. 관습적 언어 너머의 세계에서, 비는 내리고 있다. 저렇게 내리는 비에 가장 가까운 것이 시의 언어일지도 모른다. 만상의 바깥에 처연히 내려 모든 것에 스며드는 그것. p.17 🏷️ 시가 불가능한 밤 더 이상 시를 쓰지 말아야 할 순간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시의 주어와 술어가 거의 일치하는 상태. 하나 마나 한 말을 반복하는 상태. 또는 시의 주어와 술어가 거의 분리되는 상태. 의미의 무한 속으로 사라지는 상태. 엔트로피가 제로에 도달하거나, 반대로 최대치에 도달하는 상태. 다른 말로 하자면, 죽음 또는 해탈의 상태. 동일한 상태. 그러므로 시는 죽음과 해탈에 반대한다. p.77 <2-2.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시 쓰기> 중에서 사실 내게는 그의 일기 속 단상들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글의 깊이를 이해하기에는 내가 부족해서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그 글들의 끌림에 이끌려 읽어나가다 보니 작가님의 30년의 세월을 조금은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작가님의 시간 속에서의 단상이 소설로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