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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라서 그런지 처음보다 조금 읽는 속도가 붙은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나중에 읽은 시간을 보니 첫번째 것과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것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처음에는 집중하지 못했지만, 2권을 볼 때는 집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뒷부분은 또 대충 보고 말았다. 그리 자랑할 만한 것도 아닌데 썼다. 제1외과 후임교수선거 최종후보로 남은 자이젠과 기쿠가와는 자이젠 고로 16표, 기쿠가와 노보루 14표로 자이젠이 당선했다. 병원의 선거라서 부정에 대한 것은 엄중하게 처벌하지 않는다. 자이젠은 장인의 돈으로 표를 얻었다. 장인인 자이젠 마다이치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대학교수라는 직함을 사위인 자이젠이 얻기를 바랐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표를 얻었다.
교수가 된 자이젠은 무척 거만해졌다. 그전에도 자신감에 차 있던 사람이었지만 어느 정도 의사로서의 일은 한 듯하다. 하지만 교수가 되고는 자신의 실력만을 믿었다. 사토미가 봐달라는 환자 사사키 요헤이의 검사를 하면서 사진 두장으로 암이라는 것을 알아냈다며 무척 자랑했다. 사토미는 사사키 요헤이의 진단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여러번 검사를 하다가 마지막에 자이젠한테 부탁한 거였다. 자이젠은 독일에서 열리는 국제외과학회에 간다며 사사키 요헤이의 수술을 서둘렀다. 사토미는 사사키 요헤이의 흉부검사를 해본 다음에 수술을 하라고 했다. 그러나 자이젠은 자신의 진단이 확실하고 다른 장기로의 전이는 없다며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은 잘된 듯 보였지만 얼마 가지 않아 사사키 요헤이의 상태가 나빠졌다. 자이젠은 사사키 요헤이의 수술만 하고 진찰은 한번도 하지 않고 그저 담당의인 야나기와라한테 폐염일 테니 거기에 알맞은 조치를 취하라고 했다. 그리고 독일에 갔다.
독일에서 자이젠은 자신한테 쏟아지는 관심을 즐겼다. 의사라기보다 무슨 연예인 같다. 거기에서 공개 수술도 했다. 이에 대한 찬사도 많이 받았다. 한편 그때 일본에서는 사사키 요헤이의 상태가 아주 나빠져 있었다. 사토미는 야나기와라한테 폐검사를 해보라고 몇 번이나 말했다. 그렇지만 야나기와라는 자이젠이 시키는대로만 했다. 자신도 자이젠의 처방에 의심스러워하면서도 말이다. 환자보다는 대학병원이라는 데서 자신의 위치만을 생각했다. 정말 어리석다. 결국 사사키 요헤이는 죽고 만다. 사토미는 해부할 것을 유족한테 권했다. 그리고 사사키 요헤이의 식구는 자이젠을 고소했다. 독일에서 돌아온 자이젠은 자신을 마중나온 사람이 적어서 언짢아했다. 사토미가 보낸 전보는 무시했으면서 말이다.(1960년대라서 e-mail이 아닌 전보였다, 드라마에서는 이메일을 보냈다)
고소당한 자이젠은 자신의 잘못을 생각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재판에서 이길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의학적 입증에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끔 가난했던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기도 했다. 이것은 고소당하기 전이었나? 자이젠이 조금만 더 사토미와 야나기와라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면 사사키 요헤이가 죽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왜 자신의 능력만을 믿은 것인지 바보 같다. 그것도 그렇지만 왜 다른 의사는 환자가 죽어가는데 가만히 있었는지 모르겠다. 담당이 달라서 그런 것인가? 큰 병원이라서 환자 한사람 한사람을 생각하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설비가 좋다고는 해도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병원에는 가고 싶지 않다. 이 책이 쓰여진 때도 이랬는데 지금 달라졌을까?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대학병원에서는 진찰 받으려면 번호표를 뽑아야 한다. 접수할 때였던가. 앞으로 자이젠은 어떻게 될 것인가? 다음권을 봐야겠다.
희선
☆―
“아닙니다. 미치요의 경우는 흔히 말하는 허영심이나 명예욕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지요. 아버지가 나고야 대학의 의학부장이며 친척 가운데 대학의 교수가 많으니까, 대학에 남아서 연구하는 한, 교수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자연스러운 생각이 본래부터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알 수 있겠어요. 우리 집안에서도 그랬어요. 문학에 뜻을 둔 오빠를 아버지께서는 강제로 의학부에 진학시켜 무리한 공부를 시킨 결과 가슴을 앓게 되어 자살과 다름없는 죽음을 당했어요. 조부도 아버지도 의학자니까 그 아들도 손자도 의학자로 만든다, 대학에 남아서 연구하는 한 교수가 되어야 한다. 이런 것은 의학자 집안의 공통된 타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개성을 무시하는 어처구니없는 강요지요. 하지만 사토미 씨처럼 훌륭한 교수 같은 지위는 문제 밖이라고 생각합니다.” (173쪽)
절망감에 있던 자이젠은 가난했던 때의 자기 모습을 그려 보았다. 북향의 조그만 3조 방에서 꼽추처럼 이불을 뒤집어쓰고 허기와 추위에 떨며 역 앞 식당에서 요기를 하던 학생시절, 졸업 뒤 무급 조수에서 유급 조교가 되기까지 3년, 강사, 조교수를 거쳐 16년 만에 교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해, 최후의 순간까지 온갖 수단을 다해 교수선거의 관문을 뚫고 오늘에 이른 지위를 놓친다는 것은 자이젠에게 있어서 파멸을 뜻하는 것이었다. 자이젠은 몰려드는 후회와 불안을 털어버리듯이 머리채를 흔들었다. ‘이렇게 된 이상 부재중에 일어난 사건임을 기회로 자기가 가지고 있는 학식과 정치력을 총동원해서 어떤 궤변을 늘어놓든,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오진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나서 자이젠은 땀이 밴 몸을 뒤척였다. (2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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