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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어떻게 읽었나는 그리 중요하지 않지만, 조금 흐름이 빨랐던 2권에 견주어 3권은 조금 느렸다. 책 내용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 읽은 것이다. 재판에서 야나기와라와 사토미가 대질심문을 했지만 야나기와라는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다. 자이젠은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없었던 것을 꾸미기도 했다. 잘못은 담당의인 야나기와라한테 있는 것처럼 말했다. 환자가 자신한테 진찰 요구를 하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 평범한 사람은 그렇게 말하기 힘들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하는 것도 대단한 재능이다. 그런 것에 감탄을 하다니 나도 참. 어쨌든 자이젠이 이겼다. 그리고 사토미는 나니와 대학병원을 그만두었다. 그만두기 전에 우가이 의학부장은 사토미를 어느 지방대학의 교수로 보내려고 했다. 그곳은 연구를 할 수 있을 만한 곳이 아니었다. 사토미가 낸 퇴직원도 바로 수리해주지 않았다.
사사키 쪽의 변호사인 세키구치는 사사키 요시에가 항소해달라는 것에 따르기로 했다. 요시에가 말하지 않았더라도 하려고 한 듯하다. 의학적 증거를 찾기로 했다. 사토미는 병리학 교실의 오코우치 교수의 소개로 조기 위암 진단의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곳으로 옮겼다. 그렇게 두해가 흘렀다. 자이젠의 상황은 어땠느냐 하면, 우가이 의학부장이 일본학회 의원선거 지방구에 자이젠한테 입후보하라고 했다. 우가이가 무슨 생각으로 자신한테 그런 것을 시켰나 눈치를 보면서도 입후보하기로 한다. 우가이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한 거였다. 의사는 환자만 잘 보면 될 텐데 권력을 가지려고 하다니 왠지 우습기도 하다. 본래 나이를 먹으면 그렇게 되는 것인가? 환자를 치료했을 때의 기쁨이 권력이나 명예에서 오는 것보다 훨씬 가치가 있는 것인데 말이다. 자이젠에 대한 소식을 들은 사토미는 씁쓸해했다.
세키구치는 항소심을 하기 위해 의학적인 증거를 찾아다녔다. 감정인이 되어줄 사람도 찾았다. 그런데 자이젠 쪽에서 압력을 가했다. 그러던 가운데 아즈마의 딸인 아즈마 사에코는 예전에 나니와 대학병원에서 수간호사로 일했던 가메야마 기미코를 만난다. 기미코는 자이젠이 야나기와라가 흉부 단층촬영에 대해 말했을 때 그런 것은 할 필요가 없다고 한 말을 들었다고 했다. 사에코는 기미코한테 법정에서 증언을 해주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 사사키 요헤이가 죽고 그 집안은 형편이 아주 안 좋아졌다는 말도 하며, 이번에 지면 더 안 좋아질거라고도 했다. 자이젠은 야나기와라가 1심 때처럼 증언해주기를 바라며 논문에 대한 것과 자이젠의 장인은 결혼 상대자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야나기와라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다.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오만하고 자신만만한 자이젠일지라도 마음 깊은 곳에는 죄책감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자이젠한테 봐달라고 온 환자가 사사키 요헤이와 같은 분문암이었고, 형편도 비슷하고 얼굴까지 닮아 보였다. 수술할 때는 사사키 요헤이를 떠올리다가 여러번 실수를 했다. 증인심문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것을 읽으면서 지금과 비슷한 것도 있지만 조금 다른 것도 있다고 느꼈다. 그것은 환자한테 병명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지금은 대개 사실대로 말하고 치료에 전념할 수 있게 하지 않나 싶다. 1960년대에는 ‘별거 아니다, 만약을 위해서 수술하는 거다’라고 했나 보다. 그때만 해도 암에 걸리면 무조건 죽는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암은 지금도 무서운 병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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