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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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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보다 ‘암’의 생존율이 높다고는 하나 병에 걸렸다는 것만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 주변에도 심심치 않게 ‘암’으로 고생했던 사람이 있다. 옆에서 지켜보기 두렵게 머리카락이 빠지고 살이 빠지고, 웃고 있지만 울고 있는 듯한 모습. 나는 위로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켜만 볼 뿐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식사를 못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혹시 몰라 배달 쿠폰을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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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보다 ‘암’의 생존율이 높다고는 하나 병에 걸렸다는 것만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 주변에도 심심치 않게 ‘암’으로 고생했던 사람이 있다. 옆에서 지켜보기 두렵게 머리카락이 빠지고 살이 빠지고, 웃고 있지만 울고 있는 듯한 모습. 나는 위로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켜만 볼 뿐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식사를 못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혹시 몰라 배달 쿠폰을 보내주는 것 정도 만 할 뿐. 내가 아무리 말을 고르고 조심한다고 해도, 상대가 그런 배려는 한다는 사실이 싫을 수도 있고. 그래서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박향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서 읽기 시작했는데 내용은, 무겁고 아프고 쓸쓸하다.


소설은 몸에 대한 이야기이자, 세 명의 ‘희주’의 이야기다. 주인공 희주는 유방암 진단을 받은 중년 여성이다. 그녀는 자신의 투병기를 사실적으로 말한다. 암이라는 진단을 받은 순간부터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겪는 신체적 심리적 고통까지. 그동안 겪지 못했던 다양한 신체적 변화, 음식을 먹지 못하거나 구토와 설사 그리고 변비의 반복. 오심을 느끼거나 손발톱이 시커멓게 변하는 현상. 마취약이 몸으로 들어갈 때의 선뜩한 느낌과 온갖 종류의 수액들. 이런 투병의 모습이 희주의 겉모습이라면 이야기의 진짜는 또 다른 희주 이야기다. 중년 여성 희주에게 어느 밤 들리는 환청 같은 두 살 여자아이의 목소리. 그 아이도 ‘희주’다. 중년 여성 희주가 태어나기 전 죽은 친언니 ‘희주’ 그리고 중년 여성 희주의 엄마(유미에게는 외할머니)가 희주의 딸 유미를 키우면서 외손녀 유미에게 보이는 병적인 집착. 그 집착은 바로 너무 어릴 적 죽은 첫 딸 ‘희주’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희주라는 이름으로 연결된 모녀 삼대 가족 이야기. 누군가는 그 고통의 고리를 끊어야 하지만 끊을 수 없었는데 결국 유미는 유년기의 상처를 드러내며 치유하려고 하는데..


엄마가 되어 보니 엄마를 이해하는 부분도 있지만 솔직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나도 어릴 때는 엄마의 사랑을 갈구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사랑이 나에게 올 수 없음을 알고부터는 내가 엄마에게 거리를 두고 선을 그었던 것 같다. 그런데 웃긴 건 이렇게 거리를 두니 엄마가 예의를 지키려고 하는 거다. 옛날 엄마들 특유의 아들 사랑이 여전하면서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의 효도. 이게 내가 부모를 바라보는 거리다. 어차피 부모의 인생에 내가 들어갈 틈은 없으니까. 부모가 된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이 없다.’ 맞지만, 자식도 나와 ‘합’이 맞는 아이가 있다. 그래서 더 예쁜 아이가 있더라. 다만, 부모가 되니 그걸 아이들이 알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티 내지 않게 모두를 사랑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부모는 그걸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지금도 여전히. 당신들은 그렇지 않다는 말을 하면서.


이 책을 읽으면서 아프다는 것의 의미와 엄마와 딸이란 관계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엄마와 끈끈한 정이 없는 사람이고 자주 봐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느니, 차라리 가끔 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엄마에 대한 추억도 별로 없고, 상처받았던 아픔이 많아선지 엄마와 여행을 가고 싶지도, 같은 공간에 2시간 이상, 있고 싶지도 않다. 엄마와 대화를 하다 보면 결국엔 오빠 걱정에, 오빠에게 뭐든 해 주고 싶어 안달하는 마음만 읽을 수 있다. 이 책에서의 엄마도 짜증 그 자체다. 먼저 죽은 딸 ‘희주’ 때문에 나중에 태어난 ‘희주’는 안중에도 없다. 어떻게 죽은 딸의 이름을 태어난 딸의 이름으로 하는지. 그런 발상 자체도 짜증 나고 화가 난다. 딸 앞에서 자살하려고 하는 엄마의 정신이 나는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불안한 상태의 엄마를 보는 것. 죽은 언니의 사망신고도 하지 않은 채 두 해 늦게 태어난 희주를 그 대신으로 하는 것. 미치지 않고서 이게 가능한지도 모르겠고. 그때부터 ‘희주’의 엄마는 정신이 아팠나 보다. 아프지만 아프다고 말할 수 없는 엄마의 인생이 가엽지만 그렇다고 곁에 있는 딸에게 이런 식은 아니지 않나 싶기도 하고.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고 그렇기에 다양한 사연이 존재한다. 나의 어린 시절도 누군가가 듣기엔 차별과 상처 그리고 ‘한’으로 점철된 시간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엄마가 그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도 가끔 이런 나에게 ‘그런 상황에도 잘 컸구나.’라고 말해주면 울컥한다. 내가 나로 단단해지기 위해 보냈던 시간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지나가니까. 부모를 통해 내가 부모가 되면 하지 말아야 할 걸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엄마가 된다는 건 다짐의 차원이 아니다.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알게 모르게 아이들에게 상처를 줬을 것이다.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세상 어떤 부모도 자식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때는 다 그랬다고, 어쩔 수 없었다고 말을 할 뿐.


세상 가장 사랑하고 편이 되어야 할 가족이지만, 때론 세상 제일 차갑고 무서운 사람도 가족임을 나는 안다. 우리에게 나이 들어감과 ‘병의 의미’ 그리고 가족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출처 : https://blog.naver.com/heygirl0903/223966243540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k*****3 2025.08.12. 신고 공감 6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