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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행복하게 하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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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가장 내 시선을 끄는 작가는 바로 권지예다. 등단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작품들이 고른 작품성을 유지하면서도 읽는 재미까지 덤으로 주는 훌륭한(?)작가다. 특히 이 작품에는 그동안 작가가 시도하지 않았던 부분까지 영역을 넓혀 그녀 특유의 에로틱하면서도 자전적인 내용은 충분히 살리면서도 마치 한 편의 탐정 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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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가장 내 시선을 끄는 작가는 바로 권지예다. 등단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작품들이 고른 작품성을 유지하면서도 읽는 재미까지 덤으로 주는 훌륭한(?)작가다. 특히 이 작품에는 그동안 작가가 시도하지 않았던 부분까지 영역을 넓혀 그녀 특유의 에로틱하면서도 자전적인 내용은 충분히 살리면서도 마치 한 편의 탐정 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작품부터 철저하고 꼼꼼한 취재와 상상력을 동원하여 써내려간 주옥같은 단편들이 가득 들어있다. 특히 육아와 맞벌이를 병행하면서도 가족과 주윗사람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가득한 작가의 드넓은 모성은 그의 작품을 더웃 빛내주고 있으며 그녀가 가지고 있는 따뜻한 마음과 낙천적이면서도 섬세한 감성은 작품 곳곳에서 우리를 웃겼다 울리는 소중한 친구의 역할을 해준다. 마음이 아플 때, 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느껴질 때, 나는 권지예 소설을 읽는다. 그의 소설 하나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i****3 2005.05.30. 신고 공감 1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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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단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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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예는 1990년대에 등단한 여자 작가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는 작가이다. 가장 대중적인 상이라고 할 만한 이상문학상을 덜컥 탄 점도 다른 행보의 이유가 되기도 하고,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를 보내는 외로운 여성이 등장하는 소설을 쓰지 않는다는 점도 그 이유이다. 또한 짧은 기간에 단편집 3권을 내놓는 민첩함에 놀랐다. 거기에다 장편 <아름다운 지옥>과 산문집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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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예는 1990년대에 등단한 여자 작가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는 작가이다. 가장 대중적인 상이라고 할 만한 이상문학상을 덜컥 탄 점도 다른 행보의 이유가 되기도 하고,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를 보내는 외로운 여성이 등장하는 소설을 쓰지 않는다는 점도 그 이유이다. 또한 짧은 기간에 단편집 3권을 내놓는 민첩함에 놀랐다. 거기에다 장편 <아름다운 지옥>과 산문집 <권지예의 빠리, 빠리, 빠리>까지 합하면 그녀가 낸 책의 수는 활동한 연수에 비해 많은 편이다.

이 책에는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뱀장어 스튜>가 뒤늦게 실려 있고, 올 봄에 쓴 <봉인>까지 9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권지예는 여성 작가들이 남녀 관계를 손 한 번 안 잡고 표현하는 것과는 다른 선에 놓인 작가이고, 무료하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일상 묘사보다는 사건에 집중하고 있다. 그 사건도 다양하다. 방황, 집착, 공포, 연애 등등.

권지예는 한 가지 소재에 집착하기 보다는 다양한 소재를 다양하게 글로 옮길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작가다. 무엇보다 쉽게 읽히는 글을 쓰면서도 세밀한 묘사가 돋보인다.
하지만 그녀의 재능은 작품 곳곳에서 발견되지만 깊이는 조금 더 있었으면 싶다. 그녀는 깊은 우물 같은 작가라기보다는 넓은 강과 같은 작가이다. 어쩌면 강보다 바다가 어울릴 것도 같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소설과 가장 아쉬웠던 소설은 <산장카페 설국 1Km>이다. 남녀 관계와 인간 관계가 얽히면서 한정된 공간이 주는 적당한 공포감이 상당히 매력 있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은 아쉬움이 있다. 한발 더 내딛었더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독자가 상상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점이 좋을 수도 있지만 게으른 독자 입장에서는 설명을 더 듣고 싶은 법이다. 이와 비슷한 작품인 <비밀>은 어린이 납치에 대한 이야기인데 독자의 기대를 허무르는 결말이 나름대로 새롭다.

또 <물의 연인>은 우리 나라 단편 소설에서 찾기 힘든 연애 소설이다. 왜 우리 나라 작가들은 연애 소설을 쓰지 않는 걸까. 물론 우리 나라 작가들이 연애 소설을 쓰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단편 소설에서 가장 흔하게 만나는 소재가 불륜이고, 불륜도 연애니까. 다만 불륜을 소재로 해도 드라마처럼 판타지적인 부분이 없이 고단하고 치졸하고 허무한 느낌만 강해 주인공들이 연애를 하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보면 <물의 연인>도 불륜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설 속의 두 사람은 왠지 불륜도 로맨스로 보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연상시키는데 긴 세월을 바라만 본 두 남녀의 감정이 잔잔하게 다가온다.

인상적인 작품은 표제작인 <꽃게 무덤>이다. 게를 먹는 마른 여자의 이미지를 생생하게 묘사한 부분이 압권이다. 내가 게가 된 듯, 아니면 내 손에 게다리라도 하나 있는 듯이 쪽쪽 게 살을 발라먹는 솜씨가 생생히 전달되는 간접 체험이 괜찮다. 주인공 남자는 게를 먹는 그녀의 모습이 괴기스럽고 엽기적이지만 몹시 에로틱한 느낌까지 준다고 했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집착은 없지만 게 살에 대한 집착은 큰 그녀의 모습이 공허하면서도 신비롭기까지 하다.

권지예의 <꽃게 무덤>의 장점은 다양한 소재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속도감 있게 문장이 읽혀 순식간에 책 한 권을 뚝딱 읽어 버렸다. 맛있는 게장 하나만 있어도 밥 한그릇 뚝딱이라는데, 간장 게장에 은근한 불로 끓인 삼계탕에 불륜과 연애, 납치과 실종, 기대와 실망과 안도 등이 양념으로 얹어져서 맛있고 배부른 식사를 한 기분이 든다. 권지예가 차린 밥상은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는 아니지만 만족스럽다. 밥상에서 가장 맛있는 한 가지를 고르기는 어렵지만. 음식 한 가지 한 가지가 고른 맛을 자랑하므로 입맛이 까탈스런 사람의 배도 부르게 할 만큼의 양념 맛은 충분하다. 그녀의 다음 행보도 기대해 본다.
L****m 2005.08.26. 신고 공감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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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문학상 수상을 축하함
"동인문학상 수상을 축하함" 내용보기
솔직히 2005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기사를 읽고 책을 읽었다. 올해 초 책이 이곳저곳에서 소개되었을 때, 그리고 그 서평들이 대체적으로 좋아서 한 번 읽어볼까 고민하다가 그만두었다. 그렇게 시간의 기억 저편에서 존재하다가, 동인문학상을 계기로 읽게 된 것이다. 결과는 의외였다. 굳이 밝힐 필요는 없지만, 열손가락에 상응하는 국내의 좋아하는 작가들의 소설을 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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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2005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기사를 읽고 책을 읽었다. 올해 초 책이 이곳저곳에서 소개되었을 때, 그리고 그 서평들이 대체적으로 좋아서 한 번 읽어볼까 고민하다가 그만두었다. 그렇게 시간의 기억 저편에서 존재하다가, 동인문학상을 계기로 읽게 된 것이다. 결과는 의외였다. 굳이 밝힐 필요는 없지만, 열손가락에 상응하는 국내의 좋아하는 작가들의 소설을 거의 빼놓지 않고, 사거나 읽는다. 그런 작가들에 비해 뭔가 다른 작가만의 독특한 색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아직은 그것이 내 것이기보다는 조금의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부터 장편에 집중하겠다는 작가의 수상소감은 오히려 큰 기대감과 기다림을 나에게 선사한다. 좋아하게 될까? 아니면 거부반응을 당분간 보일까?
s********k 2005.10.2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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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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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문학수상집에서 뱀장어스튜을 읽고 솔직히 숨이 멎는것 같았다. 흡입력있는 구성도 그렇고 섬세하고 세련된 여류작가다운 문체.. 사실 한국소설이고 책이고 잘 읽지 않던 내가 소설에 빠지게 된 첫번째 동기가 바로 '뱀장어스튜'였다. 기대가 너무 커설까. 내가 느끼기에는 꽃게무덤과 뱀장어스튜를 제외하고는 그닥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일단은 작가마다 특유의 문체가 있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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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문학수상집에서 뱀장어스튜을 읽고 솔직히 숨이 멎는것 같았다.

흡입력있는 구성도 그렇고 섬세하고 세련된 여류작가다운 문체..

사실 한국소설이고 책이고 잘 읽지 않던 내가 소설에 빠지게 된 첫번째 동기가 바로 '뱀장어스튜'였다.

기대가 너무 커설까. 내가 느끼기에는 꽃게무덤과 뱀장어스튜를 제외하고는 그닥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일단은 작가마다 특유의 문체가 있고 분위기가 있는데 뱀장어스튜와 꽃게무덤은 상당히 섬세하고 구성도 튼튼하다고 느꼈던 반면 나머지 단편은 그저 작가의 생각을 꾸밈없이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있는것 같았고 그래서 완성도의 면에서는 조금 아쉽지 않았나싶다.

YES마니아 : 로얄 s****6 2007.12.2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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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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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예는 최근 영화화가 추진중인 ''뱀장어스튜''의 작가라는 점을 빼곤, 낯선 이름이다. 이상문학상 수상작가가 대개 그러하듯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보다는, 문단에서 꾸준한 활동을 해온 그녀는 장편 "아름다운 지옥"과 산문집 "권지예의 빠리, 빠리, 빠리" 등 녹록치 않은 문장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 책에는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뱀장어 스튜"부터, 올 봄에 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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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예는 최근 영화화가 추진중인 ''뱀장어스튜''의 작가라는 점을 빼곤, 낯선 이름이다. 이상문학상 수상작가가 대개 그러하듯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보다는, 문단에서 꾸준한 활동을 해온 그녀는 장편 "아름다운 지옥"과 산문집 "권지예의 빠리, 빠리, 빠리" 등 녹록치 않은 문장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 책에는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뱀장어 스튜"부터, 올 봄에 쓴 "봉인"까지 9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대부분의 여성작가들이 그러하듯이, ( 최근 문학계의 흐름이 또한 그러듯이) 일상과 생활, 특히 남녀 관계에 있어 종합적이고 다원인칭적인 시점과 호흡을 유지하는 게 그녀의 장점이자 특징이다. "꽃게무덤"과 "뱀장어스튜"도 그렇지만, 다른 그녀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들이 /요리/와 /음식/이다. 사람의 삶을 구성하는 세가지 요소중 하나인 食 그래서, 삶을 묘사하고 고찰하는 데 있어 또한 그만큼 좋은 소재도 없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을까? 아주 맛있는 음식이라도 우울할 때 먹으면 젬병이라는, 아주 기본적인 삶의 진리를 바탕으로 그녀의 만찬이 펼쳐진다. 이대 영문과 출신답게, 깐깐하고 문법적인 흐름을 유지하며 그 와중에 고른 호흡을 잃지 않으려고 과다한 비유와 상징을 자제하는 어느 쌀쌀한 가을날, 뒷동산 산책하듯한 그녀의 글쓰기는 약간의 가쁜 숨과 뜨끈뜨끈한 종아리외에 느끼는 므흣한 흐뭇함이라고 할까? 명산을 정복했을 때의 쾌감은 없지만, 그 못지 않은 내려올때의 허탈함도 없는 잔잔함의 감동이라고 할까? 고단하지만, 가치있는 삶이란..... 그 누군가가 주는 것이 아니라는 오랜 명제를 잊지 않는 작가의 맹랑함과 부드러운 글쓰기가 인상깊은 작품.... 다만, 서사구조의 엉성함과 소재의 상투성에 아쉬움 한표...
h*****h 2006.08.0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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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같은 얘긴 쓰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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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면 기분이 좋은 이야기가 있고, 읽고 난 후 기분이 나쁜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권지예의 소설집에 실린 비밀..과 같은 이야기는 단순히 기분이 나쁘다가 아닌 이런 얘기를 뭐하러 소설로 쓰나 싶을 정도의 혐오스러움 그 자체였다... 뱀장어 스튜로 처음 만난 권지예의 소설은 국내 여류작가가 쓴 글을 빼놓지 않고 읽으려고 하는 나에게 있어 놀라움과 가슴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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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면 기분이 좋은 이야기가 있고, 읽고 난 후 기분이 나쁜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권지예의 소설집에 실린 비밀..과 같은 이야기는 단순히 기분이 나쁘다가 아닌 이런 얘기를 뭐하러 소설로 쓰나 싶을 정도의 혐오스러움 그 자체였다... 뱀장어 스튜로 처음 만난 권지예의 소설은 국내 여류작가가 쓴 글을 빼놓지 않고 읽으려고 하는 나에게 있어 놀라움과 가슴떨림...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새로운 감흥이었다... 그러나 뒤에 이어지는 폭소를 읽으면서의 느낌은...뭐랄까..아귀가 맞지 않아 닫히지 않는 서랍장을 바라보는 기분이라고 하면 적절한 표현이 될까? 그리고 이어지는 꽃게무덤 역시 아직 얘기가 더 전개되어야 할 것같은데 하는 찜찜함을 남겼다... 그러나 비밀은 찜찜함, 불쾌함.. 그 이상이다... 잠들기 전 읽기 위해 들고 있던 책을 더 이상 읽고 싶지 않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꿈자리까지 뒤숭숭하게 했으니 말이다... 권지예의 뱀장어 스튜를 읽고 난 감흥을 아직 버리고 싶지 않다... 유쾌함까진 아니더라도 불쾌함을 주는 비밀 같은 얘긴 더 이상 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h********5 2006.01.0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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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히 쫄인 간장 냄새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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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 무덤    상추잎은 정말 예뻤다. 먹기가 아까울 만큼. 그걸 보자 툭, 하고 팽팽한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순식간에, 강렬하게, 그녀가 떠올랐다. 아까 간장 냄새가 날 때부터 조마조마하게 눌러왔던 긴장감이 툭 터져버린 것이다. 이렇듯 예쁘고 여린 상추잎과 집 안에 밴 간장 냄새를 어떻게 당해낼 수 있을 것인가       밥 두 공기를 배불리 먹고 나면 텅 빈 게 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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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게 무덤

 

 상추잎은 정말 예뻤다. 먹기가 아까울 만큼. 그걸 보자 툭, 하고 팽팽한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순식간에, 강렬하게, 그녀가 떠올랐다. 아까 간장 냄새가 날 때부터 조마조마하게 눌러왔던 긴장감이 툭 터져버린 것이다. 이렇듯 예쁘고 여린 상추잎과 집 안에 밴 간장 냄새를 어떻게 당해낼 수 있을 것인가

 

 

  밥 두 공기를 배불리 먹고 나면 텅 빈 게 껍질처럼 허전함과 그리움의 공기만이 들락거렸던 몸 속으로 무언가 알이 꽉 찬 듯 충만감이 생생히 전해져오는 것이다. 어느 시에 나오는 구절처럼, 그래 이젠 살아봐야겠다, 하는 심정이 되는 것이다.

 

 

 "잊어버려라. 사내 골을 뺄 년이었어. 예전에 딱 그렇게 생긴 계집이 있었는데 만나는 사내마다 잡아먹고 종당엔 바닷물에 몸을 던졌지. 보름날 밤에 그 계집의 자주색 비로드 치마가 물에 봉긋 떠올라 며칠을 바다 위를 떠돌았다네. 끝내 시신은 못 찾았지."

 

 

 

 뱀장어 스튜

 

 

 왠지 이 <뱀장어 스튜>란 그림은 내게는 쓸쓸한 감동을 준다. 인생의 황혼에 접어든 예술가의, 일상에 대한 경의와 마지막 여자에 대한 예의가 느껴진다. 인생이란 화려하지도 않고, 더군다나 장엄하지도 않으며 다만 뱀장어의 몸부림과 같은 격정을 조용히 끓여내는 것이 아닐까...... 스튜 냄비의 밑바닥처럼 뜨거움을 견디고 살아내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조용히 스며드릭 때문이다. 신이 조절한 타이머에서 종소리가 날 때까지 말이다.

 

 

 여자는 다시 자신이 모래밭의 두꺼비집인 것처럼 생각됐다. 속 안의 공동을 넓히느라  손을 넣어 모래를 파내고 속을 비우는 찰나 무너져내리는 모래집. 남자는 갈퀴손처럼 여자를 한없이 비우고, 여자는 부서져내리고, 남자는 더 깊어지는 허기로 결국엔 나가떨어질 것이다. 늘 그랬다.

 

 

 우렁 각시는 어디로 갔나

 

 

 여자의 몸 Before & After

 

 

 비밀

 

 내가 여자라는 자각을 버리면 그건 그리 어렵지 않다. 나는 언제부턴가 그걸 버렸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삶이 훨씬 덜 구속적이라고 생각되기도 했었다. 그렇다고 결코 인생살이가 쉬운 건 아니지만 말이다.

 

 

 

 내가 내 자신을 예쁘다고 느낀 순간 세상은 온통 긴장 속이었다. 나는 세상에서 예쁜 여자가 누릴 수 있는 기득권을 얻기 위해서 세상의 이치를 영악하게 꿰어야 하며, 그 반대급부로 언제든 유혹적인 먹이로 매달려 있어야만 하는 긴장감을 선사받아야 한다는 걸 조금씩 깨달았다. 예뻐지고 싶은 것 또한 중독이라 채워지지 않는 갈망에 평생 목말라야 하는 천형일 수도 있다고 생각되었다.

 

 

 

 산장카페 설국 1km

 

 글은 도피이고 치유이며 또 기만이기도 하다. 지금 해인은 그 모든 걸 글에서 얻길 원했다. 그래서 방전되고 싶었고 무력해지고 싶었고 드디어 평화로워지고 싶었다.

 

 

  자신의 고통을 잉크 삼아 쓰지 않으면 무엇이 그녀를 살아가게 할 수 있을까? 고통을 좀 더 고통답게 느끼는 것조차 되지 않는 삶에 모래가 바닷물에 빠져나가듯이 서서히 절망을 느껴갈 뿐이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불쾌감과 분노와 서글픔과 자괴감이 한꺼번에 비벼져 마치 이상한 음식을 입에 댄 듯 구토감이 일곤 했다.

 

 

 

 물의 연인

 

 

 누군가 그의 심장을 콱, 움켜쥐고 있는 것 같았다. 순간 스펀지에서 물을 짜내듯 움켜쥔 심장에서 핏물이 주르륵 뿜어져 흘러내리는 느낌이 왔다.

 

 

 

 봉인

 

 

 언젠가부터 사계절 중에 봄이 미치도록 좋아졌다. 하지만 정작 봄만 되면 가슴이 아팠다. 속절없이 금세 가고 말 짧은 봄날 때문에. 임종을 앞둔 사랑하는 이를 바라보듯 봄은 그렇게 애틋할 수가 없다.

 

 

 내내 머릿속에는 '이젠 됐다'라는 문장이 후렴구처럼 떠돌았다.

 

 

 언제부턴가 자신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산다는 것을. 죽는다고 해도 산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는 걸. 발걸음이 허방을 디디는 것 같다.

 

 

 

  어쩜. 단편 소설 한편 한편 귀하지 않은 게 없다. 여느 평론가처럼 "일탈과 귀환의 낯익은 서사보다, 물과 불의 모순적 이항대립쌍에 대한 원소론적 탐구가 그 문학적 생산성에 있어서도 우리 소설사에서의 새로움에 있어서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치 있는 작업일 것이란 사실을 말이다." 똑똑한 척 말할 수 없겠으나 귀한 건 알고도 남겠다.

 

 

 풋내나는 이름과 달리 (본명은 권순예라고 한다) 그녀의 글에는 삶의 연륜이랄까 통찰이랄까 무엇인가가 쫄인 간장 냄새처럼 깊숙히 배어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들.

 

 

  <홍차, 느리게 매혹되다>의 저자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글 잘 쓰는 작가로 권지예씨를 언급하길래 무턱대고 읽어봤는데, 여리면서 강하고 여성스러우면서 남성적 매력이 있으며 재밌으면서 깊이있는 권지예표 소설에 감명받았다. 내가 좋아하는 전경린 작가가 칭찬하는 이니 오죽 글을 잘 쓰겠는가 말이다.

 

 

 

추천평

권지예씨는 주목받은 작품들을 통해 새로운 스타일의 예민하고 묘연한 여성성을 강렬하게 드러냈지만, 동시에 사회성에 접목된 중성적인 이야기꾼의 역량을 가진 경쾌한 작가로 보인다. 비밀스럽고 음울한 작품들이 섹슈얼하고 매력적이라면 여유 있게 쏟아져나오는 최근작들은 배배 꼬는 계산이나 내숭이 없어 통쾌하고 천연덕스럽고 개운하고 무척 재미있다. 그리고 문장들 아래로 화살처럼 날아간 작가의 의도는 이 세계와 개인들의 접점인 만만찮은 표적에 야무지게 꽂혀 크고 작은 전율을 일으킨다. 동시대 작가 중에서 여성적이면서도 소설의 손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규모 있는 작가이다. --- 전경린(소설가)

 

 

 



b******2 2010.03.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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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야기에서 벗어나...
"사랑이야기에서 벗어나..." 내용보기
단편집을 읽을 때마다 궁금한 점이 있었다. 도대체 어떤 순서의 기준을 가지고 이렇게 싣은 것일까? 음반의 경우는 소개격인 인트로를 싣고 히트곡을 2번이나 3번정도에 싣고 중간엔 처진음악과 비트있는 음악을 고루 섞다가 마지막엔 다시 여운을 주며 끝나던데. 이 책도 그런 순서의 기준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러한 강약 조절이 뚜렷해 보이진 않는다. 그렇지만
"사랑이야기에서 벗어나..." 내용보기
단편집을 읽을 때마다 궁금한 점이 있었다. 도대체 어떤 순서의 기준을 가지고 이렇게 싣은 것일까? 음반의 경우는 소개격인 인트로를 싣고 히트곡을 2번이나 3번정도에 싣고 중간엔 처진음악과 비트있는 음악을 고루 섞다가 마지막엔 다시 여운을 주며 끝나던데. 이 책도 그런 순서의 기준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러한 강약 조절이 뚜렷해 보이진 않는다. 그렇지만 다행인 것은 소설 하나하나 자체가 지루함이 없어서 전체적인 흐름이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 소재들을 볼때, 꽃게무덤, 뱀장어 스튜같은 것도 좋았지만 사랑이야기에서 벗어난 일상생활을 다룬 소재들이 내겐 더 즐겁게 느껴졌다. 소설가는 100%자전적 이야기를 쓰지 않는다고 작가는 말했지만 일상생활이 너무 생생해하게 묘사되어 권지예라는 작가는 마치 저렇게 살아가고 있을것만 같다. 쉽게 읽히면서도 무척이나 지적인 문체는 동인문학상 심사평처럼 ''고급 소설을 많이 읽은 듯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러한 자산을 지닌 작가가 한없이 부러울 따름이다.
h*******1 2006.01.2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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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만큼은 아니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내용보기
권지예의 소설 ''폭소''를 참 재미있게 읽었던터라, ''꽃게무덤''을 기대를 안할래야 안 할 수가 없었다. 비록 표절이니 어쩌니 말이 많았지만, 그런 걸 떠나서 한번 쭈욱 읽어보니 안타깝게도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읽는 순간만큼은 표절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읽고자 했으나 제일 마지막 단편인 ''봉인''을 읽으면서 ''이게 그 문제의 작품이군, 뻔뻔스러움이 묻어나오는 듯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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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예의 소설 ''폭소''를 참 재미있게 읽었던터라, ''꽃게무덤''을 기대를 안할래야 안 할 수가 없었다. 비록 표절이니 어쩌니 말이 많았지만, 그런 걸 떠나서 한번 쭈욱 읽어보니 안타깝게도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읽는 순간만큼은 표절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읽고자 했으나 제일 마지막 단편인 ''봉인''을 읽으면서 ''이게 그 문제의 작품이군, 뻔뻔스러움이 묻어나오는 듯 하네..'' 하는 생각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맴맴 거리는게 아닌가? 쯧 더군다나 그녀가 ''작가의 말''에서 ''봉인''이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작품이라는 글을 읽고는 ''과연 정말일까..''라는 의구심이 들더라는... 역시 선입견을 갖고 읽으니 재미와 감동보다는 독자로서의 수치스러운 감정이 먼저 드는 법. 그러나 그 중에서도 몇몇 편의 작품은 참 재미있었는데, ''우렁각시는 어디로 갔나'' ''비밀'' 그리고 ''여자의 몸 Before & After''을 꼽을 수 있겠다. ''비밀''같은 경우 재미는 있었지만 끝이 너무 비극적이지 않나 싶어서 다소 안타까웠고, 이런 결말에 비해 ''여자의 몸 Before & After''은 제일 괜찮았던 작품인 것 같다.
p******i 2006.01.1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