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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우리말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가?-(국경을 넘는 일)
"당신은 우리말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가?-(국경을 넘는 일)" 내용보기
내가 고등학교 때 읽었던 책들 중에는 황석영의 ‘장길산’을 포함하여 조정래의 ‘태백산맥’, 셀레브리아코바의 ‘프로메테우스’ 같은 대하소설 형식의 긴 책이 조금 있었다. 그 당시에 나는 우리말을 또래 중에는 꽤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한자도 좀 알고 한자어에 대한 감각도 높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홍명희의 ‘임꺽정’을 보고 난 후 이런 모든 자만심
"당신은 우리말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가?-(국경을 넘는 일)" 내용보기

내가 고등학교 때 읽었던 책들 중에는 황석영의 ‘장길산’을 포함하여 조정래의 ‘태백산맥’, 셀레브리아코바의 ‘프로메테우스’ 같은 대하소설 형식의 긴 책이 조금 있었다. 그 당시에 나는 우리말을 또래 중에는 꽤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한자도 좀 알고 한자어에 대한 감각도 높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홍명희의 ‘임꺽정’을 보고 난 후 이런 모든 자만심은 심연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국어사전을 샀다.

 

그러고 나서는 작가들이 우리말을 잘 사용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나 당시에는 주로 통일문제나 민주화에 관련된 주제를 가진 소설이 많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우리말을 사용하는 문제는 사실상 뒷전에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약간은 대책 없는 콤플렉스를 갖게 되었는데 우리 세대에는 우리말을 제대로 사용하는 문학가는 없다는 느낌이었다. 멋들어진 우리말을 사용하는 마지막 세대는 김주영과 박경리, 최명희 이런 작가들만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지금 30대나 40대 작가들 중에는 과연 누가 우리말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 의문의 와중에 김소진을 만나게 되었고 영문과 출신답지 않게 오히려 국어사전을 사랑하는 그는 드디어 나의 콤플렉스를 상당 부분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가 위암으로 사망하는 급작스런 비보는 다시 나의 콤플렉스를 자극했다. 앞선 세대보다 더 훌륭하게 우리말을 사용하는 작가를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나의 마음 속에 스멀스멀 자라나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항상 희망을 만들어낸다. 60년대 말에 태어난 전성태는 아직까지는 우리말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젊은 작가가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사람이다. 우리말을 제대로 사용한다는 말은 단순히 어휘력의 풍부함만이 아닌 우리나라 사람들의 비언어적 소통능력을 언어로 환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도 포함하고 있다. 그런 느낌을 알기에는 대한민국은 너무 많이 도시화되어버렸다.

 

그렇기에 도시 출신의 대학졸업자들이 많아지는 70년대 이후에 태어난 작가들의 감성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전체의 도시와 농촌을 아우르는 감성을 아는 작가는 아마도 70년대 이후에 태어난 작가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비록 손홍규가 그런 대열에서 이탈해 있다고 하더라도 그가 우리말을 깊이 있게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사실 그의 글을 처음 본 것은 ‘소를 줍다’에서였다. 나는 그 소설이 개편된 국어 교과서에 실린다는 것만으로 정말 기뻐했는데 이런 좋은 작품을 중학생들이 읽는다는 것과 작가의 인세수입이 조금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사실에서였다. 물론 그 작품은 정치적인 함의는 거의 없다시피 할뿐더러 자신의 어릴 때 경험을 뛰어난 글솜씨로 버무린 자전적 느낌이 강하긴 하지만 나는 그 작품을 세 번째 읽을 때조차 눈물을 글썽였다. 물론 이 작품이 소설집인 ‘국경을 넘는 일’에서 최고작품이라 부르긴 어렵지만 진지한 스타일의 작가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글을 쓸 수 있는 능력 또한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갑다.

 

물론 우리말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제대로 전달해주는 소설은 ‘존재의 숲’이었다. 전성태가 치유하기 힘든 병을 가지고 있는 작가이자 생각의 진지함은 보통의 작가들보다 더 깊은 것은 알고 있었으나 ‘소를 줍다’를 먼저 접했기 때문에 약간은 가벼운 마음으로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불과 네 쪽을 읽기 전에 이는 나의 오해였음이 분명히 드러났다. 얼마나 이 작가가 언어에 천착하고 내면에 침잠할 수 있는지 충분히 보여주었다.

이 캄캄한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을 환하게 한다.

 

 

「 “선생, 해학은 어떻게 얻을 수 있습니까?”

어느덧 나는 그를 선생으로 부르며 제법 진지해져 있었다.

“글쎄올시다, 캄캄한 삶을 밟아야겠지요. 그러면 말이 자연히 따르지 않겠소? 요새 사람들, 캄캄한 이야기를 싫어할 것 같지만 실상은 없어서 못 듣는 것이리다.”

“그럼 흔한 말로 진창에서 구르며 겪어봐야 한단 말입니까?”

“나는 그 말을 안 믿소. 자기연민은 공연히 억지가 되기 십상이지. 그저 남 이야기나 재미나게 듣는 수밖에. 절실하면 남 얘기가 내 얘기가 되는 것 아니겠소?”

“이야기를 주워야 한다는 말씀인 것 같은데 그런 좋은 데가 있습니까?”

“나야 여기서 줍고 있소. 날마다 기막힌 사연들이 이 책상머리에서 풀어지지요. 난 스물일곱에 어느 북쪽 골짜기에 들었다가 큰 별똥을 주워온 적이 있소. 그 뒤로 남 이야기 듣는 재미로 이렇게 살고 있고.”」

 

개그맨과 점쟁이의 대화 치고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별똥을 줍기 위한 인간의 삶은 나이가 들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에 충분한 대화였다. 다른 작품인 ‘퇴역 레슬러’와 ‘한국의 그림’은 난마처럼 얽힌 한국 현대사와 그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중적 감정과 태도에 대해 어느 한 쪽으로 재단하지 않는 작가가 가져야 할 미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물론 ‘연이 생각’이나 ‘사형(私刑)’처럼 작가의 경험을 십분 활용한 글들은 우울함을 넘어서는 어떤 것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그 시대를 살아간 젊은이의 감성과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처음 접한 세대의 감성이 묘하게 대비되어 한 번 톺아볼 만했다.

 

 

 

*톺아보다: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살피다는 뜻입니다.(아름다운 우리말) -mind3na-



m*****a 2010.11.23. 신고 공감 11 댓글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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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좋은 소설집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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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좋은 소설집을 읽게 되었다.   <국경을 넘는 일>이란 소설집 제목처럼, 소설 속에는 경계에서 불안한 인물들이 있다. 인물들은 경계을 넘어 안으로도, 그 밖으로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어느 마을에서 실성한 노인의 죽음, 병든 레슬러, 우리들이 넘어온 80년대 역사들의 죽음과 어느 한 개인의 자살, 개인과 국가의 경계에 대한 문제들을 담은 소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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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좋은 소설집을 읽게 되었다.

 

<국경을 넘는 일>이란 소설집 제목처럼, 소설 속에는 경계에서 불안한 인물들이 있다. 인물들은 경계을 넘어 안으로도, 그 밖으로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어느 마을에서 실성한 노인의 죽음, 병든 레슬러, 우리들이 넘어온 80년대 역사들의 죽음과 어느 한 개인의 자살, 개인과 국가의 경계에 대한 문제들을 담은 소설들이다.

 

개인의 문제를 이야기 하는 많은 소설들을 읽어오는 동안 우리 시대에 대해 이야기 하는 소설들을 오랫동안 만나보지 못했다. 나는 김소진과 공선옥 작가의 작품들 이후에 찾지 못했다. 내가 책 읽는 데 게을러서 그런 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집은 문장 문장 하나마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게 없다. 이 책은 꼼꼼히 노력하며 읽어야 한다. 그렇지않으면 안타깝게도 놓치게 된다. 

 

 

n******i 2007.09.27.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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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는 일
"국경을 넘는 일" 내용보기
국경을 넘는 일전성태 지음 창비전성태 소설집인 이 책은 전성태의 두 번째 작품집으로 여기에는존재의 숲퇴역 레슬러한국의 그림소를 줍다연이 생각국경을 넘는 일사형환희 등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에서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 나온다고 해서 <소를 줍다>를 선택해서 읽어 보았다. 시골 마을의 한 가난한 집. 동맹이네 가족은 농사는 그닥 잘하지 못해도 가축 기르는 일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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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는 일
전성태 지음
창비

전성태 소설집인 이 책은 전성태의 두 번째 작품집으로 여기에는
존재의 숲
퇴역 레슬러
한국의 그림
소를 줍다
연이 생각
국경을 넘는 일
사형
환희 등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에서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 나온다고 해서 <소를 줍다>를 선택해서 읽어 보았다. 시골 마을의 한 가난한 집. 동맹이네 가족은 농사는 그닥 잘하지 못해도 가축 기르는 일에는 꽤 운이 좋다.
어느 날, 폭우 때문에 강물이 불어나 떠내려오는 물건들을 줍던 동매이와 아이들은 떠내려 오는 소 한 마리를 발견한다. 평소에도 소를 갖고 싶어했던 동맹이는 소 주인이 사례로 줄 보상에 대한 기대로 강물에 뛰어들어 소를 구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냉정하게 반응하며 주인에게 찾아 주려고 하지만, 주인은 나타나지 않는다.
주인 없는 소는 점차 동맹이네 소가 되어가고, 아버지와 동맹이는 소에게 깊은 정이 들어버리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소 주인이 나타나고, 동맹이는 절망하지만, 소 주인의 집안 사정을 본 아버지는 동맹이의 기대와 달리 소나 돈 없이 고기 한 덩어리만 들고 있는 채로 꺽꺽 운다.
나의 생각 및 느낌 ) 주인을 보러 학교도 배먹고 가서는 엉엉 울어대는 동매이나, 빈 손으로 돌아와서는 꺽꺽 우는 동맹이의 아버지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소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이 공감되는 단편 소설이다.
2014.2.1.(토) 이은우(초등6)

 



i***2 2014.02.0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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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과 외로움 사람들이 있는 단편 소설
"긴장감과 외로움 사람들이 있는 단편 소설" 내용보기
서영인의 해설을 읽다보니 <상주 노릇>이라는 단어가 잡힌다. 이 소설의 일부분은 광주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상주 노릇을 하는 소설이다. 비록 스쳐지나가고 주제가 되지는 않지만, 가슴이 아프다.    <퇴역 레슬러>가 특정 인물과는 연결시키지 마라는 작가의 부탁이 있었지만, 당연하게 김일 선수가 떠 올랐고, 박정희와 조국의 근대화 시절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표
"긴장감과 외로움 사람들이 있는 단편 소설" 내용보기

 서영인의 해설을 읽다보니 <상주 노릇>이라는 단어가 잡힌다. 이 소설의 일부분은 광주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상주 노릇을 하는 소설이다. 비록 스쳐지나가고 주제가 되지는 않지만, 가슴이 아프다.

 

 <퇴역 레슬러>가 특정 인물과는 연결시키지 마라는 작가의 부탁이 있었지만, 당연하게 김일 선수가 떠 올랐고, 박정희와 조국의 근대화 시절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표제작인 <국경을 넘는 일>에서 나도 작가와 같이 그리고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비행기외에는 국경을 넘어본 기억이 없다. (한번 있긴 하구나. 차로) 일제시대때부터 두만강 국경을 넘고, 현재에도 압록강과 두만강 국경을 넘는 아픔은 없다. 이런 나에게 호루나기와 총탄 자국에 주인공과 같이 공감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사형>은 군부와 군사독재시절의 부조리를 꼬집는 것 같고, 결국 힘이 총칼에서 나오는 것이지(군복)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과 <환희> 담배 이름에서 따온 이중적인 내용이지만 내용 자체가 너무 비극적이라서 읽기가 괴로웠다. <연이생각>은 연이가 외로워서 어떻게 하던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사람들에게 배신을 안 당하려고 애를 쓴 외로운 존재여서 안타깝다는 생각이다. <존재의 숲>에서도 혼령들과 대화를 하고, 소설 전반적으로 외롭고 안타까운 주인공들의 이야기이다.

 

 <소를 줍다>를 보면서 소에 대한 소년의 애틋한 마음을 볼 수 있으며, <한국의 그림> 에서는 걸게 그림으로 유명한 작가의 성장 이야기와 그가 왜 걸게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가를 짧은 소설로서 함축적으로 나타내주고 있다.

 

 소설 전체가 아슬아슬하게 뭔가 사건을 크게 벌어질 것을 암시하고 있고, 뚜렸하게 잡히지 않아,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귀신이 나타나는 것 같아 읽는 동안에 공포스럽기도 하고, 주인공이 무력해 보여서 안타깝기도 하고, 외로워보여서 위로해주고 싶기도 하다. 한번 더 생각하고 긴장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z******g 2010.06.2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