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9)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95%
  • 리뷰 총점8 5%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10.0
  • 30대 10.0
  • 40대 9.0
  • 50대 10.0

포토/동영상 (11)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
"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 내용보기
처음 표지만 보고는 웬 만화책인가 싶었다. 그러나 사실은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공상과학 소설이 다루는 세계로 독자를 안내하는 비밀의 문임을 깨닫는다. 이 책은 지금의 세상을 하나의 거대한 공사 현장으로 바라본다.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이 바꿔놓은 우리의 생업, 신체, 감정, 윤리의 문제를 차근차근 짚으며 “세계가 망가졌다면, 우리는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할까?
"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 내용보기







처음 표지만 보고는 웬 만화책인가 싶었다. 그러나 사실은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공상과학 소설이 다루는 세계로 독자를 안내하는 비밀의 문임을 깨닫는다. 이 책은 지금의 세상을 하나의 거대한 공사 현장으로 바라본다.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이 바꿔놓은 우리의 생업, 신체, 감정, 윤리의 문제를 차근차근 짚으며 “세계가 망가졌다면, 우리는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할까?”라고 묻는다. 과학·기술·사회를 함께 보는 STS (Science, Technology, Society) 관점에 SF 상상력을 더한 교양서이자, 과학기술 사용 설명서와 시민윤리 사용법을 한데 묶은 안내서이다.



18개로 낱개 포장된 각 주제는 등장인물보다 생각의 흐름을 따라간다. 각 장은 먼저 오늘의 기술 이슈를 사례로 설명하고(STS), 이어서 SF적 장면을 ‘생각 실험’으로 불러와 독자의 판단을 흔들어 본다. 마지막에는 정책·윤리·시민행동 차원의 질문과 점검목록으로 현실의 발판을 놓는다. 즉, ‘문제 제기→맥락화→생각 실험→실천 제안’의 흐름도를 따라간다. 이 단순한 리듬이 장을 거듭하며 꾸준히 쌓여 하나의 읽기 경험을 만든다. 읽다 보면 머리는 차분해지고, 손은 뭔가 해보고 싶어진다. 편집 방향도 분명하다. 다양한 자료로 전문성을 확보하되, 문장은 쉬운 말로 낮춘다. 핵심 키워드는 AI, 생명공학, 위험사회, 윤리, 연대 등 논란의 여지가 충분한 각종 사회 문제다. 본문 끝의 ‘생각거리’와 주제별 추천 도서는 다음 공부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계단 역할을 한다. 안내 표지판이 곳곳에 서 있는 셈이다.



가장 돋보이는 건 저자의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다. 저자는 과학기술을 ‘사실 모음’으로 가두지 않는다. 기술이 모든 걸 정한다는 생각도, 막연한 공포도 경계한다. 기술·사회·권력이 얽힌 매듭을 함께 보여 주며, 논의를 제도 설계와 삶의 규범으로 끌고 간다. 여기서 SF 상상력이 힘을 발휘한다. 추상적 개념을 일상의 선택지로 바꾸어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이어간다. 교실이나 독서 모임, 토론장에서도 곧바로 써먹기 좋은 구조다. 예를 들어 “AI와 돌봄 노동을 공정하게 설계하려면 최소 조건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은 읽는 즉시 과제가 된다.



이 책에도 한계는 있다. 첫째, 다루는 주제가 넓다 보니 장마다 깊이가 고르지 않다. 어떤 장은 날카로운 데이터와 사례로 설득하지만, 어떤 장은 아이디어 스케치에 가깝다. 둘째, 실천 제안의 촘촘함은 독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정책 실무자에겐 ‘초안’, 시민·교사·학생 독자에겐 ‘방향키’로 읽힐 수 있다. 셋째, SF적 사고실험은 상상에 불을 붙이는데 훌륭하지만, 경험적 근거를 중시하는 독자라면 검증의 빈틈이 보일 수 있다. 이 빈틈은 약점이자 장점이다. 독자가 스스로 채워야 할 여백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기술 낙관과 비관의 싸움에서 한발 비켜선다. ‘현실적 희망’이라는 말은 흔하지만, 책은 희망의 감정보다 방법을 찾는 데 집중한다. 시민적 상상력과 공동체적 실천이라는 오래된 단어를 오늘의 기술사회에 맞게 새로 다듬는다. 망가진 세계를 고치는 일은 거창한 수리보다 생활의 설계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다.



문장은 평이하고 설명은 재치 있으며 결론은 과하지 않다. 덕분에 책은 “무엇이 옳은가”를 설교하기보다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가”를 묻는다. 독자는 읽는 동안 전문가가 되지는 않지만, 더 좋은 시민이 될 마음의 준비를 갖춘다. 세계가 당장 덜 망가져 보이진 않더라도, 고치는 법은 훨씬 선명해진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결론적으로, 이 책은 과학기술을 삶의 언어로 옮겨 주는 믿을 만한 통역사다. 논쟁의 열기를 식히고, 상상의 불씨를 살리고, 실천의 목록을 남긴다. 교실·회의실·동네 모임에서 함께 읽고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알찬 교양서다. 책은 독자에게 최소한의 공구 세트를 건네준다. 드라이버와 스패너를 어디에 쓸지 알려주고, 때로는 설명서를 접고 직접 조립해 보라고 등을 떠민다. 덤으로 만화책이라 착각했던 인상적인 표지 디자인은 오래도록 기억날 것 같다.

j******r 2025.09.25. 신고 공감 16 댓글 14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매력적인 SF 읽기
"매력적인 SF 읽기" 내용보기
우선 강렬한 표지가 눈길을 끄네요. 다양한 SF물들을 소개하는 책에 가까운데 나오는 작품마다 흥미롭고 신선해서 여러 책들을 장바구니에 절로 담게 되었어요. 전반적으로 몰랐던 이론과 사실과 배경들을 알게 되어 유익했습니다. 잘 봤어요 :)
"매력적인 SF 읽기" 내용보기
우선 강렬한 표지가 눈길을 끄네요. 다양한 SF물들을 소개하는 책에 가까운데 나오는 작품마다 흥미롭고 신선해서 여러 책들을 장바구니에 절로 담게 되었어요. 전반적으로 몰랐던 이론과 사실과 배경들을 알게 되어 유익했습니다. 잘 봤어요 :)
YES마니아 : 골드 s*******2 2026.03.0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망가진 세계라도 괜찮을 수 있는 이유
"망가진 세계라도 괜찮을 수 있는 이유" 내용보기
망가진 세계라도 괜찮을 수 있는 이유강양구 저, '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을 읽고강렬한 붉은 바탕의 화려한 표지가 시선을 강탈한다. 하지만 제목만으로는 이 책의 정체성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만화책인가 싶은 착각도 잠시, 부제를 보니 비로소 감이 잡힌다. 다음과 같다: '파국의 시대를 건너는 필사적 SF 읽기'. 그런데 단순히 SF에 대한 독서에세이는 아닌 것 같다. '파국의 시
"망가진 세계라도 괜찮을 수 있는 이유" 내용보기

망가진 세계라도 괜찮을 수 있는 이유


강양구 저, '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을 읽고


강렬한 붉은 바탕의 화려한 표지가 시선을 강탈한다. 하지만 제목만으로는 이 책의 정체성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만화책인가 싶은 착각도 잠시, 부제를 보니 비로소 감이 잡힌다. 다음과 같다: '파국의 시대를 건너는 필사적 SF 읽기'. 그런데 단순히 SF에 대한 독서에세이는 아닌 것 같다. '파국의 시대를 건너는'이라는 표현을 보면 시대상을 반영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읽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SF를 읽고 그것을 기반으로 하여 시대를 관찰하고 분석하고 통찰하는 책인가? 싶은 궁금증이 든다. 책장을 넘겨 '들어가며'를 읽고 목차를 보면 완전히 파악이 된다. 이 책은 저자가 오랜 기간 읽어온 수많은 SF 중에서 이 시대를 보며 독자들과 함께 고찰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 작품 열여덟 편을 선별하여 그것들이 묻는 질문을 소개하고 시대적인 문제들과의 접점을 다방면에서 분석하고 논하는 방식으로 저자의 통찰을 나누는 책인 것이다. 


제목의 '망가진'에서 눈치챌 수 있겠지만, 이 시대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부정적이고 비관적이다. 수많은 SF가 그리는 디스토피아의 일면들이 정도는 다르지만 우리가 사는 이 현실에서 얼추 실현된 듯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디스토피아 소설을 읽을 때 부정신학의 독법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디스토피아를 그린 모든 SF 작가들이 진정 바랐던 미래는 적어도 그들이 그린 디스토피아가 아닌 세상이었을 거라고 말이다. 저자 역시 이런 관점을 취한다. 이 시대가 아무리 암울하고 파국 같아 보이지만, 저자가 제목에서 '망가진'이라는 표현을 일부러 사용한 이유일 것이다. 파괴된 세계는 고칠 여지가 없지만, 망가진 세계는 고칠 여지가 남아 있다. 다시 말해, 이 시대를 바라보는 저자의 표면적인 시선은 부정적이지만, 그 이면에는 희망을 머금은 긍정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우리가 처한 이 현실을 냉철하게 관찰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SF가 던지는 여러 질문과 메시지를 통해 깊은 성찰을 거쳐 마침내 희망을 노래하는 통찰로 나아간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는 어떤 거대한 담론의 답을 제시하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우루과이의 무히카 전 대통령의 문장들을 빌려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젠장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더라도, 각자가 선 자리에서 재미있게 꿈꾸고, 싸우면 좋겠습니다. 확신컨대, 그러다 보면 분명히 세상은 조금이라도 나아질 겁니다." 책을 다 읽고 나는 다시 이 문장으로 돌아와 동의했다. 무력함도 느껴졌지만 그 가운데 가느다란 불씨처럼 남아 있는 희망을, 그 끈질긴 소망을 나도 붙잡고 싶어졌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우고 싶어졌다. 망가진 세계라도 이런 사람들과 함께라면 괜찮을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책 본문은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져서 그런지 매 꼭지를 읽을 때마다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각 꼭지에서 다루는 SF의 내용도 조금 더 보여주고, 그 SF가 던지는 질문과 메시지를 우리 현실의 망가진 부분과 연결시켜 논하는 부분도 조금 더 깊게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덕분에 SF를 거의 읽지 않는 내가 SF를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의외의 효과를 불러오기도 했다. 책 뒷부분에 나온 '함께 읽기' 편에서도 여러 SF에 대한 소개가 나와 있으니 독자들은 참고하면 좋겠다. 특히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SF가 아닌 듯해 보이는 작품들이 수두룩하니 이런 친절한 소개서를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겠는가. 나도 한두 편 골라서 도서관에서 빌려볼 생각이다. 


#북트리거

#김영웅의책과일상 

y***********m 2025.10.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