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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구매하게 된 동기는 순전히 착각에
의해서다. 분명 내가 아는 작가라 생각하고 주저 없이 구매하였으나, 책을
받고서 보니, 나하고는 이 책이 첫 대면이다. 내가 누구와
착각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지만 막상 떠오르지를 않는다.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 한편에서는 요란하게 찾아보려고 애썼지만 지금까지도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작가가 시인이라는
것도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어찌되었든 이렇게 내가 모르는 작가를 만났다는 것, 그리고 작가의 글이 괜찮다는 것을 느낄 때면 기분은 좋아진다. 지금까지
몰랐던 그의 글을 찾아서 읽는 재미가 쏠쏠해지니 말이다.
시인은 발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발견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아니라, 원래
있는 것들 중에서 남들이 미처 찾지 못한 것들을 찾아내는 사람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그가 그렇게
찾아낸 것들, 작고 나직한 것, 그리고 기억되지 못하는 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단상이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것들을 5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이야기 한다. 마치 우리들에게 발견의 기쁨을 같이 누려보자고 말하는 것 같다. 시인이란 아이의 시절로 돌아가지 못해 안달하는 어른이거나 펜을 들고
겨우 아이의 흉내를 내보는 자 (14쪽)라는
그의 말은, 우리들 일상의 생활 속에서, 기억 속에서, 사람 속에서 그리고 맛과 숨 속에서 그가 찾아낸 것들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마치 내가 시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가 발견한 것들 대부분은 작고 사소한
것들이다. 먼저 ‘생활의 발견’에서는 가을, 대밭, 매미, 벗, 가족사진, 식당, 도끼, 모기장과 같이 우리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흔히 만나고, 보고, 느끼는 것 그러나 눈 여겨 보지 않으면 들어오지 않는 것들에서
새로운 의미를, 혹은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으나 우리가 간과하고 만 것들을 찾아내고 있다. 봄날의 들판이 푸르게 물드는 것은 작은 풀잎 하나하나가 어깨를 맞대고 있기 때문이라며, 작은 것들이, 하찮은 것들이, 별
볼일 없는 것들 이 세상의 주인이라는 것을 우리는 왜 잘 인정하지 않는지에 대해 반문한다.
‘기억의 발견’에서는 내성천, 한라산 5.16도로, 제주공항과
같이 아프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기억들과 보리밟기, 단체영화, 마당, 골목, 문고판과 같이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이제는 사라지려 하는
것들을 이야기한다. 제주여행을 위해 제주공항에 내리거나 5.16도로를
달릴 때 한번쯤은 옷깃을 여미고 경건해저 보자고 한다. 4.3당시 최대의 학살지였던 제주공항 활주로나, 수많은 사람들의 강제노역으로 건설된 5.16도로에서 그들을 생각하는
것이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에 대한 우리들의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이다. 시인이 말하는 공포의 추억과
단체영화는 아마 나이 든 세대들만이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맨 끝의 1968년12월5일 대통령 박정희까지 외워야 했던 국민교육헌장, 지금도 거의 대부분을
기억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때로는 소름이 돋기도 한다. 또 줄 맞추어 가서 보았던 단체영화의 기억은
유쾌함과 씁쓸함을 동시에 안겨준다. 내가 그렇게 본 영화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벤허>이다. 몇
번이나 보았는지, 아니 그 당시는 왜 그렇게 <벤허>를 매년 상영했는지 모르겠다. 비록 좋지 않은 기억들이지만, 그 기억들로 인해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다시 한번 발견하게 된다.
‘사람의 발견’은 저자가 존경하는 스승, 벗, 후배 그리고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가 말하는 사람들 중에서 그나마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은 김남주, 권정생, 신경림, 김민기 네 명이 전부이다.
아니 한 사람 더 있다. [목숨을 걸고]란 시를
쓴 이광웅 시인이다. 저자도 그의 시 한 구절을 소개하고 있지만, 그의
시는 언제부터인가 마음 속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이 땅에서 진짜 술꾼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술을 마셔야 한다.
이 땅에서 참된 연애를 하려거든 목숨을 걸고 연애를 해야 한다.
이 땅에서 좋은 선생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교단에 서야 한다.
뭐든지 진짜가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목숨을 걸고 - 목숨을
걸고 – 이광웅
‘맛의 발견’에서는 계절별로 먹고 싶은 음식이나 혹은 그
계절에 먹어야 제 맛이 나는 음식, 저자가 어렸을 때 먹었던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가, 그리고 ‘숨의 발견’에서는
저자가 살아오면서 보고, 만지고, 느꼈던 나무와 꽃과 풀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저자는 우리들 주위에 있는 것들을 좀 더 바라보자고 이야기 한다. 꽃이 피어도 꽃이 핀 줄 모르고,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는 줄도 모르고 무관심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는 하루만이라도 오랫동안 바라보자고 말한다. 사물의 본질에 접근하는 첫 번째 관문이 묘사이고, 묘사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 동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듣기 싫고, 보기 싫은 것이 많은 세상이지만, 그럴수록 끄떡없이 살아 있다는 서로의 소리를 듣고, 또 바라보자고 한다. 그렇게 듣고 바라보면서 나오는 소리가 바로 시(詩)가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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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한사람 지금까지 무언가 하나만 오래 바라본 일은 없다. 많은 것을 한번 스윽 보고 지나치기 일쑤였다. 무엇이든 오래 바라봐야 그것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을 텐데. 시인인지 잘 모르겠는데 어떤 사람은 한가지를 오래 보고 그것을 썼다고 한다. 말로 들으면 쉬워 보이지만 실제 하기는 어려울 거다. 하나에 한사람에 마음을 쓰지 못하는 것은 세상이 빨리 돌아가설까. 어떤 것 하나를 생각하다가도 마음은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새로운 것을 바라기 때문인지. 그래도 언제나 마음속에 남는 것도 있겠지. 그런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떠오르는 건 없다. 그런 건 어느 날 문득 떠오를 때가 더 많다. 이건 오래 바라보기와 다른 걸까. 오래 바라보기는 천천히 살기와도 같은 말이 아닐까 싶다. 모든 사람이 천천히 살아야 하는 건 아니겠지. 가끔 자기 속도가 어떤지 들여다보고 좀 빠르다 싶으면 속도를 조금 줄이는 것도 괜찮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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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삼베 치마'로 알게 된 안도현님의 작품을 연이어 만나고 있다. 연어, 연어이야기, 안도현의 발견 그리고 안도현 잡문을 만났는데, 기억에 남는 발견들이 있다. 표지에 '작고 나직한 기억되지 못하는 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라고 적혀있다. 그래서인지 조그마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기분으로 읽었는데 울림이 있고 추억에 잠기기도 해준다.
시인은 발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발견'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그래서 이 책의 제목도 안도현의 발견이라고 했나 보다) 한겨례에 연재된 그만의 발견을 엮었다. 생활의 발견, 기억의 발견, 사람의 발견, 맛의 발견, 숨의 발견
책소개 시인은 1부 〈생활의 발견〉에서 시에 대한 생각(‘동심론’, ‘연애의 기술’, ‘죽은 직유’ 등), 읽었던 책에 대한 단상(‘벗’, ‘청장관전서’ 등),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아까징끼’, ‘당꼬바지’ 등), 생활 속에서 보고 느낀 것(‘도끼’, ‘모기장’, ‘가을은 온다’)에 대해 말한다. 2부 〈기억의 발견〉에서는 제주 4·3사건, 동학농민운동, 유신 등 아프지만 절대 잊어선 안 되는 기억(‘하섬’, ‘제주공항’, ‘단체 영화’ 등), 문학에 대한 기억(‘문고판’. ‘원고료’, ‘〈현대문학〉에게’ 등), 감싸고 보듬어주고 싶은 기억(‘고래’, ‘낙선축하주’ 등)을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3부 〈사람의 발견〉에서는 시인이 아끼고 존경하는 선생님(‘채현국’, ‘전우익’, ‘권정생’, ‘신경림’ 등), 곁에 두고 술잔 채워주고 싶은 벗(‘박배엽’, ‘박남준’, ‘이정록’, ‘이병초’, ‘유강희’ 등),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은 사람(‘조운’, ‘배호’, ‘문정’, ‘물고기 청년’ 등)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4부 〈맛의 발견〉에서는 봄이면 생각나고(‘마늘종’, ‘곤드레나물밥’, ‘5월 병어’ 등), 여름만 되면 먹고 싶고(‘갑오징어’, ‘고구마순’, ‘정구지찌짐’ 등), 가을이라 떠올리게 되고(‘무말랭이’, ‘간장게장’ 등), 겨울이어서 한 숟갈 뜨고 싶은(‘태평추’, ‘매생이국’, ‘물메기탕’ 등) 음식에 대한 군침 나는 일화를 늘어놓는다. 5부 〈숨의 발견〉에서는 시인이 전원생활을 하고 이곳저곳을 오가며 직접 보고, 만지고, 냄새 맡았던 꽃(‘마타리꽃’, ‘변산바람꽃’ 등), 나무(‘참나무’, ‘멀구슬나무’ 등), 풀(‘참비름’, ‘양구 곰취’ 등) 그리고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동안 책소개는 주로 참고만 하는데, 왠지 이 책을 기억하기 좋은 내용이다.
사람의 발견에 시간을 많이 쏟았다. 그가 만난 사람들, 그가 기억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왜 눈길이 안 떨어지던지.. 권정생 작가님, 안촌댁 그리고 시인 백석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권정생 (강아지똥의 저자로, 몽실언니는 100만부를 돌파했다고 한다. 권정생 어린이 문화재단을 만들어 인세를 관리하며, 안동시 남부초등학교를 개조한 권정생 동화나라를 세웠다고 한다. 죽은 뒤에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던 구절을 읽으니 마음이 아프다.) 김용택 시인의 어머니 (안촌댁 (87) 양글이) 백석 (안도현시인의 글에는 항상백석이 등장한다. 월북작가로 쉬쉬하다가 알려지게 된 시인 백석. 시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읽어봐야겠다) 이육사 (시 '청포도'와 포항과 안동시의 이야기) <나는 너다> 나무는 자기 혼자서는 어느 한순간도 나무가 될 수 없다. 자기 힘으로는 어떤 공간에서도 나무가 될 수 없다. 어느 나무의 배경이 되고 있는 무시하기 그지없는 풍경도 사실은 다 나무인 것을. 사람은 혼자서 만들어지지 않는 법이다. 이걸 착각하거나 망각하면 오만해진다. 겉은 멀쩡한데 영혼이 죽은 사람이 된다. ‘네’가 없으면 ‘나’는 없다. ‘나’는 ‘너’로 인해서 지금 여기, 있는 것이다. 나는 너다. (숨의 발견에 나오는 글인데, 자꾸 생각난다. 요즘 내 생각만 하고 있어서 인지..)
시를 사랑하고, 예전을 기억하고, 사람을 그리워하고, 맛을 사랑하고, 자연을 노래하는 시인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연어를 생각하고, 지구온난화와 생태계파괴를 걱정하는 시인. 안도현 잡문보다 먼저 읽었는데 머리 속이 뒤엉켜서 이제서야 정리를 했다. 기억의 발견에 '개미있다'라는 글이 나오는데 윤홍길님이 썼던 말로 궁금해서 물어보니 아기를 애기라고 하듯 '맛이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고 감칠맛이 나면서 깔끔하다'라는 가미를 개미라고 썼다고 한다. 안도현의 발견은 내게 이처럼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았다. |
사물의 이력 / 김상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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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그저 ‘보기[見]’가 아니라 ‘꿰뚫어보기[觀]’란 말이 있다. 다시 말하면 통찰력이 가미되어야 예술로서 요건을 갖추게 된다는 뜻이다. - 42쪽 나는 예술에 관한 정의 중에서 ‘일상을 낯설게 보기’라는 정의를 좋아한다. 예술이란 낯설게 보든 비틀어 보든 꿰뚫어 보든 상관없이 ‘그저 보는 것’이 아니면 된다. 물론 ‘그저 보는 것’ 조차 양자역학 같은 영역에서는 심오한 개입이 되기도 하지만, 여기서 논할 게제는 아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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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하나의 어떤 것이 있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는 확실히 알 수없는 초기의 그 자체로인 상태여서 그것을 만지고 다루는 사람에 의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탄생이 되기도 하는 그 무엇-
이런 것을 다루는 사람들을 흔히 장인이라고 부른다면 글을 쓰는 사람들에겐 어떤 호칭을 주어줘야할까? 천상 글쟁이? 아님 글의 천재? 이도저도 아니면 보통 사람들보단 확실히 남다른 재능을 가진 재주꾼?
바로 안도현 시인이 쓴 작품을 읽고 난 느낌이 그렇게 다가왔다.
주위에 둘러보면 무심코 휙 지나치기 쉬운, 저자의 말 그대로 작고 나직한 기억되지 못하는 것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관한 쓴 글들이 잔잔한 감상의 파문을 일으킨다.
시 절필선언 이후 한겨레 신문에 올린 글들을 모은 것들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는데, 모두 우리들 주위에서 볼 수도 있고, 어쩌면 연세드신 분들은 어린 시절의 향수에 취했을 수도 있는 다양한 모음의 글들이 들어있는 책이다.
생활의 발견에서 나오는 부분들은 각박한 세상에서 지나쳐 버린 순진했던 시절의 모습을 어린이의 행동과 말을 통해서, 기타 여러가지 향수에 젖게 하는,지금의 발달한 기계문명화 보단 덜 발달됬던 당시의 순박했던 모습까지를, 아파트 촌으로 변해버린 현재의 길 모습 위로 골목골목길을 달리며 두부장수의 방울소리에 대한 기억, 제사 때만 되면 열심히 놋그릇을 닦아대던 그 때의 모습들 표현이 투박하면서도 담백한 모습 그 자체로 다가오게 만드는 글들로 차 있다.
사람좋아하고 더불어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곁들여 마시는 술에 대한 맛깔나는 표현과 함께 많은 사람들의 발견을 하는 대목들은 때론 인간과 인간사이의 도리와 우정 내지는 인생의 대 선배를 대하는 모습들을 눈여겨 볼 수있는 저자의 인생관과 사람의 됨됨이까지를 모두 알 수있는 글들이 여전히 가슴에 와 닿는다.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저자의 맛깔나는 맛의 발견 코너에서 알 수있는 다양한 음식의 향연이다. 기름기 넘치는 값비싼 음식이 아닌 그 시절에 즐겨 먹었고 지금도 계절에 맞춰서 먹을 수있는 소박한 개다리 밥상을 연상케하는 마늘종, 곤드레나물밥, 처음 들어 본 전어속젓, 각 지방의 고유명칭이 달라도 한 가지의 음식을 주제로 맛나게 요리되는 과정까지, 읽으면서 계절의 흘러감이 이때처럼 안타깝게 느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먹고 싶다는 강한 유혹을 느끼게 한다.
자신의 집 안과 밖을 통해서 전해오는 자연의 조화로운 꽃과 나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숨의 발견은 어떤가? 답답한 공기로 꽉 찬 도심의 공간을 탈출하고 나도 이런 느림의 시간이 있는, 그렇지만 결코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을 것 같은 이런 청량하고 때묻지 않은 자연 속으로 조화를 이뤄 살아가고 싶단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신문의 기고면의 할애면 탓에 길게는 쓰여있지 못하지만 그마저도 넉넉함이 주는 것에 비해 웬지 두 연인들이 다음 만날 날을 기약하며 문 앞에서 이별하는 것처럼의 여운의 감정까지 주게 하는 , 모처럼 긴장을 풀고 늘어져 한 순간 이 책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았던 책이다.
시인으로서 적재적소에 소개된 시를 통해 문득 시집을 접하고 싶단 생각도 들게하는... 아마도 이런 마음이 들게 하는 것 자체가 저자의 글의 발견을 통해서 느끼는 작은 즐거움은 아닐까도 생각해보게 되고, 우리나라의 고유한 글 맛이 난다는 느낌을 받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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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근래 내가 발견한 것들을 기록한 글로 만들어졌다. 나는 거대하고 높고 빛나는 것들보다는 작고 나지막하고 안쓰러운 것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햇빛이 미끄러져 내리는 나뭇잎의 앞면 보다는 나뭇잎 뒷면의 흐릿한 그늘을 좋아하고, 남들이 우러러보고 따르는 사람보다는 나 혼자 가만히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을 더 사랑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과 이름들을 오래 응시하고, 어루만져보고, 귀 기울여보고, 의미를 입혀보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고 생각한다. 사소한 것들이 주는 기쁨은 삶을 전진시키는 에너지와도 같으니까. (_4/작가의 말)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작은 것을 골똘히 바라보고 우리네 삶을 투영시켜 스스로 반성하는 글들을 사랑한다. 사람이 별거냐고,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미물들이 가장 솔직하고 아름다운 것이라 말하는 모두를 존경한다. <안도현의 발견>은 언제나 그의 책이 그랬듯 숨을 고르고 시선을 낮게 한다. 발 밑에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머리 위에 있는 자연이라는 바람을 돌아 보게 한다. ‘기억되지 못하는 것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어 썼다는 <안도현의 발견>, ‘새로운 것을 발견 할 수 있어야 우리의 삶은 늘 갱신되는 것’이라는 그의 인터뷰 글을 통해 안도현 작가의 생각과 닿으려 애쓰며 책을 꺼낸다. 201편으로 이루어진 그의 산문집 <안도현의 발견>은 한겨례신문 연재를 통해 먼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생활의 발견’, ‘기억의 발견’, ‘사람의 발견’, ‘맛의 발견’, ‘숨의 발견’ 5갈래로 굽이굽이 나뉘어진 그의 글들 사이에서는, 이 책을 시작할 때 언급했던 그의 생각들이 많이 배어있다. 그는 내가 경험치 못했던, 간과하며 살아온 부분의 단면들을 보여준다. ‘시인은 발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발견하는 사람인 것이다.’ 라고 말해주는 그의 글을 손끝으로 매만져본다.
‘사람의 발견’에서 전우익 할아버지가 나왔을 때는 마치 내가 아는 분처럼 반가웠다. ‘역시, 마음 맞는 사람끼리는 통한다니까!’ 하면서 쾌재를 불렀다. 몇 권 안 되는 절판 된, 전우익 할아버지의 책을 찾아 중고서적을 뒤지며 그의 책을 떠안았던 적이 떠오르면서 어찌나 반갑던지. 또, 그가 ‘시인 정양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라고 했을 적에는 그렇지 않다며, 고개를 저어 젖히며, 그에게 메일을 보내고 싶었다. 또, 버섯과 친구를 하려면 몸을 낮추고 시선을 마주해야 된다는 그의 글을 보면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반성하기도 했다. 또, ‘맛의 발견’에서는 간간히 시집에서 마주했던 맛의 향연이 떠올랐다. ‘이런 생각들로 그런 시가 탄생했군요?’ 하는 마음으로다가.
안도현이라는 시인에 대해 잘 모르면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한 사람의 산문집을 보는 것은 그 사람의 생각을 마주하겠다는 것인데, 당장 내일이 바쁜 실용서 직장인들에게는 그의 글이 따분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제 달려가는 것에 중심을 둘 것이 아니라 천천히 걷는 것에도 중심을 두어야 되지 않을까 한다. 한번쯤 돌아볼 만큼 편리해지고, 편리해진만큼 여유를 가질 시간이 늘었는데, 나는 ‘여유가 없다’는 말을 더 많이 입에 달고 살고 있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만큼이라도 내 시간들이 조금 더 천천히 가주길, 그리고 나도 시간을 천천히 사용하는 법을 익혀야지. 마음이 따뜻해지고 싶은 겨울이다.
기별
똥말 모든 일이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까닭 없이 이루어져 세상의 소금이 되는 일도 얼마든지 있다.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시는 역시 반성하기 좋은 양식이다. 먼 훗날에 과연 당신은 무엇을 셀 것인가? (_4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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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글은 따뜻하다.
팍팍한 삶에 위로가 되고자 고른 책이어서 그런가 문장하나 단어하나에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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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발견』은 ‘일상을 무심하게 지나치는 현대인들을 위해 ’작고 사소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안도현의 시선으로 전한 산문집이다. 절필 선언 후 처음 쓴 글로, 시인의 눈길이 머문 달콤한 일상의 발견 201편을 담았다. 책에는 시인의 문학과 삶, 사람과 생명에 대한 이야기가 차분하게 그려진다. 기억, 사람, 맛, 술, 그리고 생활이라는 다섯 개의 부로 나누어 단순하지만 순수하게 투박하지만 담백한 글로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누가 사라져도 사라진 줄 모르고, 자신이 살아가는 이 고장에서 어떤 소리들이 들리는 줄도 모르고, 무관심하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시인은 ‘단 하루라도 오랫동안 바라보자’고 말한다. ’작고 나직한 기억되지 못하는 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차분하고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우리의 주변을 깊게 응시하는 따뜻한 힘을 전한다. 기억이나 사람, 사물 등을 이처럼 새삼스럽게 발견하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이는 오랜만에 본다. 사는 일에 빠져서 내 주위에 있는 사소한 것들을 보고도 못 보는 일이 흔하다. 교수로서의 안도현 시인은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 모든 것을 유심히 오랜 시간 관찰한 후에 글로 표현하라는 이 야기를 자주 한다고 한다. 누구나가 그렇게 공들여 관찰 한다고 해서 이 책에서 나오는 문장만큼 예쁜 글이 나오 지는 않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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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보고 똑같이 먹고 똑같이 숨을 쉬어도 사람마다 보고 얻는 게 다르다. 그게 공평한 건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공평한 것 같다 싶다가도 가끔 억울하고 섭섭하다. 누구는 보고 느끼는데, 나는 왜 못 보고 못 느끼는지. 누구는 맛있어서 행복하다는데 나는 맛도 모르고 감정도 흔들리지 않는 것인지.
이 작가는 내게 검증된 사람 중의 한 분이다. 어떤 글을 쓰더라도 어떤 생각을 밝히더라도, 비록 나와 다른 생각을 드러내는 날이 오더라도, 나는 지지하고 응원해 드릴 것이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이미 마련되어 있으므로.
글은 짧다. 한 편 한 편 한 호흡으로 읽을 수 있다. 글이 짧다고 해서 생각까지 짧은 게 아니라는 것은 짧은 글을 써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게다가 마무리는 촌철살인과 같은 문장으로 맺어 놓았으니 호흡 끝에 잠시 숨이 멎기도 하리라.
책은 전체 5부로 이루어져 있다. 생활, 기억, 사람, 맛, 숨(나무들). 이런 편집에 이런 생각들을 읽다 보면 내 안의 것들도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내 생활에서, 내 기억 안에서,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맛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나무나 꽃이나 생명들에 대해서. 하나씩 하나씩 떠올리다 보면 마음이 따뜻하게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무심히 보고 지나치던 것들을 새로운 눈으로 보고 깨닫기 위해서는 마음이 살아 있어야 한다. 늘 그렇지 뭐, 하는 무관심이나 태도로는 얻을 수 없는 경지의 느낌이다. 느끼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고 산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아무래도 그런 삶이란 지루하고 색깔 없는 노래나 그림 같은 게 되지 않을까. 두 번 듣고 싶지는 않은, 두 번 돌아보고 싶지는 않은.
발견, 좋은 말이다. 안 보이던 것을 보게 된 순간에 얻는 말이니. 나만의 발견, 움직이지 않던 내 감성과 이성을 지금부터 일깨워보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