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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시골도 항상 공사 중이다. 그러니까 빈 공터만 있으면 어김없이 아파트가 들어선다. 시골 인구를 생각하면 그 집을 누가 살까 싶지만 주변 아파트를 검색하면 빈 집도 없고 전세도 없다. 매번 드는 의문, 저렇게 집들이 지어지고 있는데 왜 많은 이들이 살 집을 구하지 못하는 걸까.
어쩌다 보니 최근에 집을 소재로 한 책을 이어 읽는다. 김혜진의 소설집 『축복을 비는 마음』에서 만난 단편들도 하나같이 집, 공간,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이 꿈꾸는 미래, 더 나은 곳으로 가고자 하는 마음을 알 것 같아 안쓰럽기도 하고 힘들어도 그 마음이 커지기를 바라게 된다.
김혜진은 이 소설집에서 집이 갖는 의미, 집을 둘러싼 사람들의 관계를 보여준다. 하나의 집에 관련된 이들, 집을 소유한 집주인, 그 집에 살고 있는 거주자, 관리인, 부동산 업자까지 집을 향한 마음을 통해 집이 무엇이냐 묻는 동시에 나만의 특별하고 유일한 집을 떠올리게 만든다.
8개의 단편 모두 좋았지만 그 가운데 조금 더 좋았던 단편은 집주인과 세입자로 만나 서로를 챙기며 가족처럼 지내지만 결국 이사를 두고 불편한 사이가 되고 마는 '만옥'과 '순미'의 이야기 「목화맨션」, 한때 자신이 살아왔던 빌라의 관리인이 되어 빌라를 청소하고 세를 독촉하고 세입자들에게 소유주의 뜻을 전하는 일을 하는 '호수 엄마'의 이야기 「산무동 320-1번지」, 누구와 사느냐에 따라 집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주는 「사랑하는 미래」였다.
서로를 처지를 이해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이가 있다면 힘들어도 살만하다고 느낀다. 「목화맨션」속 '만옥'과 '순미'가 그랬다. 순미는 집주인 만옥을 언니처럼 대하고 뭐든 나누려 했다. 세입자와 친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만옥은 그런 순미가 고마웠다. 재개발이 될 거라는 말에 사들인 '목화맨션'에서 순미는 8년을 살았지만 만옥이 사정이 생겨 집을 팔게 된 상황이 오자 둘 사이의 단단한 우정은 헐거워진다.
집을 두고 만난 사이가 아니라면 둘은 어땠을까. 「산무동 320-1번지」의 호수 엄마도 그런 처지였다. 자신이 살던 곳이 얼마나 열악한 공간이지 잘 알지만 집 주인의 말과 세입자의 말을 그대로 전할 수 없었다. 잘 아는 처지였지만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곧 철거될 공간이라 누구도 돌보려 하지 않는 공간이지만 누군가의 삶이 지속되는 곳이다. 세입자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었다. '호수 엄마'의 삶도 그곳에 있었다.
창 너머로 서서히 멀어지는 산무동 일대가 그들 부부에겐 마지막 직장이고 어쨌든 지금은 그 빌라에 누군가 살아야지만 이 일을 지속할 수 있으므로, 최선을 다해야 하고, 또 죽을힘을 다할 거라는 다짐을 되뇌면서였다. (「산무동 320-1번지」, 171쪽)
「목화맨션」과 「산무동 320-1번지」를 읽으면서 3층짜리 주택을 지어 1,2층은 세를 주고 3층에 사는 고모가 생각났다. 집 주인이었지만 오히려 세입자의 눈치를 보고 세를 올리지도 못하는 고모. 세입자에게는 마냥 부러울 주인이겠지만 말이다. 이처럼 집을 통해 맺어진 관계는 편할 수많은 없다.
그래도 집이라는 건 참 이상하다. 그저 빈 공간이었을 때에는 없던 애정이 살림살이가 들어오면 커지기 시작해서 누군가 함께 살게 되면 공간은 색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저 퇴근 후 잠을 자고 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어느 순간 반짝반짝 빛나는 마법이 펼쳐지는 공간으로 변모한다고 할까. 「사랑하는 미래」가 딱 그렇다. 일상의 재미와 즐거움은커녕 휴가 계획도 없던 ‘주인’이 '마크'를 만나면서 그녀의 삶은 변화한다. 자발적으로 모여 대화를 나눈다는 모임에서 만난 캐나다 출신의 마크는 배우를 꿈꾼다. 촬영 장소와 시간을 맞추기 위해 주인의 집에 마크가 오게 되면서 집은 활기를 띤다. 친구는 그런 주인을 염려하고 걱정하지만 주인은 마크와 함께하는 미래를 고대한다. 주인이란 이름의 왠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집의 주인으로, 삶의 주인으로 사냐고 묻는 것만 같다.
멀리 집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녀를 채근하던 조바심이 기대심으로 바뀐다. 그 순간, 그녀의 집은 잿빛 담벼락 너머에 자리한 수많은 주택 중 하나가 아니다. 오랜 세월, 권태와 지루함을 견디며 낡아가는 그렇고 그런 주택이 아니다. 그 집엔 서로를 향한 두 사람의 순수한 애정과 진실이 마음에 머물러 있다. 이 순간, 그녀의 집은 특별하고 유일한 장소다. 매일 새로운 서사가 탄생하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움트는 공간이다. (「사랑하는 미래」, 227쪽)
집을 향한 마음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누군가 집은 투자이자 상품이고 누군가 집은 안식처이고 누군가 절박한 공간이다. 나와 다른 목적을 지녔다고 해서 누군가의 마음을 함부로 말할 수 없다. 그러니 부동산 임장을 다니며 자신에게도 골칫거리가 아닌 좋은 기회를 안겨다 줄 집을 만날 희망을 하는 「이남터미널」 속 '남우 사모님'을 비난할 수 없다. 어쩌면 모두가 마음 한구석에 같은 희망을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건 기대였고, 우려였고, 가능성이자 두려움이었다. 그것은 방향을 조금만 틀면 완전히 달라 보이는 홀로그램처럼 밤새 그녀의 내면에서 반짝거렸다. 아니, 그건 그녀가 도무지 짐작할 수 없고, 예상할 수 없던 자신의 미래였는지도 몰랐다. 빛바랜 집들.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집들. 누구도 원하지 않고, 가지려 않는 집들. 그러나 길고 긴 세월을 이기고 견디며 살아남은 집들.( 「이남터미널」, 113쪽)
그런 마음은 재개발 동네에 살면서 집을 대하는 어른들이 이상하게만 보이는 「20세기 아이」속 아이 '세미', 사는 곳이 좁아서 이사 가고 싶은 손녀를 위해 보험비를 더 타고 합의금을 받으려는 「자전거와 세계」 속 할머니, 집 청소를 하는 '인선'에게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는 「축복을 비는 마음」 속 '경옥'의 마음일 것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조금 더 나은 공간을 바라는 마음, 가까운 이와 잘 지내고 싶은 마음, 소중한 사람의 축복을 비는 마음, 그 마음은 바로 모두의 것이라 생각했다. 그걸 알기에 우리가 머무는 곳이 삶이 피어나고, 따스함이 전해지는 특별하고 유일한 공간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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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골목길을 빠져나오는 동안 어쩌자고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아버렸을까 생각했고, 그게 뭐든 차라리 몰랐으면 나았을 것이라고 중얼 거렸다. 100쪽 그녀의 일상은 예상 가능한 범주 안에서 흐른다. 그녀의 일주일은, 한 달은, 1년 같은 속도로 재생되는 닮은꼴 노래같다. 같은 노래인지, 다른 노래인지 구분할 수 없고, 구별할 필요도 없는, 거기엔 밀려오는 감동과 몰아치는 걱정이 없는 대신 편안함과 익숙함이 있다. 그녀는 어제와 오늘, 내일이 겹쳐 있는 듯한 자신의 하루하루에 아무런 불만이 없다. 209쪽 축복을 비는 마음으로 하는 거죠 뭐.270쪽. 지난 가을에 신간이 나온 것을 알았지만, 그 전에 읽었던 ’완벽한 케이크의 맛‘이 정말 와 닿지 않아 ‘이제 한계가 왔나보다’하는 생각에 책 읽기를 주저했었다. 또, 읽으나 마나한 책을 읽는 것에 대한 지겨움도 있었거니와. 하지만, 지난 주에 책을 좀 구입하면서 슬쩍 구입하여...배송 온 책들 중에서 그래도 제일 먼저 읽게되니, 아무래도 작가에 대한 애정이 없진 않나보다. 일단, 부지런히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작가의 근면함이 마음에 들고... 글의 내용이나 서사가 실제 생활가 너무 밀접한 부분도 좋은 것 같다. 마치 그 시절 원미동의 양귀자가 떠오를 정도. 집을 소재로하여,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이 참 좋았다. 더불어, 내가 살던 집들(?)도 한 번 떠올려보았고...그 즈음의 생활의 모습이라든가, 그 즈음의 주변인들...그 즈음의 사건들도 다시 한 번 떠올려보기도 하였다. 사실, 집을 매개로 하여 다양한 모습들(임대인, 임차인을 비롯하여 청소해주는 사람 등등)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어느 입장인지에 따라서 소설을 바라보고 느끼는 부분은 다르지 않을까 한다. 집을 한 번 구입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내가 이 집의 등기부등본을 하나 갖기까지...은행 대충 상담사, 부동산 중개인, 직전 세대주, 벽지 및 바닥 시공인, 이사 업체, 등기대리를 위한 법무 사무소 등등...나의 부동산 취득을 축하해주는 사람보다는, 어떻게 하면 수수료를 더 받아낼까 하고 돈 뜯어갈 생각만 가득한...한 마디로 내 편이 하나도 없음을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 아마, 그 후부터, 그 도둑년놈들 같은 심보를 다 겪고나면...그 후부터는 돈주고 부리는 것에 대한 고마움은 잊게 되고...나도 똑같이 그들처럼 어떻게하면 ‘덜’ 줄 수 있을지만 생각하게 된다. 그런면에서 나는 과연 ‘축복을 빌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지만...못할 것 같다. 이런 저런 시절을 겪고나니...’그냥 이런 저럼 삶의 모습들이 있구나‘에서 끝나는 거지. 여하튼 책은 마음에 든다. 작가의 글은...참 현실적이라서 내가 살아봤던 인생이면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게하고, 살아보지 못한 인생이면...’저러한 삶과 생각도 있구나‘하는 임팩트를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글을 어떻게하면 더 잘 쓸 지에 대한 고민도 했으면 좋겠다. 말빨은 있으나...글빨이 없으면...사실 ’작품‘이라는 생각보다는 ’상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는 ’작품같은 상품‘이기 때문에...나의 바람은 작가가 더 더 더 더 더 고민하고 밤낮으로 글을 써서 더 훌륭한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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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의 소설을 좋아한다. 단편도 좋고, 장편도 좋다. 이번 단편집 <축복을 비는 마음>은 김혜진의 최근 단편을 만날 수 있다. 이 단편집에는 집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개발이 될 것 같아서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개발을 기다리며 투자하는 사람들, 내 집을 꿈꾸기는커녕 하루하루 일상을 사느라 지친 사람들. 그 모두가 우리의 모습이다.
그래서 안쓰럽고 슬프다. 고단한 삶이 나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그러나 소설집의 제목처럼 가까운 이의 축복을 비는 마음, 그 마음이 따뜻해서 뭉클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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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작가의 글을 좋아합니다. 따듯한 감정이 전달되는 것 같아요. 저는 전작도 너무 잘 읽었는데요. 영화도 봤어요. 딸에 대하여. 이번 작품은 아직 읽지 않았지만 기대됩니다. 집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해요. 더불어 요산문학상 수상도 축하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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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작가라는 사람을 잘 몰랐다. 누군가 그의 책을 읽고 작품을 추천해서 처음으로 읽게 되었다. 이런 작가가 있나 싶고, 다른 작품들도 찾아서 읽게 되었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로 그렇게 읽게 된 책이고. 앞으로도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지는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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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을 비는 마음 책을 읽고 축복을 비는 마음 책을 읽으면서 감동있게 보는 느낌 들었다. 집이 재개발 들면서 새로운 집을 갖는 거 하지만, 서로 의견을 존중하고 축복을 비는 마음 아닐까 합니다. 축복을 비는 마음 책보면서 잡생각 잊고 싶었다. 많은 생각 하면서 책 보면서 시간도 빨리 지나가는 느낌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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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을 비는 마음, 김혜진
섣부른 이해보단 솔직한 오해를 #축복을비는마음
집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에게 집이란 과연 어떤 곳일까? 부동산이 아니라 집이라고 하는 공간. 인간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의식주를 가능하게 하는 게 집일 것이다. 집이라는 공간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들이 모습이 평화롭고 행복하지 않고 안타깝고 씁쓸하다.
모든 게 지나치게 정답 같은 질문들과 대답들. 옳은 것이 분명한 이야기들. 좋은 사람이라면 마땅히 추구해야 하는 가치들. 당연히 해야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들. 어쩌면 자신도, 해민도 살면서 그런 것들을 한 번쯤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였다.
그건 기대였고 우려였고, 가능성이자 두려움이었다. 그것은 방향을 조금만 틀면 완전히 달라 보이는 홀로그램처럼 밤새 그녀의 내면에서 반짝거렸다. 아니, 그건 그녀가 도무지 짐작할 수 없고, 예상할 수 없던 자신의 미래였는지도 몰랐다. P. 113 누구를 용서한다고요? 뭘 용서하는데요?
멀리 집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녀를 채근하던 조바심이 기대감으로 바뀐다. 그 순간, 그녀의 집은 잿빛 담벼락 너머에 자리한 수많은 주택 중 하나가 아니다. 오랜 세월, 권태와 지루함을 견디며 낡아가는 그렇고 그런 주택도 아니다. 그 집엔 서로를 향한 두 사람의 순수한 애정과 진실한 마음이 머물러 있다. 이 순간, 그녀의 집은 특별하고 유일한 장소다. 매일 새로운 서사가 탄생하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움트는 공간이다. p.227 #사랑하는미래 인선은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믿었다. 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하는 사람. 다른 사람의 처지를 먼저 헤아리고 배려하는 사람. 곤경에 처한 이를 돕는 사람. 나쁜 것보다 좋은 것을 먼저 볼 줄 아는 사람.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생각을 잃지 않는 사람. 경옥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집을 청소할 땐 마음이 너무 불행해지지 않으냐고 물었다. 받는 돈은 똑같은데 몇 배나 더 일해야 하는 상황이 억울하지 않으냐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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