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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상징주의의 최고 인기 시인을 말한다면, 랭보와 베를렌느를 꼽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영향력있는 시인을 꼽으라면, 아마 보들레르와 함께 말라르메가 꼽힐 것이다. 말라르메는 그의 문학 인생의 길이에 비한다면, 많은 시를 남긴 시인은 아니다. 게다가 그 적은 시편들 중에서도 「에로디아드」를 비롯한 많은 시들은 미완성으로 남아있기까지하다. 그러나 그 시의 양이 적다는 것이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장점으로 남는 것이 그의 특이한 점이라 하겠다. 왜인가?
말라르메는 시를 쓴 것이 아니라 시를 새겼기 때문이다. 시란 본질적으로 순수해야 한다. (흔히 말하는 비정치적인 순수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순수란 영어로 표현하면 genuin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의 재료인 말은 본질적으로 비순수하다. 그것은 너무나 많은 사람이 쓰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라르메는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순수한 시를 쓸 수 있을까?
그 고민의 깊이가 전기와 시선집을 겸하고 있는 이 책에 씌여 있다. 국내 초역되는 친구 카잘리스에게 보내는 편지의 일부분은 말라르메의 시들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가 되어 줄 것이다. 아직 말라르메의 연구는 국내에서 척박한 편이다. 모국어로 프랑스어를 쓰지 않는 사람이 그 연구를 하기에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진정한 시인, 시인들의 시인인 그의 시를 대할 수 있다는 것을 축복이랄 수 있다면, 우린 아직 축복받지 못한 이들이다.
국내 출간된 몇몇 말라르메 시선집을 대해 본다면 이 책이 단순히 전기와 작가론이 아니라 몇몇 작품의 번역에도 뛰어난 결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 최석이 말라르메 전공자라는 것을 보면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아마도 그 번역이 사랑과 행복의 작업이었던 탓이리라.
일천한 말라르메 연구에 이 책은 초석이 되어 줄 것이며, 또 문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시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이들에게도 이 책은 쉽사리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난 이제 이렇게 결연히 작업중이라네. 마침내 나는 「에로디아드」를 시작했네. 무시무시한 일일세. 왜냐하면 필시 대단히 새로운 미학으로부터 생겨나는 언어를 만들어 내고 있으니까. 그 새로운 미학이란 바로 이런 걸세: 사물을 그려 내지 않고 사물이 발산하는 효과를 그리는 것. 그리하여 거기서는 시가 낱말들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의도(意圖)로 이뤄지고 모든 언어는 그 감각 앞에서 사라져야만 한다네. 내 뜻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만 만약 내가 성공한다면 내 계획을 인정해 주게나. 왜냐하면 난 내 생애에서 처음으로 "성공"하길 원한다네. 여기서 무너진다면 난 영원히 펜을 놓을 걸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