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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선배 중에 몇 년 전부터 내가 유목민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 그이 집에는 아예 장농이 없다. 언제 떠날지 모르므로 거추장스런 장농은 안 산다는 말씀이다. 몇 년 전엔 잘 나가던 직장, 지금 안정된 직장을 선호하는 모든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교직을 때려치웠다. 그리곤 아이들을 데리고 필리핀에서 1년 가량 살다 나왔다. 그이는 지금 아이들을 데리고 먼 이국에서 살고 있다.
각설하고, 리타 골든 겔만은 지금 결혼해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마흔일곱, 인생의 고갯길에 이혼을 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여자. 멕시코와 니카라과와 갈라파고스 제도를 거쳐 인도네시아와 그리고 계속되는 유랑 생활.. '마흔여덟의 나이에 이혼의 벼랑 끝에 내몰렸던 1986년부터 나는 유목민의 삶을 살고 사랑했다. 나는 그때 세상을 돌아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은 한 가지 이상일거야. 과연 그랬다.'
펄떡이던 영혼을 잃어버린 것이 안타까워 눈물 흘리던 마흔 일곱의 여자는 두 달간의 멕시코 체류 후, 다시 돌아갔을 땐 빈집에 와 있음을 느끼게 된다. 멕시코에서 껍질을 벗어버렸듯, 그녀는 이제 삶의 물질적인 잡동사니들을 떨궈버리고 떠난다. 자유를 찾아서, 고래를 잡으러~
이 책은 책을 밥먹듯이 하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책 목록 중 하나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첫번째로 추천하는 책이다. |
| 현대의 유목민은 더 이상 게르에 머물지 않는다. 오늘은 이 나라 내일은 저 나라에서 노트북을 들고 호텔에 머물며 아침이면 조깅을 즐긴다. 일찌기 손관승이 <디지털 시대의 엘리트 노마드>(2003. 북@북스)에서 지적한 것처럼 비행기의 마일리지와 활동 공간의 이동성을 성취의 기준으로 삼는다. 리타 골든 겔만의 <나는 유목민, 바람처럼 떠나고 햇살처럼 머문다>에서 만난 유목민은 게르를 떠도는 유목민과 엘리트 노마드의 혼합이다. 그녀의 유목 생활은 안락한 생활이 보장되고 사교계를 전전할 수도 있는 뉴요커의 삶에서 벗어나 자아찾기로부터 시작한다. 비행기에서 만난 한 여성의 삶으로부터 촉발된 자아찾기는 대학원에 진학하여 인류학을 공부하게 하고 이후 별거 기간 중 혼자 떠난 멕시코 여행을 떠나게 한다. 이후 대책없이 마흔일곱에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통보받고 본격적으로 떠돌이 생활이 시작된다. 멕시코, 과테말라, 니카라과,이스라엘, 갈라파고스 제도를 거쳐 여행하며 꽤 긴 8년동안 인도네시아에서 생활한다. 물론 그것은 관광도 아니고 체험 삶의 현장처럼 이벤트성 체험도 아닌 것은 분명하다. 각지에서 여행이 아니라 생활하며, 여행지에서 만난 여성들과 특히 부엌에서 공감을 나누는 부분들은 꽤 인상적이다. 하지만 나는 좀더 떠도는 유목민을 기대한 듯하다. 여행지 곳곳에서 의도적이든 아니든 미국인으로서, 또 작가로서 타인들의 배려를 받고 혜택을 누린다. 이런 삐딱한 시선은 질투인지도 모르겠다. 근무를 마치고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떠난다는 우리 학교 원어민 교사랑 얘기를 하는데 그녀가 일본-중국을 거쳐 러시아까지 간다면서 비용을 걱정하는 걸 들었다. "어디를 가든 영어를 가르치면서 돈을 벌 수 있으니 그리 크게 비용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 너네들은 운이 참 좋다." 하니 "그렇단다." 물론 리타 골든 겔만이 좀 특별한 영혼의 소유자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녀 책에 나오는 영장류 연구자 골디카스처럼, 때로는 그녀가 누리는 미국인으로서의 특권이 내눈에 살~짝 거슬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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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행을 하는 목적은 발견하고 관찰하기 위해서다. 나는 모든 문화에 참여하려 노력하고, 가치판단을 자제한다."
왜 떠나는가? 답이 있을까? 답은 있을 것이지만 그 답을 제대로 찾기는 힘들다. 왜 사는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물으면? 답을 할 수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산을 오르면서 혹은 걸으면서 나는 왜 오르는가? 나는 왜 걷는가? 끊임없이 묻지만 모른다. 어쩌면 오르는 것, 걷는 것 그 자체가 답인지도 모르겠다. 한 비야의 <바람의 딸...>시리즈를 읽으면서 왜일까를 계속해서 묻는다. 오지를 찾아가고 거기서 현지인과 같이 생활하고 정들고 울면서 또 떠나고... 아마도 인간의 원초를 찾아 헤메는 것이 아닐까? 어머니의 자궁속... 그 곳...
마흔 일곱에 이혼을 하고 길을 떠난다. 이혼과 떠남은 갑작스럽고 한 개인에게 있어서 혁명적인 것이지만 주인공의 속에는 이미 오랫동안 떠남을 위한 준비 혹은 '앙시안 레짐'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보여진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글을 쓰는 작가, 편한 말로 동화작가 로서 나름 잘 나가고 있는 중에 민속학을 공부하고 다른 문화와 생활, 사람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오랫동안의 방랑의 길을 떠난다. 동시에 방랑의 길 위에서 작가로서의 소재를 찾아 낸다. 이혼은 하지만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책무를 누구보다도 잘 수행한다. 현대적 노마드의 한 유형인가? 길 위에서 직업으로서의 자신의 일을 하고 어머니로서 딸과 아들과의 가족적 유대는 변함없이 유지되고 자식으로서 어머니의 임종을 지킨다.
"내 역할은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나는 배우러 왔지 그들의 역사를 바꾸러 온 것이 아니다. ... 그들의 현재를 바꾸거나 미래를 앞당기고픈 유혹을 느낀다면 떠나야 할 때가 온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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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언니다.
이 언니는 럭셔리하게 반평생을 살았지만, 이건 아닌 것 같아, 뭔가 '나를 바꾸고' 싶어 일단은 인류학과에 다시 들어갔단다. 10년간 공부해서 박사까지 딴 후, 현지의 일부가 되는 여행을 시작했다.
짧게 지나치며 느낀 점들을 감상적으로, 현란하게 풀어놓은 많은 여행기들과는 달리 깊이와 내공이 느껴진다.
여행을 통해 '나를 바꾸고'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담담히 그린 점, 그들을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머물고, 어울리고, 참여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여행자의 모습이 마음에 든다.
아쉬운 점은 긴긴 여행을 너무 짧게 간추려놓았다는 것. 이 여행기는 더 읽고 싶은 멋진 내용이란 말이다! 한 3권 짜리로, 충실하게 삶의 과정들을 더 담아 주었으면 우리 후배들에게 더 큰 감동을 주셨으련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