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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옆에는 초등학교 폐교가 있다. 아이들의 웃음과 노랫소리 끊이지 않았을 운동장은 공허한 바람소리만 가득하다. 사람의 손길로부터 방치된 학교 건물은 '떠나가는 농촌'의 황량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웅변한다. 지금은 20여가구 남짓에 노인들이 대부분인 우리 마을도 예전에는 아이들 북적거리던 '잘 나가는' 마을이었다고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언젠가 마을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체념과 무기력함이 팽배한 가운데, 마을의 운명을 바꿀 조용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얼치기 귀농인들' 일 내다
마을에 노인복지센터가 생기고 겨울잠 자던 마을 경로당이 각종 노인 복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마을 복지의 '랜드마크'로 재탄생됐다. 지역 특산품인 모싯잎 떡을 생산하는 마을기업에서 어르신들은 모싯잎 생산부터 수확, 가공과 떡 생산에 이르기까지 전반의 과정에 참여한다. 자식들이 주는 용돈과 기초노령연금에 의존하다가 직접 벌이가 생기니 어르신들의 자존감과 행복지수가 높아졌다. 나아가 지역 소농간의 연대, 농촌과 도시의 연대를 추구하며 유기농으로 정직하게 생산된 지역의 농산물을 유통하는 경로를 확장 중이다.
매주 정해진 요일이 되면 트럭에 생필품을 가득 실은 '이동 점빵'이 마을을 돈다. 가정 상비약에서부터 식료품에 이르기까지 '없는거 빼고 다 있는' 점빵 덕분에 마을 주민들은 '구매 난민'의 처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 이 '이동 점빵'은 협동조합기본법 통과 이후 마을 주민들이 조합원으로 참여, 전남지역 제 1호 사회적 협동조합이 되었다. 이미 폐교된 곳 말고 마을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초등학교 한 곳은 폐교 위기에서 기사회생했다. 학부모들과 주민들의 열성적인 참여와 노력으로 '학교 살리기'에 성공, 지금은 도시에서 전학을 오는 내실있는 '작은 학교'가 되었다. 교사-학부모-주민들의 연계속에서 마을공동체는 학교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학교는 마을공동체에 활력을 주는 상생의 모델을 만들어간다.
영광군 묘량면의 '여민동락공동체' 얼치기 귀농인들(이 책에서는 농사짓지 않는 귀농인을 '얼치기 귀농인'이라고 표현한다) 이야기다. 파멸적 성장에 제동을 걸고 생명 위기 시대를 돌파할 힘은 농업 농촌의 재생에 있다고 본 젊은이들이 의기투합해 마을로 들어왔다. 7년 전의 일이다. 처음에는 외지인을 대하는 마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농사에 '농'자도 모르는 애들이 농촌마을에 살겠다고 들어오니 '그래, 얼마나 버티는지 두고보자'라는 심산도 있었을 것이다. 귀농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농사만을 지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변변한 구멍가게 하나 없고 눈이라도 많이 올라치면 고립되기 일쑤인 '깡촌'마을에서는 '손만 대면' 다 '일'이다. 고령화와 과소화로 자체 경제기능을 거의 상실한 농촌 마을에서 젊은이들이 할 일은 농사말고도 무궁무진하다.
마을 공동체의 복원은 주민들의 삶과 결합된 구체적인 '일'을 통해서만 실현된다. 그 '일'은 마을 내에서 끊어졌던 사람들간의 연계를 이어주고, 버려진 마을의 자산을 재발견하기도 하며, 전에는 꿈도 못 꾸었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원천이 된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일'을 벌리고 책임질 '일꾼'의 존재다. 얼치기 귀농인들이 좌충우돌하는 가운데서도 마을의 '가생이'에서 '가온'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그 '일꾼'으로서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기세라면 우리 집 옆에 황량하게 버려진 폐교도 곧 접수(?) 할 듯 하다. 마을 극장, 마을 공방, 마을 주막, 마을 사진관, 마을 도서관, 마을 신문사, 각종 마을 동아리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어우러지는 꿈. 언젠가는 기필코 현실이 될 그 꿈을 위해, 그렇게 부활한 마을에서 대를 이어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나가는 꿈. 상상만으로도 가슴 뛰는 일이다.
'마을'은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마을연구소 정기석 소장의 <사람사는 대안마을>에 나온대로 정리하자면 마을 만들기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잘 훈련된 '마을 시민'과 잘 조직된 '마을 기업'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마을의 '붐'이 일면서 마을공동체의 가치와 필요성이 확산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지만, 보여주기식 경쟁과 행정편의주의로 인한 역효과도 만만치 않았다.
마을 만들기를 지원하는 법과 제도들도 많이 생겨났지만 마을 만들기는 여전히 어렵고 복잡하다. 정 소장은 '행정, 주민, 전문가'의 역량과 자세 부족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무엇보다 마을 만들기를 '생태공원화' 혹은 '농촌관광지화' 정도로 여기는 천편일률적인 사업 모델이 문제다. 오랜기간 마을에서 삶의 터전을 꾸려온 주민들을 '들러리'로 전락시키고 일시적인 관광객 유치를 통해 마을을 한 번 띄워보려는 '한탕주의'는 마을 만들기를 지속불가능하게 만든다. 정 소장의 표현에 의하면 '재미도, 감동도, 소득도 없는 잔치판'이 마을마다 벌어진 셈이다.
가장 필요한 것은 마을 만들기의 '개념'과 '방법론'을 수정하는 것이다. 우선, 개념부터 정리해보자. 대안마을이란 무엇인가?
대안마을이란 '1차 친환경 농산물 생산, 2차 농특산물 가공, 3차 도농 교류와 직거래 서비스 등 6차 융복합형 농업 농촌 발전 전략을, '마을시민'과 '마을기업'을 중심으로 주체적이고 사회혁신적으로 실천하는 지속발전가능한 농촌 지역공동체마을'을 뜻한다. 또 '도시민 체험 관광객 등 외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구경거리나 놀이터를 만드는 마을 만들기가 아닌, 원주민, 귀농인 등 내부인의 생활과 생존을 위한 삶의 질을 높이는 '마을 살리기' 또한 '마을 살이'를 실천하는 마을을 지향한다. 한마디로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사람으로서 능히 살아갈 만한 마을'을 말한다. (10쪽)
이러한 대안마을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토건적 마을 만들기'에서 '사회생태적 마을 만들기'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농사로 일구는 경제마을', '사람을 배우는 교육마을', '놀이로 일하는 문화마을', '자연과 사귀는 생태마을'로 구성된 이 책에 등장하는 마을 사례들은 이 패러다임 전환의 앞장에 서 있다. 정 소장은 "원주민, 귀농인, 출향인 등의 인간다운 생활과 생존을 보장하는 삶의 질 높이기를 지상 과제로 삼아야 한다"며 "그렇게 '만드는 마을'에서 '사람 사는 대안마을'로 사회적으로, 인문적으로, 문화적으로 진화해야 한다"(9쪽)고 강조한다.
"자생, 공생, 상생하는 행복한 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내 먹을거리는 내가 만들 수 있는 경제적 자생, 협동 생활을 통해 일자리를 만드는 공생, 이이들이 입시 경쟁에서 벗어나 자연속에서 더불어 상생하는 마을요."(147쪽)
문화생활공동체를 꿈꾸는 충북 영동군 우매리 '백화 마을' 이성균 추진위원장의 말이다. '백화 마을'이란 백 명의 주민이 백 가지 재능을 백분 발휘한다는 뜻이다. 더 이상 농촌 마을은 농사만을 짓는 마을이 아니다. 농업을 기본으로 하되 농촌의 삶은 지금보다 더 다채로운 어울림이어야 한다. 마을 시민이 운영하는 마을 기업이 있는 마을 공동체 사업이 가능하려면 '늙은 농민' 만으로는 안된다. 5%의 농민에 95%의 젊은 도시민들이 결합해야 한다. 다양한 재주와 특기를 가진 귀농인들이 농촌으로 들어가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고 공동체를 발전시켜야 '마을이 산다.
'마을이 살아야 농촌이 산다. 농촌 공동체가 만개할 때 위기에 몰린 농업도 회생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농촌과 도시가 만나고 농업을 살리고 농촌 경제를 활성화하는 교집합에 '대안 마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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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푸드코트나 쇼핑마트처럼 잘 차려놓아 귀농이나 귀촌에 관심이 많은 베이비붐 세대부터 새로운 대안을 찾고자하는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단비 같은 책이다. 대안마을, 대안교육, 대안적 삶, 생태마을, 공동체마을 등 낯설고 어려워보이는 것들에 대한 깊이 있는 파고듦이 정기석작가의 부단한 발품 노력으로 자료가 공개되어 기다렸던 길라잡이를 대한 느낌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삶과 균형, 조화로운 전원의 삶, 그리고 돈이 되는 마을에서 사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집약서 같은 느낌. 전원주택 집짓기에 관한 책은 많았지만 마을을 일구고 어울려 사는 방법론이 책으로 나오기는 너무나 드문 상태였고,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란 책에 주눅 들어 있던 참인데 머뭇거림과 어려움에 대한 두려움을 한번에 날려준 책이다. 책 속에 있는 BOX 1 ‘대안마을’로 가는 한국의 생태공동체운동, BOX 2 한국형 생태마을, ‘대안마을’살리기, BOX 3 경제, 교육, 문화로 ‘대안마을’하는 법은 ‘사람 사는 대안마을’의 숨은 보물섬이다. 오랜만에 속이 쏴아 하고 훑어 내리는 깊은 산속 옹달샘 같은 귀농, 귀촌 대안마을의 지침서를 대하다. 책으로 받았던 감동에 강좌까지 찾게 되었다. 정기석 저자는 매우 신중함과 노파심을 강조한다. 마치 ‘시골은 그런곳이 아니다’라는 미루야마 겐지의 책처럼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덤벼들면 무수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 책에는 너무 무지개빛 청사지만 내걸고서 절망에 빠질 우려를 놓쳤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공동체 마을을 누릴려면 보다 더 깊은 지식이 필요한데 별도의 교육기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제 대안마을, 대안학교 등이 10년에서 15년을 넘어가고 있다. 제대로 된 마을 건설은 무엇보다 교육과 철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서론이 길다보니 오퍼사이드에서 제대로 이야기가 진척되었다. 열정적 2시간 강의도 부족하다시피 했는데 보다 에센셜(옮긴이 주: 필수적인)한 답변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처음은 모든게 미약할진데 앞으로의 10년 후 20년 후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땅의 노래 바람의 꿈’ 후디카도 히로시의 아리스 팜도 이제 40년이 넘어가고 있다. 유기농법, 생태마을 등 과제는 널려있고 영성은 부족한 상태를 어디에다 하소연할까? 현재의 아파트 생활도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방주를 뛰워야 하는 현실인데 선각적 출발 마을이 아직은 순항을 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정부는 귀촌·귀농을 적극 장려하라지만 방법은 서로가 모호한 상태인데 성공사례 발굴도 시급하고 아이디어도 시급한 현실을 에둘러 강의하시는 정 소장님의 열정이 현실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 20년 전에도 어리석다고 손가락질했지만 분명 성공 정착사례는 존재한다. 속 깊은 성공담은 책을 보고 발로 뛰는 수밖에 없다. 귀촌귀농 성공한다는 현혹에 훅가지 말라는 정 작가님 열강과 열정에 감사드리며, 빠른 시일내에 2탄도 기다려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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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도피성이 아니라 진지하게 귀농을 고민했던 적이 있다. 혼자서 귀농을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차라리 마음 맞는 사람 몇 있으면 공동체를 만들어 살면 좋겠다 싶었다. 하지만 용기도, 사람도 없었던 나는 귀농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때 만약 <사람 사는 대안마을>을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책의 저자 정기석 씨는 그동안 마을을 주제로 많은 책을 지었다. 지금도 <마을주의자>라는 책을 짓고 있다고 한다.이쯤 되면 마을 전문가로 불러도 부족함이 없겠다. 이런 그가 95%의 젊은 도시민과 귀농인이 읽으라고 또 한 권의‘마을’ 책을 내놨다. 물론 나머지 5%인 농민도 읽어야 한다. 즉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사람이 읽어야 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 살기 위해서다.
머리말 맨 끝을 보자. “살기 좋은 나라와 세상은, 사람 사는 마을이 모여 이룬다”고 되어 있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려면 당연히 그보다 작은 단위의 살기 좋은 마을이 필요하다.
그럼 살기 좋은 마을은 어떻게 만드나? 한두 명의 주민으로는 어림없다. 적어도 ‘지속가능한 마을기업’을 구성할 수 있는 다수의 인원이 필요하다. 그들은 또한 ‘책임감 있는 마을시민’이어야 한다. 즉 마을 살리기의 핵심은 사람인 셈이다. 책임감 있는 좋은 사람들이 모여야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나 자신부터 마을을 살리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이 책이 진정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 사는 마을을 이루고 살아갈 책임감 있는 ‘마을시민 육성 방안’이다.
이 책이 훌륭한 것은 구체적인 대안과 방안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방향은 있으나 방안은 없는 그런 책이 아니다.물론 친절하고 세세하게 ‘이렇게 하라’고 안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 번만 읽어도 대강의 마을 살리기 방안이 그려진다. 20곳의 마을이 겪은 성공과 실패를 가감 없이 기록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책임감 있는 사람들이 사는 살기 좋은 마을이 곳곳에 생겨나길 바란다. 그러다보면 이 세상이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하지 않겠나. 살기 좋은 세상의 마중물, <사람 사는 대안마을>을 적극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