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갈색 테두리(앞쪽)에 흑백의 암울하고도 사실적인 분위기. 그 한 가운데에 뻥 뚫린 노란 별이 잔잔한 가슴을 뻥뻥 뚫고 내 가슴에 박힌다. 언제나 그렇다. 2차 세계대전과 그 때의 유대인의 이야기를 들을라치면 겁부터 난다. 보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고 믿고 싶지 않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보고 듣고 알게 됨으로 내 눈 앞에서 확인하게 되는 인간의 사악하고도 참담한 모습은 나를 힘들게 한다. 인간이 인간일수 있는 권리를 모조리 빼앗기고 고통 받는 모습을 볼 자신이 없다.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것들은 안이하게 피해버리고 마는 성격 탓에 이 책도 펼치기가 두려웠다. 전에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아침 별 저녁 별」이라는 책을 보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던터라 더더욱. 그런데 이 책은 그래도 울지 않았다. 가슴이 찡해 울컥 뜨거운 것이 밀려올라왔지만 그래도 그것은 희망이었기 때문에 주체 못해 엉엉 울지 않을수 있었다. 꾹꾹 눌러 참을수 있었다. 에리카는 1944년 어느 때 쯤엔가 태어났다. 생일도, 진짜 이름도,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서 태어났는 지도, 형제 자매가 있었는 지도, 부모가 어떤 분이셨는 지도 모른다. 아는 건 오직 1944년 당시 유대인 대학살이 있었던 그 때에 유대인으로 태어난 갓난 아기였다는 것과 지금 이렇게 살아 가족을 이루고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 에리카가 들어서 안 사실로 우리는 에리카의 부모가 가축운반용 화물차에 빽빽이 서 있을 틈 조차 없는 곳에서 죽음의 수용소로 향해 가던 중 에리카를 꽁꽁 싸서 기차 밖 잔디로 던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죽음을 향해 가면서 꽁꽁 싸맨 자신의 아기를 생명을 향해 던졌다는 그 유일한 사실. 그 사실 앞에 에리카는 부모의 상황, 당시의 마음 등등을 수 도 없이 수십 년 간 상상한다. 대답 없는 그 상상의 질문들이 에리카의 마음에 얼마나 큰 구멍을 만들었을까. 그것은 책 표지에 그토록 강력하게 뻥 뚫린 별처럼 그의 가슴에 새겨서 늘 언제나 그녀를 휑하게 했을 것이다. 부모의 간절한 기도덕분이었을까. 기차밖으로 던져졌지만 에리카는 생명을 구했고 한 여인에게 보내져 보살핌을 받았고 어른이 되어 에리카의 마음을 가득 채우던 슬픔( 왜 안 그렇겠는가) 을 거두어 주고 가정을 이루고 싶어하는 마음을 잘 보듬어 주는 청년을 만나 세 아이를 낳아 살고 있다. 그렇게 뿌리를 다시 내린 것이다. 한때 이 민족이 하늘위의 별들처럼 많아질 거라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한다. 아마 성경의 이야기인가 보다. 어쨌든 1933년과 1945년 사이에 그 별들 중 600만개의 별들이 잔인하게 져 버리게 되었다. 그러나 에리카는 말한다. 나의 별은 아직도 빛나고 있다고. 그렇다. 에리카를 보면서 나도 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슴 속에서 빛나는 각자의 별을 그 누가 무슨 권리가 있어 무참히 꺼트릴 수가 있겠는가. 인간에게, 힘이 있는 인간에게 그런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겸손해지길 바란다. 맞딱뜨리기 힘든 사실이지만 그것은 엄연한 역사적 진실이며 피하고 싶어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또다시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할 것이기 때문에…. 빛바랜 사진같은 느낌의 사실적인 그림이 이야기를 더 진지하게 듣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