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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살인범에게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가? 만약 그 살인범이 자신의 딸을 강간한 자들을 살해한 아버지라면 어떤가? 쉽게 이전과 같은 대답을 할 수 없을 것이다. ‘타임 투 킬’은 이 질문으로 시작된다. 어린 흑인 소녀가 백인 남자들에게 강간을 당한다. 범인이 검거된 후 재판이 열리고, 흑인인 소녀의 아버지는 이 재판을 지켜본다. 그리고 그는 강간범들이 재판장에서 구치소로 이동하는 사이에 그들에게 총을 쏴 살인을 저지른다. 이 책이 우리에게 물어보는 것은 단 두 가지이다. 정의 그리고 인종 차별.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살인이 범죄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물론 사형 제도에 대해서는 찬반이 갈릴 수도 있다. 하지만 사건이 일어난 미시시피 주의 법에 따라 유죄일 경우 사형 혹은 무죄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에는 결코 결정하기 쉽지 않다. 아버지가 딸의 강간범을 살해했기 때문이다. 이는 변호사가 살인자를 변호할 때 가장 크게 호소한 부분이다. 어느 아버지가 딸을 강간한 자들을 눈앞에 두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따라서 살인이 아버지로서 정의로운 행동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에 맞서는 사람들은 그렇다면 법은 왜 존재하냐고 되묻는다. 개개인이 자신의 정의를 실현한다면, 법이 존재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그리고 과연 어느 이유에서건 살인이 정의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는다. 정의 이외에 또 생각해 볼 것이 있다. 백인 강간범, 흑인 살인자. 따라서 흑인과 백인의 첨예한 대립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미시시피는 배심원들이 피고에게 선고를 내리는 곳이다. 이에 변호사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흑인’ 배심원을 얻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또한 살인자가 무죄 판결을 받는 데 있어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바로 이것이다. 배심원들은 많은 갈등을 하지만 수천 명이나 되는 흑인들의 시위를 봤을 때 비로소 결정을 내린다. 미국 전역에서 몰려든 흑인들이 살인자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자 큰 압박을 느끼고 결국 무죄를 선고한다. 우리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굉장히 다양하다. 그중에는 정의가, 차별이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책도 있고,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강의도 있다. 그런 것을 보면서 우리는 과연 무엇이 옳은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어떤가. 작가는 단 한 번도 독자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물은 적이 없다. 다만 백인 강간범을 살해한 흑인 아버지를 통해 우리가 스스로 생각해 보도록 만들었다. 이가 바로 ‘타임 투 킬’이 가진 힘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