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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에 관심없는 학생들도 조선시대의 여성이 억압받았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물론 그것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말 모든 여성은 조선이라는 사회 속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포기 한 채 순종적으로 살았을까? 하는 의문은 늘 머리 속에 남아 있었고 아마 나 같은 생각은 역사교사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번 쯤 그러한 의문을 품어봤을 것이라고 생각 한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책이 『지금부터 조선 젠더사』 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에 균열을 낸다는 것이다. 흔히 우리가 떠올리는 순종적인 조선 유교 여성은 조선에서 이상적으로 여겼던 가치에 불과할 뿐 실제 모든 조선 여성이 그러한 모습으로 살아간 것은 아니다. 저자는 다양한 사료들을 통해 조선이라는 유교 국가 안에서 여성들이 단순한 억압의 대상이 아닌 주어진 질서에 대응하며 자신의 삶을 꾸려 간 능동적인 존재였음을 보여준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여성들이 유교라는 가치를 일방적으로 강요받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출가외인’이라는 말이 있듯이 시집을 간 여성은 시댁의 사람으로서 시댁에만 헌신 해야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나 결혼했다고 해서 친정에 아예 관심을 끄고 살아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으며 이에 대해 여성들은 유교에서 가장 중요한 ‘효’라는 가치를 꺼내 들었다. 친정 부모에 대한 효를 실천해야한다는 이유로 친정을 방문하고 왕래를 지속하는 여성들의 모습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주체적으로 삶을 개척해나간 존재였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역사 교사로서 내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일반화’이다. 대표적인 예가 “일제강점기에는 모든 일본인이 나빴다”라는 인식이다. 최근 교과서에서는 이러한 단순화를 경계하기 위해, 식민 지배라는 구조 속에서도 조선인을 도운 일본인들의 사례를 함께 제시하며 역사 속 인간의 다양한 선택을 조명하고 있다. 여성사 서술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보인다. 역사 속 주도적인 업적을 남긴 여성들의 일화를 통해 ‘역사 속 억압받기만 했던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흔들려는 시도는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물들은 어디까지나 일부에 해당하며, 다수의 평범한 여성들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제도와 규범을 살아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지금부터 조선 젠더사』는 바로 이 지점을 채워 주는 책이다.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사료와 생활 속 사례들은 학생들에게 “모든 조선 여성은 유교 질서에 순응하며 억압받기만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역사 속 인간의 삶이 결코 단순하지 않으며, 제도와 개인의 선택이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탐구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