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무 살을 통과하는 것이 왜 그다지도 버거웠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슴 속 불끈불끈 치솟는 격정을 어쩌지 못해 태풍을 정면으로 맞대면하기도 하고 죽음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술을 밤새워 퍼마시기도 하고 연애에 빠져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스무 살의 격정은 다스려지지 않았으니 어떤 때는 춤으로도 풀었습니다. 하여 밤이면 밤마다 춤을 추러 다녔습니다. 격렬한 몸놀림을 통해 몸 속에 잠자고 있는 온갖 격정을 밖으로 배출하려 했습니다. 스무 살의 춤은 그렇게 격정을 털어 내려는 몸짓이었다면 이십대 후반에 춘 춤은 신명과 연결되는 것이었습니다. 노동의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뜻이 맞는 벗들과 함께 풍물 가락에 맡기는 춤은 새로운 차원의 희열이었습니다. 현실의 어두움을 일순간 환한 빛으로 바꾸는 맘판굿이었습니다. 춤 첫 비행이 죽음이 될 수 있으나, 어린 송골매는 절벽의 꽃을 따는 것으로 비행 연습을 한다. 근육은 날자마자 고독으로 오므라든다 날개 밑에 부풀어오르는 하늘과 전율 사이 꽃이 거기 있어서 絶海孤島, 내리꽂혔다 솟구친다 근육이 오므라졌다 퍼지는 이 쾌감 살을 상상하는 동안 발톱이 점점 바람 무늬로 뒤덮인다 발 아래 움켜쥔 고독이 무게가 느껴지지 않아서 상공에 날개를 활짝 펴고 외침이 절해를 찢어놓으며 서녘 하늘에 날라다 퍼낸 꽃물이 몇동이일까 천길 절벽 아래 꽃파도가 인다 박형준 시인의 춤은 전존재를 걸고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려는 의지의 춤입니다. 죽음이 될 수도 있는 송골매의 첫 비행 연습을 춤으로 여기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박형준 시인에게 「춤」은 스무 살의 춤처럼 다스려지지 않은 격정이 드러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가 합니다. 왜냐하면 박형준 시인은 예나 지금이나 ‘해거름의 장터에서 이리저리 그를 잡아끄는 친구들의 손길’(황현산)을 맞잡는 손길로 세상을 보고 있으니 말입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그런 손길로 세상을 쓰다듬고 있으니 손길을 안내하는 프리즘은 빛입니다. 역시 환하고 밝은 빛이 아니라 그림자를 안고 있는 고즈넉한 빛입니다. 전존재를 걸고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춤 한번 추지 못한 ‘가장 고달프고 상처 많은 사람들에게’서 굴절되어 되비추는 빛입니다. 이를테면 ‘사방이 빌딩으로 막힌 작은 공원, / 한껏 벌어진 그의 입 속으로 겨울빛이 동면을 서두’(「흔적」)른다며 노숙자의 빛을 노래합니다. 그런가 하면 ‘보퉁이를 손에 꼭 그러쥐고 / 서울역 광장 역처마에 서’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할 것 같은 노인에게서 ‘멸족한 새의 환영’을 연상하거니와 ‘유리창에 가라앉은 수면에 끊임없이 / 끼룩대는 불빛들’(「황새」)을 봅니다. 이와 같이 시인은 시각보다 먼저 촉각으로 다가오는 따듯한 빛, 빛으로 존재가 바뀌려고 하는 순간의 빛, 빛이었으면 하는 바람의 빛, ‘물 위에 / 가볍게 뜬 / 소금쟁이가 / 만드는 / 파문 같은’(「빛의 소묘」) 빛을 노래합니다. 휘황찬란한 것이 아니라 내면을 성찰하게 하고, 현실의 우리가 자주 잊지만 실상 봄을 오게 하는 빛! 동면 사슴벌레 한 마리 눈밭을 기어간다 바람에 날리는 눈발이 멀리서 무지개로 부서져 내린다 햇살 너무 환해 눈밭을 헤치고 나온 사슴벌레 한마리 두 뿔로 공중에 뻗은 나뭇가지 끝 무지개 치받는다 허연 河床 같은 낮달이 흘러가고 까맣게 빛나는 두 뿔에 봄은 오지 않아도 봄은 온다. |
| 어렵지 않아 시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좋을 듯하다. 어려운 단어보다는 일상 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단어들을 사용함으로써 일반 독자를 위해 배려한 듯한 느낌도 든다. 시집의 제목인 ''춤''이란 시는 시집 전체와 비교했을 때 다소 동떨어진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이 시는 어린 새가 날기까지의 과정을 생동감있게 표현했다. 이 자체로만 보자면 탄탄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자체로 끝나 다른 시들이 이야기하는 삶에 대한 것을 반영하지 못했다. 그래서 시집 전체로 봐서는 시집의 통일성을 깨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시집의 제목을 잘못 택한 것이 아쉽다. |
|
시와 장난
(최종규 . 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