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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커버 이미지가 눈길을 끌었고, '미리보기'로 목차와 프롤로그를 훑어보니 - 저자가 어떤 시각으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짐작이 되었는데, 저자와 나의 시각은 얼마나 교차하고 얼마나 차이가 날지 궁금해서 책을 주문하여 앉은자리에서 주욱 읽었다. 마침 창밖에 비가오고 모처럼 선선한 날씨에, 이 책 또한 무더위 속의 한줄기 소나기처럼 시원하였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거대담론을 입밖에 내지 않는다. 그는 우리 삶이 스며들어있어서 오히려 잘 보이지 않는 미세한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페미니즘 - 여자인 나도 페미니즘에 자신이 없다. 내가 페미니스트인가 아닌가 나도 잘 모르겠는 가운데 아마도 나도 페미니스트일거라고 짐작하는데 - '페미니스트'라는 어휘가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악용되는지, 사람들은 자신이 이 어휘를 얼마나 악용하고 있는지도 모르는채 이 어휘를 무기처럼 휘두르고 있는지 그가 얘기해준다. 내가 상상했던것 보다 더 심각했던 거구나. 남들이 당연히 누리는 것에 대하여 왜 어떤 사람들은 굽신굽신 감사해야 하는건지 - 장애인이나 장애인과 별반 다를바가 없는 소수자들이 사회에서 겪는 세밀한 이야기를 그가 전할때 나역시 나도 모르게 그렇게 '무조건 감사'하고 '무조건 착해야' 했던 일들을 기억해내고 내가 처했던 비폭력적 폭력에 눈을 뜬다. (비폭력적 폭력이란 이 리뷰를 쓰면서 그냥 내가 만들어낸 말이다: 남들이 보기에 전혀 폭력이 아니지만 사실은 너무나 만연한, 공기같은, 거부할수 없는 분위기적 폭력을 말한다. 우리 엄마가 남편과 아들들에게는 새로지은 밥을 주고, 자신과 나를 포함한 딸들에게는 찬밥 찐것을 담아 주었던것 - 이 역시 비폭력적 폭력이었다고 나는 깨닫는다.) 내가 왜 장애인, 성소수자, 사회적 약자,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하여 더 많은 관심을 기울어야 하고 그들을 응원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Reach Everyone, Teach Everyone: Universal Design for Learning in Higher Education" 이라는 교육서를 최근에 읽었는데 "The end result has been to make the physical world more accessible for everyone - ot just for people with disabilities. (...장애인 인권 운동의 최종 목표는 '장애인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접근 가능한 물리적 세상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것이 이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였다. 오찬호 박사 역시 그의 '납작한 말들'에서 '차별'과 '편견'의 언어와 문화속에 깃든 음습함을 안타까워하면서 우리가 소수자나 여성이나 장애인이나 그밖의 힘을 덜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편안한 사회가 만들어져야 모두가 편할수 있음을 역설한다. '모두'에게 더 좋은 사회 말이다. 지인중에 대기업 이사까지 지낸 분이 있다. 스스로도 한국에서 세손가락 안에 드는 학교 출신이고 자식들도 역시 그렇게 '성공적으로' 키워냈다. 그는 대기업 경영진에 속한 사람 답게 '노동법'이나 '노조'를 빨갱이 취급했다. 그런데 그의 자녀가 장성하여 역시 대기업에 취직하여 사원이 되었을때 그는 흐뭇한 미소로 말했다. "요새는 그 노동법이 있어서 우리 딸도 안전하고, 보장 받을거 다 받고...아주 좋아요." 그가 '빨갱이' 취급하던 노조 덕분에 그의 금지옥엽 자녀들이 안심하고, 여러가지 안전 보장 혜택을 누리며 회사생활을 한다고 그는 흐뭇해했다. 그럼에도 그의 '노조는 빨갱이'라는 의식은 이미 고착되어 요지부동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오찬호 박사와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멀거니 보는둥 마는둥 하면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다. '돈 안되는 사회학자'의 길을 가면서, 게다가 '사회의 불만세력'으로 때로 비난을 감수해나가면서, 글쓰고 강연하며 사는 그의 '시민으로서의 삶'이 얼마나 안정적일지, '벤치 친구'의 내 입장에서 조금 염려스럽기도 하다. 나 역시 얼마나 자주 내 아들들에게 "야, 돈 안되는 공부 때려치고, 먹고 살 궁리를 좀 해라"고 다그쳤던가. 인생상담을 하러 온 학생들에게 "돈 되는 전공을 찾아 보던가"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던가. 지금 조금 반성이 된다. 그런데 먹고 사는 문제 (생존의 문제)도 무시할수가 없어서 '먹고 사는 문제'와 '사람으로서 배워야 할 것들'의 어디쯤에서 갈팡질팡 한다. 그렇지만, 어쨌거나, 그러니까 이런 사회학 책도 좀 자주 찾아서 읽고, 자꾸만 자기를 각성시켜야 한다. '보통 사람은 생산직이냐?"라고 순진하게 물었던 중학생 앞에서 - 원효대사 해골물처럼 스스로 크게 자각했다는 오찬호 작가는 오늘도 빗물을 쓸며 문제상황들을 우리 대신 앞서서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오찬호 선생님. 언젠가 한번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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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무심코 한 말들이 납작한 말들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설명하기 어려웠던 불편한 지점에 대해서 공감하였고... 여러 에피소드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여, 한장 한장이 잘 읽히면서도 책장이 무겁게 넘겨지는 것 같았습니다. 좋은 책을 읽게 해주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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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한 말들 - 오찬호 나는 괜찮게 살고 있었는데, 옆에서 말 한마디를 던지면 갑자기 내 삶이, 내 시간이 납작해진다. 나도 후배였다가 선배가 되고 자녀였다가 부모가 된다. 타국으로 가면 외국인 노동자가 나도 된다.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기엔 우주가 너무 넓고 우리는 너무 작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