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제자매가 많아서 그런지 나는 부모님에 대한 끈끈한 정이나 사랑이 많지 않다. 그래서 가끔 부모님께 너무나도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신기하다. 이런 내가 한때는 너무 이기적인 걸까를 고민했던 적도 있지만, 부모와 자식의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기브엔테이크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흔히 부모가 자식에게 향하는 사랑은 일방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부모의 사랑을 받은 사람에게나 해당 되는 이야기다. 나처럼 일찍 부모의 사랑에서 독립한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관심을 가지며 사랑을 운운하면 생경한 기분이 들 것 같다. 그냥 여태 하던 대로 하세요. 이렇게 말할 것 같은 느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보이지 않는 끈끈이로 얽혀있는 사람들. 누군가는 그게 보기 좋다고 말하지만, 나는 싫다. 냉정하다고 해도 상관없다. 관계 설정은 모두 각자의 몫일 테니까.
주인공 솔미는 어린 시절 평범한 아이였다. 하지만 아버지가 사라진 후 가족의 균형은 무너졌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사라지자 무기력과 충동적인 수집 증세에 시달리고 일상이 무너진다. 남편의 흔적 혹은 공백을 물건으로 메우려는 어머니는 물건을 사들이고, 쓰레기를 집으로 들인다. 언젠가는 모두 사용할 거라면서. 점점 집은 쓰레기 집으로 변하고 사람들의 시선이 솔미는 힘들고 버겁다. 어린 나이에 가정의 중심을 붙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아빠와 살던 안양에서 엄마의 고향 고흥으로 내려간 솔미. 그곳에서 엄마는 쓰레기를 수집하고 솔미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집이 들킬까 걱정된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그것에서 수오, 수국이를 만나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엄마와 수오, 수국과의 사이에도 변화가 생긴다. 이후 성인이 된 솔미. 솔미는 여전히 엄마를 자신의 바운더리 내에 가두려 하고 우연히 수오를 다시 만나게 되는데..
먼 여행을 떠나기 전에 우리는 먼저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해. 그래야 여행이 끝났을 때, 허무하지 않거든. 우리는 살다 보면 너무 쉽게 자신이 가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착각하곤 해. 추억, 친구, 여유, 반짝반짝 빛났던 학창 시절.. 가진 걸 다 잃었거나 혹은 가져본 적도 없다고 말이야. 마치 세상에 나왔을 때부터 지금의 모양이었던 것처럼 굴어. 해가 갈수록 까먹는 거야. (305~306)
가족이라고 해서 내 안의 말을 모두 쏟아내지 않는다. 혹 그 말이 상처가 될 수도 있으니까. 나는 가족이라도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혹,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그걸 알아차리길 기다리지 말고 말해주면 좋겠다고 한다. 물론 나 역시도 내 안의 모든 생각을 다 이야기할 수 없지만. 엄마가 위태로운 딸과 딸에게 짐이 되기 싫은 엄마. 치료의 과정은 길고 지루했으며, 지치기도 했다. 그래도 엄마는 딸에게 독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딸 또한, 엄마의 독립을 응원하게 된다.
나에게 딸은 없지만 난 아이들이 빨리 독립하기를 바란다. 지금 현실에서는 부담스럽겠지만. 그 독립이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인 거라면 더 좋겠고. 나는 개인주의적인 사람이라 혼자서 뭔가를 해도 좋고,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아한다. 가끔 사람들을 만나면 무조건 ‘같이’를 외칠 때면 피곤하고 만나기 싫어진다. 같이 할 수 있는 건 같이 하지만, 상대가 싫다면 인정하는 것도 맞지 않을까?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세상 모든 관계는 이렇게 어렵구나. 부모 자식간의 관계도 이렇게 힘든데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는 건 진짜 어려운 거구나. 나이 들수록 주변에 사람이 없다. 내가 가지를 치는 경우도 있고, 상대가 나를 가지 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게 서운하지 않을 나이가 되었다는 건 나도 관계에 지쳤기 때문일까? 솔미와 엄마의 독립. 어른이 되어 간다는 건 이런 건가 보다. 서로의 감정, 심리에서 독립하는 것. 그래야 나중에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짧아지는 거겠지. 연소민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보고 싶다. 소설은 잔잔하면서 생각하게 하고 여운을 남긴다. 연소민 작가의 다음 책이 기다려 진다. 출처 : https://blog.naver.com/heygirl0903/224068079848 |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족이란, 이전에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들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나를 깨닫게 해주는 관계인 것 같아요. "엄마, 나한테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러면 이제는 정말 내 말 들어, 내 말만 들어. 알겠어? 이제부터 난 엄마의 엄마가 될 거야. 내가 엄마를 다시 키워내고 말 거야." (128p) 《가을 방학》은 연소민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이 소설은 딸 솔미가 엄마를 돌보게 되면서 겪게 되는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어요. 아기가 태어나 부모가 되는 것이나 자녀가 성장하여 부모를 돌보는 것이나 예전에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건 역할의 무게를 잘 몰랐기 때문이에요. 본인이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남들은 다 그렇게 산다더라'라는 식으로 가볍게 말할 수 있는 건 남의 일이니까 가능한 것이더라고요. 솔미는 남들보다 일찍 부모 자식 간의 역할이 바뀐 거라고, 이른바 육모, 육아하듯이 엄마를 돌보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어요. 엄마는 자신이 아픈 줄도 모르고 살다가 한계에 다다른 거예요. 제때 깊이 슬퍼하고 넘어졌어야 했는데 괜찮은 척 굴다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지경이 됐다는 게 너무 안타깝고 속상했어요. 사실 우여곡절 많은 엄마의 삶 못지 않게 솔미도 힘든 시기를 보냈으면서, 엄마를 지켜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조금 슬펐어요. 엄마와 딸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해서 종종 서로의 말을 오역했고, 엄마를 지키고 살리기 위해서만 살아온 딸의 선택이 모두 옳았던 건 아니지만 그 마음은 알 것 같아요. 어찌됐든 엄마와 딸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과거의 아픈 상처들을 마주했으니 그 부분은 많이 닮은 것 같아요. 함께 보낸 적도 없는 가을 방학을 그리워하는 마음처럼 우리에겐 결핍과 상실이 만들어낸 기억들이 위로가 되기도 한다는 걸, 중요한 건 서로 이어져 있다고 믿는 마음이 아닐까 싶어요. "먼 여행을 떠나기 전에 우리는 먼저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해. 그래야 여행이 끝났을 때 허무하지 않거든. 우리는 살다 보면 너무 쉽게 자신이 가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착각하곤 해. 추억, 친구, 여유, 반짝반짝 빛났던 학창 시절······ 가진 걸 다 잃었거나 혹은 가져본 적도 없다고 말이야. 마치 세상에 나왔을 때부터 지금의 모양이었던 것처럼 굴어. 해가 갈수록 까먹는 거야, 작년의 나, 십 년 전의 나, 이십 년 전의 나를, 그럴 때 뭘 해야 하는 지 아니? 그럴 땐 말이지, 고향에 가는 거야." (305-306p) |
|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모처럼 나의 엄마를 소환하는 아련 시간들로 이어진 단단한 고백의 여운 깊은 책을 만났다. 감추고 싶은 게 많았을 십 대의 불안정한 시기에 깨어진 가정 안에서 서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행방이 묘연해진 아빠의 부재가 모녀의 삶에 드리워지는 그늘과 희망. 화목한 가정의 모습은 자취를 감춘채 엄마와 단 둘의 생활을 그렇게 시작된다. 우울증과 저장강박증을 가지게 된 엄마를 보살피며 엄마의 필요를 채우려 노력했던 솔미. 쉼이 필요했던 솔미의 마음. 지독한 여름을 지나 가을 문턱에서 엄마를 키워냈던 어린 딸의 고단함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엄마의 투병 시간 이후 고향 고흥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 둘은 그곳에서 특별한 시간을 가지게 된다. 엄마의 과거가 존재하던 그곳. 엄마이기 전에 온전히 그 이름으로 살아가던 삶을 말이다. 딸이 엄마를 이해할 수 있었던 그 시간을 통해 모녀는 아빠의 부재에 익숙해짐은 물론이고 서로를 지지하는 동행자로서의 형태를 갖추어 나간다.
종아리 뒤가 뻐근하게 당길 때까지 동네를 배회하다가 거리에 사람들이 거의 없을 때야 귀가했다. 내가 그 집에 들어가는 걸 아무도 보지 않았으면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내가 사는 곳은 집이 아니라 엄마의 가슴속 같았다. 그 집은 쇠락해 무너져 내린 엄마 그 자체였다. 집은 사는 사람을 그대로 투영해 보여주므로. 나는 그 집 벽에 묻은 수많은 거무튀튀한 얼룩 중 하나였다. 그 얼룩은 아무리 걸레로 닦아도 사라지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면적을 키워나가다가 결국 집과 하나가 되었다. 나는 오직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엄마의 집에 함꼐 갇힌 것이다. 엄마가 나를 당신의 몸처럼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에 머리카락을 묶듯 모녀 사이를 단단하게 묶어버린 것 같았다. 시골의 밤은 정말 어두었다. 세상의 모든 어둠이 이곳에 있고, 빛은 전부 바다 깊은 곳에 가라앉은 것 같았다. p62-63 엄마의 상한 마음을 치료하는 것이 나의 목표가 되었다. 엄마에게 마음을 써주는 사람, 엄마를 가여워하며 쓰레기 집에서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나는 엄마와 나를 분리해 생각하지 못하게 되었다. 엄마의 고통이 곧 나의 고통이었고 엄마와 나를 거의 동일 인물 수준으로 느끼게 되었다. p121 나의 나이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그녀들은 서로의 삶을 겹쳐왔다. 엄마만의 친구가 있고 엄만의 갈등이 있고 엄마만의 삶이 있었다. 자신이 그러하듯 타인의 삶도 입체적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고 자부하면서도 왜 우리는 사람을 매 순간 평면적으로 대화하고 말까. 그런 오만과 오해는 어디서 오는 걸까. p268 느닷없이 엄마의 가출 혹은 잠적이 각자의 정체성을 찾아가는데 갑작스러운 일이라 당황스러웠지만 지나고보면 꼭 필요한 시간이었음을 알게되어 더 특별했다. 솔미 모녀의 관계를 보면서 서로의 독립을 응원해 주는 삶이 더 성숙하고 멋진 삶이라 생각된다. 각자의 삶을 응원하고 독립적으로 설 수 있는 서로의 모습이 부러웠다. 모녀의 독립을 누구보다 응원하면서도 여전히 품 속에 끼고 사는 연약한 내 모습을 비춰보면서 지향해야 할 방향성에 번뜩 정신을 차려본다. 지독한 여름을 지나 가을 문턱에서 엄마를 키워냈던 어린 딸의 고단함. 그럼에도 상처의 회복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가족의 존재와 의미가 스스로를 무겁게 짓눌리고 있지만은 않아 다행이었다. 가을 방학이라는 재충전과 자유를 느끼고 싶었을 그 시간이 딸의 인생에서 사계절 방학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자신이 가둔 범주를 넘어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었던 삶을 지향하고 응원하며 솔미는 온전히 솔미의 삶으로 엄마는 온전히 엄마의 삶으로 살아갈 수 있길. |
|
* 북유럽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가을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계절이면서 동시에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게 하는 마법 같은 힘이 있습니다. 열림원에서 출간된 책, 《가을 방학》을 읽는 동안 저는 제 마음속에 있는 가을을 다시 만났습니다. 이 책은 가을날의 잔잔한 풍경처럼,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갔던 소중한 순간들을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저는 이미 주인공의 어린 시절 가을 방학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한풀 꺾이고, 붉게 물든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따스한 햇살, 그리고 늦은 오후의 나른함까지. 마치 제가 그 시절 그곳에 함께 있었던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작가의 섬세한 문체는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냈고, 그 속에서 저는 잊고 지냈던 저의 어린 시절 추억들을 하나둘씩 꺼내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특별한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깊은 울림을 줍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소박한 일상과 감정들이 담겨 있어, 읽는 내내 "맞아, 나도 그랬었지" 하며 공감하게 됩니다. 옥상에서 본 하늘의 무수한 별들, 늦은 밤 엄마와 나누었던 따뜻한 대화, 그리고 아직은 서툴렀던 첫사랑의 설렘까지. 책 속 이야기는 저에게 잊고 지냈던 소중한 기억들을 되찾아주었고, 그 기억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었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책이 아닙니다. 추억이라는 따뜻한 위로를 통해 현재를 살아갈 힘을 건네줍니다. 지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편지를 써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가을이 되면 꼭 다시 꺼내 읽고 싶은 책, 그리고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분이 따스하고 포근한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나길 바랍니다. |
|
안녕하세요. 오늘은 여러분과 함께 열림원의 신간 <가을 방학>에 대해서 나눠 보려고 해요. 이 책은 주인공의 이름을 보니까 솔미더라고요. 솔미는 부모님의 울타리 안에서 성장해서 성인으로부터 성장한 후 이제 어머니를 돌봐드리는 새로운 정세성을 갖게 되었어요. 솔미는 이 과정 속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다시 키워냈다고 표현하는 모습 속에서 무너진 가정을 스스로 지키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어요. 이런 의지가 바로 치유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 저자는 독자들에게 역할의 전환을 통해서 새로운 희망에 대해서 갖게 하는 게 아니예요. 오히려 솔미는 어머니를 돌보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어머니의 인생과 함께 웅어리진 마음 속에 담겨 있는 상처들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이 후 솔미는 어머님의 상처를 치유하는 답을 찾아가요. 저자는 오늘 상처로 얼룩져 자신의 정체성과 기억에 상실한 인물들을 통해서 서로 돌아보고 이해하며 회복해 나가는 모습을 담아 놓았어요.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서평을 작성했습니다.] #가을방학 #연소민 #열림원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신간 |
|
올해는 추석 연휴가 거의 10일 가까이 된다. 국경일인 개천절과 한글날 사이에 추석이 끼어 있어서그렇다. 거기다가 학교는 10월 10일을 재량휴업일로 하면 그야말로 가을 방학이 된다. 아이들은 휴일이 길면 엄청 좋아한다. 하지만 어른들도 그럴까? 그렇지 않은 어른이 꽤 많을 것이다. 베이비 붐 세대에 태어나서 중년을 넘기고 있는 주부들 대부분은 싫어할 것 같다. 이 연령대는 낀 세대다. 위로는 연로한 부모님을 모셔야하고, 아래로는 막 새출발하려는 자녀들을 도와 주어야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보니 가을 방학을 누릴 수 있는 중·장년 여성은 드물다. 연휴에 자식들이 온다고, 아니면 부모님 봬러 간다고 가사노동이 늘 수밖에 없다. 딱 내가 그렇다. 우리 가족만의 휴가를 갔던 게 손에 꼽을 정도다. 항상 어른을 모시고, 아니면 부모님 댁으로 휴가를 가다보니 편히 휴가를 즐기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이 소설 [가을 방학]의 제목을 보는 순간, 책을 펼치기도 전에 '나는 어땠지?'하고 나의 일상을 먼저 생각해보았다. 나의 일상에서, 아니 일생에서 가을 방학이 있었나? 책을 읽어나가면서 이 소설은 저장 강박증이 있는 엄마를 둔 솔미라는 청소년의 이야기라는 걸 알았다. 솔미 엄마는 믿었던 남편의 배신과 이혼으로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는다. 그런 원인으로 물건에 대한 저장 강박증이 생긴다. 딸 솔미는 잦은 이사로 어떤 곳에도 마음을 붙이지 못하다가 중,고등 시절을 엄마의 고향 고흥에서 보내게 된다. 그곳에서 진정한 친구를 갖게 되지만 그 시절도 오래가지 못한다. 절친 수오가 떠나고, 솔미네가 쓰레기 집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솔미는 대학을 서울로 가게 되면서 엄마의 엄마가 되어 엄마를 저장 강박증에서 빼내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나는 育母를 시작했다. 육모는 육아처럼 아예 모르던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한때 그 사람이 잘하고 또 즐겼던 것을 다시 일깨워주는 일이었다."-p134 나는 솔미를 엄청 응원했다. '제발 솔미 엄마가 저장 강박증을 이겨내기를!' "큰 상처는 성장을 멈추고 그 시절에 사람을 가둬버리니까"-p141 솔미 엄마가 저장강박에서 탈출하기까지 두 모녀의 노력이 처절하다. 그녀들이 제발 성공하기를 나도 같이 마음 졸다이며 응원했다.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는데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도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걸 이 소설이 잘 보여주었다. 이소설 덕분에 나도 편견을 버리고 저장강박으로 집을 쓰레기장으로 만들어 놓은 사람들을 조금은 이해해 줄 수있을 것 같다. [가을방학]은 솔직히 기대하지 않고 가볍게 읽으려고 했던 소설이었다. 그런데 엄청 재미있고, 생각할 거리도 많았다. 나는 누구에게 무심한 말로 상처를 준 적이 없는지 되돌아 보기도 했다. [가을 방학]을 쓴 연소민 작가가 20대라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이정도 필력이면 앞으로 엄청나겠는데! 그녀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
|
모든 가족이 완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상처가 생기면 그것을 봉합하고 치유하거나, 더 벌어져서 심각한 병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사라진 아버지를 뒤로 하고 남은 모녀가 남은 인생을 살기 위해 서로의 노력을 통해 상처를 극복하는 모습이 바람직하면서도 안쓰러울 것이다.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은 쉽지만은 않다. 오히려 엄마가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기도 한다. 그럴 때 딸이 중심을 잡고 엄마를 이끌기도 한다. 엄마와 딸이지만 어려울 때는 서로가 의지하는 동지가 된다. 과정은 복잡하고 어수선하더라도 밝은 곳으로 함께 나가는 모습을 응원하게 될 것 같다.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 같다. 부모와 자녀라는 기존의 가족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기 때문이다. 어느 한 쪽 이상이 없어도 편견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시대의 변화인 것 같다. 서로 상처를 주기보다는 보완하는 생활이 서로를 위해서도 좋다고 생각한다. 인종이 다른 이웃도 서로 배척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으로 도와주는 것이 서로가 공존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임을 본 적이 있다. 하물며 가족이라면 더욱 그렇게 될 것이다. 지금도 여러 곳에서는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괴롭히고 내쫓는 경우가 많다. 잘못된 점은 바로 잡고 누군가의 불행이 자신에게도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모두에게 한번 쯤은 가을방학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을방학 #연소민 #열림원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
|
아빠가 집을 떠나버린 그날 이후, 엄마와 솔미의 삶은 송두리째 달라졌다. 남겨진 모녀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야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균형은 무너져갔다. 처음에는 솔미를 위해 씩씩하게 생활을 이어가던 엄마는 점점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저장 강박증에 사로잡히게 된다. 집은 물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어지고 음식물 냄새까지 겹쳐 결국 이웃의 신고까지 받는 상황이 벌어진다. 엄마는 결국 자신의 고향인 고흥으로 내려가지만, 그곳에서도 달라지지 않은 생활은 반복될 뿐이었다. 고흥에서 솔미는 잦은 이사로 인해 친구를 사귀기 어려웠다. 옷에서 냄새가 날까 늘 불안했고, 섬유유연제를 과하게 쓰며 자신을 감추려 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수국과 수오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따뜻한 우정을 경험하게 된다. 수국 부모님의 빵집, 수오 아버지의 목공방에서 보내는 시간은 솔미에게 소중한 안식처였다. 특히 목공을 배우며 느낀 나무 향과 손끝의 감각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하지만 엄마는 또다시 산더미 같은 짐을 두고 서울로 도망치듯 떠나고, 솔미의 불안은 깊어만 간다. 서울에서 엄마의 상태는 더 나빠졌다. 그런 엄마를 지키겠다는 결심으로 솔미는 대학 전공을 심리학과로 선택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엄마 치료비와 생활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던 솔미는 결국 학업을 포기하고 목공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그럼에도 그녀의 헌신 속에서 엄마는 조금씩 변화를 보였다. 영어 공부를 하고, 운전면허를 따며 중고차까지 마련하는 등 삶의 희망을 되찾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엄마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메시지만 남긴 채 사라졌다. 연락도 받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며 솔미는 무기력 속에 빠져든다. 그러던 어느 날, 캐나다로 떠났던 수오와 우연히 재회하게 된다. 수오와 함께 고흥으로 향한 솔미는 밤바다와 밤하늘, 엄마의 친척과 외할머니 집, 그리고 옛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잊고 지냈던 자신을 돌아본다. 그 과정에서 솔미는 깨닫게 된다. 엄마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자신은 늘 단단해지려 했지만, 그 매몰찬 태도가 오히려 엄마를 더 힘들게 했을 수도 있음을. 사랑은 지켜내는 것만이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함께 걸어가는 것임을 뒤늦게 알게 된다. 《가을 방학》은 그런 깨달음을 담담하고도 섬세하게 그려낸 이야기다. 연소민 작가는 엄마와 딸의 관계를 통해 ‘가족’이라는 이름이 품고 있는 무게를 보여준다. 때로는 돌봄이 억압이 되고, 때로는 거리가 사랑이 될 수 있다는 역설을 독자는 이 책 속에서 마주한다. 성장과 치유, 그리고 용서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가을 방학》은 단순히 모녀의 아픈 이야기로만 머물지 않는다. 삶의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는 힘,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며 조금씩 다가가는 인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내가 힘들다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매몰차지 않았는가, 혹은 누군가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그만큼 여운이 길게 남는 소설이다. |
|
엄마는 성장 중인 사람에 불과하다. 내가 어릴 적 생각했던 엄마라는 존재는 고개를 들고 올려다봐야 하는 세상을 떠받치고 있는 아틀라스같이 거대했다. 그녀의 모든 행동이 대단하고 위대해 보였다. 엄마는 자식을 위해 앞에 펼쳐진 불손한 것들을 맨손으로 쳐내고, 좋고 예쁜 것들만 주기 위해 제 살을 깎아가며 일을 하거나 창피를 온몸에 뒤집어쓰기도 한다. 하지만 엄마도 나처럼 그저 성장 중인 사람일 뿐이었다. 소설 '가을 방학'에 등장하는 엄마도 그저 다 자라지 못한 미성숙한 사람이었다. 엄마는 남편의 증발로 무너지며 하나뿐인 딸과 쓰레기 집에서 생활하게 된다. 딸은 냉장고 속 썩은 음식들 중 그나마 괜찮은 것을 골라 먹고 발 디딜 틈 없는 집에서 겨우 제 몸 하나를 뉘며 밤새 몸을 기어다니는 벌레들과 씨름했다. 엄마는 마음을 다친 환자였지만 그 상처를 치유해 줄 성숙한 보호자는 아무도 없었다. 어린 딸이 자라는 동안 그녀는 마음의 공백을 병원 치료가 아닌 주워온 쓰레기들로 채우며 버텼다. 그 둘의 시간은 얼마나 더디고 힘들게 흘러갔을까. 성인이 된 딸은 이제 엄마의 보호자가 되어 그녀를 정성껏 돌본다. 엄마가 아이를 돌보 듯 딸은 엄마를 양육한다. 비로소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자란 엄마는 딸과 분리되어 독립을 선택하고 떠난다. 보통의 가족은 자식이 독립을 하면 부모가 서운함을 느끼지만 소설 속 딸은 독립한 엄마를 떠올리며 허전함을 느낀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불편한 사람들. 세 다리를 가진 스툴이 아닌 두 다리로 지탱해야 하는 불안정한 스툴처럼 위태로운 모습의 가족. 하지만 엄마와 딸을 연결해 주던 머리카락이 끊어지듯 서로의 인생을 찾아가는 열린 결말은 나에게 해방감을 안겨주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나오는 모녀 관계를 통념으로 쉽게 이해하기 어렵지만 엄마와 딸이 아닌 '성장하는 두 여성'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소설 '가을 방학'을 읽으며 모녀 둘 다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엄마는 딸에게 딸은 엄마에게 이 소설을 권해주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성장으로서의 인생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나도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아이를 보며 언젠가 너도 독립을 하고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겠지라고 생각한다. 먼 여행을 떠나기 전에 우리는 먼저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여행이 끝났을 때 허무하지 않다는 말처럼. 그 이후 나는 어떻게 성장해야 할지, 그 끝에 맞이할 내 모습은 어떨지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는 모두 그저 성장하는 존재이다. [ 엄마는 원래 가정주부였지만 아빠가 사라진 후 식당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가장이 됐다. 그녀는 번 돈의 절반 이상을 집을 어지르는 데 썼다. 더는 깔 공간이 없는데도 러그를 주문했으며 때로는 비싼 돈을 주고 전자 피아노같이 몸집이 큰 물건을 들였다. ... 엄마는 뿌리 반쪽을 잃은 나무처럼 휘청거렸고 잎과 줄기가 빠르게 썩어갔다. ] [ 목공을 배우는 동안 뒤에서 어른이 지켜봐 준다는 것의 든든함과 안정감을 오랜만에 느꼈다.] [ 엄마가 놀라며 우는 나에게 다가왔다. 덫에 걸린 동물처럼 손과 발을 허공에 마구 뻗대는 나를 저지하면서 엄마는 흐느끼며 사과의 말을 했다.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쌍한 여자라고 생각했다고. 나한테는 네가 있는데. 내가 나빴다고. 엄마의 눈물은 아빠가 사라진 후 처음 봤다. 엄마와 나는 아빠에 관해서라면 절대 울지 않았다.] [ "절대로 구름을 좁은 곳에 가두지 말 것." ... 나는 엄마의 빨간색 글씨를 속으로 반복해 읽었다. 어쩌면 엄마는 이 구름처럼 딸이 가둬둔 방에서 그만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자의든 타의든 때가 되면 자식이 부모를 떠나는 순간이 찾아온다. 엄마에게도 그 시기가 왔던 걸까. 엄마를 병원에 데려가 치료하고 보통의 일상을 되찾을 때까지 옆에서 돌봤고,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운전을 가르쳐 줬다. 엄마를 재양육하는 과정의 마지막은... 독립이었다.] 연소민 작가의 예전 인터뷰 중 '경험하지 않은 것은 소설로 쓰지 않기로 했다'는 한 프랑스 작가의 말을 실천하려고 한다는 말이 기억난다. 고흥, 바닷가에 가면 설레는 마음으로 엄마를 기다리며 안부를 건네는 딸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이 서평은 '미자모'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주인공 솔이는 초등학생이었을 때 늘 자신과 같이 놀아 주었던 아빠가 하루아침에 말도 없이 집을 나가버린다. 며칠을 기다려도 아무 연락이 없어 결국 엄마는 가출 신고까지 하게 되었고 그 후 다시는 아빠를 찾지 말라는 말을 경찰로부터 전해 듣게 된다. 이혼도 하지 못하고 아빠를 기다리는 엄마는 정신적 충격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다. 부부 사이에 어떤 말 못 할 사연이 있었더라도 자식에게만큼은 그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해 달라는 말이라도 했었야 하는데 아빠라는 사람은 그냥 떠나버렸다. 모녀만 남겨두고 연기처럼 그 집에서 사라졌다. 남은 사람은 하루하루가 고통이었을 것이다. 특히 엄마가. 남편을 잃은 상실감은 필요하지 않는 물건을 사서 집에 저장하는 것으로 그것도 모질라 쓰레기까지 집에 쌓아 놓아 것으로, 집이라는 공간이 더 이상 사람이 살 공간이 아닌 솔미에게는 벗어나고 싶고 탈출하고 싶은 그럼 공간으로 변했다. 하지만 딸 솔미는 하나밖에 없는 가족 엄마를 지키기 위해 엄마의 엄마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솔미의 계획하에 엄마는 조금씩 변해가는데... 그리고 솔미 앞에 중학교 동창 수오가 나타나면서 잔잔하지만 그들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도 심쿵 해진다. 내가 읽는 소설의 9할은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 소설이다. 더 긴장감이 넘치고 더 짜릿한 반전이 있고 더 자극적인 범죄와 살인이 넘쳐나는 그런 소설을 좋아하고 즐겨 찾아서 읽으면서 이 무더위를 이겨내고 있다. 한 마디로 도파민 쩌는 소설위주로 읽었다. 그런 나에게 <가을 방학>은 내 깊은 내면의 감정들이 살아나면서 잔잔하지만 울림이 있는 힘이 있는 소설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모녀'라는 의미는 나의 엄마와 나와의 관계에서 이제는 나와 딸과의 관계로 이어지면서 더 깊게 이해되고 공감하게 되는 단어가 되었다. 소설 읽으면서 내내 나와 우리 엄마를 그리고 나와 내 딸들의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간으로 여겨지면서 다시 읽어 보고 싶은 소설이 되었다. 자극적인 내용은 없었지만 내 마음을 자극하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스토리 전개에 용기를 얻게 되는 소설이었다. "그날 이후로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엄마의 상한 마음을 치료하는 것이 나의 목표가 되었다. 엄마에게 마음을 써주는 사람, 엄마를 가여워하며 쓰레기 집에서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p121 "나는 살면서 수많은 용기를 냈다. 처음 스스로 번 돈으로 청소 업체를 불렀을 때도, 엄마의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했을 때도..... p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