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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떠나질 않는다. 길고도 지루했던 20대의 그리고 30대의 시를 향한 그리움. 20대의 차 안에서, 교정에서 함께했던 그들이 30대 중반 나의 잠자리에 끼어 들어와 좀처럼 떠나려 하지 않는다.
그저 그런 교과서 시에 길들여진, 혹은 팔아 돈이나 벌 요량으로 만들어지는 말장난들에 익숙한,보다 감각적인 터치에 매료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사람들 사이에 아련함과 그리움이 그윽함과 쓸쓸함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사람들은 벌러덩 누워 보는 드라마에 익숙해 지고 시끄러운 남의 사생활에 말이 많아지고 자신을 돌아보는 일에서 멀어진다.
시는 세상과 나를 깊이 있는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아름다운 도구이다. 이 책에는 그런 시를 쓰고 싶어하고 그런 시를 열심히 쓰고 읽는 사람들이 사랑한 시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가 공부했던 주제찾기,비유찾기,기호해석하기 등 시를 놓고 난도질 했던 그 짓들이 얼마나 시에게 모욕적이었을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시가 좋은 시를 쓰려는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사랑고백을 받았는지 알고 나면 누구든 나처럼 이 책을 다 읽은 뒤에도 밤마다 시 한 편씩을 되읽고 되베끼며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린'-김수영의 거미-자신을 달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엮은 네 사람들이 안타깝게 여긴 '대중들이 좋아하는 시의 수준에 대한 현실'이 그들이 소원하는 만큼만 깨진다면 세상은 좀 더 살만해지리라. [인상깊은구절] <방파제 끝="">을 읽으면서 나도 언젠가 이런 풍경들을 만들어내는 방파제 끝에 가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시인이 친절하게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틈에 걸음을 우뚝 멈추어야 하는 곳.질척한 골목과 생선 비린내 나는 어둑한 어물전을 통과해야만 가까스로 다다를 수 있는 곳.세상사의 자질구레한 욕심을 덜어내야만 이러한 개안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인가.아 이런, 무상의 아름다움이라니...방파제> |
| 이 책을 구입하게 된건 내가 너무 좋아하는 시인 정호승님의 글이 실려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처음 샀을때는 정호승님의 글이 실린 부분만 보고 놓아두었다가, 시가 그리울때 천천히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정말 시는 사람을 온화하게 하고, 사람을 들뜨게 만든다. 나는 이책에서 많은 시를 접할수 있었고 세명의 시인과 한분의 문학평론가의 글을 통해 따뜻한 삶, 시와 함께하는 그들의 삶을 옅볼수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은 안도현님의 글에서 따온것이다. 이름이 란이라는 그분, 문학적인 열정으로 연애를 했다는 안도현님의 이야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평역에서-라는 시를 주제로 쓴 정호승님의 글에서 그분의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를 떠올리게 되었고, 기차역에 대한 그분의 애착을 느낄수 있었다. 좋은 시뿐만 아니라 그 시 뒤에 감춰진 이야기나, 그 시를 보고 느끼는 시인들의 이야기는 참 흥미롭고 따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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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인이 된다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다. 많은 것을 얻는 대신에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려야 하므로……. 그 중의 하나가 시를 잃어버린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시는 내게서 멀어져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기껏해야 1920·30년대의 시와 시인들의 이름만 떠올릴 뿐이고, 새로운 시를 읽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누구나 시를 좋아하는 것은 아닐 터이고, 또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 속에 진정으로 좋아하는 시 한 편을 지니고 살아간다면 세상이 얼마나 따뜻하겠는가? 지난 일요일(4월 1일)에「이름이 란(蘭)이라는 여자애가 있었다(정호승 외 3인, 동아일보사)」라는 책에서 '서흥 김씨 내간'이라는 시를 읽었는데, 명시는 아닐지 모르나 어머니의 사랑을 눈물겹게 잘 드러내었다. 우리가 살아있는 한, 사랑은 우리의 제일 큰 힘이라는 것을 믿는다.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시 한 편을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접근하기가 쉬워 좋다. 시라면 머리를 먼저 내흔드는 사람도 조금은 그런 부담에서 벗어나 이 책을 읽어볼 수 있다. 그리고 시인들이 자신이 아닌 다른 시인들의 시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시를 좋아하는지 엿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즐거움의 하나다. 좋은 시와 시인들의 숨결이 묻어나는 체험의 단상들을 함께 맛보며, 시의 세계로 한 걸음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 네 사람의 글 중에서 정호승 시인의 글이 가장 읽기 편하면서도 호감이 갔다. <사평역에서>를 읽고 쓴 '막차는 오지 않았다', <고래를 기다리며>를 읽고 쓴 '나는 고래가 고맙다', <서흥 김씨 내간>을 읽고 쓴 '어머니가 쓴 시' 등이 특히 좋았다. 정호승 시인의 글은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여유와 따뜻함이 돋보인다. 그리고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작은 짐승>에 대한 안도현 시인의 글도 재미있게 읽었다. [인상깊은구절] 겨울에 그 좁은 대합실에는 사평역 대합실에 톱밥 난로가 타오르듯이 조개탄 난로가 타올랐으며,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졸거나 불을 쬐거나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 대합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다들 한결같이 꾀죄죄하고 가난해 보였는데, 그들 틈에 끼여 나도 언젠가는 기차를 타고 먼 곳으로 떠나리라 마음을 먹곤 했다. 기차역은 늘 그리움의 장소다. 삶의 웃음보다 눈물이 더 많은 곳이다. 어쩌면 우리는 인생이라는 기차를 타고 각자 거쳐가야 할 역을 거쳐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나도 수많은 역을 거쳐왔다. 내 가슴속에는 내가 지나온 역들의 애틋한 풍경들이 살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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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적어도 마음이 목석 같은 사람들이 아니면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마음을 설레게 하더라도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시가 제일 싫다고 말하는 사람이 대다수 일 것이다. 그만큼 시는 가장 어렵고도 까다로우며 하지만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생각하면 가장 아름다운 문학 장르 중 하나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시 속에 담겨 있는 어쩌면 우리들의 이야기일 지도 모르는 에세이를 시와 함께 써낸 형식이다. 시인과 평론가가 각자 자신들의 이야기를 감동 깊게 써내는 것이 참 아름다웠다. 어느새 그 시의 풍경이 내 시야에 펼쳐 지듯이 보이는 여러 시들이 있어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인상깊은구절] 능동적인 생각과 행동만이 우대 받는 세상을 우리는 통과해왔다. 느림이나 게으름 따위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악성 종양으로 알고 지냈다. 학교의 선생도 집안의 부모도 우리에게 좀더 빨리, 좀더 높은 곳으로 가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래야만 행복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지금, 소 목덜미에 손을 얹는 할머니는 얼마나 낮은 곳에 살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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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호승, 안도현, 장석남, 하응백 4사람의 시 에세이를 담고 있다. 한 권의 시집을 사면 그 시집에 수록된 시들중에서 한 편만 좋아도 그 시집은 자신의 소명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시들은 가장 좋은 시 한 편을 위해 분위기 조성을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시선집을 사지 않는다. 유명하지 않은 시도,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시도 다른 좋은 시를 위해 일조를 하는 것인데도 그런 것을 무시하고 좋은 시, 유명한 시만을 골라놓은 것이 못마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런 시선집이나 시에세이집도 좋아하게 되었다. 시에세이집은 오히려 유명한 작품만을 더 노골적으로 골라놓은 것인데도 좋아하게 되었다. 유명한 시인이나 작가들이 유행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시들을 모아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함께 책으로 내게됐는데 그것들이 내가 원하던 것이었음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거창한 평론보다는 한 개인의 역사와 관련된 진솔한 느낌을 서술한 글이 더 작품을 감상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 책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가 아닌가 한다. 안도현의 글은 그답게 대중적인 면이 아쉽지만 가장 재미있고, 정호승은 정호승대로 장석남은 장석남대로 시에서 못 살린, 아니 시에서 나타나는 자신만의 개성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인상깊은구절] 작은 짐승 -신 석 정 난이와 나는 산에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밤나무 소나무 참나무 느티나무 다문다문 선 사이사이로 바다는 하늘보다 푸르렀다 난이와 나는 작은 짐승처럼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짐승같이 말없이 앉아서 바다같이 말없이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난이와 내가 푸른 바다를 향하고 구름이 자꾸만 놓아가는 붉은 산호와 흰 대리석 층층계를 거닐며 물오리처럼 떠다니는 청자기빛 섬을 어루만질 때 떨리는 심장같이 자지러지게 흩날리는 느티나무 잎새가 난이의 머리칼에 매달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난이와 나는 역시 느티나무 아래에 말없이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순하디순한 짐승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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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읽고 싶었다. 눈이 시리도록 날이 좋아서도 아니고 큼지막한 목련꽃이 다 떨어진 나무가 아쉬워서도 아니다. 그냥 시가 읽고 싶었다. 속이 허할 때는 아주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듯이, 마음이 허할 때는 무진무진 좋은 글을 읽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부잡스럽게 시 목록을 뒤지다가 발견한 "이름이 란(蘭)이라는 여자애가 있었다". 책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그냥 시만 가득한 시집은 몇번 꼽씹어봐야 제맛을 느낄 수 있는데 에세이가 있는 시집은 그냥 가볍게 읽어도 맛이 난다. 어미새가 반쯤 씹어둔 음식을 새끼새가 맛나게 먹는 것처럼 말이다. 참고서식 시 감상에 익숙해져버린 나는 아직도 그냥 시집은 어렵다. 그래서 더더욱 에세이식 시집을 고집하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나도 자란 것일까 아님 어미새가 너무 많이 씹어둔 것일까. 에세이가 조금 약하다는 느낌이 든다. 차라리 그냥 시만 골라서 읽을걸 하는 생각도 들고. 시도 시이지만 사실 나는 이 시를 선정한 개개인의 이야기가 좀더 듣고 싶었다. 시시콜콜 시인들의 개인사를 몰래 훔쳐보는 재미를 볼까 해서였는데 이 책은 조금 덜한 듯 싶다. 그래도 시는 여전히 마음에 든다. [인상깊은구절] 독락당(獨樂堂)-조정권 독락당 대월루(對月樓)는 벼랑 꼭대기에 있지만 옛부터 그리로 오르는 길이 없다. 누굴까, 저 까마득한 벼랑 끝에 은거하며 내려오는 길을 부셔버린 이. 조정권 시인을 비롯한 몇 명의 문우(文友)들이 포천군 관임면에 있는 지장산에 갔을 때의 일이다. 해발 877미터의 지장산은 남북으로 길게 누워 있어 동쪽에는 지장계곡을 서쪽으로는 동막골이라는 썩 괜찮은 계곡을 거느리고 있고, 숲이 우거져 등산하기에 꽤 좋은 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