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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즐겁고 재미있게 읽었다. ‘나쁜 왕을 좋게 묘사한다, 일본 요괴를 좋게 묘사한다’며 아이들이 읽어선 안 될 동화라고 하는 평을 봤는데 아무리 아이들이라 해도 이 책을 역사서라고 여기고 읽을까. 오히려 우리가 믿고 있던 것을 의심하게 만들고 다른 각도로 보게 만드는 게 문학의 쓸모 아닐까. 그런 면에서는 나는 오히려 아이들에게 권해야 할 동화라고 생각한다. 내가 학교에서 이 동화를 아이들과 읽는다면 선조가 누구인지 말해준 뒤, ‘다른 모든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놈이라고 욕하는 인간에게도 내면은 있을 수 있단다, 고통은 있을 수 있단다’, 그런 얘기를 들려주겠다. 그런 게 독서 교육 아닐까. 그런 지점까지 나가지 않더라도 이야기 자체로서 충분히 즐겁고 재미있지만. |
| 단 한 줄의 역사 단서에서 시작된 이 소설은, 임진왜란 시기의 궁궐을 배경으로 일본 요괴 ‘캇파’와 조선의 왕 선조가 만나 펼치는 판타지 미스터리입니다. ‘경복궁 복원’을 둘러싼 두 존재의 기이한 동맹과 수수께끼 같은 내기가 읽는 이의 호기심을 끝까지 이어주고요, 삼신할매나 조왕신 같은 한국 전통의 신들과 어우러지는 장면들은 색다른 매력을 줍니다. 민화풍 일러스트까지 곁들여진 이 책은, 역사 속 낯설고 익숙한 공간에 상상을 더한 재미있는 판타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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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7. 20. 작성 글. 선인의 서사.. 대다수의 인간들에게 선의가 있다고 믿으시나요? 이번에 검색하다가 알았는데.. 선의가 여러 뜻으로 쓰이더군요..? 법률용어로도 쓰이더라고요. '악의(알고도 그랬다)'의 반대 개념, '선의(몰라서 그랬다)' 라는 뜻으로도 쓰여지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선의는.. 일상 생활에서 쓰이는 '착한 마음' 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선의가 있다고 믿습니다. --- 성장 과정에서 여러 차례.. 변화를 겪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선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착하게 살자!"를 좌우명으로 삼은 적도 있습니다. ㅎㅎㅎ;;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중에라도 버리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착하게 살자!"가 내면에 더 크게 자리 잡을수록.. 그 마음도 더 커져서 "착하게 살아야 해." 로 바뀌는 것 같거든요. (그와 동시에.. "쟤는 뭔데 착하게 안 살아?" 라는 생각도 솔직히 한 번씩 들었습니다.) 여러 과정을 거친 뒤에.. 지금은 좌우명 같은 걸 따로 설정해 두진 않고 있습니다. 다만 여러 가지 '잠정적 결론'들을 정해두고 살아갑니다. 삶에 적절한 기준을 정해두는 건 여러모로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준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려고 합니다. (비상구는 소중하니까요..) 아무튼 그래서 최근에는.. "착하게 살자. 다만, 나를 깎아내지 않는 범위에서..." 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내 마음이 당장 지옥인데... 누군가를 천국으로 올려줄 순 없죠. --- 주제를 바꿔서.. 어제 서울 종로구 창덕궁 부근에 있는 독립서점, 수북강녕에 다녀왔습니다. 북토크 행사가 있었거든요. 수북강녕은 이사하기 전까지를 포함하면, 이 번이 네 번째 참여인데.. 책 제목을 못 외우고 간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ㅋㅋ 그 전까지는 명확하게 어떤 책인지 정보를 알고 갔었는데.. 이번 북토크 행사는 조영주 작가님의 생일파티 겸 열린다는 것만 알고..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갔습니다. 그래서였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였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 책, <조선 궁궐 일본 요괴> 내용이 저는 너무 좋았습니다. 짧게만 책 소개를 가져와서 옮깁니다. 조선 궁궐에 나타난 일본 요괴, 캇파?! 경복궁 경회루 복원 공사 중, 정체불명의 일본 사기 접시가 발견된다. 탄소 연대 측정 결과는 무려 2천 년 전. 그 접시는 어떻게 조선 궁궐에 묻혀 있었던 걸까? 이야기는 임진왜란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너무 오래 살아 세상에 싫증을 느낀 일본 요괴 캇파는 전쟁을 틈타 조선으로 건너온다. 조선 궁궐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그는 불타버린 경회루와 마주하고, 인간 왕과 기묘한 동행을 시작한다. 어느 날 발견된 정체불명의 시신. 과연 그것은 조선의 선왕 중종일까? 아니면 왜적이 남긴 혼란의 장치일까? 왕과 요괴는 귀신과 신령, 이매망량의 힘을 빌려 진실에 다가가려 한다. (출처: 예스24) --- 이 책은 리디에서 21년 말에 전자책으로 출간되었던 책의 리메이크 버전입니다. . 지금도 리디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저처럼 리디 셀렉트 정기 구독중인 분이..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리디 셀렉트의 최대 장점은.. 쌉니다!! +_+) . 북토크에서 제가 들은 걸 기억하기론.. 해당 단편 소설 내용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 가장 큰 차이는 역시.. 그림에 있습니다!! (이해가 쉽도록 비교 표지를 함께 사진으로 첨부하겠습니다. ㅎㅎ) . 북토크 들을 때는 몰랐는데.. 집에와서 읽어보니~~ 더욱 더 내용이 입체적으로 느껴졌습니다. . 그런데.. 걸리는 지점이 있었습니다. . 내용과 그림이 매칭되지 않는 장면들이 걸리더라고요. . 예를 들자면, 이번 책의 주인공 캇파는.. 차은우 같은 스타일인데~ . 소설 속에서는.. (캇파의)'부리', '등껍질' 등의 단어가 나오거든요..? . 차은우한테 (입이 아닌) 부리랑 등껍질은 아무리 생각해도 미스 매칭이잖아요?? (이건 원빈, 현빈이 와도 안 된다며.......) . 그래서 과감하게 그림에서... 뺐으리라 마음대로(?) 추측했습니다. . 분명 글을 쓴 작가님도, 그림을 그린 작가님도... 출판사 대표님도 몰랐을 리 없는데.. . 그 정돈 가볍게 무시할 수 있구나.. 라는 걸 느꼈습니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군.. 이라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마 읽고 갔다면.. 물어봤을 것 같아요. . 역시 사람은 편견에 갇히면 곤란합니다. . '선의'로 이 글을 시작했습니다. . '착한 마음'을 여전히 추구하고, 착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에 늘 즐거움을 느낍니다. . 어제 다녀온 그곳, 수북강녕에서 느꼈고.. (뒷풀이 시간도 너무 즐거웠습니다!!!!) 오늘 책을 읽으면서 또 한 번 느꼈습니다. . 착한 마음은 이렇게 여전히 곳곳에 존재하는데.. . 그에 비해 일상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주 느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 그 이유가 뭘까요? . 저는 부정적인 것에 더 이끌리는.. 우리의 본능에 그 이유가 우선적으로 있다고 생각하고... . 그 다음은 그것을 이용하여 돈을 벌려는 이들에 의해.. '악인의 서사'가 더 넓게, 많이.. 소비된 것도 큰 역할을 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 ... 이제는 백신이 필요할 지경입니다. . 그 백신이.. 뭐다?! . 바로 이 책입니다. (갑자기??) . 이건 책 리뷰 글도 아니고, 북토크 참여 후기 글도 아닙니다. . 하이..브리드?! 입니다. . 날이 더우니까... 정신이 오락가락 합니다. . 다들 더위 조심하십쇼! (???) . 이쯤에서 줄이겠습니다. . 끝!! 장강명 작가님이 읽고, 직접 지어줬다는 바로 그 제목!! 무제 출판사 대표, 박정민 배우님이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구매해갔다는 바로 그 책!!! ('티빙 왜 보나' 요런 거 하나 해줬으면 더 좋았을텐데 라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제 #조선궁궐일본요괴 #조영주 소설 #윤남윤 그림 #공출판사 #별명부자 #공길동 (?) #북토크 #수북강녕 (수북강녕 2025. 7. 19.) 악인의 서사는 가라! 선인의 서사여 오라!! #북스타그램 #바닿늘 비슷한 주제의 글은.. #바닿늘소설 #바닿늘그림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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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다루는 소재와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일본의 전설 속 요괴 '캇파'를 주인공으로 다룬 한국 콘텐츠가 이 작품 외에 또 있는지 모르겠다. 경회루에 오이밭이 있었다는 설정과 캇파가 오이에 환장한다는 전설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쳐놓는다. 여기에 삼신할매, 조왕신, 성주신, 측간신 등 한반도의 신화 속 존재들이 전통화풍의 풍성한 그림으로 재현돼 어우러지니 읽는 맛과 보는 맛이 함께 쏠쏠하다. 그보다 더 신선하고 흥미로웠던 점은 또 다른 주인공인 조선의 왕 선조를 다루는 방식이었다. 선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또 긍정적으로 묘사한 콘텐츠가 이전에 더 있었는지 모르겠다. 인조와 더불어 암군의 대표주자 취급을 받아왔고, 심지어 왕자 시절에 받은 군호인 '하성군'이라고 부르며 왕 취급도 해주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선조, 참 입체적인 인물이다. 인성은 몰라도 능력 면으로는 조선에서 손꼽을 왕이라는 게 내 의견이다(다만 인조는 레알 암군이다). 당시 인재풀은 조선을 통틀어 최고 수준이었고, 선조는 그 인재를 알아볼 줄 아는 왕이었다. 용인술 하나는 조선 최고였다. 당장 이순신부터 선조가 아니었다면 그 자리에 중용되지 못했을 인물이다. 물론 임진왜란 당시 선조가 보여준 행동은 찌질하지 이를 데 없었지만 말이다. 임진왜란에서 보여준 행동은 정말 두고두고 까일 만한데, 그때 만약 재빠르게 분조하고 런을 치지 않았다면 조선이 종묘사직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역사에 만약이란 건 없지만,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임진왜란의 책임을 선조에게 온전히 돌리는 건 무리가 있고. 내가 여러 책으로 접한 선조는 대단히 이기적이고 소시오패스 기질이 농후한 왕이었다. 인성과 별개로 선조는 임진왜란이 아니었다면 명군 평가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임진왜란 전 선조의 행적은 명군 소리를 들을 만했고, 왜란 후에도 전후 복구에 꽤 능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말이다. 이 작품을 읽으며 내가 선조에 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었다. 이런 작품을 한국형 그래픽 노블이라고 불러도 될까. 만화 「은비 까비의 옛날 옛적에」와 「배추도사 무도사의 옛날 옛적에」를 책으로 읽는 듯한 친근한 느낌이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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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조선 궁궐 일본 요괴>라는 제목이 낯설게 다가온 게 사실입니다. '설마 일본이 조선에 행패부리는(?) 내용일까?'란 걱정도 있었지요. 하지만 이 책 속 이야기는 그런 얄팍한 생각을 넘는, 훨씬 속깊은 이야기였습니다. 이야기에는 조선과 일본, 요괴와 왕의 엄격한 경계도, 그 때문에 서로 배척하거나 헛되이 구는 일도 없습니다. 정말로 다르게만 존재가 저마다 고민을 품은 채 상대를 알고 이해하는, 그리고 뜻밖에 둘이 다르지만 다르지 않은 모습을 그린 이야기로 읽었습니다. 책에 일본 요괴가 나오고 조선 왕에게 함부로 구는 듯한 모습에 반감을 가진 사람도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품은 깊은 속내를 보지 않고 엉뚱한 곳만 지적하고 미워하는 일일 터입니다. 속 깊고 짙은 이야기입니다. 훌륭한 그림도 곁들여졌지요. 꼭 읽어봐 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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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가 일본 애니메이션 ≪캇파 쿠와 여름방학을≫을 보고 ‘귀여운’ 캇파가 우리나라에 놀러 와 “냉랭하기 짝이 없는 한일 관계를 우호적으로 바꾸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라고 한다. 경복궁에서 오이밭 터가 발견되고 일본 접시가 나왔다는 신문 기사를 접한 후 이 캇파를 임진왜란 당시 경복궁 화재라는 역사적 사건에 등장시켜 선조 임금과의 이야기를 창작한 것이다. 너무 오래 살아 심심했던 캇파는 임진왜란 발발 후 왜군과 함께 조선으로 건너와 경회루 연못에 자리를 잡고 산다. 선조가 경복궁을 버리고 의주로 피난을 간 후 경복궁이 불타며 경회루가 무너져 실망하고 있다가 선조가 환도한 것을 알고 선조 앞에 나타나 경회루를 다시 지으라고 명령하지만, 선조는 파헤쳐진 중종의 묘에 버려진 시체가 정종의 어검인 지 알 수 없어 경복궁 복원을 신경쓸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자 캇파는 경회루 재건을 조건으로 걸고 시체의 정체를 밝히려 궁내에 남아 있는 귀신을 다 불러낸다. 선조임금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군주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서처럼 어린 시절부터 유약하고 눈치나 보며 잔머리를 굴리는 인물로 묘사될 정도는 아니건만 한 나라의 군주로서의 체통이라고는 보이지 않고 일본 요괴 앞에서 어리버리 굼뜨거나 실없는 행동을 하여 면박을 받는다. 심지어 요괴는 선조임금의 상투를 끌어당겨 하늘로 같이 날아오르기도 한다. 조선시대 성인 남성의 상투가 가지는 의미를 안다면, 이런 묘사는 지나치게 선조임금을 멸시하고 비하하는 표현이다. 광해군의 폭정은 광해군이 경복궁 재창건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일본 물귀신 캇파가 분풀이하여 뒤에서 농간을 부린 탓이고, 광해군의 개명교지(선종을 선조로 바꿈) 역시 경복궁 재창건을 약속한 선조의 뜻을 따르지 않은 아들의 불효쯤으로 언급하였으며, 임란 중 파헤쳐져 시신 없이 복원한 선릉과 중릉의 뼈아픈 역사마저도 일본 물귀신 캇파의 경회루 복원 사업 프로젝트를 위한 소재로 쓰였다는 이 모든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애초에 두 차례에 걸친 왜란으로 삼천리 곳곳이 유린된 조선시대에 ‘귀여운’ 일본 물귀신 ‘캇파’가 들어설 자리가 있다고 생각한 작가의 의도가 이해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 이 이야기가 한일 우호관계를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인지... 그리고 마흔이 넘은 선조임금이 갑자기 대한민국의 일곱 여덟살 어린 아이가 된 듯한 말투를 쓰는 건 또 뭐람? 최근 반일 풍조가 옅어지고, 새 정부는 그 어떤 보수 정부보다 친일적인 자세를 보이며 정상회담까지 한 마당에 어린이를 위해 쓰인 동화책에 이렇게 열 내는 내가 한참이나 시대에 뒤처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이 동화책이라 더 무섭다. 우리 어린이들이 ‘어리석은 조선의 임금의 마음을 달래주는 귀여운 물귀신 캇파’의 환상에 길들여져 우리 역사를 제대로 보지 못할까 노파심이 든다. 이 책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점은 옛 서책 스타일의 제본. |
| 자고로 소설의 외피는 구성이고 짜임새이며 이야기이다. 주제니 의미니 하는 것들은 오롯히 읽는 이가 책을 덮은 후 조용히 음미하는 것일 뿐이다. 작가는 그런 독자의 음미를 장악할 수 없다. 그저 반추를 도울 분명한 서사를 또렷하게 내밀 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소설은 매우 생각할 것이 많다. 소설 [조선 궁궐 일본 요괴]는 사회상도, 역사성도 아닌 스토리텔링으로서 가치를 바라보면 기발하다. 소설가 조영주가 세계문학상 수상자이기 이전, 장르문학 작가임을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경복궁이라는 존재하는 터에 일본 요괴가 들어와 활약하면서 모든 서사가 은근히 비틀리고, 낮아지고 모여지는 이야기가 참으로 판타지의 궁극을 보여준다. 조영주의 소설은 늘 끝이 따뜻하다. 약자가 어느새 강자가 되고, 강자들은 저 멀리 사라지고 공간과 배경과 시간만 남는다. 왜군에게 도굴당한 임금의 무덤 사건을 갓파가 처리하도록 하는 이야기도 참으로 신박하다. 그리고 경복궁의 수 많은 역사성과 수호자들이 등장하면서 어느새 페이지가 닳는 것이 아쉽게 된다. 윤남윤 작가의 그림은 보너스이다. 책의 질감과 페이지를 넘기는 손맛도 좋다. 돈 안받고 쓰는 이런 자발적인 나 서평에서 진심이 묻어나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적극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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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회루를 살려놔." 캇파는 물속에 산다는 일본의 요괴다. 머리에 접시 모양으로 움푹 파여 있는데 그곳에 맑은 물이 고여있다. 이 캇파가 임진왜란을 틈타 조선으로 넘어온다. 전쟁으로 난리 난 조선의 궁궐을 거닐다 경회루에 반하고 만다. 경회루 연못엔 커다랗고 맛 좋은 잉어들이 캇파의 식사가 된다. 아름다움을 누리는 것도 잠시. 경회루는 불에 타고 만다. 잿더미가 된 경회루의 모습. 언젠간 복원될 거라 믿는 캇파는 맑은 물을 찾아다니고 가끔 민가에서 오이를 훔쳐 먹으며 지낸다. 어느 날 왕이 궁궐로 돌아왔고, 캇파는 이제 궁궐이 다시 지어지기를 기다린다. 왕이 돌아오고 전쟁이 끝났어도 궁궐은 지어지지 않는다. 캇파는 임금을 찾아가 궁궐을 다시 지으라 하지만 왕은 그럴 수 없다고 말한다. 조선의 임금은 왜 궁궐을 다시 지을 수 없었을까? 하이브리드 팩션 동화! 화려한 그림이 때론 신비롭고, 때론 잔혹하고, 때론 아름답게 그려진다. 궁궐을 재건하는 데 힘쓰지 못하는 왕의 속 사정과 그것을 같이 알아내려는 캇파의 도움은 결국 경복궁의 재건을 돕지는 못했다. 경복궁은 고종 때 재건되었으니까... 캇파와 조선 왕의 우정. 우리 뇌리에 뿌리내려져 있는 선조에 대한 이미지가 이 책에서는 조금 다르게 표현된다. 왕이 될 서열이 되지 않았던 아이가 눈치만 보면서 살아온 힘으로 왕이 던진 물음에 신중하게 대답한 것이 눈에 띄어 왕이 되었다. 그러나 왕이 되어서도 신하들과 눈치 게임을 하다 왜란을 맞았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나약한 왕. 그런 왕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성주신. 그 성주신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라도 경복궁을 다시 짓고 싶었던 왕의 바람은 당대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재밌는 상상력이었다. 요괴인데 너무 잘생기게 그려서 실제 캇파 이미지를 찾아보곤 실망했다. 일본 내 캇파의 이미지는 골룸의 녹색 버전이라고 나 할까~ 아이들과 같이 읽어도 좋겠지만 그림이 살풍경한 부분이 있어서 초4 정도는 되어야 감당할 수 있을 거 같다.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만들어 낸 이야기라 신선미가 있었다. 일본 귀신들이나 요괴들 무서운 거 많은데 이 책에 나오는 캇파는 무섭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다. 경회루에 반한 요괴라니~ 그래서 일본으로 돌아가지도 않고 경복궁이 재건될 때 흥선대원군을 찾아가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인사성 밝은 요괴 캇파. 아직도 경회루에서 성주신과 함께 우정을 나누고 있을까? 경회루에 가면 캇파의 흔적을 찾아볼 거 같다. 좀 더 매운맛 버전으로 시리즈가 나오면 좋겠다. 궁궐처럼 귀신들이 많은 곳은 없을 테니.. 책의 제목은 장강명 작가님이 지어 주셨다고 한다. 직관적이고 단순하다. 경복궁에 오이 밭 터가 있고, 일본 접시가 나왔다는 이야기에서 출발한 <조선 궁궐 일본 요괴> 캇파가 조선에 머물면서 어떤 새로운 이름을 얻었을까?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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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전에 만들어진 유적지나 유물을 바라보며 막연하게 그때의 어떤 이야기를 상상해 본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박물관에 전시된 아주 먼 시간이 떨어진 누군가가 사용했던 물건들을 마주할 때면, 특히나 그 물건의 형태가 아주 잘 보관되어 마치 어제까지 사용했던 것 같을 때는 그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서 과거와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조선 궁궐 일본 요괴〉 역시 그런 하나의 실마리에서 상상의 씨앗이 자라나 펼쳐진 세상을 담고 있다. 경복궁 경회루 근처에 오이밭 터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거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왜 궁궐에 다른 것도 아닌 오이밭이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은 새로운 이야기 한편으로 그 인과관계를 설명하고, 그를 통해 막연한 상상 속에 있었던 인물들의 우정을 독자들에게 직접 느낄 수 있게 한다. 여러 차례 대규모 공사를 통해 복원되었던 경복궁 경회루, 그곳에서 2000년도 더 된 일본 양식의 작은 접시가 발견된다. 그곳에서 발견된 접시에 대하여 '왜'라는 궁금증은 끝내 해소되지 못한다. 이윽고 이어지는 소설의 시작, 임진왜란이 일어났던 때에 너무 오래 살아 심심함을 느낀 갓파가 조선으로 건너와 왕이 살던 궁에 숨어들었다가 경복궁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이곳에서 머물게 된다. 화재로 인하여 파괴된 경복궁의 경회루 수리를 위해 왕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데, 각기 다른 '소망'이 있는 선조와 갓파는 함께 서로의 '소망'을 위해 함께 어울리다 친구라 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나약하고 힘없는 왕의 모습으로 보였던 선조의 색다른 면이 소설 속에서는 보인다. 아끼고 걱정되는 친구 갓파를 위해 그를 위한 오이밭을 기꺼이 경회루 근처에 만들며 다른 이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갓파와 이야기를 나누는 그 모습은 가장 평범한 한 명의 사람으로서 누리고 싶었던 우정을 왕이 됨으로써 포기하고 있던 선조가 누린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이자 변주 같기도 했다. 화려한 궁궐, 힘없는 왕의 모습 뒤에 숨겨진 서로에게만 내보일 수 있는 진실한 모습은 서로의 모습이나 위치를 떠나 존재 대 존재로서의 가치를 주고받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아름다운 궁궐의 모습과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는 그림은 마치 어른을 위한 동화처럼 소설을 더욱 다채롭게 꾸며주고 있었다. 머리에 접시가 있고, 그 접시가 마르면 안 되는 일본의 요괴. 갓파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이들에게는 갓파와 왕의 우정이 신선하게 다가올 것이고, 갓파에 대해서 모르던 이에게는 경회루와 더불어 일본의 갓파전설까지 찾아보게 되는 시야의 확장을 가져온다. 두 나라의 역사와 전설 캐릭터가 만나 펼쳐지는 마치 '드림팀'같은 느낌의 소설은 허무맹랑한 과장이 아니라 '어쩌면 혹시?' 하는 환상을 가질 수 있는 SF 픽션으로 다가온다. 여느 SF 픽션과 달리, 실제 사실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더욱 탄탄한 토대를 가지고 독자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왕'이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 나약했던 왕으로, 가장 큰 시련의 시기를 대표하는 인물로 비난을 받았던 왕인 선조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선조에 대한 평가는 최근에 재조명되기도 해서, 그런 부분까지 포함해서 생각하며 이 소설을 읽는다면 또 하나의 색다른 재미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았던 소설, '말도 안 돼'라고 하면서도 어딘가 믿고 싶어만 지는 그런 귀여운 역사소설 〈조선 궁궐 일본 요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