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수첩에는 읽어야할 책 목록이 가득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적혀만 있던 책 중에 하나가 바로 이책이었다. 처음에는 걸리버 여행기와 비슷한 느낌이려니했다. 그런데 어찌나 웃기던지. 뭐 중간 중간에 조금은 끼워맞춘 듯한 억지가 보이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작가의 기치가 돋보였다. 그래서 참 재밌게 읽었다. 신부나 이발사가 돈키호테의 책장에서 모험 소설들을 하나하나 꺼내면서 사형을 집행하는 판사처럼 구는 부분이 인상이 남았고 대체로 멀쩡한 농부 산쵸를 꼬셔서 나중에 자신이 크게 되면 섬 하나를 주겠다는 그말에 산쵸는 그와 동행하며 겪는 황당한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무엇보다 맨 마지막이 인상적이었다. 우스꽝스러움과 진지함이 서로 맞물리다가 결국 진지함으로 끝난다. 그 둘을 양 손에 쥐고 읽을 수 있는 묘미가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읽는 이로하여금 손을 놓지 못하게 했다. 이 때문에 시간과 공간 민족을 뛰어넘어 계속 읽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열광한다. 그 순간 우린 그가 돌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믿는 순간 그는 또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를 미친 사람취급하며 오히려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안이한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 누가 누구를 비난할 수 있는 걸까. 누가 미쳤다고 단정지을 수 있는 걸까. 단지 세상의 잣대대로 움직이지 않는 그를 보고 우리는 정신병자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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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키호테는 기사도 이야기에 미친 한 노신사가 이 세상의 부정을 바로잡겠다고 모험의 길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본래, 작가는 16세기 서구 사회를 휩쓸던 중세 기사들의 허황된 무협 연애담을 희화화(戱畵化)하고 조롱하기 위해서 이 소설을 썼다. 즉 그는, 기사 소설을 사실로, 역사로 믿고 날뛰던 당시 풍조가 사실과 거짓을 왜곡되게 만든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포함해 이런 환상에 빠져 있는 무리들을 진실로 돌아오도록 바로잡아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소설은 전후 두 편으로 되어 있다. 전편 52장, 후편 74장으로 엮어진 방대한 분량으로, 등장 인물의 수만 해도 거의 600명에 달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인물은 돈 키호테와 그의 종자 산초 판사, 그리고 돈 키호테가 사모하는 여인 둘시네아이다. 이런 이야기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서 우리에게 의미를 주는 것은 패러디(parody, 풍자적으로 꾸민 익살 시문)와 유머의 바닥에 인간에의 끝없는 애정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대립적인 두 인물, 돈 키호테와 산초 판사는 이상과 현실, 물질과 정신, 환상과 사실의 충돌을 상징한다. 여기에서, 자신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저돌적으로 나아가는 돈 키호테의 성격으로부터 키호티즘(Quixotism)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것은 돈 키호테적인 성격이나 생활 태도를 가리키는 말로, 사실상 모든 선구자, 예언자, 개혁자들의 보편적인 특성이 되어 있다. 눈앞에 보이는 사실적 현실을 부정하고 보다 높은, 보다 가치 있는 환상적 현실, 즉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의 성격인 것이다.
왜냐 하면, 키호티즘이란 결국 현실적 물질성에 도전하여 어떤 이상향의 세계를 이 세상에 실현하려는 이상주의적 시도요, 의지력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소설 돈 키호테를 단순한 미친 사람의 이야기에 머물게 하지 않고 더 높은 뜻을 지니게 하는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산초 판사는 땅에 떨어진 수도사를 보자 자기 당나귀에서 잽싸게 뛰어내려 그에게 달려들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이 때 그 수도사의 두 하인이 다가와서 왜 옷을 벗기느냐고 물었다. 산초가 대답하기를, 자기 주인 돈 키호테가 이긴 싸움의 전리품으로서 이 옷은 합법적으로 자기에게 속한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하인들은 희롱도 모르고 또한 전리품이니 전투니 하는 말의 의미도 이해 못 하는지라, 돈 키호테가 저쪽에서 마차에 타고 있는 여인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자 산초에게 달려들어 땅 위에 쓰러뜨렸다. 그러고는 수염을 다 뽑고 가루가 되도록 발길질을 해서 그만 땅바닥에 까무라쳐서 뻗게 만들었다. 그리곤 재빨리, 겁에 질려 아직도 사색이 되어 덜덜 떨고 있는 수도사를 말에 태웠다. 그는 일단 말에 올라타자 저만큼 떨어져서, 이 소란이 어떻게 끝날까 관망하면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동료한테로 급히 말을 몰았다. 그들은 이미 시작된 사건의 결말을 알아볼 생각도 않고 마치 등뒤에 악마가 붙기라도 한 것처럼 골백번 성호를 그으면서 길을 재촉하여 나아갔다. 돈 키호테는 앞서 말한 것처럼 마차 안의 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