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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란하 이야기]샤오홍의 고향 이야기
"[호란하 이야기]샤오홍의 고향 이야기" 내용보기
엄동이 대지를 뒤덮으면 대지는 여지없이 얼어터졌다. 남북으로 또는 동서로 몇 자씩 또는 몇 길씩이나 얼어터지는 것이었다. 추운 겨울만 되면 아무런 방향성도 없이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아무 곳이나 얼어터졌다. 엄동이 대지를 얼어터지게 하는 것이었다. 어른들은 방에 들어가기만 하면 수염에 얼어붙은 얼음을 털면서 "오늘은 몹시도 추운데! 땅이 다 얼어터졌더군!" 하고 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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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이 대지를 뒤덮으면 대지는 여지없이 얼어터졌다. 남북으로 또는 동서로 몇 자씩 또는 몇 길씩이나 얼어터지는 것이었다. 추운 겨울만 되면 아무런 방향성도 없이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아무 곳이나 얼어터졌다. 엄동이 대지를 얼어터지게 하는 것이었다.

어른들은 방에 들어가기만 하면 수염에 얼어붙은 얼음을 털면서

"오늘은 몹시도 추운데! 땅이 다 얼어터졌더군!"

하고 말하곤 하였다.

- 본문 13쪽에서 인용

 

체감온도가 영하 15도를 밑도는 지난 며칠간, 나는 이랭치랭(以冷治冷), 이 책을 찾아 읽었다. 세상에, 손등이나 볼이 아니라 대지까지 얼어터지는 추위라니! 책은, 작가 샤오홍의 고향인 흑룡강성 호란현의 겨울 강추위 묘사로 시작하여 호란하의 풍경, 풍습 묘사로 이어진다.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를 좋아했던 독자라면 반할만한 정조의 문체이다. 이국적이면서도 고전적이다. 한시 외우기를 즐겨했던 어린 시절의 영향인지 작가는 댓구를 사용하여 읽는 맛을 살려 준다. 3장부터는 영화 <황금시대> 앞 부분에 잠깐 나왔던 할아버지의 후원 이야기를 거쳐 호란하 사람들 이야기가 등장한다. 집안, 사합원 울안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마차 모는 집의 민며느리의 죽음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냉정히 묘사하는 것 같으면서도 구습 비판 정신을 담고 있는 루쉰의 글을 읽는 느낌이다.

 

뭐 이랭치랭 개념이라고 한겨울에 냉면 먹듯 쓰긴 했지만, 이 책이 생각난 것은 사실 강추위가 아니라 샤오홍의 생애를 담은 영화 <황금시대>덕분이다. 영화 보다가 어릴적에 해적판 중국동화집에서 호란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내가 가진 계몽사 전집 구성에는 이 이야기가 없었으니 아마 학원에서 읽었던 것 같다. 내가 다니던 피아노 학원에는 이런저런 전집들이 대기실 책장에 꽂혀 있었다. 저작권 개념이 없던 시절에 일본에서 기획해 낸 전집을 무단으로 번역해 낸 해적판 전집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구성이 참 좋았다. 일본이나 중국 현대 소설도 있었다. 덕분에 내 아랫 세대들은 저작권 시효 없는 서구 명작동화만 읽게 된 반면, 나는 정말 세계명작을 읽을 수 있었으니 거참 이런 아이러니를 뭐라 말해야 하나. 불법 무단 복제 전집으로 성장한 나의 어린 시절이라니!

 

*** 사족 ***

 

나는 2006년에 나온 구판으로 읽었다. 아래 표지가 책 내용에 더 어울린다. 작가가 성인이 되어 겪은 삶을 반영해서 쓴 것이 아니라 어릴 적에 고향 호란하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담은 책이기 때문이다. 이 표지에서는 어린 관찰자의 당돌함이 느껴진다.

 

 

호란하 이야기

샤오홍 저/원종례 역
글누림 | 2006년 07월

 

그런데 구판에 달린 출판사 리뷰에는 이 책의 내용이 아니라 <18살 딸에게 주는 엄마의 선물>이 있고, 신판에 달린 블로거 리뷰에는 이 책이 아니라 <황금 시대>에 있어야 할 리뷰가 있다. 예스 시스템의 오류인지, 단순 실수인지 모르겠다. <호란하 이야기>에 대해 내가 지금 쓰는 이 리뷰도 엉뚱한 데 가서 달려 있으려나.

m******n 2014.12.26. 신고 공감 0 댓글 4
리뷰 총점 종이책
샤오홍의 황금시대
"샤오홍의 황금시대" 내용보기
이 책은 현재보다 더 가부장적이고 가족중심적이며 남성우월주의 사회에서 태어나, 현대인처럼 진취적이고 적극적이며 여성평등주의 사고를 가지고 살아온 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녀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여류 작가로써 훌륭한 작품을 많이 남긴 샤오홍이다. 그녀의 인생을 열연한 유명한 배우가 한국에 잘 알려졌기 때문인지, 영화가 세간의 이목을 끌어 한국에서 샤오홍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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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재보다 더 가부장적이고 가족중심적이며 남성우월주의 사회에서 태어나, 현대인처럼 진취적이고 적극적이며 여성평등주의 사고를 가지고 살아온 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녀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여류 작가로써 훌륭한 작품을 많이 남긴 샤오홍이다. 그녀의 인생을 열연한 유명한 배우가 한국에 잘 알려졌기 때문인지, 영화가 세간의 이목을 끌어 한국에서 샤오홍에 대한 관심도가 급상승했다.

 

샤오홍에 대한 삶을 샤오홍 자신의 시각으로, 그녀가 사랑했던 사람들의 시각으로, 작가의 시각으로 조명한 이 책은 작가 추이칭이 지었다. 샤오홍은 할아버지의 사랑으로 행복한 시간도 있었지만, 그의 죽음으로 유복한 환경에서도 외롭고 사랑이 결핍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녀의 매력이자 치명적인 단점이 되어버린 사랑에 대한 갈망과 무조건적인 의지로 말미암아 여자로써의 삶이 힘겨웠다. 사랑을 하고, 버림을 받고 새로운 사랑에게서 구원을 받고 다시 상처를 받는 일이 되풀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한 의지가 강했고, 문학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사회적으로 여성보다 남성이 주목 받기는 했지만, 그녀의 문학적 재능을 막지는 못했다. 중국의 유명한 작가 루쉰도 인정하고 지지해줄 정도로 뛰어난 집필능력을 지닌 그녀는 많은 작품을 남겼다. 작품을 통해 그녀가 속한 사회에 대한 예리한 관찰과 담담한 어조의 비판을 드러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녀의 작품처럼 그녀의 사랑도 좋은 결실을 맺었다면 어땠을까. 비극적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는 그녀의 삶이지만,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고 그들을 사랑하고 문학을 사랑했기에 삶이 행복했을 것이다.

 

책은 샤오홍의 개인적인 삶을 통해 그녀를 보다 깊게 이해하려고 한다. 그래서 책의 대부분은 그녀의 일생이다. 문학에 대한 그녀의 입지에 대해서도 언급되기도 하지만 그녀가 남긴 작품을 통해 그녀를 이해하기에는 많이 미흡하다. 물론 책의 말미에 그녀의 대표작을 다루긴 했지만, 그녀가 남긴 작품과 비교해서 터무니없이 적은 양이다.

 

검색을 하면 다 알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아날로그적이긴 해도 이 책을 통해 샤오홍의 작품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녀의 수많은 작품이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책의 제목과 내용도 궁금했지만, 그녀의 인생이 사랑으로 인해 변할 때마다 생각이 변하듯, 그녀 작품세계가 어떻게 변했는지도 알고 싶었다. 책 한 권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유명한 문인의 삶을 다룬 책에, 작품이 빠져있을 줄은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녀의 드라마 같은 인생을 읽게 된 것은 유익했지만, 아쉬움이 남기도 하다.

 

s****h 2014.12.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