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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소개가 필요 없는, 그 이름만으로도 너무나 잘 알려진 어린 왕자가 내게 다시 찾아왔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그는 여전히 그 순수한 모습으로 나를 반겼다. 나의 이상한 그림을 알아주는 유일한 사람. 바다색이라고 표현하면 그것이 하늘색과 같은 말이라는 것을 설명이 필요없이도 아는 사람. 들꽃이 왜 아름다운지를 나와 똑같이 설명할 수 있는 사람. 그는 여전한 모습으로 그 곳에 서 있었다. 예전에 어린 왕자가 내게 자신이 돌아다닌 별에 대해 얘기한 것이 기억난다. 임금님도 만나고 허영쟁이도 만나고 술꾼도 만나고... 이렇듯 많은 사람들과 만남에도 어린 왕자는 그들의 생각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나는 생각했다. 어디선가 모순이 생기는 그들의 행동을 한없이 순수하기만 한 나의 친구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탓일 거라고. 그리고 떠올렸다. 어린 왕자가 본 그들의 모습은 이 지구라는 별을 사는 어른들의 한 부분, 한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란 사실을.
어린 왕자는 내게 길들인 다는 것을 말해준 처음의 사람이다. 내게 있어 길들인다는 의미는 단순히 가축을 기르기 위해 그 가축의 버릇을 가르친다.. 뭐 이런 의미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의 이 말에 어린 왕자는 그 답지 않게 흥분하며 내게 사막에서 여우와 나눈 대화를 들려주었다. 그가 생각하는 길들인다는 것은, 아니, 그에게 여우가 들려준 길들인 다는 것의 의미는 바로, 서로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서로에게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서로에게 하나뿐인 존재. 참으로 귀하고 아끼고 싶은 서로가 되는 것인 것이다. "상대방이 어느 순간에 온다면 나는 그 순간이 되기 전부터 그가 올 것을 생각한다. 두근거리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그를 기다린다. 그가 올 시간이 되면 나는 안절부절하며 그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서로에게 쏟은 애정과 관심이 그를 세상의 많은 이들 중 단 한 사람으로 만들었고 그는 다른 이와는 조금 다른 서로에게 길들여진 채로 서로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다." 란 것이 어린왕자가 내게 말한 이야기 중 가장 하고싶었던 말일 듯 싶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예전엔 쉽게 받아들였던 이 의미를 지금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어느새 내가 자란 건가. 처음 들었을 땐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의미가 왜 이제 와서 낯설어진 건지. 길들임의 의미는 알지만 그것이 어떤 것을 우리에게 가져오는지는 왜 쉽사리 깨닫지 못하는지. 나는 슬퍼졌다. 아무 의심 없이, 아무 다른 계산과 생각도 없이 순수하게 그의 말을 듣고 얘기했던 그 때와 내가 어느새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어린 왕자의 이번 재회를 통해 느낄 수 있었기에. 내가 그렇게도 되기 싫었던 어린 아이의 맘을 이해 못하는 어른. 순수한 눈으로, 솔직하게 남과 대화할 줄 모르는 어른. 겉으론 웃지만 속으론 온갖 계산을 다하는 그런 어른이 어느새 나도 되어가고 있는 건가 란 생각에 마음 한 구석에 콕! 하고 무언가가 맺히는 느낌이 들었다.
사막이 아름다운건 그 속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듯, 사람이 아름다운 건 그 사람 마음 속 어딘가에 드러나지 않는 무언가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네 맘 속에도 어린아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의 마음이 아닌, 하늘을 보고 미소지을 수 있는 어린아이의 생각이 자리잡았으면 하는 희망이다. 나의 그 희망이 이루어지도록, 그리고 그런 일이 세상의 모든 이의 마음 속에 일어나도록, 그래서 처음 태어난 아기의 순수함을 가진 이가 세상에 많아지기를 어린 왕자는 또한 간절히 바라는 것 같다. 만일 그렇다면 지금 미국이 이라크에게 하는 일이나, 북한이 핵무기 개발로 전 세계를 시끄럽게 만드는 일 같은 건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처음 만났을 때 소리 없이 사라진 것처럼, 다시 만난 어린 왕자 역시 지금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다음에 어린 왕자를 다시 만날 때에는 좀 더 착한 마음으로, 좀 더 맑은 생각을 할 줄 아는 내가 되어 만나야겠다. 그럼 어린 왕자의 그 밝은 금발까지 내게 미소지어 보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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