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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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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은 아버지의 유령에 의해 복수로 내몰렸다. 그것도 두세 번의 짧은 수간. 그러나 죽은 형제의 피묻은 셔츠가 집 안, 한 구석에 몇 달 동안 혹은 몇 계절이 바뀌는 동안 밤낮으로 그 자리에서 피가 누렇게 변하여 사람들이 "저런 망자가 초조하게 복수를 기다리는군." 이라는 말을 들으며 걸려있는 것을 본다면 당신은 어찌할 것인가. 이스마일 카타레의 '부서진 사월'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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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은 아버지의 유령에 의해 복수로 내몰렸다. 그것도 두세 번의 짧은 수간. 그러나 죽은 형제의 피묻은 셔츠가 집 안, 한 구석에 몇 달 동안 혹은 몇 계절이 바뀌는 동안 밤낮으로 그 자리에서 피가 누렇게 변하여 사람들이 "저런 망자가 초조하게 복수를 기다리는군." 이라는 말을 들으며 걸려있는 것을 본다면 당신은 어찌할 것인가. 이스마일 카타레의 '부서진 사월'을 읽다. 무슨 소설이 이처럼 잔인할까. 복수만을 위하여 살다가는 인생의 목적은 무엇일까. 도대체 카눈이란 관습법은 누가 만든 법일까. 소설 속의 무대 - 알바니아 고원지방에서 인간은 두 종류로 나뉜다. 복수를 미루고 생의 연장(延長)을 위하여, 생업과 종족 번식을 위한 물적 자원의 축적을 위하여 사는 동물과 같이 나약하고 비천한 인간과 관습법을 따라 자기에게 주어진 복수의 길을 걷는 신격화한 인간들 - 복수로 피의 회수를 완성하고 다시 피 복수자로서, 죽음의 표적물로 오른쪽 소매에 검은 헝겁을 매어달고 죽는 날까지 쫓기는 사람들. 고원지대를 지배하는 오로쉬 성에서 피의 세금을 받는다. 살인자는 한 사람의 피의 세금을 내야한다. 그리고 그 곳에는 '피의 책'까지 비치하고 있다. 어느 가게의 누가 누구를 죽이고, 그 복수를 누가 했으며, 복수의 복수는 완료되었는가, 아니면 아직도 실행중인가, 미완의 상태에 머물러 있는가. 누가 언제 와서 물어도 즉시 확인하고 복수를 부추기기까지 한다. 소설의 대강은 이렇다. 70년 전에 대문을 두드린 손님을 하루 밤 재우고 다음날 아침 마을 경계에서 배웅했건만, 이웃이 과거에 그에게 수모를 당한 일로 살해하는 바람에 두 가문은 44개의 무덤을 만드는 끔직한 복수의 역사를 계속한다. 대가 끊길 것을 염려한 먼 친척 여인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가 주인공 그조르그가 3월 17일 형을 살인한 자를 죽이고 살인자가 되어 30일간의 휴가를 헛되이 소모하고, 휴가가 끝나 복수가 시작되는 첫 날 4월 17일 총에 맞아 죽는다. 4월은 산 17일뿐, 나머지는 죽은 4월, 그래서 제목이 부서진 사월이다. 소설의 끝은 소설의 처음을 연상시킨다. 죽은 자기를 확인하기 위해 다가오는 발소리와 돌아 눕히는 손길을 30일전에 살해자로서의 자기로 착각하며 죽어간다. 죽은 자는 이미 누군가를 죽인 자. 죽이는 자와 죽는 자는 항상 변하겠지만, 언제나 하나의 행위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전편(全篇) 중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이 마지막 부분뿐이다. 그조르그는 주막에서 우연히 마주친 도시 여인 베시안의 아내 디안을 찾아 이승에서의 마지막 20여일을 소모하며 방황하고, 디안 역시 창백한 얼굴로, 숲 속에서 벨 나무를 표시해 놓듯 때가 되면 지불하게 될 피의 상징인 검은 리본을 달고 산중을 방황하는 그에게 온 신경을 빼앗긴다. '낯선 여인이여, 나는 이곳에 단지 얼마간만 살다 갈 겁니다.' 소설 전반(全般)에 두 사람의 연민이 서글프게 흐른다. 소설은 차디차다. 자기 민족을 냉철한 눈으로 보기는 알바니아도 자아비판의 안목이 있다는 반증으로서의 또 다른 시각의 애국심일까. 저자는 조국에서의 약식 재판과 고문, 연좌법이 횡행하는 공산주의 체제에 이 민족 과거의 관습법으로 맞선다. 어느 쪽이 인간적인가. 인간의 존엄성을 말하는 쪽은 어느 쪽인가 하고. 요즘 인간 같지 않은 인간들의 세상을 오로지 하고, 세상마저 그들 놀음에 놀아나는 꼴들을 보면 인간의 피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등가로 적용되는 알바니아 고원지방의 사회가 오히려 청량제와 같은 신선함으로 묻어난다. 어쩌면 저자는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소포클레스의 비극 일렉트라 - 아가멤논의 피를 회수했던 오레스테스(아가멤논의 아들)의 후예들이기를 기원하는지도 모른다. 저자가 소설 속에서 말하는 것처럼 마지막 서사시(敍事詩)의 나라, 알바니아의 고원지대는 인간의 격을 신의 자리로 상승시킨다.
x*****k 2002.11.0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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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 앞의 너무나 작은 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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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람이 죽이고 싶을 만큼 격정적인 감정을 가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에서는 살인을 법으로 제제한다. 살인은 이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가장 큰 죄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살인은 그리 큰 죄가 아니다. 사람을 죽이고 피의 세금을 내기만 하면 되니까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상대방의 복수로 생명을 잃을 수 있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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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람이 죽이고 싶을 만큼 격정적인 감정을 가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에서는 살인을 법으로 제제한다. 살인은 이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가장 큰 죄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살인은 그리 큰 죄가 아니다. 사람을 죽이고 피의 세금을 내기만 하면 되니까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상대방의 복수로 생명을 잃을 수 있겠지만... 카눈이라는 관습법...그로 인해 주인공 그조르그는 살아 있으면서도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한달간 하게 된다. 그러나 알리 비낙이나 베시안 부부와 같은 외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그것이 당연하다 여기고 있다. 그 관습 속에서 살아 왔으니 그 병폐를 모르는 것이다. 베시안은 카눈에 의한, 자기 견해로는 완벽한 그 사회를 동경했다. 그래서 신혼여행조차도 그가 꿈꾸어 온 신화의 세계, 카눈이 지배하는 산악지대로 오게 되고 그의 아내 디안의 마음을 잃게 되는 계기를 자초하게 된다. 그조르그를 보며 탄탈로스 가문의 오레스테스를 연상케 한다. 자신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숙명 앞에서 그의 운명을 깨뜨릴 이는 디안 외에는 없을 것이다. 결국 그는 디안을 만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던졌으며 죽음으로서 카눈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이는 마치 괴테의 '이피게니에' 에서 오레스테스까지 이어져 온 가문의 저주를 이피게니에의 신앙과 믿음으로 풀어진 것과 유사하다 할 것이다.
1***9 2000.08.0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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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경계에 들어선 인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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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복수를 해야만 한다면, 복수가 끝나는 순간 나 자신이 복수의 대상이 되어야만 한다면, 그래서 자신에게 그 다음 달은 없게 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까? 의 주인공은 햄릿을 떠올리게 한다. 복수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러나 이 소설은 복수를 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 아니라 복수가 끝난 지점에서 시작한다. 복수는 복수를 낳고, 복수는 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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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복수를 해야만 한다면, 복수가 끝나는 순간 나 자신이 복수의 대상이 되어야만 한다면, 그래서 자신에게 그 다음 달은 없게 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까? <부서진 사월>의 주인공은 햄릿을 떠올리게 한다. 복수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러나 이 소설은 복수를 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 아니라 복수가 끝난 지점에서 시작한다. 복수는 복수를 낳고,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고, 복수를 낳고, 낳고, 낳고..... 복수의 시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손님'이 있다. 관습법 '카눈'에 따라 살아가는 알바니아 북부 고산지대의 한 마을에 손님이 찾아온다. 베리샤 家 사람이 배웅하던 중 손님은 크리예크 가 사람의 총을 맞고 죽는다. 베리샤 가는 관습법에서 정한 대로 손님의 복수를 한다. 이 사건은 양 가에 마흔 두개의 무덤을 만들게 한다. 그들은 관습법이 정한 대로 복수를 하고 복수를 당한다. 베리샤 가의 마지막 젊은이 그조르그는 형의 복수를 하고, 복수를 당하지 않을 한 달의 기간을 유예받는다. 알바니아 인에게 손님은 반신(半神)의 존재다. '산을 신들의 영역으로 남겨두었던 다른 많은 민족들과는 달리, 우리(알바니아)의 산악 지방 사람들은, 그들이 그곳에 직접 살기 때문에 산에서 신들을 똧아내거나 혹은 신들과 공존할 수 있도록 신들을 그들에 맞게 변형' 시켰는데,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신의 위치에까지 끌어올린 것이 '손님'의 존재라는 것이다. 신은 곧 복수-죽음의 전제다. 죽음은 신의 영역이다. 복수를 한 자는 복수를 당하기 전에 얼마간 유예의 시간을 받는다. 그 시간(그조르그에게는 사월) 동안 그는 관습법의 보호를 받고 여인들에게 사랑을 받는데, 일종의 휴식, 여분, 휴전, 유예의 시간 동안 일상의 삶에서 벗어나 신의 삶을 지향하는 것이다. '결국 죽음이라는 차원은 그 자체의 위대성으로 인해 인간의 운명에 어떤 영원한 것을 부여해주는데, 그것은 죽음이 삶의 비천함과 왜소함으로부터 인간을 끌어올'린다. 소설을 읽는 동안 카프카의 '성'에 들어온 것 같은 환상에 사로잡혔다. 환상성이 주는 것은 쾌감이 아니라 묘한 불쾌감(죽음에 대한 본능적인 부정적 인식)과 숭고함이다. 리오타르가 말한 '예술에 있어서의 숭고함'의 극치.
a******2 2004.10.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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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삶의 경계, 그 실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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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뮈와 사르뜨르 이후... 실존주의를 문학 작품으로 옮기려는 노력은 계속 되었던 것 같다. 이스마엘 카다레의 이 작품 역시 카눈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실존적 상태를 그대로 노출시켜 보여주는 역작이다. 그조르그는 카눈에 따라 그의 형을 죽인 원수를 죽인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자신의 불명예일 뿐 아니라, 가족의 불명예이기도 하다. 그것은 추방을 의미한다. 그러나 살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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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뮈와 사르뜨르 이후... 실존주의를 문학 작품으로 옮기려는 노력은 계속 되었던 것 같다. 이스마엘 카다레의 이 작품 역시 카눈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실존적 상태를 그대로 노출시켜 보여주는 역작이다. 그조르그는 카눈에 따라 그의 형을 죽인 원수를 죽인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자신의 불명예일 뿐 아니라, 가족의 불명예이기도 하다. 그것은 추방을 의미한다. 그러나 살인자는 또한, 약 1달의 베사가 지나면... 다시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것이 그 곳의 관습법인 카눈의 규칙이다. 그조르그는 원수를 죽였다. 그리고, 피의 세금을 내러 가는데, 한 여자를 보게 된다. 그 여자는 그조르그의 기억에 깊이 인상이 남는다. 사실 그 여자는 어느 곳에 가나 관심의 대상이었고, 그 여자를 본 사람은 대체로 다들 그 여자를 기억했다. 그러나 그조르그는 달랐다. 자신이 처한 상황, 곧 죽음이라는 상황이 그 여자에 대한 그의 생각을 차츰차츰 키워갔던 것이다. 그 여자도 그조르그를 보았다. 처음에는 그냥 보았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계속 생각했다. 그조르그가 특별하게 잘생긴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팔에 묶인 그 검은 리본... 그것이 그녀의 마음을 끌었던 것이다. 그 검은 리본은 죽음이었기에. 까뮈는 『이방인』에서 이와 비슷한 시도를 한 바 있다. 사르뜨르의 무수한 찬사를 받으며 『이방인』은 성공을 거두었고, 이제 유력한 노벨상 후보인 이스마엘 카다레가 카눈이라는 알바니아의 관습법과 관련하여 죽음과 삶의 경계에 있는 그 실존을 우리에게 낱낱이 밝혀 보여주는 것이다. 덮어두었던 『이방인』을 다시 꺼내보았다.

[인상깊은구절]
그의 소매에는 검은 리본이 꿰매어져 있었다. 베시안은 주막집 주인에게 물었다. "저 청년은 피를 회수했나 보군요. 아는 사람입니까?" (중략) "어이, 청년, 자네 이름이 뭔가?" (중략) 필시 주막집 주인의 부름에 놀란 산악 지방 청년은 그를 향해 돌아섰다. 디안은 이미 마차 안에 올라 있었으나 베시안은 낯선 청년의 대답을 듣기 위함인 듯 디딤대 위에 멈추어 섰다. 다소 푸르스름한 디안의 얼굴이 차창 너머로 보였다. "그조르그요." (중략) 베시안은 의자에 몸을 붙이며 말했다. "얼굴이 어떻게 저토록 창백할까! 이름이 그조르그래." 디안은 여전히 차창에 이마를 붙이고 있었다. 밖에서는 주막집 주인이 마부에게 늘어지게 충고를 하고 있었다. "길 아시우? 크루쉬크 무덤을 만나면 조심해야 해요. 그곳에서 사람들이 번번이 실수를 저지른단 말요. 오른쪽으로 가지 말고 왼쪽으로 가도록 해요. 명심해요." 마차가 움직였다. 창백한 얼굴과 대조되어서 그런지 눈이 매우 어두워 보이는 낯선 청년은 네모난 차창 너머로 보이는 디안의 얼굴에서 눈을 뗄 줄 몰랐다. 디안 역시 더이상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느닷없이 한길 가에 나타난 그 청년에게서
s******z 2000.08.30. 신고 공감 0 댓글 0